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폭력으로 한쪽 눈을 잃은 무녀, 복수의 살을 날리다 | 예스24
그 끝이 구덩이인 걸 뻔히 알더라도 복수의 욕망은 멈추기 어려운 거 같아요. 술에 취한 채 말에 올라타 로데오 게임을 하는 것과 비슷하죠. 일단 올라탔으면 그 리듬에 맞춰 한판 시원하게 놀아보는 수밖에 없고요.
글: 출판사 제공 사진: 출판사 제공
2026.08.31
작게
크게
공유


동화부터 청소년문학 그리고 일반문학까지, 다양한 분야에서 작품을 선보이고 있는 우신영 소설가가 이번에는 본격 오컬트 스릴러로 독자들을 찾아왔다. 신작 『오드 아이』는 남들이 못 보는 것을 본다는 이유로 학교폭력을 당하다 한쪽 눈을 잃은 ‘영아’의 치열하고도 서글픈 복수극을 그리고 있다. 가해자 가족이 승승장구하는 사이, 무당이 된 영아는 자신의 몸을 불쏘시개 삼아 한판 굿을 벌이는데……. 과연 이 복수의 끝에는 무엇이 남을까.

 

 

『대치동 1등급 고미정이 망하면』, 『블랙 푸들』 그리고 이번 『오드 아이』까지 26년을 누구보다 열심히 달려오셨는데요. 올해의 2/3가 지난 시점에서 잠시 돌아본다면, 어떻게 기억되시나요?  

세 작품 모두 초고를 오래 잡고 있었던 작품인데 공교롭게도 같은 해에 선을 보이게 되었네요. 숨 가쁘게 달려왔지만 또 숨 가쁘게 행복했다고 말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저는 늘 누군가에게 닿기 위해 글을 쓰는 사람이라서요. 더 정확히 말하면, 글을 통해서만 누군가에게 닿을 수 있는 사람이기도 하고요.

 

동화부터 청소년문학 그리고 일반문학까지 다양한 작업을 해오고 계시지만, 이번에 출간된 『오드 아이』는 그동안 작가님께서 집필하신 작품들과는 또 다른 결을 보이는데요. 『오드 아이』는 어떻게 시작됐을까요?

어렸을 때 자주 아픈 아이였고, 쑥쑥 자라서 마침내 자주 아픈 어른이 되었습니다! 똑 떨어지는 병명 없이 허약하다 보니 혹시 신줄이 센 건 아니냐 하는 수군거림을 훔쳐 들을 때가 많았죠. 다행인지 불행인지 영안은 없지만, 자연스럽게 샤머니즘의 세계에 관심을 기울이게 됐어요. 샤머니즘은 가끔 오도될 때도 있지만 만물에 신이 깃들었다고 믿는 마음, 나와 공동체의 안녕을 공순하게 비는 마음이라는 점에서 묘하고 아름답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마음을 소설적으로 다루어 보고 싶던 소망에서 『오드 아이』가 출발하였습니다.

 

<파묘>와 <악귀>, <케이팝 데몬 헌터스> 등 K-오컬트 붐을 타고 출판계에도 많은 오컬트 작품들이 나왔습니다. 그중에서도 『오드 아이』가 특별하다고 느낀 점 중 하나는 다른 작품에서는 접할 수 없었던 부(符)와 살(煞)에 대한 구체적인 설정입니다. 자료 조사는 어떻게 하셨나요?

흔히 말하는 점집이나 무당집에 가본 적은 전무하다시피 해요. 중학교 졸업식 날 어머니를 따라갔던 것 정도를 제외하면요. 하지만 매일 아침 맑은 물을 떠놓고 저를 위해 기도하셨던 할머니의 모습, 제 지갑에 부적과 양밥을 넣어주셨던 어머니의 모습은 기억이 나요. 한국의 여성들이 그러한 방식의 ‘믿음’과 ‘기도’를 통해서 신산한 삶을 견뎠다는 걸 알게 되었죠. 부와 살의 구체성은 다양한 문헌 조사(학술서부터 무속인분들의 자서전까지)로 확보하고자 했고, 새해 대운맞이 굿부터 씻김굿까지 굿도 많이 보러 다녔어요. 제주까지 다녀오기도 했죠. 그때마다 ‘굿’이라는 행위의 곡진함과 황홀함에 전율을 느끼곤 했어요. 웃기도 울기도 많이 했습니다.

 

작품은 크게 1부와 2부로 나뉩니다. 1부는 가해자의 아버지인 ‘도평’의 시선에서, 2부는 피해자인 ‘방울’의 시선에서 진행되는데요. 가해자와 피해자의 구도가 아닌, 가해자 아버지의 시선을 보여주신 이유가 궁금합니다.  

원래 시작은 단편소설이었습니다. 1부 ‘도평의 눈’이 전부였죠. 그러다 덧쓰고 버리고 고치는 작업을 반복했어요. 가해자인 태오의 이야기를 펼쳐놓고 분노하게 하거나 피해자인 영아의 사연만 풀어놓고 동정하게 하는 건 너무 간단하다고 생각했어요. 간단한 길이 꼭 진실한 길은 아니죠. 태오라는 악마가 만들어진 데는, 부모의 눈먼 사랑이 있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어요. 늘 감겨 있던 도평의 눈이 영아에 의해 ‘트이는 순간’을 그리고 싶었고, 참혹한 진실을 깨달을 때의 고통을 느끼게 하고 싶었죠. 이도평이란 이름도 오이디푸스에서 따왔어요. 운명과 진실을 외면하려 했지만 결국 제 눈을 찌르게 된 존재니까요.

 

‘영아’는 자신의 몸을 불쏘시개 삼아 이씨 집안에 복수합니다. 그런 영아에게 이모는 “살을 날리려면 구덩이 두 개를 미리 파고 날려야 하는 법”이라며 지난 일은 잊으라고 충고하는데요. 작가님이 영아의 상황에 처한다면 어떤 선택을 하실 것 같으세요?

제가 이모가 시킨 대로 하는 착한 아이였다면 아마도 이런 소설을 쓰진 않았겠죠. 제게도 오직 복수심만으로 이를 갈며 견뎌냈던 시간이 있었어요. 그 복수심은 저를 훼손하기도 했지만 저를 살려놓기도 했어요. 심지어 근사하게 살려놨죠. 복수를 완수하기 위해선 어쨌든 살아 있어야 했고, 기왕이면 더 높이 올라가야 했으니까요. 그 끝이 구덩이인 걸 뻔히 알더라도 복수의 욕망은 멈추기 어려운 거 같아요. 술에 취한 채 말에 올라타 로데오 게임을 하는 것과 비슷하죠. 일단 올라탔으면 그 리듬에 맞춰 한판 시원하게 놀아보는 수밖에 없고요. 다만 영아와 달리 저는 부적보다 안전한(?) 문학의 방식으로 놀기를 선택했습니다.

 

방울애기씨에게 부를 하나 받을 수 있다면 어떤 부를 받고 싶으세요?

방울애기씨 손에 나비 모양 문신이 있으니 나비 부적을 부탁하고 싶네요. 인연 부적으로도 불리는 나비 부적을 지니고 있으면 귀인을 만날 수 있다고 해요. 나비 부적의 힘으로 『오드 아이』가 많은 독자분들과 귀한 인연을 맺을 수 있으면 좋겠네요. 새 신을 신고 나비춤을 추며 구름까지 날아가고 싶어 하던 방울애기씨처럼, 이 책이 독자분들을 또 다른 세상으로 인도하는 고운 꽃신이자 나비 부적이 되길 바라봅니다.

 

마지막으로 앞으로의 계획과 함께 『오드 아이』를 만날 독자분들께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깨어 있을 때도 늘 멍한 상태로 여러 개의 꿈을 동시에 꾸고 있습니다. 그것들을 소설의 모양새로, 동화의 모양새로 부지런히 빚어낼 계획을 갖고 있습니다. 혼자 꾸는 꿈은 망상이지만 여럿이 함께 꾸는 꿈은 멋진 이야기가 될 수 있다고 믿습니다. 독자분들께서 이따금 저의 꿈에 놀러 오셔서 함께 이야기를 만들어 가주신다면 큰 기쁨이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크레마클럽 보러 가기



* AI 학습 데이터 활용 금지

0의 댓글
Writer Avatar

출판사 제공

출판사에서 제공한 자료로 작성한 기사입니다. <채널예스>에만 보내주시는 자료를 토대로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