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렇지 않은 척, 그 가면 뒤에 숨은 마음을 들여다보다 | 예스24
『비스킷』 『스티커』를 잇는 김선미 작가의 성장소설 3부작의 완성 『요절 금지』.
글: 출판사 제공 사진: 출판사 제공
2026.0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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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스킷』 『스티커』로 청소년 독자들의 뜨거운 지지를 받아온 김선미 작가의 신작 『요절 금지』가 출간되었다. 겉으로는 흠잡을 데 없이 성실한 열일곱 살 박지연이 블로그 ‘요절 희망자의 기록’에 자신의 속마음을 적어 내려가며, 마침내 스스로를 구원해가는 과정을 그린 성장소설이다. 세상과 타인을 구하던 전작들과 달리, 이번 작품은 오직 자기 자신만이 해낼 수 있는 가장 어려운 구원을 다룬다는 점에서 ‘성장소설 3부작’의 완성으로 평가받는다.

 


신작 『요절 금지』는 어떻게 쓰게 되셨나요? 집필의 출발점이 궁금합니다.

알고 지내던 의사 선생님의 연락 한 통이 시작이었습니다. 극심한 자살 충동에 시달리는 청소년 환자가 있는데, 그 지친 숨을 다독여 줄 만한 책이 있느냐며 조심스럽게 추천을 부탁해 오셨습니다. 

 

고심해서 찾아내 봤으나 전부 어른들의 언어로 쓰인, 성인을 위한 책뿐이었습니다. 정작 벼랑 끝에서 숨조차 제대로 쉬지 못하는 아이가 “이건 내 이야기다”라며 제 밑바닥을 온전히 비춰볼 수 있는 책은 없었습니다. 입시와 성취의 쳇바퀴, 이별 후유증, 친구 관계로 매일 속이 문드러져 가는 아이들에게 손을 내밀어줄 이야기가 절실했습니다. “네 아픔은 엄살이 아니며, 너만 그런 게 아니다”라고 말해줄 수 있는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춘 이야기가 그렇게 시작되었습니다.

 

이 소설의 핵심 소재는 ‘고기능성 우울증’입니다. 다소 생소할 수 있는 이 개념을 청소년소설의 중심에 놓게 된 이유는 무엇인가요?

흔히 우울증이라 하면 방에 틀어박혀 무기력하게 누워 있는 모습을 떠올리지만, 고기능성 우울증은 정반대의 얼굴을 하고 있습니다. 성실하게 등교하고, 시험공부를 하고, 친구들 앞에서 밝게 웃는, 가면 뒤에 웅크려 있기 때문입니다. 티가 나지 않으니 조기 발견이 어렵고 역설적으로 극단적인 충동에 무방비하게 노출되는 확률도 훨씬 높습니다.

 

특히 10대 청소년들에게 이 병은 훨씬 더 잔인하게 작동합니다. 아이들은 자신의 지옥을 누구와도 공유하지 못합니다. 친구에게 털어놓자니 짐을 얹어주는 것 같고, 부모에게 말하자니 실망을 안겨줄까 두려워 어디에도 마음 둘 곳이 없는 것이지요.

 

지연이는 바로 그 차가운 고립 속에서 아파하는 수많은 아이의 자화상입니다. 혼자 꾹꾹 삼켜온 아픔은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안에서부터 사람을 무너뜨립니다. 겉보기에 성실하다고 해서 괜찮은 것이 아니라는 사실, 들키지 않아서 더 외로운 그 우울함의 무게를 이 소설을 통해 세상 밖으로 꺼내놓고 싶었습니다.

 

주인공 박지연은 자신의 감정을 앱 결제, 시스템 오류, 유통기한 같은 디지털 언어로 냉소적으로 포장해 표현합니다. 이런 화법을 인물에게 부여하신 이유가 궁금해요.

지연이에게 냉소적인 화법은 감정이 산산조각 나는 것을 막기 위한 일종의 보호막입니다. “나 지금 죽을 만큼 외롭고 무서워”라고 인정해 버리는 순간, 자신이 쥐고 있던 마지막 통제력마저 잃고 와르르 무너져 내릴 것 같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고통을 있는 그대로 대면하는 대신, 마치 컴퓨터 시스템에 버그가 나거나 앱 결제가 잘못된 것처럼 한 걸음 물러서서 관찰하듯 말합니다. 자신의 고통과 적당한 거리를 두어야만 겨우 숨을 쉴 수 있으니까요.

 

동시에 그것은 오늘날 디지털 기기를 다루며 ‘기능’과 ‘효율’을 비교하며 자라온 10대들의 현실적인 언어이기도 합니다. 스스로를 고장 난 기계나 유통기한 지난 물건처럼 자조하면서도, 역설적으로 그 차가운 언어를 통해서라도 어떻게든 제 고통을 세상에 전하고 싶었던 아이의 간절한 몸부림을 담아내려고 했습니다.

 

『비스킷』 『스티커』에 이어 이번 작품으로 성장소설 3부작을 완성하셨는데요, 전작들과 비교했을 때 『요절 금지』만이 갖는 차이는 무엇인가요?

앞선 두 작품을 읽어주신 독자분들께 3부작의 완결로서 의미 있는 마침표를 건네고 싶었고, 세 작품의 궤적이 어떻게 진화하고 있는지 깊이 고민했습니다.

 

『비스킷』이 소외된 이웃을, 『스티커』가 위태로운 세상을 향해 손을 뻗었다면, 『요절 금지』는 마침내 ‘자기 자신’을 구하는 이야기입니다. 다른 사람을 구하는 것에서 세상을 구하는 것으로, 그리고 결국 나 자신을 구하는 것으로 나아간 셈이지요. 사실 이 궤적은 구하기 가장 어려운 순서이기도 합니다. 세상 그 무엇보다 구해내기 힘든 대상이 바로 나 자신이니까요. 절망에 빠진 나 자신을 포기하지 않고 끌어안는 일이 훨씬 더 어렵고 지난한 싸움이기 때문입니다. 그렇기에 세 작품의 차이는 구원의 방향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소설 속에서 지연이는 결국 자신의 블로그 이름을 ‘요절 희망자의 기록’에서 ‘요절 금지’로 바꿉니다. 작가님이 생각하시는 이 소설의 가장 중요한 장면이나 문장은 무엇인가요?

블로그 이름을 바꿔도 지연이가 완벽하게 치유되거나 모든 상처가 말끔히 나은 것은 아닙니다. 여전히 세상은 버겁고 내일도 불안하겠지요.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늘 하루는 죽지 않고 살아보겠다는 선언, 즉 스스로에게 삶을 하루씩 유예해 주는 태도의 변화야말로 이 소설의 진짜 심장입니다.

 

가장 중요한 장면은 지연이가 학교 발표에서 덜덜 떨며 실수를 쏟아내고 내려오는 대목입니다. 완벽해야 한다는 강박에 짓눌려 살던 아이가 담임의 무심한 한마디 뒤에 “그래, 나 쫄았다! 어쩔 건데?”라며 난생처음으로 자신의 못난 모습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는 순간이지요. 늘 남들의 기대에 맞추느라 자신을 난도질하던 지연이가 망쳐도 세상이 무너지지 않는다는 사실을 온몸으로 깨닫는 그 서툰 해방감의 순간이 쉼표를 찍게 만든 결정적인 전환점이라고 생각합니다.

 

청소년의 어두운 마음을 정면으로 다뤄오신 작가님이 앞으로 그려보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무엇인가요?

이번 3부작을 매듭지으며 청소년들이 겪는 결핍과 고립의 가장 깊은 바닥까지 내려갔다 온 기분입니다. 이제는 시야를 조금 더 넓혀 아이들을 둘러싼 환경과 그 안에서 피어나는 다양한 목소리들에 귀를 기울이고자 합니다.

 

완벽함을 강요하는 사회적 시스템 속에서 ‘낙오자’라는 낙인이 찍힌 아이들이 자기들만의 방식으로 룰을 깨뜨려 나가는 이야기, 혹은 실패해도 괜찮은 안전망을 스스로 만들어가는 통쾌하고 단단한 이야기를 고민하고 있습니다. 여전히 위태롭지만, 그 위태로움을 돌파해 나가는 생명력 넘치는 10대들의 얼굴을 담아내고 싶습니다.

 

『요절 금지』라는 제목처럼, 지금 이 순간 ‘괜찮은 척’ 하루하루를 버텨내고 있을 독자들에게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애쓰지 않아도 돼” “가면을 벗어던져” 같은 말은 하지 않겠습니다. 남들의 시선과 기대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그 가면이 얼마나 절박한 방패인지 잘 알고 있으니까요. 다만, 멀쩡한 척 웃고 돌아선 방 안에서 혼자 숨죽여 울고 있을 당신에게 이 말만은 꼭 건네고 싶습니다. 아파도 괜찮고, 덜덜 떨어도 괜찮고, 오늘 하루쯤은 완벽하지 않게 망쳐버려도 괜찮습니다. 당신이 부족해서 흔들리는 게 아니라 그만큼 세상을 향해 온 힘을 다해 버텨왔다는 증거일 뿐입니다.

 

희망이나 대단한 목표를 품지 않아도 좋습니다. 그저 오늘 밤 스스로에게 ‘요절 금지’라는 작은 유예를 허락해 주길 바랍니다. 그렇게 하루를 버텨낸 당신의 내일이, 아주 조금은 덜 시리고 숨쉬기 편해지기를 진심으로 응원합니다.



* AI 학습 데이터 활용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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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제공

출판사에서 제공한 자료로 작성한 기사입니다. <채널예스>에만 보내주시는 자료를 토대로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