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그룹러브(Grouplove), 신개념 ‘아레나 록 밴드’

마치 다른 행성에서 날아온 듯한 생소함과 신선함

  • 페이스북
  • 트위터
  • 복사

이름은 낯설지 몰라도, 애플 아이팟 광고를 접한 분들에게 「Tongue tied」 는 익숙한 곡일 겁니다. 영국의 음악전문지 《NME》가 '아무도 주위에 죽은 사람이 없는 아케이드 파이어'라 설명하는 밴드, 그룹러브의 신보입니다.

그룹러브(Grouplove) 『Spreading Rumors』


어떻게 하면 더 진중하게, 더 심각해질까를 고민하는 현 밴드 세태에서 주체할 수 없는 ‘활력’을 무기로 하는 밴드가 있다. 2009년 결성된 LA 출신 5인조 그룹러브(Grouplove)의 음악은 밝고 경쾌하며 따라 부르기 쉬운, 팝 그 자체다. 멤버들의 얼굴에서도, 날카로운 희화화로 주목을 받은 뮤직비디오에서도(「Ways to go」) 웃음이 떠나가질 않는다. 데뷔앨범 수록곡 「Tongue tied」 를 배경음으로 사용한 애플 아이팟 광고는 「Share the fun」 이라는 캐치프레이즈로 그룹의 가치관을 훌륭히 대변해주었다. 가식 없는 순수함은 ‘청춘’이라는 단어와의 거리를 좁힌다.

‘아무도 주위에 죽은 사람이 없는 아케이드 파이어’라는 《NME》의 설명은 키보드를 맡은 여성 멤버 한나 후퍼(Hannah Hooper)와 기타를 치는 크리스찬 주코니(Christian Zucconi)의 발랄한 합창을 가장 잘 설명하는 문구다. 「Ways to go」 의 전자음과 「Borderlines and aliens」 의 강한 이펙터 사용으로 만들어내는 사이키델릭한 사운드, 그 속의 캐치한 멜로디는 플레이밍 립스(The Flaming Lips)의 것이다. 「Raspberry」 는 마치 픽시스(Pixies)의 재림 같다. 이외에도 수많은 반면교사들이 있지만 그저 그런 카피 밴드로 남지 않은 이유는 특유의 쾌활함과 긍정적 메시지 때문이다. 플레이밍 립스보다 배는 더 역동적이며 아케이드 파이어는 비교도 되지 않는다. ‘힙스터보단 히피가 될래’라 외치는 「Hippy hill」 의 선언 하에 똘똘 뭉친 이들이다. 감미로운 피아노 선율로 시작해 ‘Ah Ah Ah Ah, Oh Oh Oh Oh’라는 환희의 합창을 유도하는 「I'm with you」 가 처음부터 앨범의 의도를 확실히 각인시킨다. 이와 같은 유려한 완급 조절은 어쿠스틱을 가장한 덥스텝 「Shark attack」 에서도 다시 한 번 등장하며 절정의 순간에 다가서게 한다. 게다가 「Schoolboy」, 「Sit still」 과 같은 감미로운 선율을 통해 모두를 감상에 젖게 하는 데도 능하다. 이 모든 곡들이 캐치한 멜로디를 바탕으로 하니 신개념 ‘아레나 록 밴드’라 부르는 데 조금도 부족함이 없다.

각종 강박관념, 의무감, 허세에 사로잡혀 좀처럼 기발한 결과물을 찾아보기 힘든 현 음악계에서 그룹러브는 마치 다른 행성에서 날아온 듯한 생소함과 신선함을 갖췄다. 즐거움을 수준 낮음이라 규정하며 애써 감정을 이입하려 드는 우리들에게 이 ‘외계인’들은 결코 잊히지 않을 청량한 쾌감으로 생각의 ‘경계선’을 넘어 순수한 환희와 사랑을 꿈꾸게 한다. 가사 한 마디 인용하자면, ‘정말-정말-정말 고마워요!(Ari-ari-ari Gato!)’

글/ 김도헌(zener1218@gmail.com)

[관련 기사]

-김바다, 대중성과 음악성의 절묘한 조합
-써드 스톤(Third Stone), 난생처음 엄청난 흥분에 몸을 맡겨라!
-‘시대의 대변자’를 꿈꾸는 아케이드 파이어
-바스티유(Bastille), 이 시대 가장 혁명적인 밴드!
-변신을 통한 성장 - 악틱 몽키스(Arctic Monkeys)



‘대한민국 No.1 문화웹진’ 예스24 채널예스

이 기사가 마음에 드셨다면 아래 SNS 버튼을 눌러 추천해주세요.

독자 리뷰

(2개)

  • 독자 의견 이벤트

채널예스 독자 리뷰 혜택 안내

닫기

부분 인원 혜택 (YES포인트)
댓글왕 1 30,000원
우수 댓글상 11 10,000원
노력상 12 5,000원
 등록
더보기

글 | 이즘

이즘(www.izm.co.kr)은 음악 평론가 임진모를 주축으로 운영되는 대중음악 웹진이다. 2001년 8월에 오픈한 이래로 매주 가요, 팝, 영화음악에 대한 리뷰를 게재해 오고 있다. 초기에는 한국의 ‘올뮤직가이드’를 목표로 데이터베이스 구축에 힘썼으나 지금은 인터뷰와 리뷰 중심의 웹진에 비중을 두고 있다. 풍부한 자료가 구비된 음악 라이브러리와 필자 개개인의 관점이 살아 있는 비평 사이트를 동시에 추구하고 있다.

오늘의 책

20세기 가장 위대한 시인의 대표작

짐 자무시의 영화 〈패터슨〉이 오마주한 시집. 황유원 시인의 번역으로 국내 첫 완역 출간되었다. 미국 20세기 현대문학에 큰 획을 그은 비트 세대 문학 선구자, 윌리엄 칼로스 윌리엄스의 스타일을 최대한 살려 번역되었다. 도시 패터슨의 역사를 토대로 한, 폭포를 닮은 대서사시.

본격적인 투자 필독서

네이버 프리미엄콘텐츠' 경제/재테크 최상위 채널의 투자 자료를 책으로 엮었다. 5명의 치과 전문의로 구성된 트레이딩 팀으로 국내는 물론, 해외 최신 기술적 분석 자료까지 폭넓게 다룬다. 차트를 모르는 초보부터 중상급 투자자 모두 만족할 기술적 분석의 바이블을 만나보자.

타인과 만나는 황홀한 순간

『보보스』, 『두 번째 산』 데이비드 브룩스 신간. 날카로운 시선과 따뜻한 심장으로 세계와 인간을 꿰뚫어본 데이비드 브룩스가 이번에 시선을 모은 주제는 '관계'다. 타인이라는 미지의 세계와 만나는 순간을 황홀하게 그려냈다. 고립의 시대가 잃어버린 미덕을 되찾아줄 역작.

시는 왜 자꾸 태어나는가

등단 20주년을 맞이한 박연준 시인의 신작 시집. 돌멩이, 새 등 작은 존재를 오래 바라보고, 그 속에서 진실을 찾아내는 시선으로 가득하다. 시인의 불협화음에 맞춰 시를 소리 내어 따라 읽어보자. 죽음과 생, 사랑과 이별 사이에서 우리를 기다린 또 하나의 시가 탄생하고 있을 테니.


문화지원프로젝트
PYCHYESWEB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