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김요셉, 김용수, 최태영
인공지능이 세상을 뒤흔들고 있는 지금, 세계의 눈은 이미 그다음 기술로 향하고 있다. 구글과 IBM,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은 물론 각국 정부까지 막대한 자금을 쏟아부으며 미래의 컴퓨팅 패권 경쟁에 뛰어들었다. 그 중심에 있는 기술이 바로 양자컴퓨터다. 하지만 정작 많은 사람에게 양자컴퓨터는 여전히 낯설고 어렵다. 큐비트, 중첩, 얽힘 같은 용어들은 들어봤지만, 그것이 무엇이고 왜 중요한지 쉽게 설명해주는 책은 많지 않았다.
『양자컴퓨터 레시피』는 이러한 간극에서 출발했다. 초전도, 이온트랩, 광자 등 서로 다른 방식의 양자컴퓨터를 연구해온 세 명의 실험물리학자가 머리를 맞댔다. 각자의 연구실에서는 경쟁하듯 다른 길을 걷고 있지만, 한 가지 생각만큼은 같았다. “양자컴퓨터를 더 많은 사람들의 언어로 설명할 수는 없을까?” 그렇게 탄생한 것이 요리라는 친숙한 비유를 통해 양자컴퓨터를 설명하는 『양자컴퓨터 레시피』다. 복잡한 수식 대신 재료와 조리법, 레시피라는 언어로 양자의 세계를 풀어낸 이 책은 양자컴퓨터를 단순한 미래 기술이 아니라, 누구나 이해할 수 있는 이야기로 바꾸어놓는다.
이번 책을 함께 쓴 김용수·최태영·김요셉 저자를 만나, 그들이 처음 양자컴퓨터에 매료된 순간부터 대중서를 쓰게 된 이유, 서로 다른 연구 분야가 만나 한 권의 책으로 완성되기까지의 과정, 그리고 인공지능 다음 시대를 이끌 양자컴퓨터의 미래에 대해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양자컴퓨터는 인공지능 다음 시대를 이끌 기술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처음 양자컴퓨터 연구를 시작했을 때 어떤 점에 매력을 느끼셨나요?
김용수 사실 처음부터 양자컴퓨터를 연구하겠다고 마음먹었던 것은 아닙니다. 저는 양자광학으로 이 분야에 입문했고, 오랫동안 빛의 양자적 성질을 이용한 양자 통신 연구를 해왔습니다. 그런데 기술이 급격히 발전하면서, 빛으로 정보를 보내는 것뿐 아니라 계산까지 할 수 있다는 가능성이 열렸습니다. 자연스럽게 광자 양자컴퓨터 연구로 관심이 넓어졌습니다.
양자 통신과 비교했을 때 양자컴퓨터의 가장 큰 매력은, 역설적이지만 '어렵다'는 점입니다. 기술 자체도 어렵고, 원리를 이해하는 것도 어렵고, 공부할수록 더 깊은 질문이 생깁니다. 그만큼 도전의 크기가 크고, 그 도전 자체가 즐겁습니다. 그리고 이 여정에서 얻게 되는 부산물, 예를 들어 정밀 광학 기술이나 초저손실 소자 같은 것들이 다른 분야에도 큰 영향을 주고 있으며, 궁극적으로 양자컴퓨터가 완성되었을 때 열릴 가능성은 정말 매력적입니다.
최태영 제가 물리학을 전공하며 학사부터 박사 과정까지 공부하던 시기(1997~2011년)는 양자컴퓨터가 과연 현실화될 수 있을지 누구도 확신하지 못하던 때였습니다. 당시 저는 복잡한 시스템보다는 우주를 구성하는 가장 기본 단위인 원자와 분자의 성질을 이해하고, 이를 실생활에 활용하는 연구에 더 큰 관심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특히 단일 원자나 분자의 스핀(spin) 상태를 정밀하게 제어하고, 이를 정보 저장의 최소 단위로 활용하는 초소형 메모리 기술에 매력을 느껴 관련 연구를 수행했습니다. 그러던 중 2010년 전후로 양자컴퓨터의 실현 가능성을 보여주는 다양한 기초 연구 성과들이 나타나기 시작했고, 저 역시 2011년부터 본격적으로 양자컴퓨터 연구에 뛰어들게 되었습니다. 돌이켜보면 제가 이 분야를 선택한 가장 큰 이유는 ‘궁금했기 때문’이고, 또 ‘매우 어려워 보였기 때문’입니다. 저는 항상 남들이 쉽지 않다고 생각하는 문제에 도전하는 과정에서 큰 흥미를 느껴왔습니다.
양자컴퓨터는 여전히 해결해야 할 난제가 많은 분야입니다. 하지만 연구를 통해 그러한 문제들을 하나씩 해결해 나가는 과정 자체가 큰 보람을 줍니다. 또한 학생들을 교육하며 미래의 양자기술을 이끌어갈 인재들을 양성하는 일 역시 연구 못지않게 중요한 사명이라고 생각합니다. 양자컴퓨터 연구는 새로운 지식을 발견하는 즐거움과 미래 세대를 키워낸다는 책임감을 동시에 느끼게 해주는 매우 매력적인 분야입니다.
김요셉 제가 박사과정에서 양자컴퓨터 연구를 시작할 때만 해도 공상과학에 가까운 기술처럼 느껴졌습니다. 그래서 당장의 활용 가능성보다는 양자역학의 세계를 자유롭게 상상하고 그것을 직접 실험으로 확인할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매력이었습니다. 당시에는 간단한 결과 하나를 얻는 것도 쉽지 않았기 때문에, 가까운 미래에 쓸모 있는 장치가 될 것이라는 확신도 없었죠. 그런데 시간이 흐르면서 상황은 빠르게 달라졌습니다. 산업계의 투자가 가속화되고 해마다 큐비트 수가 늘어나면서, 예전에는 어렵게 구현하던 양자얽힘도 훨씬 손쉽게 만들 수 있게 되었습니다. 어느새 양자컴퓨터는 더 이상 먼 미래의 상상이 아니라 실제로 만들어가야 할 기술이라는 생각이 강해졌고, 박사학위를 마칠 때쯤 양자컴퓨터를 실제로 사용할 수 있는 장치로 발전시키고 싶다는 열망이 커졌습니다. 여전히 해결해야 할 어려운 문제가 많은 분야이지만, 그 문제들을 하나씩 풀어가며 미래 기술 발전에 기여할 수 있다는 점이 양자컴퓨터 연구의 가장 큰 매력이라고 생각합니다.
양자컴퓨터는 일반 독자들에게 여전히 어렵고 낯선 분야입니다. 대중을 위한 책을 써야겠다고 생각하신 계기가 있으시다면?
김용수 양자물리를 소개하는 대중서는 이미 많습니다. 하지만 ‘양자컴퓨터’를 본격적으로 다루면서도 정확하고 동시에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책은 거의 없었습니다. 양자역학의 신비로움을 이야기하는 데 그치지 않고, 그것을 바탕으로 어떻게 컴퓨터를 구현하는지까지 설명하는 책을 쓰고 싶었습니다.
양자컴퓨터가 워낙 이해하기 어렵다 보니, 대중이 그것을 마법 같은 기계로 여기는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먼저 원리를 이해시킨 다음, 실험실에서 실제로 어떻게 만들고 있는지 현장을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마법이 아니라 연구자들이 피땀 흘려가며 만들고 있는 실재하는 물건이라는 것을요. 이 책을 읽은 분들이 각자의 시각으로 양자컴퓨터를 바라볼 수 있게 되기를 바랍니다.
최태영 저는 그동안 양자역학과 양자정보를 가르치면서 현재의 교육 방식에 대해 많은 고민을 해왔습니다. 전 세계의 많은 대학에서 사용하는 양자역학 교재와 교육 방식은 반세기 동안 큰 틀에서 크게 변하지 않았습니다. 물론 양자역학의 기본 원리는 변하지 않지만, 최근 양자기술이 빠르게 발전하고 실제 산업으로 연결되는 상황을 보면 교육의 접근 방식도 조금은 달라질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예를 들어 반도체를 배울 때 모든 학생이 반도체 내부 전자의 운동을 기술하는 복잡한 방정식부터 깊이 이해해야만 하는 것은 아닙니다. 기본 원리를 이해한 뒤, 그것이 실제로 어떻게 활용되고 어떤 가치를 만들어내는지를 배우는 것 역시 매우 중요합니다. 양자기술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깊이 있는 이론 교육은 필요하지만, 더 많은 사람이 양자컴퓨터의 핵심 개념과 가능성을 쉽게 이해하고 활용 방안을 고민할 수 있도록 돕는 과정도 중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언젠가 기회가 된다면 양자역학이나 양자기술을 더욱 쉽고 직관적으로 설명하는 책을 써보고 싶다는 생각을 해왔습니다. 그러던 중 김용수 단장님께서 ‘양자컴퓨터 레시피’라는 주제로 집필을 제안해주셨고, 지금 시점에서 제가 가장 빠르게 기여할 수 있는 방법이라는 생각이 들어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이 책이 양자컴퓨터를 어렵고 낯선 기술로만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누구나 이해하고 미래를 상상해볼 수 있는 기술로 느끼는 데 작은 도움이 되기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김요셉 제가 양자컴퓨터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는 학부 시절 읽었던 데이비드 달링의 『불가능한 도약, 공간이동』이라는 책이었습니다. 처음에는 ‘순간이동이 정말 만화나 영화 속 이야기만은 아닐 수 있구나’라는 호기심으로 책을 펼쳤는데, 그 안에 양자컴퓨터에 대한 내용도 상당히 비중 있게 다뤄져 있었습니다. 그 책을 읽으며 양자컴퓨터라는 낯설고 신기한 세계에 처음으로 깊은 흥미를 느끼게 되었습니다. 책에서는 2005년 무렵의 기술 수준으로는 양자컴퓨터의 성능을 10큐비트 규모 이상으로 확장하는 데 큰 기술적 한계가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수천 개의 원자를 제어하고, 양자 오류정정까지 실험적으로 시도하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제가 한 권의 책을 통해 양자기술에 매료되고 결국 이 분야를 연구하게 되었듯이, 이 책도 누군가에게 그런 계기가 되었으면 합니다. 양자컴퓨터는 여전히 어렵고 낯선 분야이지만, 그만큼 상상력을 자극하고 도전할 가치가 큰 분야입니다. 『양자컴퓨터 레시피』를 읽은 독자들이 양자컴퓨터를 조금 더 친근하게 느끼고, 나아가 이 흥미로운 연구를 함께할 미래의 동료로 성장해준다면 더없이 기쁠 것 같습니다.
양자컴퓨터를 요리에 비유하게 된 계기와, 가장 설명하기 어려웠던 개념은 무엇이었나요?
김용수 사실 저는 요리와는 거리가 먼 사람이었습니다. 그런데 코로나 시기에 집에 있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요리를 시작하게 되었는데, 하다 보니 과학과 닮은 점이 참 많더군요. 재료를 이해하고, 순서를 지키고, 조건을 정밀하게 맞춰야 원하는 결과가 나온다는 점에서요. 양자컴퓨터도 과학이니 당연히 닮은 점이 있었고, 자연스럽게 요리로 연결되었습니다.
가장 설명하기 어려웠던 개념은 ‘측정 기반 양자컴퓨터’입니다. 회로 기반 방식에 비해 너무 독특한 접근이라 사실 연구자들도 처음 접하면 고개를 갸우뚱합니다. 게이트를 적용하는 것이 아니라 측정만으로 계산이 된다는 개념을 어떻게 풀어낼지 정말 많이 고민했는데, 나온 책을 보니 꽤 흡족합니다. 아마 대부분의 독자분이 이해하실 수 있을 겁니다.
최태영 ‘레시피’라는 아이디어는 김용수 단장님께서 처음 제안해주셨습니다. 처음에는 양자컴퓨터를 요리에 비유하는 것이 과연 가능할까 하는 의구심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실제로 집필을 시작해보니, 재료를 준비하고 적절한 순서와 방법으로 조합해 원하는 결과를 만들어낸다는 점에서 요리와 양자컴퓨터 사이에 의외로 많은 공통점이 있다는 것을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양자컴퓨터도 결국 큐비트라는 재료를 준비하고, 다양한 양자 게이트를 조합하여 원하는 계산 결과를 만들어내는 과정이라고 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다만 가장 어려웠던 점은 복잡한 양자 개념을 대중이 이해하기 쉬운 비유로 설명하면서도, 물리학적으로 지나치게 왜곡되지 않도록 균형을 맞추는 일이었습니다. 비유는 이해를 돕는 강력한 도구이지만, 자칫하면 실제 물리 현상과 다른 인상을 줄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집필 과정 내내 ‘이 비유가 독자의 이해를 돕는 동시에 과학적으로도 충분히 타당한가?’를 계속 고민했던 기억이 납니다. 즉 세부적인 물리 내용을 모두 담기보다는, 독자들이 전체적인 원리와 의미를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도록 설명하는 데 가장 큰 노력을 기울였습니다.
김요셉 김용수 단장님께서 처음 양자컴퓨터를 ‘레시피’에 비유해보자고 하셨을 때는, 깊이 생각하지 않고 좋은 아이디어라고 답했습니다. 그런데 실제로 글을 쓰다 보니 생각보다 훨씬 잘 맞아떨어지더군요. 지금은 양자컴퓨터를 설명하는 데 이보다 더 좋은 비유가 있을까 싶습니다. 예를 들어 책에서는 큐비트가 양자적 성질을 잃어가는 과정을 재료가 상하는 것에 비유했습니다. 실제 양자게이트의 오류 대부분은 게이트가 작동하는 동안 큐비트가 양자성을 잃는 데서 비롯됩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재료가 상하고, 그에 따라 요리의 결과가 나빠지는 과정과 닮아 있는 셈입니다.
가장 설명하기 어려웠던 개념은 ‘양자 측정’이었습니다. 중첩된 상태를 측정하면 확률적으로 0 또는 1의 결과가 나온다고 설명하지만, 처음 접하는 분들은 납득하기 어려운 개념이라고 생각합니다. 사실 이 부분을 더 잘 설명하기 어려운 이유는, 세계적인 물리학자들도 왜 측정하는 순간 하나의 결과로 결정되는지 완전히 알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독자분들도 양자 측정은 양자역학이라는 게임의 중요한 규칙 중 하나로 받아들이시면 좋겠습니다.
세 분은 각각 서로 다른 방식의 양자컴퓨터를 연구하고 있습니다. 공동 집필 과정에서 서로의 설명이나 관점에 놀랐던 부분이 있었나요?
김용수 놀랐다기보다는 저에게 많은 공부가 되었습니다. 솔직히 말씀드리면, 제가 연구하고 있는 광자 양자컴퓨터 이외에 다른 하드웨어를 이 정도로 자세히 들여다본 적이 없었습니다. 초전도와 이온 트랩 분야를 어렴풋이 알고는 있었지만, 이번에 두 분 교수님이 쓰신 원고를 읽으면서 그동안 흐릿했던 것들이 선명해지는 경험을 했습니다.
사실 그래서 혼자 쓰지 않고 셋이 함께 쓴 것입니다. 각 플랫폼을 실제로 연구하는 사람이 직접 써야 현장의 감각이 살아나고, 혼자서는 쓸 수 없는 깊이의 책이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완성된 결과물을 보니 그 판단이 맞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최태영 저 역시 다른 저자분들과 함께 작업하면서 정말 많은 것을 배웠습니다. 책을 집필하는 과정은 제가 가진 지식을 전달하는 시간이기도 했지만, 동시에 서로 다른 방식의 양자컴퓨터를 연구하는 연구자들의 시각과 경험을 배울 수 있는 매우 뜻깊은 시간이었습니다.
특히 같은 양자컴퓨터를 연구하더라도 각자가 사용하는 물리 시스템과 접근 방식이 다르기 때문에, 같은 개념을 설명하는 방식이나 중요하게 생각하는 관점에도 차이가 있다는 점이 매우 흥미로웠습니다. 저는 다른 저자분들의 원고를 읽으며 “이 개념을 이렇게도 설명할 수 있구나” 하고 새롭게 배우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연구를 오래 해온 분야임에도 불구하고, 서로의 시각을 공유하는 과정에서 새로운 통찰을 얻을 수 있다는 점이 인상적이었습니다.
많은 분이 물리학 연구를 혼자 책상에 앉아 종이와 연필로만 하는 작업으로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동료 연구자들과 끊임없이 소통하고 협력하는 과정에 가깝습니다. 새로운 아이디어는 토론 속에서 발전하고, 서로 다른 전문성을 가진 사람들이 함께할 때 더 큰 성과를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 이번 공동 집필은 그러한 연구의 본질을 다시 한번 느끼게 해준 소중한 경험이었습니다.
무엇보다 서로 다른 연구 분야의 전문가들을 하나로 모으고, 대중에게 양자컴퓨터를 쉽게 전달하겠다는 목표 아래 집필을 이끌어주신 김용수 단장님의 리더십에 깊이 감사드리고 싶습니다.
김요셉 설명 방식에서 특히 흥미로웠던 것은 자석으로 양자 측정을 비유한 부분이었습니다. 블로흐 구 위에 있는 쇠구슬이 자석에 이끌려 간다는 비유는 완벽하지는 않지만, 양자 측정의 직관을 전달하는 데 꽤 효과적이라고 느꼈습니다. 저자 모두 어려운 양자컴퓨터 개념을 쉽게 설명하기 위해 많은 고민을 했는데, 이런 비유들을 보며 한계가 있더라도 좋은 비유가 얼마나 강력한 설명 도구가 될 수 있는지 다시 배울 수 있었습니다.
또 하나 좋았던 점은, 세 사람이 함께 썼기 때문에 특정 하드웨어에 치우치지 않고 양자컴퓨터의 전체 모습을 균형 있게 보여줄 수 있었다는 점입니다. 양자컴퓨터는 하나의 정답이 정해진 기술이라기보다, 여러 연구자가 서로 다른 길을 통해 같은 목표를 향해 가고 있는 분야입니다. 이번 공동 집필은 그 다양성과 역동성을 독자들에게 보여줄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고 생각합니다.
최근 구글, IBM, 마이크로소프트 등 글로벌 기업들이 양자컴퓨터 개발에 막대한 투자를 하고 있습니다. 지금 양자컴퓨터 기술은 어느 단계까지 와 있으며, 앞으로 10년 안에 어떤 변화가 나타날 것으로 예상하시나요?
김용수 지금 양자컴퓨터는 ‘레시피는 알지만 완성된 요리는 아직 나오지 않은’ 단계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큐비트를 만들고, 제어하고, 측정하는 기본 기술은 확보되었습니다. 하지만 큐비트 하나하나가 여전히 불완전해서, 실용적인 문제를 고전 컴퓨터보다 잘 푸는 단계에는 아직 이르지 못했습니다. 그래도 최근 2~3년 사이의 발전 속도는 놀랍습니다. 2025년 구글이 표면 코드로 양자 오류 정정의 손익분기점을 넘었고, 하버드와 QuEra는 중성원자로 48개의 논리 큐비트를 구현했습니다. 큐비트의 오류를 정정하는 기술이 이론에서 실험으로 넘어왔다는 것이 가장 큰 변화입니다.
앞으로 10년 안에 가장 먼저 나타날 변화는 양자컴퓨터가 특정 분야에서 고전 컴퓨터로는 불가능한 계산을 해내는 순간이라고 생각합니다. 신약 후보 물질의 분자 시뮬레이션이나 신소재 설계 같은 영역에서 먼저 나타날 가능성이 높습니다. 모든 문제를 다 잘 푸는 만능 기계가 되는 것이 아니라, 양자컴퓨터만이 할 수 있는 일을 찾아서 증명하는 것이 첫 번째 이정표가 될 것입니다.
한 가지 꼭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양자컴퓨터가 완성되기를 기다리는 동안에도 이 과정에서 파생되는 기술이 이미 세상을 바꾸고 있다는 점입니다. 양자 암호 통신, 양자 센서, 정밀 광학 부품 같은 기술은 양자컴퓨터보다 먼저 실용화되어 우리 생활에 다가오고 있습니다.
최태영 앞서 김용수 단장님께서 말씀하신 내용에 저도 전적으로 공감합니다. 현재 양자컴퓨터 기술은 아직 범용적으로 활용되는 단계에 이르지는 못했지만, 실험실 수준을 넘어 실제 산업적 활용 가능성을 검증하는 단계까지는 확실히 진입했다고 생각합니다. 세계 주요 기업과 연구기관들은 큐비트 수를 늘리는 것뿐만 아니라 오류를 줄이고 안정적으로 계산을 수행할 수 있는 기술 개발에 집중하고 있으며, 향후 10년 동안은 특정 문제에서 기존 슈퍼컴퓨터를 보완하거나 능가하는 실용적 응용 사례들이 점차 등장할 것으로 예상합니다.
다만 저는 양자컴퓨터 그 자체만큼이나, 이를 개발하는 과정에서 파생되는 기술과 산업적 효과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양자컴퓨터를 개발하기 위해서는 초저온 냉동기, 정밀 레이저, 고주파 제어장치, 특수 소재, 진공 기술 등 다양한 첨단 기술이 필요하며, 이 과정에서 이미 상당한 경제적 가치가 창출되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사례가 핀란드의 Bluefors입니다. 핀란드는 노키아 이후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는 과정에서 초전도 양자컴퓨터용 극저온 냉동기 기술에 집중적으로 투자했고, 현재는 전 세계 양자기술 생태계에서 핵심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이는 양자컴퓨터를 직접 만드는 기업뿐만 아니라, 이를 뒷받침하는 소재·부품·장비 기업도 세계 시장을 선도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주는 좋은 사례라고 생각합니다. 우리나라도 양자컴퓨터, 양자센싱, 양자통신과 같은 핵심 기술 개발을 지속적으로 추진해야 하며, 동시에 우리만의 강점을 살릴 수 있는 소재·부품·장비 분야를 전략적으로 육성할 필요가 있습니다. 앞으로 10년 동안 완전한 범용 양자컴퓨터가 등장할 수도 있겠지만, 이보다 현실적인 변화는 양자기술 산업 생태계의 성장과 특정 분야에서의 활용 확대일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우리나라에서도 Bluefors와 같은 세계적인 양자기술 기업이 탄생하기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김요셉 지금 양자컴퓨터는 단순히 큐비트 수를 늘리는 단계를 지나, 오류를 정정할 수 있는 논리 큐비트로 실제 계산을 수행할 수 있는지를 검증하는 단계로 넘어가고 있습니다. IBM이 2029년까지 200개 논리 큐비트로 1억 개 규모의 게이트 연산을 수행하는 시스템을 목표로 하고, 2033년 이후에는 2000개 논리 큐비트로 10억 개 규모의 게이트 연산을 수행하는 시스템을 제시한 것도 이런 흐름을 잘 보여줍니다. 이제 중요한 질문은 “양자컴퓨터가 가능한가”가 아니라, “어떤 규모와 비용으로 유용한 계산을 할 수 있는가”라고 생각합니다.
2030년대에는 양자컴퓨터의 존재감이 훨씬 더 크게 부각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최근 약 1만 개 수준의 재구성 가능한 원자 큐비트로도 암호학적으로 의미 있는 쇼어 알고리즘을 실행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기존 암호체계의 기반인 소인수분해 문제뿐 아니라 비트코인의 기반이 되는 타원곡선 암호에 대한 양자컴퓨터의 위협도 점점 더 현실적인 문제로 인식되고 있습니다. 미국이 양자내성암호 전환을 2031년까지 완료하도록 추진하는 것도 이런 흐름과 무관하지 않습니다.
다만 규모가 커질수록 새로운 병목도 나타날 것입니다. 지금은 큐비트 수와 성능을 높이는 데 관심이 집중되어 있지만, 앞으로는 냉각, 제어선, 전력, 장비 가격, 유지보수 비용 같은 현실적인 문제가 점점 중요해질 것입니다. 인공지능 분야에서 전력 소모와 운영 비용이 큰 이슈가 되었듯이, 양자컴퓨터도 결국 성능뿐 아니라 얼마나 효율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지가 핵심 경쟁력이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양자컴퓨터 시대에는 물리학뿐 아니라 컴퓨터공학, 수학, 인공지능 등 다양한 분야의 융합이 중요해질 것이라는 이야기가 많습니다. 학생들과 젊은 연구자들에게 가장 강조하고 싶은 역량은 무엇인가요?
김용수 따분하게 들릴 수 있지만, 결국 자기가 좋아하는 것을 찾고 그것을 잘하게 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분야가 무엇이든 그 안에서 내로라하는 사람이 되는 것, 그리고 그러기 위해 꾸준히 해나가는 것입니다.
융합이 중요하다는 말을 많이 하지만, 융합은 내가 잘하는 것이 있고 나서야 의미가 있습니다. 자기 분야에서 깊이가 없으면 다른 분야와 만나도 섞일 것이 없습니다. 인공지능도 마찬가지입니다. 요즘 AI 도구가 정말 강력해졌지만, 결국 한 분야의 전문가가 AI를 훨씬 잘 활용합니다. 좋은 질문을 던질 수 있는 사람이 좋은 답을 얻는 것이니까요. 무엇보다 AI가 내놓는 결과물을 비판적으로 볼 수 있는 정도의 실력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 실력은 결국 자기 분야에 대한 깊은 이해에서 나옵니다.
최태영 요즘 학생들을 보면 특정 전공의 경계에 얽매이기보다는 다양한 분야를 융합적으로 바라보는 경우가 많아진 것 같습니다. 실제로 AI와 양자기술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저희 연구실에도 물리학뿐 아니라 수학, 화학, 나노과학, 반도체공학, 전기전자공학, 컴퓨터공학 등 다양한 전공의 학생들이 인턴십을 문의해오고 있습니다. 미래의 중요한 역량 중 하나는 바로 이러한 융합적 사고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학생들과 이야기할 때 종종 김용수 단장님께서 말씀하신 것처럼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찾고, 그것을 잘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이야기를 합니다. 다만 여기에 두 가지를 조금 더 덧붙이고 싶습니다.
첫째는, 좋아하는 일도 충분히 노력해보기 전에는 진정으로 좋아하는지 알기 어렵다는 점입니다. 어떤 분야든 일정 수준 이상 깊이 있게 몰입해보고, 어려움을 극복하는 과정을 경험해야 비로소 그 분야의 매력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학생들에게 무엇이든 성실하게, 그리고 최선을 다해 도전해보라고 이야기합니다.
둘째는, 혼자서 성공하려고 하지 말라는 것입니다. 현대 과학기술은 협력의 산물입니다. 연구도 결국 사람과 사람이 함께 만들어가는 과정입니다. 주변 동료와 선후배의 성공을 진심으로 축하해주고, 서로 도우며 성장하는 자세가 매우 중요합니다. 사람의 미래는 누구도 예측할 수 없기 때문에, 결국 함께 성장하는 사람이 가장 멀리 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양자기술 시대에 필요한 역량은 특정 전공지식 하나만이 아니라, 새로운 분야를 배우려는 열린 마음, 끝까지 파고드는 성실함, 그리고 다른 사람과 협력할 수 있는 능력이라고 생각합니다.
김요셉 미래에 중요한 역량 중 하나는 꿈을 크게 꾸는 태도라고 생각합니다. 예전에는 로켓을 한 번 쓰고 버리는 것이 당연했지만, 이제는 로켓을 회수해 재사용하는 기술이 현실이 되었습니다. 최근에는 우주 데이터센터와 같은 구상까지 논의되고 있습니다. 이런 사례를 보면, 물리적으로 불가능하지 않다면 언젠가는 구현할 수 있다는 믿음이 얼마나 중요한지 느끼게 됩니다.
AI 시대에는 이러한 태도가 더욱 중요해질 것입니다. 이제 모르는 것을 쉽게 물어볼 수 있고, 필요한 지식도 빠르게 배울 수 있습니다. 하지만 좋은 질문을 던지고 답을 판단하려면 탄탄한 기본기와 논리적·비판적 사고가 필요합니다. 어떤 분야든 일정 수준 이상 깊이 있게 공부하다 보면 이러한 사고력이 길러지므로, 자기 전공을 한 번은 끝까지 파고들어 보는 경험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큰 꿈으로 문제를 정확히 정의하고 나면, 그다음으로 필요한 것은 내가 가지지 못한 기술과 지식을 가진 동료들과 함께 해결해나가는 능력입니다. 모르는 것을 부끄러워하지 말고 질문하고, 배우고, 함께할 사람들을 모아야 합니다. 가만히 있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습니다. 작더라도 무엇이든 시작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마지막으로, 독자들이 『양자컴퓨터 레시피』를 덮고 나서 어떤 생각이나 호기심을 품게 되기를 바라시나요? 그리고 세 분이 생각하는 '양자컴퓨터의 시대'는 언제 시작된다고 보시나요?
김용수 양자컴퓨터의 원리와 현재, 미래를 이해하시는 것도 물론 좋지만, 그 과정에서 양자물리학의 아름다움을 즐기셨으면 합니다. 저는 요리를 할 때 맛있는 결과물도 좋지만, 그 안에 숨어 있는 과학 원리가 더 재미있었습니다. 왜 이 온도에서 이 반응이 일어나는지, 왜 이 순서여야 하는지. 양자컴퓨터도 마찬가지입니다. 중첩과 얽힘이 왜 가능한지, 측정이 왜 상태를 바꾸는지, 이런 질문 앞에서 느끼는 경이로움을 독자분들도 함께 느끼실 수 있다면 더 바랄 것이 없습니다.
양자컴퓨터의 시대가 언제 시작되느냐는 질문에는, 진부하지만 이미 시작되었다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완벽한 양자컴퓨터는 아직 없지만, 양자 오류 정정의 손익분기점을 넘고, 수천 큐비트가 배열되고, 클라우드로 누구나 양자컴퓨터에 접근할 수 있는 지금이 바로 그 시작점입니다. 이 책이 그 시대를 함께 읽어가는 데 좋은 길잡이가 되기를 바랍니다.
최태영 최근에는 양자컴퓨터와 관련된 뉴스와 발표가 거의 매일 쏟아지고 있습니다. 저는 독자분들께서 『양자컴퓨터 레시피』를 읽고 나서 양자컴퓨터를 조금 더 객관적이고 균형 잡힌 시각으로 바라볼 수 있게 되기를 바랍니다. 단순히 “혁명적인 기술이다” 또는 “아직 먼 미래의 이야기다”라는 극단적인 시각이 아니라, 현재 어디까지 발전했고 앞으로 어떤 가능성과 한계를 가지고 있는지를 스스로 판단할 수 있게 된다면 저희 책의 역할은 충분히 했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이 책이 독자들에게 양자 세계의 신비로움과 아름다움을 느끼게 해주는 계기가 되었으면 합니다. 우리가 일상적으로 경험하는 세계와는 전혀 다른 규칙으로 움직이는 양자의 세계는 그 자체만으로도 매우 흥미로운 탐구의 대상입니다. 책을 덮은 뒤에도 “양자는 왜 그렇게 행동할까?”, “양자기술은 앞으로 우리 삶을 어떻게 바꿀까?”와 같은 새로운 호기심이 생기기를 기대합니다.
양자컴퓨터의 시대가 언제 시작되느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저는 사실 그 시대가 이미 시작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아직 모든 가정과 기업이 양자컴퓨터를 사용하는 단계는 아니지만, 세계 주요 국가와 기업들이 막대한 투자를 하고 있고, 관련 인력 양성과 산업 생태계 구축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습니다. 과거 인터넷이 처음 등장했을 때 많은 사람이 그 영향력을 실감하지 못했던 것처럼, 지금 우리는 이미 양자기술 시대로 들어서는 초입에 서 있다고 생각합니다.
앞으로는 뛰어난 연구자와 엔지니어, 혁신적인 기업, 그리고 이를 뒷받침하는 산업 생태계가 더욱 중요해질 것입니다. ‘양자컴퓨터 레시피’가 양자기술의 현재와 미래를 이해하고자 하는 독자들에게 좋은 길잡이이자 참고서가 되기를 바랍니다.
김요셉 독자들이 『양자컴퓨터 레시피』를 덮고 나서 양자컴퓨터를 막연히 어렵고 신비로운 기술로만 바라보기보다, 스스로 질문을 던져볼 수 있게 되면 좋겠습니다. 책에 등장하는 초전도 회로, 이온트랩, 중성원자, 광자를 포함한 여러 물리 플랫폼 가운데 어느 방식이 최후의 승자가 될지 전망해볼 수도 있고, 현재 양자컴퓨터 기술의 한계가 무엇인지, 그것을 어떻게 극복해야 할지 고민해볼 수도 있을 것입니다. 또 양자컴퓨터가 언제쯤 실제로 쓸모 있는 장치가 될지, 어떤 응용 분야가 먼저 열릴지도 함께 상상해보면 좋겠습니다.
저는 양자컴퓨터의 시대를 인공지능의 역사와 비슷하게 생각합니다. 인공지능도 사실 오래전부터 연구되어 온 기술이지만, 알파고와 같은 상징적인 순간을 거치면서 대중과 산업계가 그 가능성을 본격적으로 체감하게 되었습니다. 양자컴퓨터도 연구와 투자는 이미 활발히 진행되고 있지만, 아직 그런 의미의 ‘알파고 모먼트’가 온 것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앞으로 10년 안에 일반인도 체감할 만한 응용이 시연될 가능성은 충분히 있다고 봅니다.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이미 여러 나라가 양자컴퓨터의 위협에 대비해 암호체계를 양자내성암호로 전환하는 일을 서두르고 있습니다. 양자컴퓨터가 기존 컴퓨터로는 풀기 어려운 문제를 실제로 해결하는 순간이 오면, 인공지능이 알파고 이후 급속히 발전했듯 대중은 곧 다양한 응용처를 찾아낼 것입니다. 저는 바로 그 순간이 진정한 의미에서 양자컴퓨터의 시대가 열리는 시점이라고 생각합니다.
* AI 학습 데이터 활용 금지
양자컴퓨터 레시피
출판사 | 세종서적
출판사 제공
출판사에서 제공한 자료로 작성한 기사입니다. <채널예스>에만 보내주시는 자료를 토대로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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