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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순간 우리가 주목해야 할 가장 핫한 밴드 - 피스(Peace)

재기발랄한 첫 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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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이들의 기대를 불러일으키며 공식적인 첫 걸음을 성공적으로 내딛은 피스의 정규 데뷔작, 소개합니다.

피스(Peace) <In Love>

보컬 겸 기타리스트 해리 코이저와 형제인 베이시스트 사뮤엘 코이저, 기타의 더글라스 캐슬에 드러머 도미닉 보이스가 모인 이 밴드를 거슬러 올라가면 고등학교 시절 만들었던 노벰버 앤 더 크리미널스라는 그룹이 전신으로 자리한다. EP 앨범도 발매하고 공연도 몇 차례 가지며 어린 시절부터 경험을 쌓아가지만 멤버들의 대부분이 대학에 진학하게 되면서 그룹 자체를 한 차례 재정비하게 된다. 영국의 인디 음악 전문지 노 립코드와의 인터뷰에 따르면 스쿨 밴드에서 작용했던 전반적인 이미지를 지워내는 작업이었다고 할 수 있다. 문제는 피스로 간판을 새로 달면서 발생한다. 이름을 바꾼 뒤에 발매했던 EP 음반 <EP Delicious>가 문제작으로 ‘찍히게’ 된 것이다. 영국의 평론지 NME는 이때부터 일찌감치 예의주시하고 있었고 방송사 BBC를 비롯해 영국의 록 신에서도 밴드를 유망주 자리에 앉히며 긍정적인 미래를 예견했다.

그 시선에 보답이라도 하듯 피스는 누가 봐도 훌륭한 작품을 가지고 정규 디스코그래피의 첫머리를 새긴다. 무엇보다도 먼저 이야기를 꺼내야 하는 부분은 이들의 작곡 능력이 상당하다는 점이다. 드림 팝을 연상시키는, 때로는 사이키델릭하기까지 한 몽환적인 질감과 징글쟁글의 기타 사운드가 꼬아 놓은 듯한 인상으로 우선 다가오지만, 분위기 전반을 지배하는 것은 사실 스트레이트한 진행으로 시원하게 몰고 나가는 곡의 전개방식과 감흥을 절정으로 끌어올리는 팝적인 훅 라인이다. 수록곡들을 통해 보자. 프라이멀 스크림의 곡과 이름이 같은 「Higher than the sun」의 경우, 뿌연 광경이 시각을 제일 먼저 점령하나 힘 있게 사운드를 뽑아내는 이후의 순간에 강점이 더욱 실린다. 독특한 그루브로 시작부터 적잖이 당혹케 만드는 「Wraith」와 「Waste of paint」, 전주가 토킹 헤즈의 「Once in a lifetime」을 연상시키는 「Delicious」도 팝 코러스로 승부수를 띄우고 있으며, 넘실거리는 에너지로 흡인력을 발생시키는 「Toxic」도 또한 상당히 멋지게 밀고 나간다.


강렬한 록 사운드에 크게 무게가 실리나 앨범의 소구력을 정점으로 가져가는 또 다른 부분은 루즈하게 끌고 가는 감미로운 트랙들에 있다. 가장 먼저 꺼낼 곡은 역시나 「California daze」다. 1년 전의 EP 앨범 <EP Delicious>에서도 최고의 트랙으로 꼽힌 곡이었던 만큼 이번 앨범에서도 빼놓을 수 없는 매력을 발산한다. 아득하게 울려 퍼지는 기타 소리도 그렇거니와, 곡 제목과도 묘하게 연결되는 배킹 보컬들의 몽롱한 하모니, 느릿하게 늘이면서도 연출력을 놓치지 않는 해리 코이저의 보컬은 절정을 향해 점층적으로 쌓여가는 전개와 함께 앨범의 마지막 순간에서 환상적인 모멘트를 낳는다. 사운드의 측면에서는 「California daze」와 다소 겹치는 감이 있지만 가사가 특히나 아름다운 「Float forever」도 같이 언급해야할 필요가 있으며 공간감을 훌륭히 자아낸 「Sugarstone」도 궤를 같이하는 곡이다.

의심할 여지없이 좋은 정규 데뷔작이다. 트랙 수로는 10곡, 러닝타임으로는 35분이 약간 넘는 작품의 분량을 피스는 실로 멋지게 채워냈다. 마치 1990년대 초의 브릿 팝을 꺼내 올리듯 찰랑찰랑한 기타 리프가 시종일관 듣는 귀를 잡아당기며 여유 있게 몰아가는 보컬도 단연 매력적이고 은근하게 들려오는 몽환적인 사운드도 적잖은 흡인 요소로 작용한다. 괜히 이목을 집중시키는 밴드가 아닌가보다. 앞서 언급한 NME는 이들의 첫 앨범에 아낌없이 90점짜리 성적표를 던지며 찬사를 보냈고, 여타 유수의 평론지에서도 상당한 점수를 선사하며 이들의 행보에 활력을 더했다. 자국인 영국에서 새긴 앨범 차트 16위라는 기록도 추진력을 더하기는 마찬가지. 쾌조의 스타트를 끊은 셈이다.

좋은 노래를 써 내리는 작곡 능력이 발군이고 멋지게 사운드를 펼쳐놓는 편곡과 연주 능력도 상당하며 그 속에서 멋진 구성을 이끌어 낸 명 프로듀서 짐 어비스와의 호흡도 조화롭다. 젊은 밴드 특유의 활력이 트랙과 작품 곳곳에서 묻어나지만 어수룩하거나 성글은 것과는 크게 거리를 보인다. 실력이 참으로 대단하다. 그렇기에 이 지점에서 꺼내고자 하는 말은, 어쩌면 충분히 예상했겠지만, 이들의 잠재력까지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이 한 장의 앨범만으로도 밴드의 현 위치에, 그리고 당장에 코앞으로 다가올 2, 3년 뒤의 위치에 높은 점수를 매길 수 있다. 그러나 수많은 팬들이 희망하는 더 멋진 그림은 이보다 더 훌륭한 아니, 최소한 데뷔작만큼의 퀄리티가 두 번째, 세 번째 작품에서도 등장하는 광경을 담고 있다. 듣기만 하는 입장이기에 과한 욕심을 부렸다고도 할 수 있겠다. 허나 이런 작품이 나온 시점에서 어찌 탐심을 쉬이 뿌리칠 수 있을까. 재기발랄한 첫 출발에 설레는 사람들은 결코 밴드 자신들에 한정되지 않으니 말이다.

글/ 이수호 (howard1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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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이즘

이즘(www.izm.co.kr)은 음악 평론가 임진모를 주축으로 운영되는 대중음악 웹진이다. 2001년 8월에 오픈한 이래로 매주 가요, 팝, 영화음악에 대한 리뷰를 게재해 오고 있다. 초기에는 한국의 ‘올뮤직가이드’를 목표로 데이터베이스 구축에 힘썼으나 지금은 인터뷰와 리뷰 중심의 웹진에 비중을 두고 있다. 풍부한 자료가 구비된 음악 라이브러리와 필자 개개인의 관점이 살아 있는 비평 사이트를 동시에 추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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