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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립인간』 변현단 홍세화, 당신에게 행복을 묻다

여러분의 행복은 여러분이 찾아야 한다 『자립인간』 출간 기념 저자와의 만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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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롭게 살고 싶었고, 스스로도 자유로운 영혼이라 생각한다. 지금 같은 사회에서 귀농 귀촌은 사회적 의미가 있다. 함께 공감하면서 실질적으로 삶에서 바꾸어 나가면 좋겠다.

찬바람이 매섭던 12월 20일, 2013년 한국사회의 현주소를 돌아보는 자리가 마련되었다. 대담의 주인공은 『소박한 미래』, 『숲과 들을 접시에 담다』 등을 통해 자급자족하는 삶을 이야기해온 저자 변현단과 격월간 발행되는 《말과 활》의 발행인 홍세화 선생이었다. 둘은 독자들과 한국사회의 현재를 살펴보고 더 나은 삶을 위한 미래의 실천을 나누었다. 그 현장을 이 자리에 옮겨본다.




우리는 그동안 너무 많이 일하고 너무 많이 먹었다

요즘 어떻게 지내고 있나?

홍세화: 불편하게 지내고 있다. 프랑스에서 귀국할 당시 외부망명자에서 내부망명자가 되는 거라고 생각했는데, 정말 망명자로 살아가고 있다.

변현단: 한 달 사이에 4kg이 쪘다. 요즘은 겨울이라 한가한 편이다. 겨울에는 겨울잠을 자야한다. 나 역시 아침에는 늘어지도록 잔다. 오후에는 강의가 있어서 분주한 편이다. 귀농을 원하는 젊은이들이나 농촌에 살고 계신 분들을 대상으로 강연한다. 최근에는 탈북자 대상 강연도 하면서 꽤 강연이 늘어난 셈이다.

언제가 가장 행복한가?

홍세화: 책 읽을 때가 가장 행복하다. 혼자 음악 들을 때도 좋다. 또 여행하다가 차창 밖을 볼 때도 즐거움이 찾아온다.

취미가 있다면 무엇인가?

변현단: 나는 특별히 취미라고 할 만한 게 없다. 사는 게 취미다. 농사짓고 산에 올라가고 글 짓는 거, 그리고 그때그때 세상과 나에 대해 생각하며 살고 있다. 이게 내 삶의 대부분이다. 특별히 다른 취미생활은 없다.

2013년 한국 사회를 돌아본다면?

변현단: 사회적으로 양극화가 심해졌다. 도시에서 일자리 문제도 점점 어려운 상황으로 흘러가고 있다.

홍세화: 맹목, 막가파가 2013년의 열쇳말 같다. 정말 너무 막 지나가고 있다. 그래도 이런 시점에 취할 수 있는 긍정적 자세가 있다면, 세상이 시시하고 추악해도 인간 스스로가 아름다워질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거다. 그 힘은 남아있다고 본다. ‘내 모든 건 빼앗아 가도 내 영혼은 빼앗아갈 수 없다’는 태도가 인간이 가질 수 있는 최후의 긍정성이 아닌가 싶다.

지금-여기, 한국사회를 진단한다면?

홍세화: 욕망의 크기가 큰 것, 불안이 큰 것이 젊은 세대에게 오늘을 저당 잡히게 하는 것 같다. 지금의 나를 어떻게 형성하고 자립하게 만들지를 고민해야 한다.

변현단: 공부가 중국어로 궁푸다. 즉, 공부는 몸과 마음에 대한 일종의 수련이다. 그런데 우리는 식민교육을 거치면서 몸의 건강함을 빼앗겼다. 공부는 앉아서 하는 것이라 생각하게 된 것도 이때부터다. 암기식 교육으로 지성을 빼앗겼고, 몸을 제대로 수련하는 대신 군사교육을 받았다. 여기에 적자생존의 법칙과 시장경제의 논리가 더해지며 지금의 한국을 만들었다고 생각한다.

홍세화: 동의한다. 상상력과 영혼이 없는 교육이 계속되고 있다. 주입식 암기 교육 속에는 내가 없다. 인문사회 교육도 나를 소거한 채 공부한다. 인간과 사회에 대한 공부는 나에 따라 그 사유가 달라져야 한다. 그런데 모두에게 같은 내용을 주입한다. 결국 개인이 서지 못하고 집단적인 움직임만 가능하게 되었다. 사람들이 이해타산에 밝고 영리하지만 다른 인간과의 관계를 가꾸는 일은 미숙하다. 내가 없는 삶을 살고 있는 거다. 다른 관점에서 보면 이렇게 내가 없는 사회는 지배하기 편한 사회다.

신간도서 『자립인간』 에 대해 이야기해보자. 어떤 이야기를 하고 싶었나?

변현단: 이 시대를 살아가면서 우리가 절대 잊어서는 안되는 것들이 있다. 가장 중요한 건 내가 나 자신을 상품으로 인식하지 않는 거다. 사실 원하건 원하지 않건 어차피 많은 사람들이 자본주의경쟁에서 밀려날 수밖에 없다. 오일피크도 지났고, 일자리를 얻는 건 점점 힘들어 질 거다. 선택하지 않더라도 어쩔 수 없이 많은 것을 스스로 해결하며 살아가게 될 것이다. 그렇다면 자유를 위한 삶을 선택해서 가꿔가는 게 좋다고 생각한다.

농촌에서의 삶만 그리고 있다. 도시에서는 자립인간으로 살아갈 수 없나?

변현단: 도시에서의 생활은 기본적으로 자립이 불가하다. 생활의 기본이 의, 식, 주라고 했을 때, 도시는 이것들을 자급자족할 수가 없다.

홍세화: 어떤 이야기인지 알겠지만 지나치게 근본주의적이라는 비판도 가능하겠다. 앞으로 많은 분야가 기계화될 거다. 인공두뇌 등의 발달로 제조업에서 점점 사람이 필요하지 않게 될 거다. 결국 열악한 조건의 감정노동만 남게 된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아르바이트로 생활을 꾸리게 될지도 모르는 일이다. 변 선생님이 하신 말씀처럼 어차피 그렇게 될 거라면 농촌에서 자립하면서 살아보자는 말도 해 볼만 하다. 농촌이 아니면 자립이 불가능하다는 주장도 그렇다. 스스로 해결해야 한다는 강박에서 조금 벗어나도 좋을 것 같다 . 지나치게 문제를 스스로 해결하려는 부분들은 ‘자립인간’인가 ‘고립인간’인가 하는 생각이 들게 했다.

변현단: 어차피 농촌에서 살게 되는 인구는 아무리 많아도 20%가 되지 못할 거다. 나는 그렇다면 ‘농부 언저리에서 살아라’하고 말한다. 농부들에게 잘 보이라는 말이다. 우리는 지금 병원에서 태어나 병원에서 죽고, 뼛가루 역시 납골당을 이용한다. 세상과 만나고 헤어지는 모든 과정을 시스템 속에 맡기는 거다. 그 속에서 몸부림 쳐봐야 빠져나갈 수가 없다는 끝이다. 하지만 나는 죽음을 자연스럽게 맞이하고 싶다. 겨울에는 추워야 하는데 온도를 따뜻하게 만들고, 이렇게 계절 없이 사니까 질병도 생기는 거다. 자동차의 경우, 사실 얼마나 위험한 세상에 사는지 모른다. 자동차 사고로 1년에 5-6천이 사망한다.

책에 대한 아쉬움은 없나?

홍세화: 조금 더 젊은층에게 친절했으면 좋겠다. 몸자리를 구체적으로 옮겨서 산 선배가 직접 차근차근 실질적인 이야기를 전달해주면 좋겠다.

변현단: 자유롭게 살고 싶었고, 스스로도 자유로운 영혼이라 생각한다. 지금 같은 사회에서 귀농 귀촌은 사회적 의미가 있다. 함께 공감하면서 실질적으로 삶에서 바꾸어 나가면 좋겠다. 앞에서도 이야기했지만 앞으로 어차피 일자리는 없을 거다. 더 많은 사람들이 일자리를 잃을 수밖에 없는 시스템이라는 뜻이다. 그런데 인간은 노동을 하지 않으면 안 된다. 그러면 건강한 정신으로 살 수가 없다. 이런 이야기를 나누기 위해서 책을 쓴 것이다. 나 뿐 아니라 모두의 문제다.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해달라.

홍세화: 아무리 세상이 시시해도 아름다움을 견지하려는, 그대로 보듬고자 하는 마음이라면 된다. 혼자 아름답기 겸연쩍을 수도 있을 텐데 그럴 때는 과감하게 겸연쩍어지자고 생각했다. 『자립인간』 은 내가 자립인간이라는 뜻이다. 이 다음 책은 안내해주는 책이 필요하다. 문체도 조금 더 부드러웠으면 좋겠다.

변현단: 앞으로 여전히 농사짓고 글을 쓸 거다. 얼마 전, 한 대학생이 쓴 안녕들 하십니까, 라는 말이 감동적이었다. 모든 건 성찰에서 시작한다. 뭘 할지 찾아내고 시작해야 한다. 이 국가는 여러분의 행복을 주지 못한다. 따라서 여러분의 행복은 여러분이 찾아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자본주의 사회에 공모자가 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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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립인간 변현단 저 | 이담북스(이담Books)
돈과 소비의 굴레에 매몰된 사회시스템에서 벗어나 인간 본래의 ‘자연스러운 삶’을 찾는 ‘자립인간’이 될 것을 제안하는 책이다. 저자는 ‘식주의 자립’을 통해 비로소 지속 가능한 삶을 회복할 수 있다고 말한다. 이는 많은 생산 활동을 통해 무조건 많은 것을 가지는 것을 중시했던 기존의 관념에서는 낯선 주장일 수도 있다. 저자는 지친 현대인에게 농(農)으로 삶을 짓고 자연과 닮아가는 일상이 답이 될 수 있다는 실천적 증언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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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정연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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