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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의 선물>에 소개된 도서 『어머니 이야기』

아이를 찾기 위한, 어머니의 슬프고도 아름다운 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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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데르센의 걸작 동화 『어머니 이야기』 는 ‘죽음’의 사자, ‘밤’의 여신, 생명의 ‘커다란 온실’ 등 안데르센 특유의 상상력이 돋보이는 환상적인 이야기와 함께, 자식을 위해서라면 어떤 고통도 달게 받아들이는 어머니의 사랑을 그린 작품이다. 한국어린이도서상을 수상한 그림작가 조선경의 섬세하면서도 강렬한 그림으로 원작의 신비로운 분위기를 되살려냈다.


3일 첫 방송된 SBS 새 월화드라마 <신의 선물-14일>은 아이를 찾는 엄마의 내용을 그린 동화 『어머니 이야기』를 읽는 김수현(이보영 분)의 내레이션으로 시작됐다. 조승우, 이보영, 김태우, 정겨운, 김유빈, B1A4 바로, 연제욱, 한선화, 노민우 등 화려한 캐스팅과 스릴러 영화를 연상케 하는 스토리가 벌써부터 화제이다. 다음은 『어머니 이야기』의 역자 후기이다.

 

 

죽음이 언제 아이의 가냘픈 숨을 앗아갈까 공포에 떨며 침대맡에서 간절히 기도하는 어머니. 나는 이 여인을 안다.

‘죽음’이 아이를 데려간 뒤 수많은 밤을 슬픈 기도로 지새우고, 고통의 가시를 품에 끌어안아 가슴에서 피가 흐르고, 두 눈이 빠져버릴 정도로 눈물을 흘리는 어머니. 나는 이 여인을 안다. 나의 엄마.

팔순 생일잔치를 치르고 바로 한 달 뒤 갑자기 외아들의 죽음을 맞이한 엄마는 충격으로 쓰러져 한없이 울었다. 부질없는 후회와 아쉬움과 공포와 허망함이 그녀의 마음을 갈가리 찢었다. 안데르센의 『어머니 이야기』 를 번역하는 내내 채 일 년도 안 된 나의 오빠와의 사별의 기억이 생생히 다시 살아났고, 나는 아직도 계속되고 있는 우리 가족의 애도 과정을 다시 들여다보게 되었다. 안데르센의 작품을 통해서 죽음을 좀 더 객관적으로 관찰하게 되었고, 이제까지 막연히 지나치던 여러 의미들을 새로이, 깨끗하게 정의하게 되었으니 나에게는 이 번역이 심리치료였다.

이 책은 원서로 다섯 페이지 정도의 짧은 글이지만, 그 내용은 결코 단순하지 않다. 일단 어린아이의 죽음이라는 슬픈 엔딩은 선뜻 받아들이기 어렵다. 안데르센이 이 글을 썼을 당시는 영아 사망률이 높았고, 아이를 잃은 부모는 ‘일찍 죽는 게 죄악과 고통의 세상을 사는 것보다 낫다’고 위안을 삼았다. 하지만 그게 꼭 안데르센 시절의 이야기만은 아니다. 요즘도 일찍 죽은 사람들에게 흔히 바치는 애도문 중의 하나가 ‘고통이 없는 그곳에서 편히 쉬소서’이지 않은가.

『어머니 이야기』 는 과연 자식을 일찍 잃은 부모에게 위로를 주기 위한 글일까? 그렇다면 아이의 죽음과 상관없는 대부분의 독자들에게 이 이야기는 도대체 무슨 의미가 있는가?

그 질문에 대한 답은 ‘어머니’의 말에서 찾아볼 수 있다. ‘죽음’이 자기보다 먼저 자신의 집에 와 있는 어머니를 보고 놀라 묻는다. 어떻게 이렇게 빨리 올 수 있었냐고. 어머니의 대답은 간단하다.

“저는 엄마니까요.”

바로 이 ‘저는 엄마니까요’라는 말은 이 이야기에서 가장 중요한 주제이다.
모성애.

『어머니 이야기』 는 자식을 위해서라면 어떤 고통도 달게 받아들이는 어머니의 사랑에 관한 작품이다. 흥미롭게도 우리는 어머니에게서 모성애의 두 가지의 상반되는 선택을 목격한다. 처음에 어머니의 소망은 단 하나다. 아이를 살려서 같이 사는 것이다. (“제가 우리 아가랑 계속 살 수 있겠지요?”) 아이를 죽음의 사자에게서 되찾기 위해 길을 떠나 온갖 고생을 이겨내는 어머니는 자기의 눈을 빼어가면서, 문자 그대로 맹목적 헌신의 모성애를 실천한다. 그러나 이야기의 마지막에서 어머니의 기도는 돌변한다. “제 아이를 모든 불행에서 구해주세요”로. 그리고 그녀는 아이를 포기한다. (“차라리 데려가세요!”) 자신의 죽음을 불사하면서 아이를 지키려던 어머니는 아이를 죽음의 세계로 놓아보내주는 어머니로 변화한다. 어머니는 아이를 위해서라면 어떤 고통도-그것이 자식을 죽음으로 떠나보내는 고통이더라도-감수하려는 것이다. 두 어려운 선택 모두 아이를 자신보다도 더 사랑하는 ‘엄마라서’ 가능한 것이다. 『어머니 이야기』 는 이렇듯 “저는 엄마니까요”에서 출발하고, “저는 엄마니까요”로 마무리 지어진다.


쉽지 않은 선택이다. 어머니는 혼돈을 겪는다. 그녀의 혼돈은 단숨에 드리는 두 개의 상반되는 기도에서 드러난다 “가엾은 제 아이를 구해주세요” 하고는 곧 이어서 “하느님의 나라로 데려가주세요”라고 부르짖는다. 거기에 “제 눈물은 잊어주세요. 제 기도도 잊어주세요”라고 덧붙인다. ‘죽음’은 어머니가 원하는 게 무엇인지 도대체 이해할 수 없어서 그녀에게 묻는다. “네 아이를 돌려달라고 하는 것이냐, 아니면 아이를 네가 알지 못하는 곳으로 데려가달라고 하는 것이냐?”라고.

그러나 어머니는 더 이상 죽음의 사자에게 대답하지 않는다. 죽음의 사자는 삶과 죽음에 아무런 권한이 없는, 하느님의 심부름꾼일 뿐이기 때문이다. 대신 어머니는 하느님께 기도를 한다. “저의 기도가 당신의 뜻에 어긋난다면 듣지 마소서. 당신의 뜻이 가장 좋은 것이기 때문입니다.”

아이를 옆에 두고 싶은 엄마의 사랑이 ‘하느님의 뜻’ 앞에서 재조정되는 순간이다. 자신은 아이를 죽음에서 구해주려고 하나, 죽음으로 데려가는 게 하느님의 뜻이라면? 그녀는 자신의 욕구와 하느님의 뜻이 일치하지 않음을 깨닫는다. 죽음의 이후는 ‘미지의 땅’이고 그것은 말 그대로 어떤 곳인지 알 수 없는 곳이지만, 그녀는 하느님의 뜻에 승복한다. 하느님의 뜻이 항상 옳고 선하다는 믿음이 있기에 그녀는 목숨만큼 사랑하는 아이를 선뜻 내놓는 것이다. 아이 없이 사는 자신의 삶이 곧 죽음과 다를 바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말이다.

그렇게 이성적인 판단을 내리지만 어미로서 느끼는 거의 동물적인 보호본능, 아이를 곁에 두고 사랑해주고 싶은 욕심은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그래서 그녀는 자기의 기도를 듣지 말아달라는 아이러니한 기도를 올린다. “저의 기도가 당신의 뜻에 어긋난다면 듣지 마소서”라는 말은 아이와 함께하고 싶은 본능적 욕심을 아이의 안녕을 위해 포기하는 어머니의 절절한 사랑의 천명이다.

뇌사 상태의 아들이 깨어나게 해달라고, 아들을 살려달라고 피눈물의 기도를 하던 나의 엄마도 비슷한 과정을 겪었다. 어느 날 엄마는 처절한 괴로움을 누르고 “하느님, 당신의 뜻을 구합니다. 당신의 뜻을 따르겠습니다”라는 기도를 올렸다. 그리고 “신열아, 네가 힘들지 않는 게 내가 원하는 것이다. 너만 좋으면 된다”는 기도로써 아들에게 자유를 주었다. 다음날 오빠는 숨을 거두었다. 안데르센의 ‘어머니’나 나의 엄마나 그렇게 아이를 놓아주는 모성애를 실천하기까지, 그리고 아이를 위해서라면 모르는 세계에 아이를 던질 수 있는 믿음에 이르기까지 끔찍한 고통의 과정을 겪어야 했다. 두 눈이 빠질 정도로 울어야 했다. 두려운 암흑 속에서 헤매어야 했다.


‘죽음’에게서 돌려받은 어머니의 눈은 더 밝고 더 잘 보인다고 했다. 그 눈을 통해서 그녀가 절대자, 자신, 아이의 관계를 정확하게 보게 되었다는 것은 우연이 아니다. 이전의 그녀가 ‘아이를 데리고 살겠다’라는 욕심으로 눈이 멀어 있었다면 그녀가 다시 찾은 새 눈은 소유욕 때문에 볼 수 없었던 절대자의 선한 뜻을 파악한다. 바로 그 성숙한 시각이 있기에 그녀는 아파하면서도 담대히 아이를 내놓을 수 있었다. 그런 성숙을 위해 고통, 암흑, 눈물의 천로역정이 필요했던 것이리라.

‘죽음’이 아이를 데리고 떠난 뒤, 기도를 마친 어머니는 눈물로 범벅이 된 얼굴을 들면서 무슨 생각을 했을까? 그 후 그녀는 어떻게 살았을까? 아이가 없는 외로움과 슬픔을 그녀는 어떻게 극복했을까? 어쩌면 나의 엄마와 같은 모습이 아니었을까?

만약 그녀가 나의 엄마와 같은 모습이었다면 그녀는 많이 울었을 것이다. 하루에도 수백 번 슬픔으로 주저앉았을 것이다. 그러나 그렇게 매번 무너질 때마다 다시 일어나 묵묵히 하루하루를 살아갔을 것이다. 엄마니까…….

‘죽음’이 아이를 데려간 것을 발견한 순간, 시계추가 떨어지고 시간이 정지되었다는 구절이 있다. 참으로 적확한 상황 묘사이다. 사랑하는 이의 죽음은 살아 있는 사람의 시간을 정지시켜버린다. 삶은 유보되고, 숨만 쉬고 있지 사는 게 사는 것 같지 않은 상황이 된다.

오빠가 뇌사판정을 받은 뒤 나의 부모님께도 시간이 멈춰버렸다. 시계추는 가슴을 도려내는 듯한 고통의 현재 속에 멈추어 있었다. 하루하루가 죽지 못해 사는 삶이었다. 고문이었다.

그러나 부모님은 안데르센의 ‘어머니’처럼 자유롭게 놓아주는 사랑을 선택했다. 그러고 나서 어느 순간부터인가 팔순의 부모님이 단 둘이 사는 집에 시계추가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돌이킬 수 없는 과거로 돌아가려는 무의미한 노력은 끝났다. 죽음을 다시 돌리고 싶어하던 부질없는 욕심도 사라졌다. 이제 그들은 얼마 남지 않은 삶을, 미래를 향해 정확히 움직이는 시계추에 맞추어 열심히, 조금씩 전진해나가고 있다. 그들이 곧 향하게 될 ‘미지의 땅’에서 아들이 기다리고 있다는 사실이 그들을 기쁘게 한다. (옮긴이의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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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 이야기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 저/강신주 역/조선경 그림 | 북하우스
『어머니 이야기』 는 안데르센의 동화 중에서도 뛰어난 작품성을 인정받은 숨은 명작으로, 아이를 데려간 ‘죽음’으로부터 아이를 되찾아오기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내주며 동분서주하는 한 어머니의 절절한 모성을 담고 있다. 또한, 가까운 이의 ‘죽음’이라는 인생의 통과의례를 모티브로 하여 슬픔, 절망, 인정이라는 애도의 과정이 그려지면서 독자에게 깊은 여운을 남긴다. 그만큼 안데르센이 인생의 기쁨과 즐거움뿐만 아니라 슬픔과 시련을 다루는 데에도 뛰어나다는 사실을 여실히 보여주는 걸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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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 이야기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 저/<강신주> 역/<조선경> 그림11,520원(10% +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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