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상의 지친 마음으로 찾은 미술관에서 어려운 지식과 용어 때문에 부담을 느꼈다면 『미술적 인간』이 다정한 안내서가 되어줄 것입니다. 이 책은 차가운 미술사 해설에서 벗어나 그림, 사람, 자연, 예술에 대한 따뜻한 예찬을 담고 있습니다. 미술을 잘 알지 못해도 괜찮습니다. 그림을 통해 삶을 돌아보고 일상에서 잠시 숨을 고르고 싶은 모든 이들에게 친근한 휴식을 선사합니다.
첫 책 『다락방 미술관』 이후 7년 만에 다시 미술 이야기를 선보이면서 감회가 남다를 것 같아요. 어떤 마음으로 이 책을 집필하게 되었는지요?
저는 단지 미술을 좋아하는 사람으로 많은 전시를 봤고, 도록을 사서 모으는 게 취미였어요. 또 전시를 보고 나면 그 작가의 책을 찾아 읽는 미술 덕후였지요. 10년 넘게 미술 아카데미를 수강하고 전시 연계 강의를 찾아다니며 공부했는데 그땐 그게 제 업으로 이어지리라고는 짐작조차 하지 못했죠. 그런데 글을 쓰기 시작하면서 다른 사람이 쓴 미술 글을 읽으며 나라면 조금 다른 각도로 써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전공자는 아니지만, 미술 감상에 법칙이 있는 건 아니니까요. 나만의 감수성을 담은 글을 쓰고 싶다는 마음에서 시작한 게 ‘다락방 미술관’이었다면 이번 ‘미술적 인간’은 조금 다른 마음에서 시작했습니다.
글을 쓰면서 제 글쓰기의 반경도 점점 넓어졌는데요, 특히 6~7년간 드라마에 매달려 작업했는데 번번이 제작되지 못했어요. 그래서 소설로 방향을 돌려 장편소설을 출간했는데 초반에는 기대만큼 반응이 좋지 않았어요. 시간이 흐르면서 작품을 인정받아 해외 출판까지 이어졌는데 당시에는 드라마도 안 되고 소설도 안 되는구나 싶어 좌절했죠. 사람이 상처받으면 고향으로 돌아가듯 내 마음을 다잡기 위해 돌아간 것이 미술이었습니다. 미술 이야기를 쓰기 위해 여행을 다니기 시작하니까 갑자기 시속 300킬로미터로 달리던 열차에서 내린 기분이 들었어요. 여행의 힘이었는지 미술의 힘이었는지 아마 둘 다이지 싶은데, 전속력으로 달리느라 돌보지 못했던 나를 다독이는 마음으로 글을 썼습니다. 글로 상처받은 마음을 글로 치유한 셈이죠.
박수근이 노상에서 물건을 살 때 항상 여러 상인들에게 나눠서 샀다는 일화, 이중섭이 아들에게 보낸 편지화 등 화가들의 인간적인 면모에 특히 집중하신 것 같습니다. 자료 조사 과정에서 알게 된 그들의 ‘숨겨진 인간미’와 특별히 그것에 집중한 이유가 있었나요?
숨겨진 인간미, 너무 많았죠. 작품만 감상하는 것에 멈추지 않고 한 사람의 생애를 따라가다 보면 결과가 아닌 과정이 보이거든요. 특히 겸재 정선과 그의 평생 벗이었던 이병연의 브로맨스는 쓰면서도 가슴이 벅차올라 손이 떨렸던 기억이 있습니다. 나이 든 남자들의 우정에 이토록 깊이 몰입한 건 처음이었던 것 같아요. 겸재 정선이 역사 속 인물이 아니라 피와 살을 가진 인간이었다는 걸 새삼스럽게 느꼈달까요?
어떻게 보면 우리는 그림 자체에 감동하는 측면도 있지만, 작가의 이런 인간적인 이야기에 빠져드는 경우도 많은 것 같아요. 그가 어떤 사람인지, 어떤 마음으로 살았는지를 알면 작가의 작품이 더 잘 이해되고 훨씬 더 가깝게 와닿으니까요. 그게 제가 ‘인간미’에 집중한 이유이기도 하고요.
책의 첫 챕터인 부소갤러리 에피소드에서 아버지와의 장면이 인상적이에요. 아마추어 화가의 쓸쓸한 그림 앞에서 목이 멨다는 문장이 있는데, 그 순간이 이 책 전체에 어떤 영향을 주었나요?
그 순간이 ‘미술적 인간’이 탄생한 순간이었어요. 미술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모르는 80대 노인이 아마추어 화가가 그린 그림을 보며 감탄하는 지점.
“이 그림은 쓸쓸하기 짝이 없다”라고 하신 말씀은 아직도 제 가슴에 서늘히 남아 있습니다. 감동이란 자신의 추억과 맞닿아 있다는 걸 몸으로 깨닫는 순간이었죠. 나란 인간은 미술 책도 쓰고 강연도 다니면서 정작 부친과는 미술관에 한 번도 간 적이 없다는 걸 비로소 인지했어요. 다음 여행 땐 꼭 제대로 된 미술관을 모시고 가야겠다고 다짐했었는데 그걸 지키게 돼서 다행이었고요.
부친과 마지막 챕터인 원주 뮤지엄 산을 함께 갔었는데, 개인적으로는 큰 의미가 있습니다. 이 여행을 마치고 얼마 되지 않아 소천하셨거든요. 아마 아버지와 딸이 미술관에 와서 그림을 보는 장면을 보면 울지도 모르겠어요.

책에서 "감상은 정답을 찾는 과정이 아니라 타인의 삶을 이해하고 자신의 지난 시간을 돌아보는 일"이라고 하셨어요. 이 책을 쓰면서 저자 본인이 가장 크게 돌아보게 된 '지난 시간'은 무엇이었나요?
앞서도 말씀드렸지만 오랜 시간 드라마를 썼는데 제작까지 가지 못했어요. 이후 소설까지 반응이 미지근하니까 좌절과 초조가 밀려들었죠. 전국 미술관을 다니며 글을 쓰면서 쫓는 사람도 없는데 쫓기고 있는 나 자신을 발견했어요. 성공과 성과에만 매달리는 삶은 얼마나 사람을 지치게 하는가.
어차피 쓰는 삶을 살 거라면 ‘쓰는 즐거움으로 되돌아가자’라는 생각이 들었답니다. 한 번 마음을 먹는다고 금방 그렇게 되진 않았지만, 경쟁에서 나를 떼어 놓으니 글을 쓰는 게 다시 즐거워졌어요. 결과적으로 성과에 대한 욕심은 버리고 내가 즐겁게 쓸 수 있는 글을 쓰자, 라는 마음을 먹는 시간이었습니다.
"우리나라 미술관 중 어디가 가장 좋아요?"라는 질문을 가장 많이 받으셨다고 하셨어요. 지금 이 시점, 이 책이 나온 지금 기준으로 답을 해주신다면요?
현재 구하우스 미술관 10주년 특별전으로 《조아나 바스콘셀로스: 공존을 잇고 엮다》라는 전시를 하고 있는데, 이곳을 추천합니다. 조아나 바스콘셀로스는 여성용품인 탐폰으로 우아한 샹들리에를 만들고 냄비로 거대한 하이힐을 만드는 세계적인 여성 작가인데요, 어디에서도 보지 못할 독창적인 작품들을 만나볼 수 있습니다.
또한 양평은 북한강변길을 끼고 있어 드라이브하기도 좋고요, 맛집은 물론 뷰가 좋은 카페도 많습니다. 서울 경기권에서 접근성도 좋으니, 근처에 계신 분들이라면 당일치기로 훌쩍 다녀오기도 좋습니다.
드라마, 소설, 에세이, 예술 등 장르를 넘나들며 글을 쓰고 계신데요. 다음 작품은 어떤 모습일지 궁금해요.
지금은 다시 드라마를 쓰고 있어요. 인생이 참 아이러니한 게 ‘나 자신을 선택받아야 하는 위치에 놓지 않겠다’라고 마음먹었더니 닫혔던 문이 다시 열렸다는 거예요. 드라마 제안이 들어왔답니다. 처음엔 고민했는데, 드라마로는 내 인생에 마지막 기회로 생각하고 계약서에 사인했습니다. 당연히 열심히 쓰고 있지만, 예전과는 다른 마음으로 임하고 있어요. 결과에 대해 조금 더 가벼워졌달까요? 그러다 보니 이야기가 더 잘 풀리는 것 같기도 합니다.
두 번째 장편소설도 퇴고가 거의 끝났어요. 드라마는 변수가 많아서 어떻게 될지 모르지만, 소설은 내년쯤 나오지 않을까 짐작하고 있습니다. 드라마는 언젠가 한 번은 해야 마음 편히 넘어갈 수 있는 오랜 숙제 같은 느낌이라면 소설은 아무 간섭도 받지 않고 오롯이 내가 쓰고 싶은 이야기에만 집중해서 쓸 수 있다는 점에서 제게는 더 매력적인 장르로 느껴집니다.
끝으로 독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으신가요?
마지막으로 독자 여러분께 드리고 싶은 말은, 열심히 하는 데도 성과가 없어 괴로운 분들에게 심심한 위로의 말씀을 전합니다. 저도 여전히 그런 삶 속에 있지만 우리의 부대낌이 앞으로 나아가는 과정임을 잊지 않기를 바랍니다. 힘들면 쉬어가고, 막히면 돌아가면서 도전을 멈추지만 않는다면 굼벵이처럼 느릴지언정 언젠가 우리가 목표하는 그 지점에 닿으리라고 생각합니다. 또한 목표까지 가지 못하더라도 목표는 언제나 수정하는 데 그 묘미가 있지요. 목표를 이루지 못했다고 자신을 너무 책망하지 않기로 해요. 당장은 실패로 보이지만, 그 실패로 인해 당신은 분명 더 단단해지고 나은 사람이 될 테니까요.
* AI 학습 데이터 활용 금지
다락방 미술관
출판사 | 평단
출판사 제공
출판사에서 제공한 자료로 작성한 기사입니다. <채널예스>에만 보내주시는 자료를 토대로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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