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상을 충격에 빠뜨리고, 우리의 눈과 귀를 사로잡고, 때로는 잠들기 전이나 ‘밥 친구’가 되어주는 시사 프로그램들. 그 뒷면엔 어떤 문장이 적혀 있을까요?
SBS에서 유수의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연출한 이동원 PD는 잠을 설치고 발로 뛰고 수없이 실패와 설득을 반복했던 나날을 지나쳐 지금의 자리에 다다랐습니다. 저자는 그 시간을 뒤돌아보며 성공과 실패를 가르는 한 가지를 깨달았다고 하는데요. 듣기만 해도 ‘헉’하고, 나 자신과 상대방의 허를 찌르고 표정을 굳게 만드는 ‘나쁜 질문’입니다. 누구나 이름만 들으면 아는 바로 그 콘텐츠를 손수 만들어내기 위해 고군분투했던 일의 노하우와 기록을 한데 묶어 『나쁜 질문』으로 펴냈습니다.
“그래서 네가 하고 싶은 말이 딱 한 줄로 뭐야?”(29쪽), “사형수가 집행 당하기 직전, 교도관님을 보면서 했던 말 기억하세요?”(21쪽). 펄떡펄떡 뛰는 가슴을 안고 금기의 선을 성큼 넘어본 사람만이 들려줄 수 있는 생생하고도 아찔한 현장의 이야기. 그간의 에피소드와 비하인드를 통해 이동원 PD가 벼려낸 날카로움을 소개합니다.
『나쁜 질문』 출간을 축하합니다. 방송 PD로서의 경력과 인사이트를 담은 책인데, 집필을 마친 직후의 소감이 궁금합니다.
제 인생의 네 번째 책인데요. 대학 시절을 돌이켜보면 작가라는 직업 떠올려 본 적조차 없었거든요. 그런데 자꾸 책을 출간하게 된다는 게 여전히 신기하기만 합니다.
무엇보다 이번 책은 제겐 참 의미가 깊은데요. 사실 우연한 기회에 2025년 1학기부터 경희대학교에서 겸임교수로 전공수업을 맡게 되었습니다. 금요일 오전 1교시라는 아주 끔찍한(?) 시간대의 강의였는데요. 사실 PD라는 본업을 하면서 병행하는 게 만만치 않았거든요. 게다가 60명이 넘는 학생들이 수강신청을 해서 더욱 부담스러웠습니다.
그때 학생들에게 어떤 걸 가르쳐줘야 하나 고민하다 떠올린 것이 저의 ‘실패담’이었습니다. 그걸 체계적으로 정리하다 보니 결국 ‘나쁜 질문’이라는 키워드로 정리가 되었어요. 총 3학기에 걸쳐 무려 200여 명의 학생들을 만났고, 그 강의를 바탕으로 출간하게 된 책이라 무척 애정이 큽니다.
「그것이 알고 싶다」, 「꼬리에 꼬리를 무는 그날 이야기」(이하 「꼬꼬무」) 등 방송 기획과 제작 과정이 담긴 원고를 읽다 보면 PD라는 직업의 노고가 더욱 와닿았습니다. 15년 차 PD 생활을 짧게나마 돌아보신다면?
정신없이 살았던 것 같습니다. 사실 PD라는 직업이 매우 특이하다고 다들 생각해 주시는데, 좀 더 세세하게 들여다보면 ‘방송국’이라는 거대한 콘텐츠 기업에서 일하는 직장인이기도 하거든요. 그래서 제가 연출을 맡았던 콘텐츠들은 모두 회사의 소중한 ‘상품’이기도 한 거죠.
그런 관점에서 항상 회사에 감사한 마음을 가지고 있습니다. 세상 어디에서도 하기 힘든 귀중한 경험을 쌓게 해주었거든요. 남들은 가지지 못한 경험, 스토리텔링 능력, 취재력, 그리고 무엇이든 기획을 할 수 있는 자신감까지. 그런 면에서 제 인생에 더없이 값진 시간이었습니다. 물론, 그만큼 힘들고 우울했던 시간도 많았지만요. 누구나 직장 생활은 다 그렇잖아요!
전작은 이례적으로 소설집을 출간하셨지요. 그다음 작품으로 콘텐츠 기획과 PD로서 인사이트를 주는 책을 출간하게 된 계기가 있나요?
사실 소설집 『남의 불행을 먹고 사는 사람들』보다 이번 『나쁜 질문』을 먼저 기획했습니다. 앞서 답변드린 것처럼 대학 강의를 하면서 제 나름대로 정리한 경험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원고거든요. 다만 시기적으로 이번에 출간하게 된 것이고요. 소설집의 경우, 제게는 새로운 방식의 콘텐츠 기획이었습니다. 소설이지만 제가 가진 취재 경험을 바탕으로 새로운 스토리텔링에 시도한 것이거든요. 나름 도전이었고 두려웠는데, 다행히 많은 분이 좋아하셔서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는데요. 이번 『나쁜 질문』을 통해 PD이지만 작가로서 또 소설을 쓰는 사람으로서, 도전하는 기획에 관한 생각, 경험, 인사이트를 다른 분들께 책으로 공유하고자 합니다.
제목인 ‘나쁜 질문’의 의미를 궁금해하시는 분이 많았습니다. 창작자로서, 기획자로서 ‘나쁜 질문’을 던지는 게 어떤 의미인가요?
제가 살면서 몇 명쯤 인터뷰했을지 세어보니 대략 1만 명이 되더라고요. 상당히 많은 숫자의 사람들을 만난 것이지요. 그들 중에는 평범한 직장인도 있고요, 식당 사장님도 있지만, 정치인도 있고, 연예인도 있고, 그리고 아주 끔찍한 범죄를 저지른 살인자들도 있었습니다. 그런 사람들을 만나면서 취재할 때 결국 가장 중요한 것은 질문입니다. 좋은 사람으로 보이기 위해서 누구나 할 수 있는 질문만 해서는, 그 누구를 만나도 새롭고 창의적이고, 진정성 있는 답변을 듣기 어렵더라고요. 어쩌면 불편할 수도 있고 예의에 어긋날 수도 있지만, 정확한 의도와 명분이 있다면 그게 꼭 필요한 ‘나쁜 질문’일 거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기획 의도와 명분, 주제를 뚜렷하게 담아낼 수 있는 질문이어야 비로소 기획하고 창작하는 콘텐츠에 진정성이 담길 것이고, 그래야 콘텐츠를 소비하는 많은 분께 재미와 감동을 줄 수 있을 테니까요.

오프닝처럼 등장하는, 1997년 마지막 사형 집행을 하신 교도관의 인터뷰 에피소드가 강렬했습니다. 그때가 처음 ‘나쁜 질문’을 던져야 한다는 깨달음을 얻은 시기인가요?
깨달음을 얻었다기보다는 제가 살면서 했던 가장 ‘나쁜 질문’이었던 것 같습니다. 본인이 사형 집행관이었다는 사실을 가족에게조차 알리지 않은 분들께, 카메라 앞에서 그 생생한 기억을 말씀해달라고 한 것이니까요. 그때 인터뷰를 하면서 입이 떨어지지 않았습니다. 무척 진행이 힘들었는데요. 문득 그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제 앞에서 인터뷰를 하는 교도관께서는 모든 것을 말해주고자 큰 용기를 내어 나오셨는데 오히려 제가 주저하거나 부담스러워하면 그거야말로 예의 없고 책임감 없는 행동이지 않겠느냐고 말이죠. 그래서 어금니 악물고, 사형 집행의 순간에서 사람의 생명이 사라지는 순간에 대한 기억을 아주 세세하게 질문했습니다. 그랬더니 진짜 그분들께서 예상치 못한 답변을 하셨어요.
그 긴 인터뷰를 끝내고 서로 너무 진이 빠져서 저녁조차 먹지 못하고 헤어졌던 기억이 나는데요. 돌아서서 걸어가는 교도관님의 뒷모습을 보면서, 다시 한번 콘텐츠 제작에 있어 질문의 중요성과 콘텐츠 제작자로서의 책임감에 대해서 깨닫게 되었던 것 같습니다.
「꼬꼬무」는 첫 방송부터 지금까지도 시청자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콘텐츠 관점으로 보았을 때 「꼬꼬무」만이 가진 강점과 그 강점을 살리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셨나요?
일단 개인적으로 생각하기에 「꼬꼬무」라는 프로그램의 가장 큰 강점은 아주 훌륭한 방송작가들이 존재한다는 것입니다. 그분들은 정말 스토리텔링의 귀재입니다. 저는 최근까지 메인 연출자로 2년간 일하며 약 100여 편의 대본 작업을 함께하게 되었는데요. 저도 궁금했습니다. ‘사람들이 왜 이렇게 이 콘텐츠를 편안하게 생각하는 걸까’라고 말이죠. 사실 주제가 많이 무겁고 진지하고 부담스럽거든요. 시사 프로그램에서 다룰법한 주제도 많고요.
여러 작가님들의 대본을 함께 보다가 뒤늦게 깨달았습니다. 「꼬꼬무」의 거의 모든 에피소드에는 화자 또는 주인공이 등장하는데요. 그들의 시선을 따라 스토리가 연결됩니다. 그게 매우 영화적인 스토리텔링 기법이더라고요. 주인공의 서사, 또는 주인공의 관점에 따른 어느 한 사회의 몰락 과정, 비극의 기승전결, 결국 영화나 소설에서 보여주는 서사 구조입니다. 그게 사람들로 하여금 무겁기도 하고 때론 불편한 주제도 편안하게 공감할 수 있게 만드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면에서 제게 어떤 노력을 했냐고 물어보신다면, 「꼬꼬무」팀의 수많은 작가님이 ‘최고의 창작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서포트하는 데 최선을 다했다’고 답변드려야 할 것 같아요. 정말 대한민국 최고의 작가님들이라고 개인적으로 생각합니다.
「관계자 외 출입 금지」라는 프로그램을 기획하실 때, 촬영 허가를 받기 위해 분투했던 에피소드에선 저절로 응원하게 되더라고요. 당시 난감했던 순간을 어떻게 돌파하셨는지, 그때를 회상하는 지금은 어떨지 궁금합니다.
「관계자 외 출입금지」는 법이나 규정상 촬영이 금지된 곳을 찾아가 묵묵히 일하는 분들을 응원한다는 콘셉트였습니다. 더 명확하게 설명하자면 ‘촬영 금지구역에서 연예인들과 촬영한다’는 것입니다. 촬영 금지된 곳에서 촬영을 한다니. 사실 콘셉트의 시작부터 아이러니죠. 그걸 해결하기 위해서는 촬영해야만 하는 큰 명분이 있어야 했고, (그 명분을) 토대로 많은 정부 관계자분들을 설득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난감한 순간도 많았고, 보안과 관련된 내용이 많아서 구체적으로 답변드리기는 어렵지만, 지금도 여전히 관계자분들 모두에게 감사함을 갖고 있습니다. 많은 분들이 저희 콘텐츠의 진심을 공감해 주셔서 허가해 주셨거든요. 특히 저희 때문에 전국 각지의 국정원 직원분들께서 참 고생을 많이 하셨는는데요. 성함도 얼굴도 알 수 없고, 알아서도 안 되는 많은 국정원 직원분들께 정말 감사드릴 뿐입니다.
“단 하나의 나쁜 질문.(중략) 그거 하나면 충분했을 텐데.”(107쪽)라고 후회를 담은 문장이 인상 깊었습니다. ‘그때 나쁜 질문을 던졌더라면’ 하고 아쉬움이 남는 경험이 있을까요?
그런 경험은 어제도 있었고, 지난주에도 있었던 것 같습니다. 이미 기사가 나가서 오픈하자면 현재 「거장항준」이라는 새로운 콘텐츠를 준비 중입니다. 장항준, 송은이 두 분을 모시고 만드는 일종의 토크 프로그램입니다. 지난 봄부터 기획해서 현재 가을에 첫 공개를 앞두고 있는데요. 이걸 준비하면서 어떤 질문을 던졌어야 했을지 고민이 많습니다. 특히나 함께 해주시는 두 분께서 기획자이자 창작자로서 이미 거장이신 분들이라, 이분들께 어떤 질문을 드려야 할지 고민하느라 머리가 빠질 지경인데요. 만약 가을에 「거장항준」이 공개되면 어떤 질문을 던지는 콘텐츠가 될지 지켜봐 주시면 감사드리겠습니다.
신원이 의심되는 마약 사건 제보자의 신변 보호 요청을 거절한 후, “나는 잠을 이루지 못했다. 걱정이 아니었다. 솔직히 고백하자면, 나야말로 남자가 던진 유혹에 깊이 중독된 상태였다.”(126쪽)라고 고백하신 것처럼 콘텐츠를 향한 욕심과 지켜야 할 선 앞에서 갈등하셨을 것 같아요. 어떤 마음으로 그 경계를 조절해 오셨는지 궁금합니다.
콘텐츠를 제작하는 직업을 가진 사람으로서 수많은 유혹에 시달리기 마련입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천재도 아니고, 뛰어난 감각도 가지지 않은 사람이라 더욱 자주 흔들리는데요. 결국 끝까지 고민했던 건 바로 책임입니다.
콘텐츠는 어떠한 방식으로든 대중에게 공개되면 그 뒤로 수습할 수 없습니다. 그리고 어떠한 콘텐츠라도, 심지어 ‘폭망’했다 하더라도, 어찌되었든 어떤 사람의 인생에는 분명히 영향을 주게 됩니다. 그에 따른 책임이 발생하기 마련이고요. 개인적으로는 잘 된 콘텐츠일수록 더 크게 책임감이 후폭풍으로 몰려왔습니다. 그랬던 때를 돌이켜보면서 유혹의 경계를 좀 더 명확하고 냉정하게 바라보게 됩니다. 잠깐 달콤하고 행복했다가는 그 뒤에 감당해야 할 파도가 끝없이 이어지게 될 테니까요.
방송 PD를 지망하는 준비생뿐만 아니라 크리에이터, 에디터, 콘텐츠 디렉터 등 다양한 업계 종사자에게도 PD님의 인사이트가 도움이 될 듯합니다. 콘텐츠를 다루는 사람들과 나눠보고 싶은 이야기가 있으신가요?
저는 무척 호기심이 많은 사람입니다. 다른 업계 사람들을 사석에서도 만나는 걸 무척 즐기고요. 타인의 경험을 통해 인사이트를 배우는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으려 합니다. 그래서 『나쁜 질문』이 사실은 마중물이 되어 또 다른 영역의 기획자나 창작자와 연결되는 다리가 되어주길 바라는 소망이 있습니다.
특히 저는 방송 콘텐츠를 제작하는 사람이니까요. 제가 쓴 책의 내용이 다른 영역의 기획자들 시선에서 어떻게 보일지 궁금합니다. 유용할지, 아니면 오히려 독이 된다고 생각하실지. 영역에 따라서 분명 적용 방식이 다를 것 같은데요. 그런 인사이트를 배우고 싶은 욕심도 생깁니다. 저는 아직, 그리고 여전히 부족한 젊은 기획자에 불과하니까요. 그런 면에서 북토크든 강연이든, 아니면 작은 커뮤니티에서의 행사든, 다른 에디터나 창작자분들께서 불러주신다면 시간이 허락하는 한 열심히 만나 뵙고 말씀을 들어보고 싶습니다.
독자가 책에서 단 하나의 문장이나 감상을 가져간다면, 어떤 부분을 기억하길 희망하시나요.
누구나 사회 생활을 하면서 각자의 직업과 삶의 터전에서 어떤 방식이든 기획이라 불리는 행위를 한다고 생각합니다. 대기업에서 신사업 프로젝트를 시작하든, 새로운 AI 기술로 창업하든, 작은 식당을 열어 시그니처 메뉴를 만들든, 뭐든 다 기획의 일종이지요. 그때마다 타깃이 있고 상품에 담게 될 메시지를 고민하시게 될 텐데요. 그런 분들께 『나쁜 질문』이 도움이 되길 바라는 마음입니다. 그래서 저는 「핵심: 한 줄 정리의 고통」이라는 챕터가 많은 분들께 작은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말 그대로 그게 진짜 핵심이거든요.
독자분들께 마지막으로 한 말씀 전해주세요.
작가로서 어떤 방식으로든 자신의 글을 타인이 읽어준다는 건 무척 감사한 일인 것 같습니다. 한편으론 두렵기도 하고요. 제 밑바닥이 드러나는 것만 같거든요. 그렇지만 그것 역시 읽어주시는 행위 자체로 감사한 것이니까요.
그래서 많은 분들이 책에 대한 감상을 어디든 남겨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그게 제게는 큰 자양분이 되어, 다음 책, 다음 영상 콘텐츠를 제작하는데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합니다. 책까지 읽어주신 분들께 더 도와달라는 말이 염치없지만, 그래도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 AI 학습 데이터 활용 금지
나쁜 질문
출판사 | 에피케
출판사 제공
출판사에서 제공한 자료로 작성한 기사입니다. <채널예스>에만 보내주시는 자료를 토대로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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