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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철 “지금 세대에 어필하려면 예전 이름을 버려야”

이승철, 캐나다 작곡가의 곡들을 다 엎고 전해성을 택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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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세대에는 이승철이라는 이름이 잘 안 먹히잖아요. ‘노래를 그렇게 잘 부르는 것도 아닌 거 같은데 어딜 봐서 보컬의 신이라는 거냐?’. 그 답변을 해주고 싶었던 부분도 있어요 사실. 또 저는 대중가수면서 선배가수잖아요. 영화배우가 흥행으로 말하듯이 가수는 판매량으로 말해야 해요. 그런데 살펴보면 우리나라에서 손꼽히는 가수들이 의외로 히트곡이 적어요. 모순이라면 모순인데, 이걸 깨보고 싶었어요.”

신보 < My Love >는 여러모로 이승철답지 않다. 곡부터 실험적인 모습이 드러나고 거친 목소리가 흘러 나왔던 몇몇 곡에서도 그런 느낌을 준다. ‘마치 예전의 이승철이었다면 이런 노래는 안 부르지 않았을까’, ‘예전의 이승철이었다면 이렇게는 안 부르지 않았을까’ 같은… 약 2주 전, 이번 앨범에 이즘이 내린 키워드는 ‘변화’였다. 이승철 역시 “지금은 이승철이 아닌 모습으로 가는 것보다 이승철인 모습으로 가는 게 더 위험하다”고 했다.

인터뷰 날은 비가 한창 내리던 지난 7월 12일, 전쟁기념관에서 열린 이승철 서울콘서트 당일이었다. 현장에는 앨범의 대다수 곡을 쓰고 편곡하고 프로듀싱까지 한 전해성도 있었다. 주인공을 만나기 전에 그의 새 이야기를 함께 써낸 작곡가에게 제작 일화를 먼저 들었다.




처음에는 캐나다 작곡가가 참여했다. 어떻게 만났나?

전해성(이하 전) : 하와이를 갔다가 우연히 식당에서 캐나다 사람을 만났어요. 형수님이랑 그 사람 여자친구랑 그 자리에서 대화하다가 서로 직업을 물어봤는데, 이쪽은 가수였던 거고 저쪽은 작곡가였던 거죠. 헤어지고 나서 나중에 작곡가가 승철이 형 이름을 구글에 검색해보니까 이름이 쫙 뜨더래요. 유명한 가수란 걸 안 거죠. 그러면서 곡주고 싶다고, 10곡 정도를 보내왔죠.

결과적으로는 캐나다 작곡가가 빠진 게 되었다.

: 승철이 형이 녹음해보러 캐나다로 넘어갔죠. 그런데 캐나다 사람이 만든 곡이다 보니 가사가 다 영어잖아요. 이걸 우리말로 바꿔보니까 영어로 불렀을 때의 그 맛이 안 살더라고요. 한마디로 번안가요 같은 거예요. 작사 잘하는 후배들에게 맡겨놔도 답이 안 나오고. 결국엔 “야. 이거 엎자”가 됐죠.

곡을 엎고 이승철 씨와 재정비 과정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포인트는 무엇이었나?

: 트렌드를 가지면서도 대중을 따라가진 말고, 내가 제시할 수 있는 걸 만들어보자는 것이 승철이 형 의견이었고. 제 입장에서는 지금 승철이 형한테는 지위나 포지션 같은 게 있으니 어떻게 하면 한 발 앞설 수 있는지, 동시에 어떻게 하면 대중성을 보이게 할 수 있는지가 관건이었어요.

이번 기간에 쓴 곡이 총 몇 곡인가?

: 네다섯 곡 정도를 새로 썼어요. 「My Love」도 그렇고 「Run way」도 그렇고. 「Run way」 같은 경우는 작업 후반부에 쓴 거예요. 앨범을 다 만들고 보니 액티브한 면이 떨어져서 그 부분을 채우려고 만든 노래였죠. 마지막에 쓴 곡은 「Beach voice」인데 이건 승철이 형 여름 콘서트 기획에 맞춰 썼고요. (용산 전쟁기념관 공연 타이틀이었다) 예전에 쓴 곡은 「사랑하고 싶은 날.」 일 년 전 쯤 만든 곡이에요.

이승철의 강점을 꼽는다면.

: 곡 소화력과 곡 연출력. 작업을 시작했을 때 전 처음에는 별말 안 하고 먼발치에서 지켜봐요. 그럴 때 대개의 가수들은 제 말이 필요하거든요. 어떻게 했으면 좋겠다는 가이드가. 그런데 승철이 형은 그게 필요하지 않아요. 대중적인 감도 굉장히 좋아서 곡을 골라내는 선구안도 상당하죠.

작곡가의 입장에서 신경 써서 들어주었으면 하는 곡은?

: 「My Love」에요. (편곡이 팝적이고 세련됐다고 하자) 그렇죠. (웃음) 작업 막바지에 문득 타이틀로 할 만한 곡이 없는 거예요. 다른 작곡가한테 노래를 받아야하나 하는 생각도 들더라고요. 오늘은 안 풀리는 것 같다, 접자하는 마음으로 새벽 4시에 문을 닫는데 갑자기 후렴구 ‘사랑해~’ 부분이 머릿속에 떠오르는 거예요. 자리로 다시 돌아가 부랴부랴 만들었죠. 또 중간을 만들어 놓으니 앞뒤는 쉽게 붙더라고요. 완성해놓고 보니까 아침 7시인가 8시였어요. 승철이 형한테 바로 전화해서 들려주니까 괜찮다고 바로 녹음 시작하자고 했죠.




이승철 인터뷰

< Mutopia > 이후 4년 만이다. 신보에서 중요시한 것은?

리듬. 저는 리듬이었어요. 확 잡을 수 있는 리듬이 필요해요 요즘엔. 우리 큰 애한테서 느꼈어요. 피아노만 초반에 두세 마디 나오면 바로 돌려요. 인트로에서 못 잡으면 끝이에요. 마룬파이브 「Sad」처럼 피아노 발라드 하나에도 리듬이 있어야 해요. 「사랑하고 싶은 날」도 그래서 그렇게 편곡한 거예요. 리듬감 있는 피아노 연주로. 예전과는 다르죠.

전해성 씨도 언급했지만 캐나다 작곡가의 곡들을 다 엎었다고 했다.

가요로 변환하니까 너무 지루했어요. 파트 2 앨범이 나오면 그 곡들을 쓸까하는데 쓸지도 고민 중이에요. 입에 붙지도 않고 번안가요 같기도 하고. 사실 캐나다 작곡가가 보내준 대여섯 곡이 정말 좋았어요. 죽이더라고요. 그런데 막상 가사를 우리말로 해보니 이렇게, 너무 아니더라고요. 그런 부분에서 외국 곡 잘못 받으면 번안가요 되는구나, 외국 곡 함부로 받으면 안 되겠다고 느꼈죠. 아내도 듣고 “아닌데”라고 했죠.

전해성을 택한 이유는?

작곡가 친구들을 많이 알죠. 같이 작업했던 사람도 있고 들어서 아는 사람도 있는데 해성이 실력이 탁월해요. 음악 막 시작했을 때부터 (김)수철이 형이랑 워낙 오래했잖아요. 기초가 있다는 말이거든요. 영화음악도 했었고 올림픽 같은 굵직한 무대에서도 음악 했었어요. 감각도 좋고 듣는 귀도 좋아요.

가수와 작곡가가 호흡이 잘 맞았던 것 같다. 컨디션도 좋았을테고.

주문제작 형 작곡가였어요. 달라는 대로 팍팍. (웃음) 만나보니까 일 하나도 안 하고 애기랑 놀고 있었어요. 완전 푹 쉬었죠. 그렇게 휴식기를 가지니까 좋은 곡들이 나온 것 같아요. 아이돌 몇 곡 히트 친 것은 있어도 대박은 없었잖아요. 해성이랑 작업한 게 여러모로 라이트하고 깨끗했어요. 깔끔하고. 둘이 잘 맞았죠. (이 대목에서 전해성은 “1년 반 정도를 쉬었어요. 결혼하고 11년 만에 딸이 생겨 아이랑 놀았죠. 전에는 쉰다 하면 불안해했는데 이번엔 길게 쉬면서도 불안을 못 느꼈어요. 쉬는 게 컨디션에 결정적이라는 걸 실감했습니다.”라고 말했다)

이번 앨범에서는 ‘이승철적’인 느낌이 많이 빠지지 않았나?

사실 그러려고 만든 거예요. 그런데 그게 위험한 일이죠. 이승철적이라는 것을 빼는 일이. 제 음악들을 구분해보면 「그런 사람 또 없습니다」에서 한 번 나뉘고 그 이후에는 「아마추어」에서 한 번 더 작게 나뉘어요. 세대 이야기를 해보면, 저희 때는 6년에서 8년을 한 세대로 잡잖아요. 그런데 요즘은 한 세대가 2,3년 만에 끝나요. 텀(term)이 바로바로 바뀌죠. 그래서 요즘 세대로 오면 ‘무슨 이유로 쟤가 <슈퍼스타 K> 심사를 하나’하는 생각까지 해요. 그냥 옛날 사람으로 바라보죠. 예전 세대에 어필했던 것처럼 지금 세대에 어필하려면 예전의 이름을 버려야 해요. 지금은 이승철이 아닌 모습으로 가는 것보다 이승철인 모습으로 가는 게 더 위험하죠.

평소의 이승철과는 어떻게 달랐나?

(전해성은 “굉장히 열심히 하셨어요. 전에는 한번으로 끝냈는데 이번엔 열 테이크, 스무 테이크 씩 녹음해서 잘 나온 걸 뽑았다”고 말했다) 사실 전 한방주의예요. 노래도 한방에 가는 게 많았고요. 손 자주 가는 게 싫었거든요. 그런데 이번에는 방식을 살짝 바꿔봤어요. 데모를 여러 개 만들어 본 것도 처음이에요. 그대로 불러보고 서너 테이크 만들어서 잘 된 부분 뽑아다가 한 테이크 만든 다음에 그 모양대로 다시 불러보고. 그렇게 해서 2,30번 부른 곡도 있어요.

「그런 말 말아요」는 보컬이 조금 거칠게 들린다. 이승철이라면 그냥 안 넘겼을 텐데 하는 생각도 들었다.

잘하지 않았어요? (웃음) 예. 러프하죠. 목소리 안 좋은 날을 골라서 녹음했어요. 사실 그런 걸 추구하고 싶었던 것도 있었죠. 워낙 미성이라 가끔은 깔끔하고 쫀득하게 붙는 느낌이 맘에 안 들 때가 있거든요. 술 먹은 다음 날에 데모 녹음하듯 불렀어요. 작업 시작한다 하면 2,3주 전부터 술 안마시고 관리하는데 그날은 그냥 그렇게 가고 싶었어요. 필 오는 대로 느낌 가는 대로 그렇게 간 거죠.




이번 열 곡 중에서 한 곡을 꼽는다면?

「사랑하고 싶은 날」이요. 그 곡에 모든 것이 다 담겨있는 것 같아요. 흔치 않게 그런 노래들이 있어요. 정말 잘 나와서 두 번은 못 부를 것 같은 노래들이요. 평생에 딱 두 번 경험했었는데 한 번이 「마지막 콘서트」였고 이번 앨범 「사랑하고 싶은 날」인 것 같아요. 필 오는 대로 한 번에 불렀는데 부르는 사람이랑 듣는 사람이랑 동시에 전율이 왔어요. 편곡 상으로는 피아노 하나 밖에 안 들어가 있지만 실제로는 모든 것이 다 들어가 있는 느낌이에요. 이 노래를 1번으로 넣을 수밖에 없었죠.

새 앨범을 왜 4년 만에 낸 건가?

보통은 2,3년에 한 번씩 나왔죠. 그런데 그렇게 내기에는 중간에 히트곡들이 많이 나왔잖아요. OST들이 터져서 앨범으로 또 하기에는 그런 감이 있었죠.

옛날 같으면 드라마 OST를 안 했을 텐데….

싱글의 시대가 왔잖아요. 방송 프로그램에 삽입되긴 했지만 사실 그 곡들도 싱글의 개념으로 봐야 해요. 잠깐 하고 싶은 말은 앨범을 내는 입장에서 앨범을 낸 가수와 싱글을 낸 가수가 같은 차트에서 비교된다는 것이 맞지 않다고 생각해요. 웃기죠. 앨범은 앨범 차트로 따로 가고 싱글은 싱글 차트로 따로 가야하는데 말이죠. 싱글은 팬덤으로 오래 버티고 10트랙짜리 음반을 낸 사람들은 자연스레 맥이 빠지고. 음악을 하는 사람들이 버티기 힘들어요.

앨범 반응은 상당하다.

폭발적이죠. 전에도 이런 적이 없었어요. 지금 「My Love」랑 「사랑하고 싶은 날」이 1,2위로 붙어있어요. 들리는 말로는 스트리밍과 벨소리 차트에서도 1위래요.

<슈퍼스타K>의 영향도 있지 않나?

그렇죠. 목욕탕 가면 초등학생 애들도 절 알아볼 수 있도록 유명하게 만들어주었죠. 그러면서도 매번 할 때마다 초심을 느끼게 해주고요.

앨범에 담고자 하는 것이 있었다면?

요즘 세대에는 이승철이라는 이름이 잘 안 먹히잖아요. ‘노래를 그렇게 잘 부르는 것도 아닌 거 같은데 어딜 봐서 보컬의 신이라는 거냐?’. 그 답변을 해주고 싶었던 부분도 있어요 사실. 또 저는 대중가수면서 선배가수잖아요. 영화배우가 흥행으로 말하듯이 가수는 판매량으로 말해야 해요. 그런데 살펴보면 우리나라에서 손꼽히는 가수들이 의외로 히트곡이 적어요. 모순이라면 모순인데, 이걸 깨보고 싶었어요.

조용필 선풍이 터진지 얼마 안 되어 앨범을 냈다. 위험한 것 아니었나?

그래요? 오히려 그게 더 좋게 작용했다고 생각하는데. 지금 앨범 차트 상위권에 올라있는 건 용필이 형의 영향, 덕도 많이 받은 것 같아요. 뚜렷하게 히트가수가 없는 무주공산에 길을 딱 깔아놨잖아요. 전 그 뒤에 딱 붙어서 가는 거죠. (웃음) 아니 저도 그렇고 누구도 절 용필이 형 라이벌이라고 안 봐요. 후계자고 후배잖아요.

파트 2 앨범은 나오는 건가?

맞아요. 아까도 말했듯이 캐나다 작곡가 곡들을 쓸까 생각을 하고 있어요. 그 말은 아닐 수도 있다는 거죠. 여러모로 계획을 잡고 있어요. 일단 나온 콘셉트는 디스토션 세게 넣고 거기에 일렉트로니카 곡도 넣어보고. 다프트 펑크처럼 해보려고요. 술 마시다 나온 얘기긴 하지만 진지하게 구상하고 있습니다.

끝으로 음악 인생에 전기(轉機)를 만든 곡을 꼽는다면.

「희야」랑 「안녕이라고 말하지마」, 「Never ending story」 그리고 「My Love」. 앨범은 <색깔 속의 비밀>이죠. 그런 접근은 앞으로도 계속하려고 해요.

인터뷰 : 임진모 이수호 윤은지 홍혁의
정리 : 이수호
사진 : 엄광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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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ㆍ사진 | 이즘

이즘(www.izm.co.kr)은 음악 평론가 임진모를 주축으로 운영되는 대중음악 웹진이다. 2001년 8월에 오픈한 이래로 매주 가요, 팝, 영화음악에 대한 리뷰를 게재해 오고 있다. 초기에는 한국의 ‘올뮤직가이드’를 목표로 데이터베이스 구축에 힘썼으나 지금은 인터뷰와 리뷰 중심의 웹진에 비중을 두고 있다. 풍부한 자료가 구비된 음악 라이브러리와 필자 개개인의 관점이 살아 있는 비평 사이트를 동시에 추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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