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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양인, 문제적 인간을 파헤치다

극단적인 삶을 살았던 인간을 보며 존재를 고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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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에게는 좋은 일이지만, 이렇게 두꺼운 책을 내는 게 쉽지만은 않을 터. 더구나 평전이 한국에서 인기 없는 분야라는 사실을 감안한다면, 엄청난 책을 낸다는 건 대단한 일이다. 게다가 한 권으로 그치지 않고 ‘문제적 인간 시리즈’로 계속 간행 중이다.

모든 사람이 탐내는 것을 만드는 회사가 있다. 우리가 흔히 ‘명품’이라 부르는 것들 말이다. 대한민국 출판계에도 명품 책을 만드는 출판사가 있다. ‘좋아서 보는 인문학’에서는 인문 사회 서적을 중심으로 출판하는 출판사를 집중 조명하고자 한다. 7편은 ‘교양인’이다.

 

‘교양인’은 2004년 4월에 1인 출판사로 문을 열었다. 첫 책은 김두식 교수가 쓴 『헌법의 풍경』. 올해로 꼭 10년이 되었다. 1인 출판사로 시작해서 지금은 4명이 일하는 출판사로 규모가 커졌다. 1년에 평균 8~9종의 책을 내서 지금까지 80여 종의 책을 출간했다. 평전 시리즈인 ‘문제적 인간’을 비롯해 주로 인문, 사회과학 분야를 중심으로 책을 내고 있다. 다석 류영모의 직제자인 박영호 선생님의 다석 사상 관련 책도 ‘교양인’ 도서 목록에서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

필자 개인적으로는 교양인 출판사를 기억하게 된 계기가
『기타잇키』였다. 우리에게는 별로 알려져 있지 않은 인물이지만 기타잇키는 동북아 근대사에 중요한 역할을 한 사람이다. 한때 사회주의자였고 세계혁명의 꿈을 품고 중국 신해혁명을 도왔다. 일본에 와서는 2.26 쿠데타의 사상적 근거를 제공했다. 2.26 쿠데타는 한국 역사에도 큰 영향을 끼쳤다. 당시 쿠데타에 강한 인상을 받았던 박정희 대통령이 5.16을 감행했기 때문이다.

 

인문학

 

 

기타잇키와 같은 인물을 서술하기 위해서는 1,000쪽이 넘는 분량이 필요했을 것이다. 독자에게는 좋은 일이지만, 이렇게 두꺼운 책을 내는 게 쉽지만은 않을 터. 더구나 평전이 한국에서 인기 없는 분야라는 사실을 감안한다면, 이런 엄청난 책을 낸다는 건 대단한 일이다. 게다가 한 권으로 그치지 않고 ‘문제적 인간 시리즈’로 계속 간행 중이다. 더 충격적인 사실은, 외국에서 이미 있는 시리즈를 통으로 번역하는 게 아니라 한 권 한 권 선택해서 내고 있단다.  이승희 교양인 편집장에게 궁금했던 질문을 던졌다.

 

‘교양인’이라는 이름은 어떻게 나왔나.

 

‘교양인’이라는 출판사 이름은 무겁지도 가볍지도 않되 다양한 의미가 담긴 이름을 짓고 싶다는 바람에서 나온 이름이다. ‘교양인’에서 ‘교양’은 삶과 유리되지 않은 앎을 뜻합니다. 자기 과시나 자기 포장의 수단인 도구적 지식이 아니라, 삶을 변화시키는 적극적 의미의 교양을 키우는 책을 만들고 싶다는 바람을 담았다.

 

어떤 책을 내고자 하는지?

 

‘인간’이란 존재를 탐구하게 해주는 책. 특히 인물 전기나 심리학, 종교 분야의 책을 통해 ‘나’에 관해, ‘인간’에 관해 조금이라도 더 배우고 생각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기는 것 같다. 실제로 책을 기획하는 단계에서는 새로운 이야기인지, 치열하고 진실하게 쓴 글인지를 중요하게 고려한다.

 

반응이 좋았던 책은?

 

독자들에게 좋은 평가를 받은 책으로는 김두식 선생님의 『헌법의 풍경』과 정희진 선생님의 『페미니즘의 도전』, 이희재 선생님의 『번역의 탄생』을 꼽을 수 있겠다. 『헌법의 풍경』은 출판사의 첫 책이자 가장 많이 팔린 책이기도 하다. 번역서 중에서는 『괴벨스, 대중선동의 심리학』, 『스페인 내전』, 『축의 시대』가 꾸준히 사랑받고 있다.

 

기대를 했는데, 생각보다 반응이 없었던 책. 다소 아쉬운 책은?

 

최근에 가장 아쉬웠던 책이라면 작년 9월에 출간한 『속삭이는 사회』가 떠오른다. 영국 역사학자 올랜도 파이지스가 쓴 책인데, 스탈린 시대를 살았던 보통 사람들의 목소리를 통해 소비에트 체제의 실상을 들여다보게 해주는 책이다. 소비에트 억압 체제를 거시적으로 분석하는 데 머물렀던 기존 연구의 한계를 뛰어넘어 체제가 보통 사람들의 일상생활, 인간관계, 가치관과 내면 심리에 끼친 영향을 당사자의 목소리로 서술한 최초의 책이라는 점에서 학술적 가치를 인정받았다. 편집을 하는 동안 내내 ‘역사서를 이렇게도 쓸 수 있구나’ 감탄했다. 스탈린 시대를 연구하는 데 반드시 필요한 중요한 학술서이지만, 소설처럼 잘 읽히는 감동적인 인간 드라마라는 점에서 더욱 매력적이었다. 그러나 기대가 너무 컸던 것인지, 예상보다 판매가 부진해 아쉬움이 좀 남는다.

 

인문학

 

 

평전에 공을 많이 들이는 듯하다. ‘문제적 인간’ 시리즈의 기획 의도가 궁금하다. 앞으로 어떤 인물의 전기를 낼 계획인가?

 

‘문제적 인간’ 시리즈는 근대의 인물 가운데 극단적인 삶을 살았던 사람들을 본격적으로 공부하고 싶은 생각에서 출발한 기획이다. 언뜻 이해하기 힘든 사람들, 이념의 극단을 보여준 사람들, 자신의 사상을 통해 인류에 엄청난 영향을 끼친 사람들의 내면 세계를 파고 들어가보면 ‘인간’이라는 존재를 좀 더 명확히 이해할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 외국의 특정 시리즈를 한꺼번에 계약해서 펴내는 방식이 아니라, 관심 있는 인물의 전기를 한 권씩 찾아서 시리즈를 만들어 가고 있다. 얼마 전에 시리즈 10번째 책으로 로버트 서비스의 『트로츠키』를 출간했고, 『나폴레옹』, 『레닌』, 『마오쩌둥』이 출간을 기다리고 있다.

 


‘문제적 인간’ 시리즈를 비롯해 교양인에서 나오는 책 중에 두꺼운 책이 많다. 『축의 시대』, 스페인 내전』이 그렇다. 자연스레 책 가격도 좀 높은 편이다. 두꺼운 책, 얇은 책에 관한 나름의 관점이 있을 것 같다.

 

일부러 두꺼운 책을 고르지는 않는다. 외국 도서의 경우, 하나의 주제를 충분히 깊이, 끝까지 파고드는 책을 찾다 보니 분량이 많은 책을 선택하게 되는 경우가 생긴다. 사실 ‘교양인’ 책 중에는 300쪽 내외의 얇은 책도 꽤 많다. 700~800쪽이 넘는 책을 편집하다 보면 평균 잡아 3개월 정도 걸리는데, 몸도 마음도 지치고 ‘다시는 이렇게 두꺼운 책을 만들고 싶지 않다’라는 생각도 든다. 하지만 큰 문제 없이 책을 출간하고 나면 그 동안의 고생은 신기하게도 금방 잊힌다. 10년 동안 편집 경험이 쌓이면서 ‘두꺼운 책’에 대한 두려움이 조금씩 줄어드는 것 같다.

 

블로그에서 리퍼브 도서를 판매하고 있다. 독자 입장에서는 가격이 높아서, 혹은 절판되어서 구매하지 못했던 책을 구할 수 있는 좋은 기회인 것 같다. 어떻게 시작하게 되었나.

 

특별히 마케팅 기획을 해서 시작한 것은 아니었다. 2012년에 와우북 페스티벌에 참가한 것이 계기가 되었다. 도서전 준비를 하면서 리퍼브 도서 판매도 생각했다. 본문에는 문제가 없는데 겉표지가 약간 상하거나 양장 제본인데 합지 부분이 망가졌다는 이유로 폐기될 운명에 놓였던 책들이었는데, 다행히 세상에 나온 이유를 찾게 된 셈이다. 페스티벌에서 현장 판매를 하고 남은 책들을 블로그에서 마저 판매하던 것이 지금까지 계속 이어지게 되었다. 절판된 책 중에 간혹 서점에서 한 부씩 반품이 되는 경우가 있는데, 해당 도서를 간절히 찾던 분들에게는 반가운 소식이 될 수 있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2014년에 나올 책을 공개한다면.

 

『여성 영웅의 탄생』과 ‘교양으로 읽는 구약성서’ 시리즈를 동시에 진행하고 있다. 『여성 영웅의 탄생』은 카를 융의 분석심리학을 기반으로 하여 가부장제 사회에서 여성의 심리적 발달을 면밀히 탐구한 책이다. 조지프 캠벨의 ‘영웅의 여정’에 대응하는 ‘여성 영웅의 여정’을 통해 이야기를 진행한다는 것이 특징이다. 책은 ‘어머니와 딸’, ‘아버지와 딸’의 관계를 깊이 있게 들여다본다. 관계 분석이 굉장히 현실적이고 생생해서 편집을 하면서 나도 모르게 자신을 대입해 생각해보는 경우가 많다. ‘교양으로 읽는 구약성서’ 시리즈는 전체 3권으로 기획되었는데, 작년에 1권(모세오경)을 출간했고 지금은 2권(역사서)과 3권(예언서)의 동시 출간을 목표로 편집을 진행하고 있다. 이 밖에 『나폴레옹』, 『어른을 위한 그림동화 심리 읽기3』, 『정희진의 어떤 메모』가 출간될 예정이다.

 

* 교양인에서 낸 책

 

트로츠키

트로츠키

로버트 서비스 저/양현수 역 | 교양인

트로츠키라는 이름 뒤에는 수많은 찬사와 함께 그칠 줄 모르는 논쟁이 따라붙는다. 그는 공산주의 이상사회에 대한 신념을 한순간도 저버리지 않은 순결한 혁명가라는 평가와 폭압적 국가 테러의 토대를 만든 편협하고 경직된 이념가라는 평가를 동시에 받는다. ‘문제적 시리즈’에서 다룬 인물 치고 평면적인 사람이 없다만, 트로츠키야말로 진정한 문제적 인간이다.



축의시대
축의 시대

카렌 암스트롱 저/정영목 역 | 교양인

『축의 시대』는 대략 기원전 900년부터 기원전 200년까지 세계의 주요 종교와 철학이 탄생한 인류사의 가장 경이로운 시기를 다룬 역사서이다. 독일의 철학자 야스퍼스가 이 시기를 일컬어 ‘축의 시대’라고 평했다. 이 시대에 중국에서는 공자, 묵자, 노자가 활동했고 인도에서는 「우파니샤드」, 자이나교, 고타마 싯다르타가 등장했으며, 이스라엘에서는 엘리야, 예레미야, 이사야가 나타났고 그리스에서는 소포클레스, 소크라테스, 플라톤이 차례로 태어났다. 이 책의 저자는 이 시기가 인류의 정신적 발전에서 중심 축을 이룬다고 믿는다.



헌법의 풍경

김두식 저 | 교양인

법학 교양서의 대표 도서이자 법률가 지망생들에게 필독서로 꼽히는 책. 저자의 시선은 여전히 따뜻하고, 지금 여기의 현실을 꿰뚫는 통찰력은 날카롭다. 개정증보판은 지난 7년간 사회적 변화와 개정된 법 조항을 반영하여 내용을 대폭 손질하고 새 원고를 추가했다. 200자 원고지 200장에 이르는 새 원고 들어가는 글에서 저자는 지난 몇 년간 허울뿐인 ‘법치’의 이름으로 오히려 과거 20~30년 전으로 후퇴해버린 한국 사회의 암울한 법적 현실을 날카롭게 비판하는 것으로 포문을 연다.



페미니즘의 도전

정희진 저 | 교양인

여성학자 정희진은 ‘여성의 눈’으로 지금 우리 사회의 모습을 새롭게 들여다볼 것을 요청한다. 저자는 가정폭력, 성과 섹스의 문제, 성판매 여성 문제, 군사주의 문화, 동성애 등 우리 사회에서 논란이 된 여러 이슈와 사건들을 여성의 시각에서 재해석한다. 찬성 아니면 반대라는 단순한 이분법적 시각을 뛰어넘는 정희진의 새로운 재해석은 새로운 발견, 새로운 각성을 낳는다. 나아가 저자는 여성과 장애인, 외국인 노동자, 성판매 여성 등 오랫동안 소외당한 우리 사회의 ‘다른 목소리’들이 서로 경쟁하고 소통하고 공존하는 세상을 꿈꾼다. 페미니즘은 투쟁과 쟁취가 아닌 협상과 사유, 공존과 상생의 길이다.


속삭이는 사회

올랜도 파이지스 저/김남섭 역 | 교양인

소비에트 억압 체제를 외부에서 분석하는 데 머물렀던 기존 연구의 한계를 뛰어넘어 보통 사람들의 목소리를 담았다. 1,000명에 달하는 생존자 인터뷰와 무수한 편지 및 일기를 바탕으로 당대를 살아간 이들의 숨결까지 복원했다. 망가진 삶의 상처를 평생 안고 산 생존자들, 부모의 상처를 대물림한 자식들이 이 책에서 처음으로 목소리를 얻는다. 극한 상황이 불러온 끔찍한 야만과 타락, 그 틈에서 피어난 인간 의지와 고결함을 낱낱이 증언하고 고백하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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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ㆍ사진 | 손민규(인문 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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