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호정의 옛 담 너머] 씨앗과 꽃이 그랬듯이
현호정의 옛 담(談) 너머 [현호정의 옛 담 너머] 씨앗과 꽃이 그랬듯이 내가 있던 자리가 빈자리 된 뒤에 당신이 나를 그리워하는 대신 목적어 없이 그저 주어로 지루해하면 좋겠다. 우리는 다시 만나게 될 수도 있지만, 다시는 만나지 못할 수도 있을 것이다.

2024.09.24

현호정(소설가)
[현호정의 옛 담 너머] 병이 낫고 나니 봄바람은 가 버렸고
현호정의 옛 담(談) 너머 [현호정의 옛 담 너머] 병이 낫고 나니 봄바람은 가 버렸고 현호정 소설가가 포착한 ‘나를 아프게 하던 존재를 약으로 여기는 순간'.

2024.08.20

현호정(소설가)
[현호정의 옛 담 너머] 돼지풀 요정
현호정의 옛 담(談) 너머 [현호정의 옛 담 너머] 돼지풀 요정 나는 엉터리 농부지만, 내가 여기 되찾지 못할 흰콩을 묻어 저 아래 누군가에게 별로 반짝이게 할 수 있는 건 언젠가 “더듬거리며 길을 찾아야만”했던 “텅 빈 공간”을 오래도록 주물러 진창으로 만들어 둔 덕임을 안다.

2024.08.06

현호정(소설가)
[현호정의 옛 담 너머] 여자인 척하는 곰인 척하는 여자 아니면 아예 호랑이
현호정의 옛 담(談) 너머 [현호정의 옛 담 너머] 여자인 척하는 곰인 척하는 여자 아니면 아예 호랑이 어쩌면 광기에 사로잡힌 듯 ‘게으른’ 것이나 ‘둔한’ 것에 철퇴를 휘두르며 달려온, 눈에 띄는 모든 것을 양손에 움켜쥐고 내달려 온 작금의 한국인들에게 정말로 필요한 것은 딱 한 가지인지도 모른다. 이제 아무도 탈락하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

2024.07.23

현호정(소설가)
[현호정의 옛 담 너머] 터치 마이 바디
현호정의 옛 담(談) 너머 [현호정의 옛 담 너머] 터치 마이 바디 ‘다칠 상(傷)’안에는 해와 빛을 뜻하는 ‘양(昜)’자가 있고, ‘상줄 상(賞)’ 속‘尙(오히려 상)’은 집과 창문을 함께 그린 글자다. 사는 동안 내게 찾아들 상처들을 창 너머 해를 쬐듯 기꺼이 앓을 수 있을까.

2024.07.09

현호정(소설가)
[현호정의 옛 담 너머] 긴 이름의 내가
현호정의 옛 담(談) 너머 [현호정의 옛 담 너머] 긴 이름의 내가 그러니까 어떤 호명은 수행발화(遂行發話)라는 것. 경찰이 ‘당신을 체포합니다’라고 말하면 체포가 성립되듯이, 누가 나를 부르면 그게 내 이름이 되는 일도 일어날 수 있다고.

2024.06.25

현호정(소설가)
[현호정의 옛 담 너머] 부처가 못 돼
현호정의 옛 담(談) 너머 [현호정의 옛 담 너머] 부처가 못 돼 부처가 되기 위해 여러 차례 벗어야 하는 껍질 중에는 부처님 껍질도 있다고. 언젠가는 붓다를 찢고 붓다 밖으로 나와야 붓다가 될 수 있다고. 붓다를 거기 남겨둔 채 당신에게 옳고 좋은 길로 날아가기를 붓다도 원한다고. 정말이다.

2024.06.11

현호정(소설가)
[현호정의 옛 담 너머] 얌전한 아가씨인 내가 전생에 배덕한 선녀였다고?
현호정의 옛 담(談) 너머 [현호정의 옛 담 너머] 얌전한 아가씨인 내가 전생에 배덕한 선녀였다고? 지난 11월에 점을 보러 갔다. 자리에 앉자 무당이 부채와 방울을 흔들었다. 혼이 실린 그녀는 대뜸 내게 평범한 사람이 아니라고 말했다. 왜냐고 되물으니 완전히 사람인 상태가 아니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2024.05.28

현호정(소설가)
[현호정의 옛 담 너머] 나무껍질 샌드위치
현호정의 옛 담(談) 너머 [현호정의 옛 담 너머] 나무껍질 샌드위치 철마다 산과 들에 돋아나는 것들의 이름을 다 부를 줄 알던 당시의 백성들이 나무의 껍질을 벗기기 시작했다는 것은 더 이상 나물죽을 끓일 나물 한 포기 남아있지 않을 정도로 상황이 몹시 절박했다는 의미일 터였다.

2024.05.14

현호정(소설가)
[현호정의 옛 담 너머] 바다표범의 뼈로 만든 할머니의 페니스
현호정의 옛 담(談) 너머 [현호정의 옛 담 너머] 바다표범의 뼈로 만든 할머니의 페니스 “남자로 있든 여자로 있든 사람이 혼자 살면 무슨 차이가 있겠는가.”

2024.04.23

현호정(소설가)
[현호정의 옛 담 너머] 바다를 메워야?
현호정의 옛 담(談) 너머 [현호정의 옛 담 너머] 바다를 메워야? 부강한 나라, 권력 쥔 사람, 시시한 사익 앞에서 아까운 줄도 모르고 스스로 깎고 허물어 그 거룩하던 산들을 몹시 무너뜨린 뒤에야 바다는 약간 그나마도 어설피 메워진다.

2024.04.09

현호정(소설가)
[현호정의 옛 담 너머] 오늘은 아픈 날
현호정의 옛 담(談) 너머 [현호정의 옛 담 너머] 오늘은 아픈 날 늘 아픈 몸. 그러나 한편으로는 아프다가 아프지 않아지는 몸. 아프지 않다가 아파지는 몸. 그것이 실상은 몸의 변화가 아니라 아픔 자체의 비굴함에서 오는 현상임을 아는 이들이 600년을 건너 지금 여기에도 있을 것이다.

2024.03.26

현호정(소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