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만연한 퓨전 국악의 관습을 좇지 않았다는 것이 이 음반의 으뜸가는 매력이다. 판에 박힌 발라드를 국악기로 연주하는 백밴드 수준의 결합, 상업성만 추구한 기계적이고 진부한 히트곡 리메이크 등의 애처로운 관행을 답습하지 않았다. 여기에서 현대음악과 우리 전통음악은 각자의 색을 간직한 채 아름답게 융화한다. 여성 5인조 국악 밴드 비단(Vidan)의 데뷔 EP <출사표>는 어울림과 신선함을 모두 쟁취했다.
브레이크비트, 빅 비트를 표방한 「성웅의 아침」은 북소리로 장르 특유의 강고함을 살리면서 해금과 대금 연주를 통해 역동성과 완급을 근사하게 연출해 보인다. 「출사표」는 대중음악의 기초에 판소리 형식의 가창으로 이채로움을 발산하고 「달빛의 왈츠」는 왈츠 구조에 밝은 선율의 우리 악기 연주, 합주가 나옴으로써 아기자기한 퓨전을 선사한다. 하우스풍 비트의 「신사랑가」는 하이햇 사운드를 우리 식으로 표현한 꽹과리 연주와 시부야케이의 국악화(化)가 인상적이다. 조금도 어색하지 않게 혼합을 잘 수행했다.
이 음반이 괜찮게 느껴지는 이유가 또 있다. 이들의 이름 옆에는 ‘한국의 보물을 노래하다’라는 캐치프레이즈가 함께한다. 수록곡들은 이순신 장군, 훈민정음, 춘향전, 아리랑 등 우리나라의 위인, 문화유산을 소재로 만들어졌다. 가사가 있는 노래라고 해도 소재로 삼은 유물을 직접 언급하지 않으며, 연주곡은 해설을 확인해야 어떤 구상을 했는지 비로소 가늠할 수 있지만 우리 문화를 선전하겠다는 지향은 그 자체로 값지다. 유튜브 페이지를 통해 수록곡들을 영어, 중국어, 러시아어 등으로 소개하는 모습은 친절함을 넘어 뜻 깊기까지 하다. 동영상들은 자기들의 노래 홍보가 주목적이 아니라 곡의 감이 된 문물을 설명하는 것이 우선이다. 실로 멋스러운 태도다.
생존, 유지가 여간 쉽지 않은 터전이지만 그래도 꽤 많은 퓨전 국악 그룹이 있다. 비단은 그중 다수처럼 무늬만 퓨전인 식상하고 답답한 음악을 들려주지 않아서 돋보인다. 또 한국 고유의 문화를 알리겠다는 각별한 취지 때문에 더 돋보인다. 이는 대중으로 하여금 비단의 음악을 특별하고 유의미하게 받아들이게 하는 매력이자 무기다. 이를 훌륭하게, 오래도록 지속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그래야 더 빛나 보일 수 있다.
이즘(www.izm.co.kr)은 음악 평론가 임진모를 주축으로 운영되는 대중음악 웹진이다. 2001년 8월에 오픈한 이래로 매주 가요, 팝, 영화음악에 대한 리뷰를 게재해 오고 있다. 초기에는 한국의 ‘올뮤직가이드’를 목표로 데이터베이스 구축에 힘썼으나 지금은 인터뷰와 리뷰 중심의 웹진에 비중을 두고 있다. 풍부한 자료가 구비된 음악 라이브러리와 필자 개개인의 관점이 살아 있는 비평 사이트를 동시에 추구하고 있다.
한국의 보물을 노래하는 ‘비단’ 의 데뷔앨범
‘출사표’ (Opening New Age)
새로운 개념의 문화콘텐츠가 등장했다.
한국의 보물을 노래하는 ‘비단’
'비단'은 여성 5인조(판소리, 가야금, 대금, 해금, 타악)로 구성된 현대국악 팀이다.
수 많은 퓨전국악 밴드와 그들의 다른 점은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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