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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해력 떨어지는 학생들, 어려운 고전과 친해지려면?

『독서의 기술: 책을 꿰뚫어보고 부리고 통합하라』 펴낸 허용우 저자 책과 함께 겨울방학 보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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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군 이래 최고 스펙이라는 대한민국의 청년. 그런데 선생님들은 요즘 학생들의 독해력이 예전보다 떨어진다고 말한다. 서울대 윤리교육과를 졸업하고 지금은 철학과 논술을 가르치는 허용우 저자도 이에 동의한다. 애들러가 쓴 『독서의 기술』을 현재 한국의 사정에 맞게 다시 쓴 이유가 여기에 있다.

『독서의 기술』을 청소년에게 소개하려고 마음먹은 계기가 궁금합니다.

 

학생들에게 독해 연습을 시켜보면 단순한 독해 기술의 습득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것을 느낍니다. 문제집을 많이 풀고 EBS방송교재를 반복 학습하고 교과서를 외우면 어느 정도 성적을 얻을 수는 있지만 실제로 최상위권의 성적을 얻기는 어려워요. 제가 보기엔 그건 근본적으로 독해 능력의 한계였습니다. 근본적인 독해 능력을 향상시키지 않고서는 논술이든 수능이든 수행평가든 제대로 해내기는 어렵습니다. 그래서 근본적인 학습 능력을 키워주자고 생각하고 적절한 참고서적을 찾던 중 모티머 애들러의 책을 발견했습니다. 그런데 애들러의 『독서의 기술』은 좋은 책이지만 쉬운 책은 아닙니다. 서양의 고전을 예로 들어 더 어렵기도 하고요. 그래서 우리 실정에 맞게 학생들과 함께 할 수 있는 책을 써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덧붙이자면, 이 책은 단순히 시험을 위한 책이 아닙니다. 책을 읽는다는 것은 즐겁게 자신의 능력을 향상시키는 성찰의 과정입니다. 어떻게 하면 독서를 통한 성찰을 잘 해낼 수가 있을까에 대한 안내서로 기획했습니다.

 

요즘 학생들이 독해력이 떨어진다고 말했는데요. 실제로 어떤 수준인가요.

 

학생들 전체를 놓고 보면 학교 성적이 어느 정도인가와 상관없이 실제로 책을 읽는 능력은 매우 낮습니다. 대부분의 학생들이 제 학년의 권장도서의 내용을 잘 파악하지 못합니다. 중심내용 요약은 물론이고 읽는 것조차 벅차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학생들 옆에서 읽어줘야 공부하는 친구들도 있습니다. 문자를 이해하는 능력이 떨어져서 소리로 들려줘야 입력이 되는 경우입니다. 스스로 요약하라고 하면 가만히 앉아 있습니다. 읽으면서 생각하라고 하면 머리가 아프다고 하거나 졸린다고 합니다. 10명 중에 1명 정도나 제대로 읽을 줄 아는 것 같습니다.


 

컴퓨터, 비디오게임, TV등 독서를 방해하는 매체는 끊임없이 있었는데요. 이러한 책의 적들보다 스마트폰은 더 강력한 것 같습니다. 책과 스마트폰의 관계를 어떻게 보나요?


이전에도 컴퓨터나 게임, TV 등이 학습을 방해하고 독서 활동은 저해한다고 했습니다. 그렇지만 그런 매체는 특정 장소에만 있었기 때문에 그 장소를 떠나면 다른 활동을 할 수 있었죠. 예를 들어 이전에 지하철은 사람들이 문고판 책이나 신문을 읽는 장소였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그렇지 않죠. 언제 어디서나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책 읽는 시간을 빼앗긴 거죠. 책 읽는 시간을 잠식당하는 것 뿐 아니라 끊임없이 주의력을 분산시킨다는 점에서도 스마트폰은 독서에는 그다지 호의적인 매체가 아닙니다. 독서는 일정 정도 이상의 시간과 주의집중력을 요구하는데 스마트폰은 그걸 방해하지요. 극장에서 영화를 보고 있는데 계속 스마트폰이 울린다고 생각해보세요. 제대로 감상이 될까요? 마찬가지라고 봅니다. 가장 강력한 집중력 방해자인 겁니다. 적절한 통제가 필요하죠.


어떻게 책과 친해졌나요? 주로 읽는 책 분야와 영향을 받은 사상가나 작가가 있다면 알려주세요.

 

초등학교 2학년 겨울방학이었습니다. 이사를 가게 되었는데 아직 시가지가 형성되지 않은 지역이라 주변에 집도 없고 친구도 없고 놀 수가 없었죠. 그때는 TV도 저녁 6시에야 시작했으니 길고 긴 방학동안 심심해 죽을 지경이었죠. 그때 아버지께서 세계문학전집 50권을 사주셨습니다. 읽고 또 읽고 책 속에서 살았죠. 그리고 또 위인전 20권, 다시 문학전집 50권……. 그렇게 책에 취미를 붙였습니다. 그 후 초등학교 졸업할 때까지 학교 도서관에서 남들이 읽지 않는 두꺼운 책을 골라서 읽는 재미며, 읽은 책 이야기를 친구들에게 들려주며 으스대던 일이며, 책을 통해 키워진 배경지식으로 퀴즈대회에서 상을 탄 일 등이 즐거운 독서의 바탕이 된 것 같습니다.  

분야를 가리지 않고 읽는 편이지만 한때는 소설만은 일부러 멀리하기도 했습니다. 재미는 있지만 현실과 동떨어진 허황된 이야기를 지어낸 거라 시간낭비라고 생각하기도 했죠. 하지만 지금은 소설이 인생을 압축해서 보여준다고 생각합니다. 좋은 소설은 현실을 더 잘 들여다보게 해 줍니다. 어린 시절 독서 경험 중에는 『갈매기의 꿈』,『어린왕자』,『데미안』,『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 등이 기억에 또렷하게 남는 작품입니다. 어린 시절 꿈이 물리학자였던 관계로 문고판 과학서적도 많이 읽었습니다. 중고등학교 시절에는 당시로는 파격적인 책이었던 『동양학 어떻게 할 것인가』를 읽고 상당히 빠져들었던 기억도 나네요.

대학시절은 현실비판적인 책들을 주로 읽었고 학생들을 가르치게 된 이후에는 어떤 책을 읽힐 것인가 파악하기 위해 다양한 책들을 읽게 되었습니다. 철학이나 교육과 관련된 책들을 즐겨 읽습니다만 수학 과학 분야의 교양서도 좋아합니다. 공자나 플라톤, 부처의 말씀은 여러모로 생각해볼 것이 많은 귀한 이야기입니다.


교육 일선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는데, 요즘 교육계의 화두는 무엇일까요?


학교가 아닌 학원에서 가르치고 있기 때문에 교육 일선이라고 부르기에는 좀 어울리지 않는다고 봅니다만, 제 나름대로 교육문제에 대한 생각은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교육 상황은 가정교육은 방기되고 중고등학교에서는 결과 중심의 과잉 경쟁. 지나치게 빠른 학습속도와 과잉학습으로 학생들의 행복권이 침해되고 있습니다. 저는 교실에서 학습의 진정한 의미를 회복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봅니다. 즐거운 책읽기, 자신의 적성과 취미에 맞는 미래를 위한 학습, 호기심을 해결하는 탐구와 함께 몸과 마음을 기를 수 있는 기회가 제공되는 교실이 되기를 간절히 소망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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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리교육과를 졸업했습니다. 윤리를 전공한 계기가 있다면요.


우연이 겹쳐 인생이 만들어지는 거죠. 고등학교를 졸업하면서 지망했던 학과는 국어교육과였습니다. 당시 국어 선생님께서 너무나도 열성적으로 가르쳐 주시면서 『한국문학사』『대학』『중용』『금강경』『퇴계집』 등을 읽으라고 하시곤 했습니다. 저는 그런 다양한 독서 경험이 좋았습니다. 그리고 학생들과의 친밀한 교류가 가능한 과목으로 국어가 가장 매력적이라고 생각했었죠. 그런데 아쉽게 1차는 탈락하고 2차에 윤리교육과에 합격하여 윤리를 전공하게 되었습니다. 대학 다닐 때는 그다지 열심히 공부하지 않았는데 졸업하고 학원에서 국어와 사회, 역사와 논술, 윤리와 사상을 나름대로 가르치면서 새삼 윤리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게 되었습니다.  ‘윤리와 사상’은 사람들이 사회에서 어떤 태도로 살아야 하는지, 개인의 삶은 어떻게 음미되고 성찰되어야 하는지에 대해 진지하게 묻습니다. 그래서 학생들의 입장에서 서양철학과 동양철학, 한국철학은 어떤 의미가 있을까에 대해 살펴보면서 제 자신의 전공에 대해 다시 발견하고 있습니다. ‘윤리와 사상’은 교과서대로 가르치는 것보다는 논술이나 토론, 자신의 성장을 위한 방편으로 삼을 때 더 의미 있는 교과가 된다고 봅니다.
 
한국은 성인들의 독서량도 많지 않습니다. 독서량이 많지 않은 데에서 오는 사회적인 문제, 이런 게 있을까요?


가치 있는 생각과 인생에 대한 성찰이 꼭 책으로만 이루어진다고 생각하진 않습니다. 창의적인 생각이 넘치고 사회와 개인에 대한 깊이 있는 성찰이 풍요롭게 이루어지기만 한다면 굳이 책이 필요할까요? 하지만 깊이 있는 성찰과 창의적인 생각이 부족한 사회에서 책이 푸대접을 받는다면 그 사회는 문제가 심각하다고 생각합니다. 과거에 비해 비만이 심각한 문제가 되는 현대 사회에서는 적절한 운동과 식이요법은 체중을 적절하게 유지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겠죠. 과거에 비해 창의적 사고와 성찰이 더욱 필요해진 정보화 시대의 환경에서 깊이 있게 사고하는 힘을 길러주는 무언가가 없다면, 독서가 제 역할을 다하지 못한다면 아마도 그 사회는 활기를 잃게 될 겁니다. 저는 정보의 양보다는 성찰의 질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양만 많은 독서보다는 깊이 있는 독서가 성찰을 이끌어낸다고 봅니다. 다만 성찰하고 반성하는 독서란 이미 많은 독서량을 바탕으로 두고 있는 경우가 많으니 일단은 많이 읽은 사람이 더 잘 읽겠지요. 많이 읽는 사람이나 반성적으로 읽는 사람들은 일단 다른 사람들의 말을 잘 수용하고 검토하고 생각하는 사람들입니다. 의사소통이 가능한 사람들이죠. 독서량이 적다는 것은 진정한 의미의 의사소통을 시도하지 않는다는 것이 아닐까, 결과적으로 의사소통을 통해서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는 능력이 퇴보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책, 독서에 관심이 많을 것 같습니다. 꽤 오래 전부터 전자책이 출판계에서는 화두인데요. 전자책을 어떻게 생각하세요?


저도 전자책을 좀 사용해보았습니다만 종이책의 질감만큼의 친밀감이 없더군요. 사람이 마주 보고 대화하는 것이 중요한 것처럼 종이책은 대면적 느낌을 전달합니다. 그런데 전자책은 그런 느낌이 없어서 간략한 정보를 얻는 경우에만 제한적으로 사용하는 편입니다. 물론 전자책은 그 장점이 있는 만큼 종이책으로 대체하기 어려운 분야에서는 분명 자리를 잡을 것으로 보입니다. 다양한 시청각 자료를 제공하고 간단히 휴대할 수 있다는 장점을 살린 분야에서 많이 활용되겠죠. 하지만 종이책의 역할을 다 대체하지는 못할 것 같습니다. 책이 주는 장서로서의 만족감, 질감을 주지 못하는 것도 애서가들에게는 그다지 매력적이지 않은 요소일 것입니다.


지금 혹은 앞으로 쓸 책은 무엇인지요.
 
지금 쓰고 있는 책은 플라톤에 대한 소개서입니다. 플라톤만큼 독재자, 전체주의자들이 애용했던 사상가는 없습니다. 하지만 플라톤이 가장 미워한 사람도 그런 독재자, 참주들이었습니다. 아이러니죠. 어떻게 그런 일이 벌어졌는지에 대해 알아보고 플라톤이 진정 원하는 것은 무엇이었을까, 플라톤의 문제의식을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는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 것인가에 대해 고민해보는 책입니다. 그리고 독서의 기술을 고전에 적용하는 것에 대해서도 써보려고 합니다. 이번 『독서의 기술, 책을 꿰뚫어보고 부리고 통합하라』가 실생활에 필요한 책들을 주로 다루었다면 다음에는 독서의 기술은 영혼을 가다듬고 인생을 성찰하는 데 도움이 되는 고전들을 어떻게 읽을 것인가에 대해 제 나름의 방법을 제안해보는 책이 될 것입니다.
 
겨울방학을 이용하여 『독서의 기술』을 읽는다면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까요?

 

일단 『독서의 기술, 책을 꿰뚫어보고 부리고 통합하라』는 학생 혼자 읽기보다는 부모님이 함께 읽으면 더 좋은 책입니다. 그 이유는 이 책은 한 번 보고 끝나는 책이 아니라 여러 번 반복해서 봐야 할 실용서이기 때문입니다. 수학교재는 부모님이 함께 읽고 풀기가 어렵지만 이 책은 부모님이 읽고 아이에게 적절한 지도를 해 줄수록 그 효과가 커지는 책입니다. 혼자서 반복하기를 바라기보다는 함께 읽고 점검해주시면 더욱 좋겠지요.
 

일단 전체 내용을 두 부분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먼저 1,2장의 내용은 제대로 읽기의 기본원리를 학습하는 것입니다. 3장은 분야별 적용이고, 4장은 좀 수준 높은 통합적 읽기입니다. 따라서 먼저 1,2장의 내용을 요약해 보면서 읽는 것이 필요합니다. 그 기간은 1, 2주 정도 잡으시면 됩니다. 각 장별로 1주 정도 계획을 잡고 하루에 30~40분 정도 4~5일에 매일 한 꼭지씩 요약하면 됩니다. 그러고 나서 3주차에는 3장 각 분야별로 읽기를 연습해봅니다. 흥미 있는 분야부터 시작하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마지막 4장 통합적 읽기는 쉬운 부분이 아닙니다만 적극적으로 시도해본다면 방학을 알차게 갈무리할 수 있을 것입니다.


* 이 인터뷰는 서면으로 진행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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