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친 마음을 위로할 다정한 한 입, 따듯한 추억을 안겨준 디저트 가게부터 따끈따끈한 할머니의 푸짐한 밥상, 그리고 다시 미래를 꿈꾸게 해준 애플파이 한 조각까지. 브런치북으로 첫 책을 낸 이수민 작가의 『일단 맛있는 걸 먹으면』은 우연히 마주한 소중한 인연과 음식이 만들어내는 마법 같은 순간을 가슴 따뜻하게 담아낸 소설입니다. 세상에 존재하는 음식의 개수만큼이나 다양하고 아름다운 우리들의 이야기를 통해, 어쩌면 우리가 지금껏 가장 기다려왔을 '아프지 않은 위로'를 건네는 이수민 작가와의 다정한 이야기를 인터뷰로 만나봅니다.
제13회 브런치북 출판프로젝트 대상을 수상하셨습니다. 브런치에 글을 쓰게 된 계기가 궁금해요.
좋아하면서도 잘할 수 있는 일을 하며 살고 싶었고, 대학생이 되던 때 즈음 제게는 그것이 글을 쓰는 것이 아닐까 생각했습니다. 학교 신문에 글을 연재해보기도 하고, 대외 활동을 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글을 업으로 삼기는 쉽지 않았습니다. 힘겨운 취업과 이직을 거치면서 글과 멀어졌지만, 꿈은 그리 쉽사리 사라지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작가를 꿈꾸는 많은 분들이 그렇듯 자연스럽게 브런치를 알게 되었고, 육아 휴직 중에 비로소 마음을 먹고 글을 써내려가게 되었습니다. 글 한 편을 완성해내는 감각과 성취감은 소중했습니다. 당시 썼던 푸드 에세이 형태의 브런치북으로 원하는 결과를 얻지 못했지만 이때의 경험과 생각의 씨앗들이 소설을 쓰는 소중한 재료가 되어주었습니다.
할머니가 되어서도 소설가를 꿈꾸고만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 제게 브런치는 소중한 기회를 열어주었고, 감사해 마지않는 은행나무출판사와 만나게 해주었습니다.
『일단 맛있는 걸 먹으면』을 독자분들께 소개해 주실 수 있을까요?
읽는 이를 안아주고, 곁에 남아 힘이 되어주는 이야기이자 ‘난 네 편이야!’ 하고 외쳐주는 소설입니다. 사람을 강하게 하는 건 채찍질이 아니라, 다정함과 따뜻함이 쌓여 만든 내면의 힘이라고 생각합니다. 세상은 헤쳐 나가야 할 것도, 이겨내야 할 것도 너무 많으니까, 제 이야기가 풍파 속에서도 자신을 지킬 힘과 버틸 힘을 주는 존재가 되길 바랐습니다. 책장만 펼치면 언제든 뛰어 들어와 안길 수 있는 세계, 다녀가면 다시 일어설 힘이 생기는 공간처럼요.
‘아프지 않은 소설’이라는 출판사의 표현도 좋아합니다. 처음 소설을 쓰려고 할 때 강한 인상을 남길 만한 거창하고, 견디기 어렵고, 때로는 자극적인 사건을 생각하려다 보니 글이 나아가지 않았습니다. 아프지 않은 소설이라는 표현을 보고, 제가 쓰면서도 읽으면서도 마음이 다치지 않는 글을 쓰고 싶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소설 속에 다양한 장소와 음식이 등장합니다. 소설을 집필하는 동안 정보 수집을 많이 하셨을 것 같은데, 그 과정에서 기억에 남는 이야기가 있다면 들려주세요.
독서를 통해 얻은 지식과 간접 경험은 주요한 정보 수집의 일환이었습니다. 한 예로 몇 년 전 책에서 오랑주리 미술관의 <수련>, 뉴욕현대미술관의 <별이 빛나는 밤>에 대해서 읽고 사진을 본 것이 ‘파리에서의 보물찾기’에서 주인공의 경험이 되었습니다.
현실과 동떨어지게 쓰지 않기 위해 검색, 영상 시청 등 다양한 수단을 활용했습니다. 오로라에 대해 쓸 때는 정말 사진처럼 선명한 색인지 궁금해 여행 후기를 다양하게 참고했습니다. 먹어보지 못한 식재료나 디저트에 대해서도 공부해보았고요. 이동할 때 걸리는 시간, 이동 과정에서 보이는 풍경 등을 참고하기 위해 구글 맵도 활용했습니다. 제주와 강릉 에피소드를 쓸 때는 유채꽃에 대해서 찾아보다가, 향기롭지만은 않다는 설명을 보고 고민하기도 했습니다. 언젠가 냄새나 촉감까지 느껴볼 수 있는 4D 검색이 가능해지면 좋겠습니다.
소설은 에피소드 형식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에피소드마다 화자와 화자가 처한 상황이 모두 다른데요. 캐릭터와 상황을 만들 때 작가님만의 비법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캐릭터를 구체적으로 설정하기보다는 이야기의 흐름과 상황을 먼저 생각하고, 이를 경험하는 캐릭터의 감정과 선택을 상상해서 써보았습니다. 주인공을 제 자신이 가장 잘 이해하고 표현할 수 있는 성격으로 설정하는 것이 제가 활용한 방법이라 생각됩니다.
특별히 애착이 가는 에피소드나 캐릭터가 있다면 무엇인가요?
무엇 하나 애착 가지 않는 이야기가 없어 하나를 꼽기가 정말 어려웠습니다. 다만 이 순간 가장 마음이 쓰이는 인물을 이야기한다면 「비 오는 샌프란시스코, 오렌지 초콜릿 컵케이크」의 주인공을 꼽고 싶습니다. 주인공의 마음이 소설을 쓰던 시기의 제 심정과 가장 비슷하기 때문입니다.
빛을 잃은 사람, 하루하루가 무겁고 버거운 사람, 너무도 초라하게 느껴지는 내 자신. 이런 나 좀 살려주세요, 안아주세요, 붙잡아주세요, 그리고 꺼내 달라는 외침이 소설이 되었습니다. 저는 그 이후의 시간 속에서, 오렌지 초콜릿 컵케이크를 베어 물고 다시 일어날 힘을 얻었습니다. 길고 어두운 터널을 지나는 분이 있다면 이 달콤 상큼한 컵케이크를 건네드리고 싶습니다.
작품 속에 굉장히 다양한 음식이 나오는데, 그중 작가님의 취향이 가장 많이 반영된 요리는 무엇인가요? 그리고 글을 쓰면서 가장 자주 드셨던 '집필 푸드'가 있으신가요?
브런치에서 ‘애플파이’라는 필명으로 글을 썼습니다. 일상을 특별하게 만들어주는 음식을 떠올릴 때 가장 먼저 생각나는 디저트였거든요. 사과를 워낙 좋아하기도 합니다. 가족들과 반죽을 밀고, 사과를 썰어 애플파이를 구워본 적이 있었습니다. 처음 만들 때 사과 조각을 끊임없이 휘젓는 과정이 팔이 너무 아팠던 기억이 납니다. 하지만 갓 구운 애플파이는 완벽하게 표현하기 어려울 정도로 정말 맛있었습니다. 새콤함, 달콤함, 고소함이 한 번에 느껴지는 맛, 쿠키 같은 파이지. 애플파이의 추억은 델프트 에피소드에 녹여냈습니다. 수상자 발표일에도 상징적으로 애플파이를 사 먹었습니다.
소설은 주로 퇴근길 버스에서 썼기 때문에 집필 푸드를 챙기기는 어려웠지만, 교정을 볼 때 가장 가까웠던 음식을 꼽는다면 산미 있는 원두로 내린 산뜻하고 고소한 커피가 아닐까 싶습니다. 집에서는 아기가 머신의 버튼을 눌러 맛있는 커피를 내려주곤 합니다. 조만간 따뜻한 애플파이와 커피를 테이블에 올려야겠습니다.
독자분들과 브런치를 통해 작가가 되고 싶어하는 분들께 마지막으로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요?
소설을 읽어주시는 모든 독자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리고, 행복하시길 바랍니다. 제 이야기가 밝고 즐거운 날은 더욱 행복하게 하고, 지치고 막막한 날에는 기댈 곳이 되어주었으면 좋겠습니다.
브런치를 통해 작가가 되고자 하는 분들께는 제가 이 과정을 지나며 느낀 점을 나누고 싶습니다. 저는 가장 좋아하고 관심 있는 것에 대해, 저 스스로 재미있는 것을 쓸 때 비로소 글을 써내려갈 수 있었습니다. 몇 가지 시도를 해보면서 저에게 맞는 글의 형태와 분량을 찾을 수 있었습니다. 브런치는 작가를 꿈꾸는 분들에게 다양한 스타일의 글을 선보일 수 있는 장이자, 나아가 출간의 기회를 제공하는 매력적이고 감사한 플랫폼입니다. 늘 저를 든든하게 지원해주는 남편 또한 저보다 앞서 책을 낸 작가이고, 브런치에 쓴 글을 통해 출판사와 만났기 때문에 이를 더욱 실감하고 있습니다. 이 멋진 무대에서 모든 분들이 자신만의 색깔로 빛나시길 소망하며, 깊은 감사를 전합니다.
* AI 학습 데이터 활용 금지
일단 맛있는 걸 먹으면
출판사 | 은행나무
출판사 제공
출판사에서 제공한 자료로 작성한 기사입니다. <채널예스>에만 보내주시는 자료를 토대로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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