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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멘탈리스트>, 당신의 멘탈은 안녕하십니까

마성의 남자 제인이 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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멘붕, 멘탈 붕괴라는 이 말은 도처에서 익숙하게 들리는 단어가 된지 이미 오래다. 멘탈이 그만큼 자주, 쉽게 붕괴 된 지 꽤 되었다는 이야기다. <멘탈리스트>라는 미국 드라마는 바로 이 멘탈에 대해 매회 생각하고 또 생각하게 만드는 심리 수사물이다.

마성의 남자, 제인  


 <멘탈리스트>는 CBS에서 방영하고 있는 범죄 수사 드라마로 2008년 시즌1부터 현재 시즌6까지 꾸준히 인기를 얻고 있다. CBI(캘리포니아 수사국)를 배경으로 살인자를 쫓는 수사물인 <멘탈리스트>는 다른 범죄 수사 드라마와 비슷한 스토리를 가지고 있지만 범인검거를 하는 데 심리에 집중적으로 주목한다는 점에서 차이점을 두고 있다. <멘탈리스트>의 주인공 패트릭 제인이 바로 이 독특한 드라마를 이끌고 나가는 역할을 한다. 제인은 자신의 매력을 한껏 발산하는 눈웃음과 능청맞은 농담 던지기, 그러면서도 날카롭게 정곡을 찌르는 관찰력 등으로 여성 시청자들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제인은 사람의 마음을 잘 읽고, 이를 토대로 사람의 마음을 잘 얻는다. 날카로운 관찰력을 가지고 있어서 몇 마디 대화만 나누고도 그 사람의 행동과 표정을 통해 많은 것을 읽어낸다. 상대방이 차를 마실 때 찻잔을 쥐는 손의 모양, 질문을 던졌을 때 잠깐 드러나는 미세한 표정의 변화 등을 보고 중요한 단서를 찾아내는 능력자다. 한때 그는 자신의 이런 능력을 활용해 영매로 일하며 가벼운 사기를 치던 사람이었다. 그러다가 연쇄살인마 레드 존 사건의 자문을 하던 중 사건과 범인에 대해 방송에서 언급하는 실수를 하고 만다. 그 대가로 아내를 연쇄살인범의 손에 희생당한다. 그 일이 일어난 후부터 제인은 수사국에서 자문위원으로 일하면서 레드 존이라는 연쇄살인마를 잡기 위해 노력하며 자문위원으로 범인 검거에 큰 역할을 하고(시즌6 중반에서 레드존의 실체가 밝혀졌음) 현재는 FBI와 협력하여 수사에 힘쓰고 있다.   

 

멘탈리스트_2.jpg

 
멘탈을 해킹하다


제인은 극중에서 신경언어프로그래밍인 NLP(Neuro-Linguistic Program)를 자유자재로 사용한다. 범인 검거에 도움이 될 만한 사람들과 대화하면서 최면요법을 쓰기도 한다. 이런 모든 과정은 실제 수사과정에서도 발생할 수 있는 일이기도 하다. 우리나라에서는 신경언어프로그래밍이 활성화되어 있거나 학계에서 인정받는 분위기라고 보기 어렵지만 체계적으로 배우고 이를 활용하는 움직임도 있다. 
 

최면이라고 하면 긴 의자에 누워 전생의 기억을 떠올리게 하거나, 사고나 기타 여러 가지 이유로 잃었던 기억나게 해주는 수단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우리의 일상에서도 최면은 빈번하게 벌어지고 있다. 어쩌다 채널을 돌리다 본 홈쇼핑 화면에서 눈을 떼지 못하는 것이나, 텔레마케팅 전화를 쉽게 끊지 못하고 끝까지 다 듣게 되는 경우 등이 바로 그것이다. 
 

이런 유형의 최면 이외에도 <멘탈리스트>의 제인은 용의자와 대화를 나누면서 용의자가 스스로 범인임을 자백하도록 유도하거나 감추고 있는 비밀을 알아내는 데 최면을 활용한다. 이를 두고 멘탈을 해킹한다는 표현을 쓴다. 고도의 전문적인 기술을 가진 사람이 내 멘탈을 마음대로 헤집고 다니며 해킹해서 감춰둔 비밀도 캐내고 무의식 속에 둥둥 떠 있던 나조차도 모르는 일을 끄집어 낼 수 있다는 이야기다. 마치 해커가 해킹을 하듯 말이다. 
 
타인의 마음을 내 마음대로, 엄청나지만 위험천만한 능력 
 

상대방의 마음을 쉽게 읽을 수 있다면 어떤 걸 할 수 있을까? 읽어낸 정보를 토대로 내가 상대방의 마음을 얻어낼 수도 있고 나쁜 의도를 가진다면 상대방을 내 의도대로 움직이도록 하는데 까지도 이를 수 있다. 신문 기사를 보면 도저히 상식적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사건들이 벌어지곤 한다. 누군가의 명령에 의해 말도 안 되는 범죄 행위를 저지르는 사람들이 있다. 자신의 부모를 죽이거나 심지어 자식을 죽게 하기도 한다. 이런 일이 모두 최면에 의해 빚어진 것이라고 단정하긴 어렵지만 다른 사람들을 자기 마음대로 부리는 능력을 가진 사람들이 분명히 존재한다. 이런 능력을 가진 사람들 중 주변에서 그래도 쉽게 볼 수 있는 사람들이 사이비 교주, 사기꾼 등이다. 
 

이렇게 누군가에게 내 멘탈을 탈탈 털리는 해킹을 당하지 않기 위해서는 어떤 것이 필요할까? 컴퓨터를 관리하는 일과 거의 비슷하다고 생각하면 될 것이다. 악성코드를 걸러주는 백신 프로그램을 깔고, 의심되는 자료는 다운로드 하지 않으며, 레지스트리 정리와 메모리 관리를 주기적으로 해줘야 하듯 멘탈을 관리해주는 것이 필요하다. 멘탈을 해킹하는 상대가 특정한 사람이 아니라 세상의 어떤 체제나 가치 같은 것일 수도 있다. 그런 점에서 본다면 멘탈을 해커로부터 지키기 위해서는 꽤 많은 노력이 필요해 보인다. 
 

<멘탈리스트>의 제인은 자신의 이런 능력을 범죄자를 검거하는 데 주로 쓰지만 그가 나쁜 의도를 가지고 자신의 능력을 사용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지 상상만 해도 아찔하다. 좋은 의도를 가지고 능력을 펼치는 제인이지만 그의 무모함과 대책 없는 행동 때문에 벌어진 일들의 뒤치다꺼리를 해주느라 쉴 틈 없는 동료와 상사들이 있기에 그의 능력이 빛을 발할 수 있기도 하다.

 

피할 수 없는  제인의 질문
 

남들은 모두 책상에서 서류 한 번 들춰볼 정신도 없이 바쁘게 움직이는 사무실에서 본인만을 위한 길고 푹신한 소파를 당당히 요구하는 남자, 제인. 그는 긴 소파에 누워야만 비로소 두뇌 회전이 되기 시작한다. 그 소파야 말로 그에게는 업무를 보는 책상이며 컴퓨터인 셈이다. 소파에 누워 두뇌 회전에 필요한 예열을 마친 제인이 팔베개를 하고 누워 있다가 뭔가 생각났다는 듯 몸을 일으켜 세운다. 그리고는 싱글싱글 웃으며 다가와 “당신의 멘탈은 안녕하십니까?” 라고 말을 건네 온다. 당신은 그 질문에 어떤 답을 할 것인가? 어떤 대답으로 제인과의 대화를 이어갈 것인가?

 

멘탈을 지키자, 수많은 악성코드와 쓸데없는 레지스트리로부터.

 

[관련 기사]

-연재를 시작하며
-범죄 수사 드라마 <크리미널 마인드>, 각종 심리의 보물창고
-<크리미널 마인드>의 리드, FBI 요원은 어떤 사람인가
-살인자만 찾아서 죽이는 연쇄살인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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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유진하

저 사람은 왜 저런 행동을 하는 걸까? 누구를 만나도 늘 그 생각을 먼저 하는, 심리에 관심이 많은 사람입니다. TV, 영화, 책, 음악, 여행, 와인, 고양이, 무엇보다 ‘사람’에 기대어 살며 ‘사람’에 대한 이해를 조금씩 채워 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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