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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을 돌려라, 베트남의 순수함을 만날 것이다

론리플래닛이 전하는 여행의 발견과 식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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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부 베트남의 대표 도시 호찌민에서 멀지 않은 곳에 매력적인 여행지가 숨어 있다. 365일 따사로운 햇살이 내리쬐는 휴양지 판티엣 그리고 원시 정글이 살아 숨 쉬는 껀저가 그곳이다.

Phan Thiet

판티엣, 휴식 그 이상을 원하는 당신을 위한 맞춤 여행지



달콤한 휴식이 기다리는 곳


호찌민에서 차를 타고 동쪽으로 약 200킬로미터를 달리면 도심의 혼잡함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너른 바다와 해변이 끝없이 이어지는 판티엣이 나온다. 빈투언(Binh Thuan) 지방의 중심 도시. 베트남의 식생활과 떼려야 뗄 수 없는 느억맘(Nu’o’c Mam)의 고장으로 유명한 곳이지만 지금은 연중 온화한 지중해 기후를 자랑하는 한가로운 휴양지로 더 알려져 있다. 베트남을 좀 아는 사람라면 호찌민을 여행할 때 일부러 시간을 내 들르곤 하는 해변 마을 무이네(Mui Ne)가 바로 이곳 판티엣에 속한다. 껍질은 연지처럼 붉고, 점점이 씨가 박힌 하얀 속살은 달콤하고 부드러운 과일 드래건푸르트(Dragon Fruit, 용과)의 본고장이기도 한 판티엣. 럭비공 만큼이나 큰 드래건푸르트의 과육을 한입 베어 무는 순간 판티엣의 달콤한 유혹이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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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얀 사막에서 데이트를 즐기는 연인.


아침이 시작되는 모래언덕


바다와 사막은 언뜻 상반된 이미지 같지만 판티엣에선 이 둘이 자연스럽게 공존한다. 이곳의 하얀 사막(White Sand Dunes)은 사실 진짜 사막은 아니다. 해변의 모래가 파도와 바람에 쓸려 와 구릉처럼 쌓인 해안사구의 규모가 진짜 사막이라 해도 깜박 속을 정도로 큰 것일 뿐. 가장 아름다운 사구를 만날 수 있는 시간은 해 뜰 무렵이다. 어둑한 새벽, 숙소를 나와 무이네 해변(Bai Mui Ne) 근처의 하얀 사막으로 향한다. 서늘한 새벽 공기를 맞으며 걷던 길은 어느덧 슬리퍼가 푹푹 빠지는 하얀 모래사장으로 바뀌어 있다. 슬리퍼를 벗어 손에 들고 사구 꼭대기를 향하는 길, 디딜 때마다 발을 감싸는 새하얀 모래 때문에 속도는 느리지만 기분은 좋다. 어느새 하얗게 동이 트고, 길게 이어지는 사구엔 해를 기다리는 이들이 모여든다. 널빤지 같은 모래 썰매를 옆구리에 낀 소년이 그 틈을 놓칠 새라 호객을 해댄다. 멀리 사구가 그려낸 매끈한 지평선이 붉게 물들고, 동그란 금색 태양이 이내 봉긋하게 솟는다. 이곳에 모인 이가 그토록 기다리던 판티엣의 아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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갓 잡은 고기를 구입해 지고 가는 여인. 



마르지 않는 요정의 샘


“동양의 그랜드캐니언이라고도 하는데, 그건 좀 과장인 것 같고요. 가보시면 알아요.” 수오이 티엔(Suo i Tien) 혹은 페어리 스트림(Fairy Stream, 요정의 샘)이라 부르는 계곡으로 향하는 길에 가이드가 말한다. ‘그랜드캐니언과 요정의 샘?’ 상상하기도 어려운 조합이다. 숲길을 얼마간 걸으니 계단과 표지판이 나온다. “신발 맡아드립니다. 5,000동”. 계단 아래로 얕은 흙탕물이 졸졸 흐르고 있다. 요정의 샘이다. 여기서부터 30~40분간 물길 산책이 이어진다. 물은 발목까지 오고 수온은 미지근하다. 바닥은 온통 모래여서 신발을 신지 않아도 별 무리 없이 걸을 수 있다. 석회와 모래가 섞인 물이라 투명하진 않지만 성분을 알 길 없는 흙탕물처럼 불쾌하진 않다. 잠시 후 눈앞에 독특한 지형이 나타난다. 아까 가이드가 말한 동양의 그랜드캐니언인가 보다. 단단하게 쌓인 모래가 빗물 등에 침식돼 독특한 모양을 이룬 작은 협곡. ‘그랜드’캐니언이라는 별칭을 달기엔 과하다 싶지만, 흥미로운 광경인 것만은 부인할 수 없다. 붉은색, 하얀색 모래가 섞여 기하학적인 문양과 색감을 이루는데, 인위적으로는 결코 만들 수 없는 자연의 걸작이다. 수량이 불지도 줄지도 않으면서 끊이지 않고 흐르는 시냇물. 요정의 샘이라는 이름이 붙은 것은 그 때문이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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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없이 흐르는 요정의 샘과 독특한 모양새의 모래 협곡.



바다에서 인생을 낚는 사람들


판티엣이 느억맘의 본고장이라 했던가? 무이네 항만에선 이 말을 200퍼센트 증명해주는 풍경이 펼쳐진다. 항구인 동시에 노천 수산 시장이 열리는 이 일대는 베트남 어촌의 진수를 보여준다. 남중국해의 작은 고깃배를 몽땅 끌어 모은 듯한 어마어마한 수의 어선이 앞바다에 모여 있다. 우리나라 시골에서 즐겨 쓰는 일명 ‘고무 다라이(대야)’ 모양의 작은 배를 탄 여인들이 고깃배와 육지 사이를 오가며 오늘의 어획물을 열심히 실어 나른다. 간혹 대바구니 같이 생긴 배도 보이는데, 그게 진짜 베트남 전통 배다. 갓 잡은 어패류는 컬러풀한 플라스틱 바구니와 자루에 담아 즉석에서 흥정을 한다. 흥정이 한창일 때는 아무리 옆에서 알짱거리며 사진을 찍어도 아무도 개의치 않는다. 해산물을 빨리 팔아치우는 것 외엔 안중에도 없는 듯 말이다. 덕분에 진귀한 구경을 맘껏 할 수 있다. 바다와 육지를 잇는 가파른 계단 위, 하릴없이 아이스크림을 빨며 멍하니 바다를 응시하는 사람과 어깨에 지게를 진 채 초를 다투며 분주하게 움직이는 사람이 묘하게 어우러진다. 바다와 사막은 언뜻 상반된 이미지 같지만 판티엣에서 이 둘은 자연스럽게 공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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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이네 항만에 모여 있는 수많은 어선. 그 앞으로 갓 잡아 올린 해산물을 흥정하는 수산 시장이 열리고 있다.

Can Gio

베트남판 정글의 법칙, 껀저



호찌민에도 바다가 있다


호찌민엔 식민지 시대의 건축과 역사 유적, 맛깔 나는 베트남 남부 미식이 넘쳐난다. 한 가지 아쉬운 점도 있다. 바로 바다가 없다는 것. 즉 싱싱한 해산물이 귀하다는 뜻이기도 하다. 사실 호찌민에 바다와 해변이 전혀 없는 건 아니다. 도시 남쪽 끝, 사이공 강이 바다로 흘러가는 바로 그 지점에 야자수로 둘러싸인 섬 껀저가 자리한다. 호찌민 시 중심가에서 약 60킬로미터 떨어진 껀저까지 페리를 타고 강을 건너 갈 수 있다. 버스와 승합차, 수많은 오토바이를 태운 페리가 서서히 강을 건넌다. 선박 머리에 헬멧을 쓴 채 오토바이 위에 올라탄 무리를 보니 우리나라 가수 크레용팝이 떠올라 피식 웃음이 나온다. 몇 분 지나지 않아 한가로운 섬마을이 가까워진다.


개펄에서 찾은 즐거움


아침 일찍 주변을 산책하려 껀저의 숙소를 나선다. 이미 중천에 떠버린 해 때문에 땀이 비 오듯 쏟아진다. 멀지 않은 곳에 드넓은 바다가 펼쳐져 있다. 껀저는 강 하류로 흘러내려온 침전물로 이루어진 섬이기 때문에 이곳 해변은 모래사장이 아닌 개펄이다. 밤사이 해변을 가득 메웠을 바닷물은 이미 저만치 달아나버렸다. 단단한 해변은 걷기에 좋다. 바닥에 숭숭 뚫린 구멍 사이로 손톱만 한 게가 정신 없이 들락거린다. 나에겐 할 일 없는 이 시간이 이들에겐 가장 바쁜 시간일지도. 바닷물이 허벅지에 이르는 곳에서 소년 한 무리가 무언가를 열중하고 있다. 자기들끼리 치고박고 달리며 꽤나 즐거워 보인다. 무료하기만 할 것 같은 동네에서도 어떻게든 재미는 찾게 마련인가 보다. 해변을 따라 이어지는 길에는 줄 지어 선 텅 빈 가게마다 해먹이며 간이 의자를 내놓고 기약 없는 손님을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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껀저의 아름다운 개펄 해변. 펄에는 여러 조개와 게가 서식하고 있다.



해산물 요리의 정석


해변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있는 작은 실내 수산 시장. 딱 노량진 수산 시장의 축소판이다. 바구니마다 종류가 다른 물고기와 조개류를 넣어놓고, 지나가는 손님을 놓칠새라 흥정을 한다. 한 현지인이 조개 몇 종류와 소라를 사더니 그걸 들고 시장 귀퉁이로 간다. 그곳에는 흡사 신림동 순대촌을 연상시키는 간이 조리대가 있었는데, 손님이 사 온 해산물을 받아 든 아주머니가 재빠른 손놀림으로 양념을 버무리고 조리를 시작한다. 조개는 직화로 굽고, 낙지는 냄비에 넣어 데쳐내는 식이다. 일사천리로 이뤄지는 이 과정은 알고 보니 시장에서 해산물을 구입하면 무료로 제공하는 서비스란다. 해산물의 신선함은 말할 것도 없고, 가격 또한 저렴하다. 우리 돈으로 1만 원 정도면 들기도 힘들 만큼의 봉지가 품에 안긴다. 사실 조리대에서 풍기는 냄새를 맡고도 해산물을 구입하지 않기란 불가능에 가깝다. 그 짙은 유혹 때문에 아침나절부터 매콤 달콤한 양념을 얹은 가리비, 레몬그라스와 마늘을 듬뿍 넣어 데친 백합까지 모두 먹어치운다. 이미 아침을 먹었는데도, 그렇게 맛있을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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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입한 해산물을 즉석에서 요리해주는 껀저의 수산 시장.



맹그로브 숲엔 누가 살길래


구글 맵에서 껀저를 검색해보면 땅이 온통 초록색이다. 섬 자체가 울창한 맹그로브 숲이기 때문이다. 껀저 삼림원(Lam Vien Can Gio)에 가면 껀저의 독특한 자연환경을 확실하게 체험할 수 있다. 뿌리를 땅 위로 뽑아 올린 듯한 맹그로브 나무가 숲을 이루는 삼림원은 넓이가 7만 헥타르에 달한다. 안에는 현지 동식물과 지역의 전쟁사를 다루는 박물관이 있으며, 보트를 타고 일대를 돌아볼 수 있다. 숲에는 수많은 원숭이가 서식하고 있어 ‘몽키 아일랜드’라고도 부르는데 개체수가 엄청나게 많은 이놈들, 날강도가 따로 없다. 먹을 수 있든 없든 일단 낚아채기 일쑤다. 웃으며 돌아가고 싶다면 선글라스, 모자, 작은 가방, 휴대폰 등은 숨기는 게 좋다. 여행자를 태운 보트가 시원하게 물살을 가른다. 흙탕물이어서 깊이를 가늠할 수 없는 데다 악어 1마리만 있으면 완벽할 듯한 풍경이 어쩐지 으스스하다. 많은 여행자가 베트남 전쟁의 흔적을 찾아 호찌민 근교 구찌 터널로 가곤 한다. 껀저 역시 과거 격력한 전투가 벌어진곳으로, 베트남의 3대 혁명 사적지 중 하나다. 맹그로브 나무 사이를 연결하는 목재 다리는 전투 당시의 모습 그대로 재현한 군사 움막으로 이어진다. 완벽한 카무플라주란 바로 이런 것이 아닐까. 한때는 살벌했을 이 베트남 전장엔 이제 살금살금 늪을 오가는 진흙 게만 남아 모험심 가득한 여행자를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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맹그로브 숲의 늪지대에 자리 잡은 옛 군사 움막





MAKE IT HAPPEN

가는 방법

베트남 항공이 인천국제공항에서 호찌민 탄손낫(Tan So’n Nhat) 국제공항까지 주 4회 직항편을 운항한다(44만5,000원부터, vietnamairlines.com). 호찌민에서 무이네까지는 차로 약 3시간 거리다. 1번국도를 다니는 여러 투어 버스가 무이네에 정차한다. 요금은 약 17만 동. 호찌민에서 껀저까지는 차나 오토바이를 이용할 수 있으며, 약 2시간 걸린다. 호찌민에서 15킬로미터 떨어진 옛 미 해군 기지 빈칸(Binh Khan)에서 페리를 타고 껀저에 닿을 수 있다(오토바이 2,000동, 자동차 1만 동). 1,000동은 한화 약 50원이다(2014년 2월 기준).


Photographs : Choi Eun-Joo, Sim Ji-Ah


심지아는 〈론리플래닛 매거진 코리아〉의 에디터다. 
판티엣에 머무는 동안 한국에선 비싼 드래건푸르트를 하루에 5개씩 먹어치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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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onely planet 론리플래닛 매거진 코리아 : 3월 안그라픽스 편집부 | 안그라픽스
광활한 호주 대륙 동남쪽 끝에서 240킬로미터 거리에 위치한 태즈메이니아 섬. 호주의 6개 주 중 하나인 태즈메이니아 주는 손꼽을 만큼 때묻지 않은 자연으로 유명하다. 전체 면적의 약 40퍼센트가 국립공원이자 세계문화유산으로 보존되고 있을 정도. 주도는 호바트(Hobart)로 야생 탐험을 시작하기에 가장 이상적인 도시지만 지난해 론리플래닛은 호바트의 자연보다 예술적 면모에 주목하며 꼭 가봐야 할 곳으로 선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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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ㆍ사진 | 론리플래닛매거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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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onely planet 론리플래닛 매거진 코리아 (월간) : 4월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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