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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온 뮤지컬 <셜록홈즈>, 돌아온 셜록 김도현

“세 살 더 먹은 셜록, 캐릭터의 성장을 표현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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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셜록은 스타일리즘적인 캐릭터고, 걸음이나 표정 하나하나 철저히 만들어낸 캐릭터예요. 그래서 셜록이라는 캐릭터를 어떻게 진화시킬 것인가를 생각하고 있죠. 셜록도 3살 정도 나이가 들었잖아요. ‘3년이란 세월 동안 얘는 어떤 변화가 있었을까?’ 대본에는 없지만 그런 디테일을 잡아내고 싶고, 캐릭터의 성장도 표현해 내고 싶고요.”

2011년 초연 이후 최고작품상, 극본상, 음악상 등 11개 트로피를 휩쓸며 3번의 앙코르 무대를 이어간 공연이 있습니다. 전국 10개 도시 투어가 성황리에 이뤄지는 동안 한편에서는 끊임없이 시즌2에 대한 궁금증이 일고 있었죠. 바로 3부작 시즌제로 이어지는 창작뮤지컬 <셜록홈즈>. 지난해 7월 쇼케이스를 통해 주요 장면과 뮤지컬 넘버들이 공개되면서 시즌2에 대한 기대는 더욱 커졌는데요. 드디어 시즌2 <블러디 게임>이 3월 한 달간 공연될 예정입니다. 셜록 역에는 시즌1 <앤더슨가의 비밀>에 이어 김도현 씨와 송용진 씨가 캐스팅됐는데요. 한창 셜록으로 변모하고 있는 김도현 씨를 신사동의 한 카페에서 만나 봤습니다.




“제작진이 똘똘 뭉쳐서 정말 열심히 해요. 15년 동안 배우생활하면서 연습실에 기술 스태프까지 매일 나오는 작품은 처음 봐요. 모든 스태프들이 다 나와서 자기네들끼리 문 잠그고 회의한다니까요(웃음).”

학창시절 코난 도일의 추리소설 『셜록홈즈』 를 좋아했던 기자는 얼마 전 방영된 영국 드라마 <셜록>까지 섭렵했던지라 뮤지컬 <셜록홈즈> 시즌2를 앞두고 반가운 마음이 컸습니다. 하지만 작품을 준비하는 입장에서는 시즌1이 큰 성공을 거뒀기 때문에 부담이 크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역시 남다른 준비가 이뤄지고 있군요.

“시즌1을 어떻게 만들었는지 알고 있고 그 결과도 알기 때문에 ‘이렇게 하니까 그런 결과가 나오는구나!’ 생각하죠. 연습을 시작한 지는 얼마 되지 않아서 다들 아직 대본을 들고 있어요. 하지만 시즌2는 더 강력하다고 생각해요. 더 치밀하고 음악을 비롯한 모든 표현도 세거든요. 시즌1이 5백석 규모에서 10명의 배우들로 채워졌다면 시즌2는 천석 규모에서 배우들도 25명이나 참여하고요. 이대로만 간다면 훨씬 멋진 작품이 나올 것 같아요.”

기자는 최근 뮤지컬 <웨딩싱어>에서 로비로 열연 중인 김도현 씨를 보았습니다. 김도현, 로비, 셜록… 지금 그 안에는 몇 명의 인물이 함께 숨 쉬고 있을까요?

“그렇긴 하죠. 요즘은 저보다 훨씬 심한 배우들이 많아요. 정말 원치 않는 문화이긴 한데, ‘요즘 뭐해?’라는 질문을 받았을 때 쉰다고 하면 정적이 흐르는, 할 일 없는 배우처럼 느껴지는 이상한 풍토가 생겼어요. <웨딩싱어>는 두 달 반 공연에 저는 7회만 남겨둔 상태라서 <셜록홈즈>를 연습하는 데 큰 무리는 없어요. 배우 욕심으로 치면 딱 좋은 스케줄이죠.”




뮤지컬 <셜록홈즈>의 시즌2 제목은 <블러디 게임>. 무슨 내용일까요?

“시즌1이 대중들이 받아들이기 쉬운 러브테마였다면 시즌2는 살인극을 다루고 있어요. 실존했던 잭이라는 살인자가 나오고, 미궁에 빠진 사건을 셜록이 풀어보겠다는 얘기인데, 드라마나 기존 작품에서 도움을 받지는 못해요. 오프닝 이후에 있는 얘기는 다 창작이거든요. 시대적인 배경이나 장치, 의상 모두 19세기고요. 휴대전화나 컴퓨터 없습니다(웃음).”

같은 작품을 몇 년 뒤 다시 공연하는 것은 배우로서 많은 의미가 있을 것 같습니다. <셜록홈즈>의 경우 같은 작품은 아니지만 ‘셜록’이라는 캐릭터를 어떻게 만들어갈 예정인가요?

“셜록은 스타일리즘적인 캐릭터고, 걸음이나 표정 하나하나 철저히 만들어낸 캐릭터예요. 그래서 셜록이라는 캐릭터를 어떻게 진화시킬 것인가를 생각하고 있죠. 셜록도 3살 정도 나이가 들었잖아요. ‘3년이란 세월 동안 얘는 어떤 변화가 있었을까?’ 대본에는 없지만 그런 디테일을 잡아내고 싶고, 캐릭터의 성장도 표현해 내고 싶고요.

2009년 <싱글즈> 때도 그를 인터뷰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러고 보니 김도현 씨는 이른바 ‘찌질이’나 ‘루저’가 아니면 ‘악한 사람’으로 대변되는 극단의 이미지가 있는 것 같아요.

“돌이켜 보면 제가 맡아온 역할들이 크게 두 분류로 나뉘긴 해요. 한쪽은 루저, 다른 한쪽은 악당 캐릭터. 코미디는 루저, 좀 진지한 역할은 악당 쪽에 가깝죠. 연극을 하다 처음으로 뮤지컬을 했던 작품이 <천사의 발톱>이었는데, 거기에서 1인 2역을 했어요. 쌍둥이 형제를 연기했는데 딱 이 두 캐릭터였죠. 두 가지 모습 모두 제 안에 있는 것 같아요. 제가 굉장히 화가 많이 나면 저쪽이고, 평상시에는 이쪽이죠. 셜록은 악당 쪽에 가깝고요.”

김도현 씨는 1999년 데뷔 이후 1년에 3~4편의 작품으로 관객들과 만나오고 있습니다. 꾸준히 무대에 선다는 것이 쉽지 않은 게, 그가 배우로서 관객과 소통할 수 있는 작품을 선호한다면, 무대는 티켓파워가 있는 배우를 선호하는 것이 요즘 공연시장의 실정입니다.

“저는 극하게 실험적이거나 창작자들끼리 행복한 작품은 좋아하지 않아요. 관객들과 소통할 수 있는 작품, 상업적인 작품을 얘기하는 게 아니라 실험적이더라도 관객들이 충분히 따라올 수 있는 작품이 좋아요. 어렵든 재밌든 슬프든 관객과 소통할 지점이 있다면 캐릭터나 비중은 가리지 않고요. 그런데 배우로서 좋은 작품을 만나는 건 그 다음 문제고, 저를 필요로 하는 작품을 만나기가 쉽지 않죠. 하루하루가 살얼음 같고, 항상 다음이 걱정되고요. 뮤지컬시장은 커졌지만 특정 배우에게 몰려 있는 경향이 있거든요. 요즘에는 배우가 관객을 불러 모으는 능력이 없으면 주인공으로 자격미달이니까요.”

항상 연극에 대한 남다른 애정을 밝혀왔는데, 작품 자체의 문제는 아니지만 연극은 뮤지컬보다 관객과 소통할 수 있는 범위가 좁지 않나 생각해봅니다.

“관객들이 찾아오게 하는 부분이 힘들죠. 연극은 어쨌든 드라마 하나로 관객과 만나는 거잖아요. 드라마가 중심이 되는 작품에 대한 갈증은 TV 드라마나 영화로, 더 싼 가격에 더 유명한 배우들이 나오는 작품을 보면서 해소하는 것 같아요. 그래도 뮤지컬은 쇼가 있고 춤과 노래가 있어서 영화나 드라마에서 보지 못한 부분을 해소해 주는 게 있잖아요. 연극은 카메라에서 보여주는 드라마와 다른 맛이 있고, 와서 보시면 그걸 알 수 있는데 찾아오기까지가 힘들어서 안타까운 부분이 있어요.”

배우로서 연극에서 얻을 수 있는 것은 ‘날 것의 무대가 주는 배우로서의 자부심’입니다.

“춤이나 노래 등에 신경 쓰지 않아도 되죠. 대신에 제가 가장 좋아하는 화술, 몸짓을 통해서 관객과 소통하는 재미가 있어요. 배우예술 하나로 관객과 소통할 때 정말 기분이 좋고 자부심을 느끼거든요. 연극무대에서는 중간에 웬만하면 박수가 안 나오는데, 정말 어떤 장면이 끝나고 암전이 되면서 박수가 딱 나올 때가 있어요. 뮤지컬에서 솔로곡이 끝났을 때 의례 나오는 박수와는 다른 쾌거죠. 아무런 양념 없이 생고기 하나로 평가받는 그런 날것의 프라이드를 느낄 수 있거든요(웃음).”




김도현 씨는 종종 드라마에도 모습을 드러내고 있고, 제작에 대한 꿈도 키우고 있습니다.

“중년이 되면 카메라 배우를 하고 싶다는 계획이 있었기 때문에 계속 노크를 하고 있죠. 연기 자체는 큰 차이가 없는데 메커니즘이 달라서 배워야 할 부분이 많아요. 짧게 출연했는데도 연락하는 분들이 많더라고요. 역시 공중파의 힘이 있는 것 같아요(웃음). 제작은 언젠가는 할 거예요. 저는 선수로 시작해서 코치, 감독, 구단주 하는 게 꿈이니까. 어렸을 때는 바로 할 수 있을 것 같았는데, 그 바닥의 고충을 알게 되니까 더 준비를 해야겠더라고요. 사실 2년 전부터 구상했던 작품이 있어요. 연극성이 강한 뮤지컬이고, 올해 쇼케이스라도 올려서 내년에 개막하고 싶은데, 함께 준비하는 동료들이 너무 바빠서 실현이 될지 모르겠어요.”

연극무대, 카메라 배우, 제작 등 다양한 꿈이 있어서인지, 그리고 새로운 무대에서는 처음이라는 자세로 뛰어갈 마음의 준비가 돼 있어서인지 서른여덟의 김도현 씨는 여전히 생기 넘쳐 보입니다. 하지만 이제 20대 로맨틱 코미디는 후배들에게 넘기겠다고 하네요.

“철칙은 ‘장르를 옮기는 순간부터 나는 처음이다’고 생각해요. 연극에서 뮤지컬로 옮길 때도 그랬고, 뮤지컬에서 방송을 처음 할 때도 그랬고, 또 영화를 한다고 해도 역할에 연연할 생각은 없어요. 언젠가 나의 실력을 증명하면 되고, 그럴 자신은 있으니까요. 매체 쪽에서는 제가 청춘 물에 나올 사람도 아니고, 사실 아저씨가 될수록 유리해진다고 생각해요. 마흔다섯 쯤에는 안방극장에 자주 나오지 않을까요(웃음)? 그런데 뮤지컬에서 청춘남녀의 로맨틱 코미디는 <웨딩싱어>를 마지막으로 끝내야 할 것 같아요. 스스로 거부하고 있었는데, 힘들더라고요. 이제는 ‘돌싱’이나 재혼을 다룬 작품으로 넘어가야 하지 않을까… 박지성 씨는 국가대표 불러도 안 하는데, 저도 청춘남녀의 로맨스는 후배들에게 넘길 때가 됐어요(웃음).”

데뷔 15년. 배우로서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새 작품을 만날 때마다 슬럼프예요. 슬럼프라는 게 잘 안 풀리고 모르겠고, 내가 하는 패턴이 낡은 것 같고, 이런 느낌 아닌가요? 새 작품을 만날 때마다 항상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고, 제자리에서 헛도는 것 같거든요. 15년째 연기를 하고 있지만 아직도 관객들을 모르겠어요. 이렇게 준비를 하면 관객의 반응은 또 다르고, 아직도 관객을 모른다고 생각하면 어려워지죠. 그래서 어느 순간부터 감히 관객을 판단하려 하지 말고 내가 느끼고 분석하고 연습한 대로 해야겠다고 생각했죠. 예전에 관객을 읽으려고 노력했다면 지금은 ‘내가 하는 것에 관객이 따라오게 하자’ 그게 가장 달라진 점이에요. 그러다 보니 욕심이 덜해진 것 같고요.

분장을 마치고 무대에 들어가기 전 20분. 아직은 무대 위 배역도 아니고 그렇다고 무대 밖 김도현도 아닌 제3의 인물로 집중하고 있는 그 시간이 그가 꼽은 배우로서 가장 멋진 순간입니다. 사실 함께 카페에서 나선 김도현 씨는 비니에 트레이닝복차림, 흡사 동계훈련에 나서는 운동선수 같습니다. 이런 그가 무대 위에서는 전혀 다른 인물로 바뀌고 관객들은 그 모습에 몰입하겠죠? 새삼 김도현 씨가 말했던 ‘배우예술’이라는 단어가 생각나네요. 뮤지컬 <셜록홈즈> 시즌2 <블러디 게임>은 3월 1일부터 30일까지 BBC아트센터 BBC홀에서 공연됩니다. 3년이라는 시간 동안 성장한 배우 김도현, 그가 빚어낼 셜록이 무척 궁금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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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윤하정

"공연 보느라 영화 볼 시간이 없다.."는 공연 칼럼니스트, 문화전문기자. 저서로는 <지금 당신의 무대는 어디입니까?>, 공연 소개하는 여자 윤하정의 <공연을 보러 떠나는 유럽> , 공연 소개하는 여자 윤하정의 <축제를 즐기러 떠나는 유럽>, 공연 소개하는 여자 윤하정의 <예술이 좋아 떠나는 유럽> 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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