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봉곤
2022년, 문학동네신인상 심사에는 오백 명이 넘는 응모자로부터 천 편이 넘는 소설이 도착했다. 본심에 오른 우수한 작품들 중에서도 유독 빛나는 소설이 하나 있었다. “작품마다 잊히지 않는 장면이 꼭 있다는 것이 특출나다고 여겨졌다”(소설가 조해진), “어쩌면 조금은 냉정한 데가 있는 인생의 진실 한 자락에 정직하게 도달하는 이 소설의 태도는 하나의 결기로 느껴졌다”(문학평론가 강지희), “수준 높게 구현된 일상과 그 속에 틈입한 동화적 사건, 그러나 동화적으로 해결하지 못하는 현실의 문제가 너무 갑갑하지도, 그렇다고 너무 낭만적이지도 않게 어울려 있었”(문학평론가 이지은)다는 찬사를 받은 서고운의 「숨은 그림 찾기」였다.
등단작 「숨은 그림 찾기」를 통해 현실과 환상을 미려하게 직조해 냈던 그가 작품활동을 시작한 지 4년 만에 첫 소설집 『사랑은 하루도 사랑』을 선보인다. 그간 다양한 매체에 활발하게 발표한 여러 작품 중 아홉 편을 선별해 묶은 이번 소설집은, 등단 당시 “다른 세상은 가능하다. 사랑과 우정이 이긴다”라고 선언했던 작가의 당찬 다짐을 한 권의 빛나는 서사적 세계로 증명해 낸다.
『사랑은 하루도 사랑』은 2022년 「숨은 그림 찾기」로 작품활동을 시작한 이후 첫번째로 묶는 소설집이지요? 소설집으로는 독자들과 첫인사를 나누게 되셨어요. 첫 소설집을 출간하신 소감이 궁금해요.
처음 소설쓰기를 시작할 때 ‘내 이름으로 된 책 한 권만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했던 기억이 납니다. 드디어 제 이름이 적힌 첫 소설집이 나왔는데, 생각보다 쑥스러운 마음이 크네요. 이 소설집이 나오기까지 정말 많은 이들의 노고가 있었습니다. 그래서 ‘내 책’보다 ‘우리 책’이라고 느끼게 되는 것 같고요. 소설 속 이야기들이나 인물들도 오롯이 제 것만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제가 이 세상 구석구석과 알게 모르게 얽히며 쓴 소설들이니까요. 그런 이야기들이 책으로 묶여 태어났으니, 이 책이 읽히며 또 어떤 이야기를 만들어낼까 궁금하기도 합니다. 사실 너무 궁금해서 검색도 자주 하고 있습니다.
아홉 편의 단편을 묶는 과정도 궁금했습니다. 소설집 원고를 준비하실 때 가장 신경 썼던 부분이 있다면 무엇이었나요?
저는 꼭 무언가를 끝내고 나면, 그제야 잘못된 것을 발견하곤 합니다. 100만큼 해야 하는데 98 정도에서 멈춰서 그런 것 아닐까 해요. 예를 들어 과제를 제출하거나, 이메일을 보내고 나서 오탈자를 발견하는 거죠. 그런데 책이라는 건 돌이킬 수 없는 물성을 가지고 있는 매체이다 보니, 끝까지 마음을 놓지 못했던 것 같아요. 특히 소설 속 인물들에게 내가 최선을 다한 것이 맞을까, 하는 생각을 자주 했습니다. 꼭 행복하게 끝을 내야 하는 건 아니지만, 최소한 이들의 결말에는 책임을 지고 싶었어요. 그래서 처음부터 다시 쓴 소설도 있었고요. 쉽지 않은 과정이었지만 그 세계에 빠져 사는 게 사뭇 즐겁기도 했답니다.
여러 소설이 모인 소설집인 만큼 다양한 소재들이 눈에 띕니다. 특히 귀신을 본다거나, 잃어버린 물건을 찾을 수 있는 능력처럼 환상적인 소재들이 소설집을 더 다채롭게 만들어주는 것 같아요. 이런 아이디어는 어디서 얻으시는지 궁금합니다.
제가 부지런한 사람이 아니에요. 꼼지락거리기 선수이고요. 그러다 보니 모든 할 일을 내일(또는 다음 생)으로 미루고 또 미루면서 쓸데없는 생각을 많이 하는 편입니다. 사실 우리가 언제나 과학적이고 논리적으로 사는 건 아니잖아요. 살다 보면 어? 이거 혹시? 계시? 운명? 초능력? 이런 비일상적인 순간들이 있는데 그냥 지나쳐버릴 때가 많죠. 하지만 그런 순간들에는 그 사람의 깊은 마음 같은 게 섞여 있는 것 같아요. 바라는 대로 보인다고도 하잖아요. 그런 순간이 찾아올 때면 최대한 몰입해보려고 합니다. 내가 왜 그렇게 느꼈을까, 또는 저 사람은 왜 저런 경험을 하게 되었을까, 생각해 보기도 하고요. 일상을 비일상으로 만들어내는 마음을 골똘히 들여다보는 게 재미있더라고요.
직전 질문에서 환상적인 소재에 대해 여쭤보았는데요, 작가님의 소설에는 환상적인 상상력이 들어가 있는 동시에 현실의 노동, 인권 문제들이 핍진하게 서술되어 있기도 하지요. 현실적인 문제들을 다룰 때 어떤 부분을 중요하게 생각하시나요?
이 세상에는 완전한 개인도 완전한 타인도 없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어떻게든 연결되어 있고, 심지어 내가 모르는 일에도 연루되어 있는 경우가 많으니까요. 그러다 보니 이야기나 인물을 떠올릴 때 지금 제 주변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들이 계속해서 배경으로 들어오는 것 같습니다. 저도 영향을 받고, 소설 속 인물도 영향을 받는 것이지요. 다만 그 영향에 대해서는 계속 곱씹는 편인 것 같아요. 저만의 판단으로 인물들이 억지로 움직이게 할 수는 없으니까…… 그렇게 인물의 편에서 생각하고 행동해 보는 연습을 자주 하게 되는데, 소설쓰기가 재밌는 이유이기도 한 것 같아요. 더불어 이 소설이 반드시 지금 쓰여야 하는 이유, 읽혀야 하는 이유가 무엇일지도 종종 생각합니다.
소설집을 읽으며 인물들에게 마음이 많이 갔어요. 인물들은 모두 불안정한 주거, 고된 노동 등 저마다의 문제를 직면하고 있어요. 하지만 그러면서도 특유의 명랑함을 잃지 않습니다. 이런 인물들은 어떻게 만들어내는지 궁금했어요. 현실의 인물에서 아이디어를 얻는지, 아니면 드라마나 영화 같은 창작물에서 영감을 얻는지 궁금했습니다.
저는 제 자신을 잘 모르지만, 확실하게 아는 게 하나 있다면 매우 변덕이 심하다는 것입니다. 좋게 말하면 변덕이 심한 것이고, 어찌 보면 이중적이라는 건데요, 사실 정확히 말하면 삼중적, 사중적………에 가까운 것 같아요. 그리고 어릴 때부터 이렇게도 살아보고 싶고, 저렇게도 살아보고 싶고, 추구미를 하나로 딱 정하기가 어려웠어요. 그래서 소설을 쓸 때 제 자신의 여러 면들을 쪼개서 인물들의 성격을 만드는 편인 것 같습니다. 인물의 직업이나 환경 같은 배경은 아무래도 저의 직업에서 영향을 많이 받고요. 인권영화제에서 활동하다 보니 관련한 영화와 그 속 이슈에 대해 계속 노출될 수밖에 없어요. 특히 다큐멘터리를 많이 보게 되는데 인물과 카메라가 아주 오랜 시간 신뢰를 쌓고, 그 안에서 포착되는 다양한 감정과 관계성을 들여다볼 때 무언가 쓰고 싶다는 마음이 들기도 하더라고요.
이번 소설집에는 소설이 아홉 편 실려 있지요. 모두 재밌고 소중한 단편이지만 독자들에게 꼭 한 편을 추천해야 한다면 어떤 단편으로 고르고 싶으신가요?
사실 이 질문을 받을 때마다 답이 바뀌는데요, 오늘은……… 「숨은 그림 찾기」를 고르겠습니다! 이 소설의 처음 제목은 원래 「가을 모기」였어요. 모기가 들끓는 낡은 집에 사는 인물에게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요즘 갑자기 쌀쌀해진 날씨 때문인지 매일 모기를 열 마리씩은 잡고 있는데, 소설 속에서도 비슷한 풍경이 펼쳐져요. 처음 발표한 소설이기도 하고, 소설집 첫 순서로 실린 소설이기도 하고, 요즘 계절과 잘 맞는 것 같아 추천해 봅니다. 담대한 어른의 미래를 꿈꿔왔지만 그렇지 않은 현실 속에서, 그럼에도 사랑과 우정의 힘을 믿는 분들이 읽어주시면 좋겠습니다.
마지막으로, 『사랑은 하루도 사랑』을 만날 독자분들께 인사 한말씀 부탁드려요. 이번 소설집을 더 즐겁게 읽을 수 있는 독법을 소개해 주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정말 진심으로 반갑습니다! 이 책의 이야기를 넓혀줄 수 있는 사람은 이제 오직 독자분들인 것 같습니다. 어떻게 읽어주실지 너무 궁금하네요. 어떤 일상을 살아가며 이 책을 만나실지도요. 사실 사랑을 중요하게 여기는 사람일수록 스스로에게 가혹하기 마련인데요, 이 책을 읽을 때만큼은 내가 이제껏 아주 조금이라도 실천해 온 사랑과 용기를 다독여주시면 좋겠습니다. 물론 사랑이나 용기 같은 말들이 우리를 옭아맬 때가 종종 있는 것 같아요. 아무리 노력해도 나는 누군가를 미워하게 되기도 하고, 절대 용서하지 못하기도 하는데, 그러면 나는 나쁜 사람인가? 실패한 사람인가? 의심하고 괴로워지고요. 하지만 그러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끝내 나 자신을 포기하지 않았으면, 그럼으로써 타인이 들어올 수 있는 자리를 남겨두었으면 좋겠습니다. 이건 제 자신에게도 하는 말이기도 해요. 그래서 저는 지나친 ‘깊생’을 하기 어려운 지하철에서 책 읽는 것을 좋아하는데요, 『사랑은 하루도 사랑』도 지하철이나 버스에서 호로록 읽기 좋은 책이라고 생각합니다. 조금 더 말랑한 마음으로 하루를 보내실 수 있기를요!
* AI 학습 데이터 활용 금지
사랑은 하루도 사랑
출판사 | 문학동네
출판사 제공
출판사에서 제공한 자료로 작성한 기사입니다. <채널예스>에만 보내주시는 자료를 토대로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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