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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병철 “투명사회는 새로운 통제사회일 뿐”

『피로사회』 에 이어 『투명사회』 출간 투명사회는 신뢰사회가 아니라, 통제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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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병철 베를린 예술대학 교수의 신작 『투명사회』 가 출간됐다. 지난 2012년, 한국어판으로 출간되어 화제를 모았던 『피로사회』 에 이은 저작으로 ‘투명성’에 대한 독일의 주류 담론을 정면으로 비판하고 있다. 한국어판 『투명사회』 는 2012년 작 『투명사회』 와 2013년 작 『무리 속에서-디지털의 풍경들』 을 완역해 한 권으로 묶었다.

재독철학자 한병철은 현재 베를린 예술대학 교수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는 한편, 거의 매달 독일 언론에 글을 발표하고 있다. 2012년 한국에 소개되어 국내 주요 언론에서 ‘올해의 책’으로 선정된 전작 『피로사회』 는 자기 착취에 빠진 현대사회의 성과주의를 고발해 독일에서 커다란 사회적 반향을 일으켰고, 신작 『투명사회』 는 ‘투명성’에 대한 전복적 사유로 독일 사회에 격렬한 논쟁을 불러왔다. 지난 3월 11일, 『투명사회』 한국어판 발간을 기념해 내한한 한병철 교수는 기자간담회에서 “현재 사회는 모든 영역에서 투명성이 강조되고 있다. 투명성이 더 많은 민주주의, 정보의 자유를 가져다 줄 것으로 기대하지만 투명사회는 신뢰사회가 아니라 새로운 통제사회”라고 밝혔다.




신뢰가 없기 때문에 투명을 요구하는 것

한병철 교수의 『투명사회』 는 독일에서 『피로사회』 보다 더 논란이 됐던 책이다. 긍정적인 가치로 여겨지는 ‘투명성’에 대해 반기를 들었기 때문. 한병철 교수는 “정치, 문학, 의료 등 모든 영역이 투명을 요구 받고 있는 이 시대는 투명성이 곧 이데올로기가 됐다. 그러나 투명해짐으로써 신뢰를 회복할 수는 없다. 투명이 신뢰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신뢰가 없기 때문에 투명을 요구하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투명사회』 에서 한 교수는 투명에 대한 요구가 높아지면서, 역설적으로 자발적 감시와 통제가 심해졌다고 지적한다. 투명성에 대한 강박이 인간마저 평준화하여 시스템의 기능적 요소로 만들어버렸다는 것이다. 한병철 교수는 “불신이 곧 투명의 요구의 전제 조건”이라고 말했다.

“현대의 유권자는 소비자다. 공동체를 함께 만들어가겠다는 능동적인 관심이 없고, 마음에 들지 않는 상품이나 서비스에 대해 불만을 터뜨리는 소비자가 되었다. 유권자가 정치에 수동적으로 반응하게 되면서 정치와 정당 역시 소비의 논리를 추종한다. 정치인은 납품업자가 됐고, 유권자는 정치인의 스캔들과 추문에만 관심을 쏟는 수동적인 소비자, 구경꾼의 민주주의가 되었다.”

한병철 교수는 독일 사회가 ‘구경꾼의 민주주의’ ‘관객의 민주주의’로 변모했다고 강조했다. 유권자들이 요구하는 ‘투명성’이 정치적 결정과정이 아닌, 정치인의 스캔들에만 사용된다는 것. 투명성의 핵심은 ‘즉각 볼 수 있게 공개하는 것’인데, 이같은 투명성은 시간이 많이 필요한 사유의 공간이 부족해져 미래를 볼 수 있는 능력이 적어진다. 한 교수는 “현재지향적인 투명성은 미래를 볼 수 없고 정치의 호흡을 짧게 만든다. 비전과 통찰은 나오기 힘든 환경”이라고 말했다.

“효율적인 통제사회는 자발적으로 내 정보를 밖으로 내보내는 상태다. 요즘 사람들은 내 감정 같은 시시콜콜한 정보를 스마트폰으로 모두 노출한다. 예전에는 고문을 해서 강요로 말하게 했던 것을 이제는 스스로가 원해서, 자유롭다고 느끼면서 정보를 보낸다. 스마트폰은 고문의자, 성당에서 고해성사를 할 때 앉는 의자와 완전히 다르지 않다.”

우리가 자유롭다고 착각하며 즐기는 투명성을 한병철 교수는 “포르노 사회”로 표현했다. 한 교수는 “만약 우리가 모든 걸 볼 수 있는 사회에 산다고 생각한다면, 그게 천국일지 지옥일지 되짚어봐야 한다”며, “안 보이니까 욕망도 생기고 꿈도 생기고 상상도 생기는 게 아닌가? 다 보이는 사회에서는 꿈을 찾을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귀스타브 플로베르의 『마담 보바리』 를 인용하며, “이 작품은 외설적이라는 이유로 작가가 심판을 받았다. 그러나 작품의 어디에서도 외설적인 표현은 없었다. 작가가 아무것도 보여주지 않았기 때문에 에로틱한 긴장감을 높인 것이다. 보여줌으로써 에로스는 사라진다”고 밝혔다.




걱정상자, 항상 기분이 안 좋은 철학자

국내에서 8만 부 이상이 팔린 『피로사회』 는 독일에서 2010년 출간 당시, 2주 만에 매진이 되어 화제를 모았다. 독일 주간지 디 차이트(Die Zeit)는 『피로사회』 를 두고 “사람들이 편안하게 안주하고 있는 현 시대의 확신을 한 편의 짧은 에세이로 이토록 간단히, 그러면서도 이토록 강력하게 뒤흔들어놓은 사례는 찾아보기 힘들다”고 평했다. 한병철 교수는 “독일 신문은 나를 ‘걱정상자’ ‘항상 기분이 안 좋은 철학자’로 부른다”며, “나는 다른 철학자들과는 다르게 신문기자처럼 글을 많이 쓴다. 글을 쓰고 그에 따른 반응, 비평을 보는 걸 즐긴다. 공항에 가면 가판대에 수두룩하게 쌓여 있는 신문들을 보면 기분이 좋다”고 말했다.

독일에서 한병철 교수는 스마트폰, 자동차를 사용하지 않는다. 통화 수단으로 사용하는 것은 이메일이 전부다. 그는 “우리를 자유롭게 하는 게 아니라 모든 게 통제의 도구다. 안 쓰면 더 자유로워진다”고 말했다. 한 교수는 미국의 서양화가 제니 홀저의 “내가 좋아하는 것으로부터 나를 보호해 달라”라는 말을 인용하며, “통제가 되는 것이 스마트 권력”이라고 밝혔다. 그가 바라본 현대 사회는 정신 없이 일하고 정신 없이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시대다. 노이즈가 없어야 정신이 생겨나는데, 언제나 노이즈 환경 속에 있으니 우리는 지배를 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 교수는 『투명사회』 에서 “스마트폰이 만인이 만인을 감시하는 ‘디지털 파놉티콘(감시체계)’ 구축에 봉사하는 도구로 비친다”고 밝혔다.

한병철 교수는 다음 학기에 ‘아름다움’에 대한 강의를 준비하고 있다. 한 교수는 “칸트의 미학을 다루는 게 아니라 현재의 아름다움을 다룰 것이다. 요즘 독일 사람들은 매끈한 피부를 갖기 위해 털을 모두 없애고 있다. 왜 매끈한 것을 좋아하게 되었는지, 왜 아이폰은 매끄럽게 만들어졌는지, 디지털 사회가 되면서 미에 대한 감각이 어떻게 발전하는지에 대해 살펴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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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명사회 한병철 저 | 문학과지성사
『피로사회』 의 저자 한병철 교수의 신작 투명사회가 출간되었다. 이 책에서 그는 투명성의 전체주의적 본질에 대한 전복적인 성찰을 시도한다. 저자에 따르면 투명성은 ‘신자유주의의 요구’다. 그것은 모든 것을 무차별적으로 밖으로 표출시키고 정보로 전환시킨다. 반면 낯선 것, 모호한 것, 이질적인 것들은 투명성의 이름으로 해체된다. 투명사회는 부패 근절과 정보의 자유라는 관점에서만 바라보면 결코 깨달을 수 없을 투명성의 시스템적 폭력성을 한병철 특유의 간결한 문체로 날카롭게 파헤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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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엄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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