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AI가 만들어낼 완벽한 도시는 정말 행복하기만 할까?” 더 빠른 교통, 더 쾌적한 건물, 더 편리한 행정 서비스까지. 기술이 모든 정답을 내리는 시대에, 픽셀과 데이터로 채워진 도로를 바라보며 실리콘밸리의 젊은 건축가가 다정한 질문을 던집니다. 『가장 인간적인 도시』는 AI가 지배하는 도시에서 편리함 뒤에 숨겨진 '진짜 인간다운 공간'의 의미를 탐구하는 특별한 건축 이야기입니다. 기꺼이 버릴 것과 끝내 지켜내야 할 가치는 무엇인지, 정현재 작가와의 대화를 전합니다.
제13회 브런치북 출판 프로젝트 대상을 수상하셨습니다. 브런치에 글을 쓰게 된 계기가 궁금해요.
저는 실리콘밸리에서 건축가로 일하고 있습니다. 이곳은 새로운 기술이 가장 먼저 등장해 일상에 스며드는 곳이에요. 그 변화를 지켜보며 문득 AI 시대를 설명하는 담론들이 기술을 만드는 이들의 시선으로만 채워지고 있다는 생각이 든 적이 많았어요. 건축가인 저로서는 그들이 대단해 보이면서도, 한편으로는 이방인 같다는 느낌을 받을 때가 많아서 그랬던 것 같아요. 건축은 공간의 언어로 사람과 소통하고 사람을 연결하는데, 지금의 기술 혁신이 과연 인간을 중심에 두고 발전하는 걸까, 궁금할 때도 많았고요. 이런 생각을 나눠보고 싶어서 브런치에 글을 쓰게 되었어요.
많은 이들이 AI를 활용해 돈을 버는 법에 관해 말하는데, 작가님은 건축가로서 가장 인간적인 도시에 대한 이야기를 하셨어요. 건축계에도 이미 AI가 상용화되었을 텐데 주로 어떤 고민을 하고 계신지 궁금합니다.
건축 설계 분야에서도 이미 AI가 형태, 파사드, 레이아웃 등 그동안 사람이 일일이 그려야 했던 작업을 엄청난 속도와 양으로 해내고 있죠. 제가 며칠은 걸렸을 법한 건축 디자인 스케치를, AI는 1분도 안 되어 여러 장 보여주기도 하고요.
하지만 건축은 단지 '예쁜 모양'을 만드는 일이 아닙니다. 건축가의 진짜 일은 "왜 이 형태가 이곳에 서야 하는가"를 설득하는 데 있어요. 클라이언트의 비전, 지역과 공공성, 그리고 그 공간을 살아갈 사람들의 미래까지 함께 고민해야 하죠.
AI가 효율적인 형태를 제안할 수는 있지만, 그 안에 담길 사람들의 삶과 관계를 읽고 공간으로 번역하는 일은 여전히 건축가의 몫이라고 생각해요. 결국 앞으로 건축가의 고민은 ‘AI를 얼마나 잘 쓰느냐’를 너머 기술이 미처 담지 못하는 인간의 삶을 어떻게 공간으로 책임질 것인가에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책 곳곳에서 AI에 대한 우려가 많이 느껴졌어요. 요즘은 아파트, 사무실, 건물 등에도 AI 기술을 많이 접목하는데, 이런 추세를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점점 편리해진다는 건 분명 장점이죠. 손가락만 대면 문이 열리고, 전등이 켜지고, 온도가 조절되는 기술은 확실히 어린이와 노인, 몸이 불편한 분들에게 도움이 되지요. 우리가 호텔을 좋아하는 이유도 비슷한 맥락이라고 생각해요. 대부분의 사람이 쾌적하다고 느낄 온도와 습도를 계산해서, 가장 많은 사람들이 선호하는 평균치에 맞게 세팅해주니까요.
대신 이 과정에서 '개인의 특성'이 외면당하는 부작용도 얼마든지 발생합니다. 다수가 쾌적함을 느끼면 소수가 느끼는 소음, 너무 춥거나 더운 온도, 너무 높거나 낮은 사물 등은 개인의 불만으로 치부되기 쉽습니다. AI가 건물과 도시 곳곳에 도입될수록 '평균화'와 '개인화' 사이에 간극이 생길 수밖에 없겠지요. 기술이 인간을 표준화할수록, 건축은 도리어 인간의 다양한 삶을 더 섬세하게 품어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더욱이 ‘공간의 지능화’는 사람을 시스템에 맞추는 방향이 아니라, 다양한 사람들의 감정과 조건을 더 깊이 이해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생각해요.
“우리는 오랫동안 도시 인프라를 도로, 상·하수도, 전력망으로 설명해왔다. 그러나 이제 그 목록에 데이터 연산 능력과 초연결 네트워크가 추가된다.”라는 문장이 등장하는데 이야기를 좀 더 청해봅니다.
‘도시에 디지털 기술이 도입된다’는 말을 들으면 언뜻 주요 시설들이 편리해지는구나, 라고만 생각할 수 있어요. 사실 이건 매우 물질적인 변화를 의미해요. 디지털 기술로 도시가 운영될수록 도시의 전선은 더 굵어지고, 변전소는 더 커지고, 냉각 설비와 배관도 증설되지요. 통신 라우터와 광케이블 지도도 촘촘해지고요.
우리가 ‘도시에서 산다’라고 말할 때, 사실은 그 백엔드를 함께 소비하고 있는 거예요. 그럼 그 엄청난 전기와 데이터센터는 어디에 짓게 될까요? 아무래도 시골이겠죠. 미국 텍사스의 경우, 데이터센터들을 운영하느라 사람들이 마실 물이 부족한 지경에 이르렀어요.
데이터는 땅과 물, 전기를 소비하는 물질적 존재예요. 그 물질성이 시골의 풍경을 바꾸고, 도시의 권력 구조를 다시 짜고 있죠. 이런 현상 자체를 긍정, 부정으로 단순하게 나눌 순 없어요. 대신 도시와 시골의 관계, 역할, 인프라와 환경문제 등을 고민할 때 반드시 고려되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얼마 전 5년 만에 한국을 방문하셨죠. 오랜만에 방문한 메가시티 서울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점은 무엇인가요?
5년 만에 광화문을 걸으면서 느낀 게 있어요. 겉은 5년 전이나 지금이나 큰 차이가 없는데 속은 변한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거든요. 자주 가던 골목이나 단골 가게들에서 예전 느낌이 덜하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큰 도로는 그 나름대로, 좁은 안쪽 골목은 또 그 나름대로 특유의 감성이 돋보였는데, 걷는 재미를 배가시키는 요소가 많이 사라진 것 같기도 했습니다.
동시에 이제는 디지털 언어를 다루는 능력이 도시에서 살아가기 위한 새로운 ‘문해력’이 되었다는 점도 눈에 들어왔어요. 이 흐름이 익숙한 이들에겐 더없이 편리하지만, 그렇지 않은 이들에겐 높은 장벽이 될 수 있으니까요.
최근에 출간 기념 북토크를 하셨어요. 독자와의 첫 만남은 어떠셨나요?
이제 첫 책을 출간했을 뿐이고 유명하지도 않아서 사실 걱정을 많이 했어요. 날이 흐려서 과연 많이들 와주실까 걱정도 됐고요. 그런데 독자분들의 질문이 현장에서 큰 울림을 주었습니다.
AI, 도시, 인간성이라는 세 가지 주제에 대해 다양한 연령대와 직업을 가진 분들이 이렇게나 다양한 생각과 궁금증을 가지고 있었구나 느낄 수 있어서 저도 많이 배우는 시간이었습니다 그리고 AI시대의 도시란 그 안에서 살아가는 우리 모두가 함께 만들어나가는 것이란 사실을 다시금 깨닫게 되었습니다. 정말 감사했습니다.
마지막으로, 작가님이 생각하는 '가장 인간적인 도시'란 어떤 모습일까요?
저마다 속도와 방향이 달라도 누구도 낙오되거나 밀려나지 않는 도시가 있다면 그곳이 '가장 인간적인 도시'가 아닐까요. 우리 대부분은 보고 듣고 이동하거나, 스마트폰과 PC를 이용하는 게 자연스러워요. 길을 건너고 원하는 공간을 자유자재로 드나들 수 있죠. 그런데 세상에는 분명 우리와 속도가 다른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분들이 조금 다르다는 이유로 배제되거나 밀려나지 않는 도시, 약간의 차이로 기본권을 침해받지 않는 도시가 가장 인간적인 도시라고 생각합니다.
* AI 학습 데이터 활용 금지
가장 인간적인 도시
출판사 | 시공사
출판사 제공
출판사에서 제공한 자료로 작성한 기사입니다. <채널예스>에만 보내주시는 자료를 토대로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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