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소현 첫 소설집, 나만을 위한 환호성이 울려 퍼지는 순간 | 예스24
우리가 왜 살아가야 하는지, 앞으로 어디에 있을지, 어떻게 살아갈지 여기서 함께 고민해 봐요.”라고 말하고 싶어요. 소설 안에 해답이 적혀 있는 건 아니지만, 함께 고민하는 게 덜 외롭잖아요.
글: 출판사 제공 사진: 출판사 제공
2026.0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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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니드


2020년 문학과사회 신인문학상을 통해 작품 활동을 시작한 구소현의 첫 소설집 『환호성』이 문학과지성사에서 출간되었다. 구소현의 소설은 삶과 죽음, 선과 악의 경계에서 날카로운 질문을 던진다. 당신이 어디에도 닿을 수 없는 유령이라면, 지구 종말을 앞둔 회사원이라면, 범죄를 저지른 학생의 선생님이라면 어떻게 하겠냐고. 이 막막한 질문 앞에서 우리는 다 포기하고 싶어지거나, 차라리 죽음을 원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어떻게든 살아가는, 살아남는 인물을 따라가며 페이지를 한 장, 한 장 넘기고 나면, 문득 생의 반짝임이 묻어 있는 손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쉽게 답을 내릴 수 없기에 결말이 궁금해지는, 복잡하고도 사랑스러운 여덟 편의 이야기 속으로 함께 들어가보자. 



첫 소설집 『환호성』 출간을 축하드립니다. ‘첫’이란 수식어는 모든 순간을 특별하게 만드는 힘이 있는 듯해요. 처음 글을 써야겠다고 마음먹었던 순간과 글을 계속 써도 좋겠다고 확신한 순간이 궁금합니다.

‘글을 한번 써볼까?’라고 생각했던 건, 초등학교 1학년 때였던 것 같은데요. 당시에 왜인지는 기억이 나지 않지만, 『은혜 갚는 까치』 『행복한 왕자』 『아낌없이 주는 나무』와 같은 이야기를 감명 깊게 읽었던 것 같아요. 그중 『은혜 갚는 까치』를 읽고 독후감을 써서 학교에 제출했는데 상을 받았어요. 담임 선생님께서 따로 어머니에게 연락해 제 칭찬을 해주셨어요. 그때 제가 칭찬을 받아 기쁘기보다는 딸의 칭찬을 들어 기뻐 보이는 어머니의 얼굴을 보는 게 좋았던 것 같아요. 

 

그 뒤로는 또 한동안 소설가라는 직업을 장래 희망으로 생각하지 않았어요. 그러다 열아홉 살이 되어 진로를 진지하게 고민해야 하는 순간이 왔을 때, 제가 책 읽는 것만큼은 매우 좋아했는데요. 많이 읽다 보니 자연스레 쓰고 싶어진 것 같아요. 성인이 된 후에는 시, 소설, 시나리오, 희곡 가리지 않고 이것저것 써보다가, 제가 무엇을 잘하고, 무엇을 쓸 때 더 재밌어하는지 알게 되면서 좀 더 본격적으로 시와 소설을 써야겠다고 마음먹었던 것 같습니다.

 

글을 계속 써도 좋겠다고 확신한 순간은…… 아직 확신에 차 있지는 않은데요. 『환호성』에 수록된 작품 중 「완치」라는 작품을 정말 즐겁게 썼어요. 쓰다가 제가 너무 재밌어서 같이 있던 친구에게 쓰는 게 너무 재밌다고 말했던 기억이 나요. 이때를 기점으로 제가 좀 달라졌던 것 같아요. 계속 써도 좋겠다기보다는 계속 쓰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어요.

 

평소 작업 환경이 궁금합니다. 주로 언제 작업하시는지, 책상 위에는 어떤 물건들이 놓여 있는지, 작업이 잘 안될 때 하는 루틴이 있는지 등이요. 

전업 작가가 아니다 보니, 시간을 어떻게든 따로 내서 쓰는 편이에요. 출근 전 일찍 일어나서 쓰기도 하고, 퇴근 후에 쓰기도 합니다. 매일 작업 계획을 세우고, 조금이라도 쓰려고 해요. 못 지킬 때가 많지만요. 예전에는 깨끗한 책상 앞에 앉아야만 글을 쓸 수 있었는데, 이제는 핸드폰 메모로도 쓸 수 있게 됐어요. 어떻게든 써야 하니까 더는 환경에 크게 영향을 받지 않게 된 것 같아요.

 

책상 위는 가운데를 제외하고 사방이 책으로 둘러싸여 있어요. 포모도로 타이머와 헤드셋 같은 것들도 놓여 있습니다. 작업이 잘 풀리지 않을 때는 책상 바로 뒤에 침대가 있어서 그냥 누워버리곤 해요. 그대로 잠들 때도 있고요. 한참 누워있다가 일어나면 대부분 다시 생각이 나더라고요. 

 

또 소설 속 인물의 마음이 알고 싶을 때는 그들의 행동을 직접 따라 해보기도 합니다. 지금 쓰고 있는 장면이 달리는 장면이라면 직접 한번 뛰고 오기도 하고, 인물이 밤바다를 바라보고 있다면 저도 똑같이 밤바다를 보러 갔던 적도 있어요.

 

『환호성』을 읽다 보면, 평소라면 쉽게 이해하지 못할 것 같은 인물들을 불쑥 이해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됩니다. 굳건했던 마음의 알고리즘, 규칙이 속절없이 뒤바뀌는 경험을 하게 되는데요. 반대로 작가님께서는 작품을 완성하고 나면 어떤 변화가 생기시는지 궁금합니다. 

더 나쁜 쪽으로 가기 위해 이런 이야기들을 쓰는 것은 아니고, 나쁜 쪽으로 갈 수밖에 없게끔 떠미는 환경에서, 더는 밀릴 곳도 없을 때, 뭘 어떻게 해야 좋을지, 어디로 나아가야 할지에 대한 고민이 『환호성』에 많이 담겼던 것 같아요. 

 

주인공들의 행동이 제가 생각하는 윤리나 규칙과 상충할 때, 하지만 그들의 말에 설득력이 있을 때 잠시 쓰기를 멈추고 생각에 잠기기도 했어요. 더 그들이 가자는 대로 따라가 보고 싶기도 하고, 더는 가면 안 된다고 잡아주고 싶기도 하고, 그런데 제가 그들에게 제시할 다른 길이 있나 싶으면 또 잘 모르겠고, 쓰는 내내 흔들렸던 것 같아요. 

 

그래서 소설을 완성하고 나면 더 명확해진 제가 있기보다는, 더 혼란스러운 제가 있었어요. 후련하면서도 아쉬움이 남고요. 더 충분히 생각해 보고 싶었는데, 그러지 못했던 부분들도 많아서요. 이게 맞나 아리송할 때도 많고. 그래도 가장 큰 변화가 최근에 있었는데요. 다음 소설에서는 답을 좀 더 내려보고 싶다는 마음이 생긴 것 같아요. 

 

『환호성』에는 다양한 사랑의 형태가 등장합니다. “사실 사랑한다고 말해야 맞는 것 같은데, 언니가 좀 무서워할까 봐 우선은 좋아한다고”(「완치」) 하는 맹목적인 사랑부터 “서로의 고민과 결정을 서로에게 털어놓지 않”(「요술 궁전」)는, 가을바람처럼 오묘하고 선선한 사랑까지. 작가님이 표현하는 사랑 이야기는 참 섬세하고 다채로운데요. 또 어떤 사랑 이야기를 그려보고 싶으신지 궁금합니다. 

저는 사랑 이야기를 좋아하는데, 특히 순애를 좋아합니다. 맹목적인 사랑이 취향이에요. 제가 그런 사랑을 주고 싶고, 그렇게 살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제가 잘 쓸 수 있는 마음이라 더 써보고 싶어요. 

 

또 지금 쓰고 있는 건, 애증 관계에 있는 인물들인데요. 겉으로는 미워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 안에 담긴 사랑을 포착해 내는 작업을 즐겁게 하고 있어요. 겉은 뾰족하고 날 서 있는데, 속은 말랑말랑한 사랑이랄까요. 그리고 서로 자신의 말랑한 속을 절대 안 보여주고 싶어 하고요. 두 사람이 충돌하는 장면을 쓸 때마다 정말 즐거워요.

 

‘쿠’ ‘조’ ‘도르마무’ 등 소설 「완치」 속 인물의 이름이 독특하고 간결해요. 덕분에 소설이 다른 언어로 번역되어도, 어느 문화권에서든 비교적 자연스럽게 읽히고 받아들여질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소설집에 수록된 다른 작품들 역시 동시대를 함께 살아가는 지구인이라면 공감할 만한 소재를 다루고 있어요. 인종차별, 종교와 같은 중심 소재뿐만 아니라, 소설 전반에서 윤리와 도덕의 문제를 묻고 있다는 점에서도 그렇지요. 만약 소설집이 번역된다면, 수록된 여덟 편의 작품 중 가장 먼저 해외 독자들에게 선보이고 싶은 작품이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한 번도 생각해 본 적이 없어 고민이 되었어요. 어떤 작품이든 번역된다면 정말 좋을 것 같은데요! 굳이 한 편을 고르자면, 「완치」를 가장 먼저 선보이고 싶습니다. 소설이 여러 번 변주되어 전개되는 방식이 다른 나라의 독자분들에게 흥미롭게 다가갈 수 있지 않을까 싶어요. 어떻게 읽어주실지도 궁금하고요. 개인적으로 이 소설을 쓸 때 다른 소설들과는 약간 다른 정서를 소설에 담았어요. 해외 독자분들께서 제가 담아둔 것을 느낄지도 알고 싶어지네요. 이 질문으로 인해 해외 독자를 만나는 기분은 어떨지 호기심이 생겼어요. 

 

소설집 맨 뒤에 실린 ‘작가의 말’은 독자에게 힘을 주는 문장들로 가득한데요. 특히 어떤 독자들에게 이 소설집을 권하고 싶으신지요?

“누구든 환영합니다!”이긴 한데요. ‘난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하지?’ ‘여기도 저기도 싫은데 난 어디에 있어야 하지?’ ‘왜 살아야 하지?’ ‘나는 뭐지?’ ‘왜 존재하는 거지?’라는 고민을 항상 갖고 계신 분들께 권하고 싶습니다. 

 

“우리가 왜 살아가야 하는지, 앞으로 어디에 있을지, 어떻게 살아갈지 여기서 함께 고민해 봐요.”라고 말하고 싶어요. 소설 안에 해답이 적혀 있는 건 아니지만, 함께 고민하는 게 덜 외롭잖아요.

 

앞으로 작가님께서 펼쳐 보일 세계가 궁금해집니다. 작가님의 이름 앞에 어떤 수식어가 붙길 원하시는지요? 

수식어를 오래 생각해 보았지만, 생각이 정말 나지 않아 겨우 정한 건, “그 소설 재밌더라”라는 말을 많이 듣는 작가였어요. 저는 독자분들께 재밌다는 말을 많이 듣고 싶어요. 제가 좋아하는 소설들도 다 떠나서 우선 재밌거든요. 다른 분들께도 소설을 추천할 때, 재밌을 거라는 말을 꼭 하는 편이에요. 힘든데 재밌더라. 슬픈데 재밌더라. 난해하긴 한데 재밌더라. 다 좋아요. 잠시라도 독자분들을 즐겁게 해주고 싶어요. 그러려면 더욱 정진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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