멈추지 못하고 있는 이들을 위한 ‘쉼표’ 같은 이야기 | 예스24
삶은 때로 예고 없이 무너져 내리지만 예고 없이 다시 세워지기도 한다.
글: 출판사 제공 사진: 출판사 제공
2026.0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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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외딴섬』 등장인물들이 서로를 해치거나 구하려 하지 않는다는 점에서도 독특한 따뜻함을 지닌다. 아무도 현명한 조언자를 자처하지 않고, 누구의 상처를 대신 치유해 주지도 않는다. 다만 옆에 있어 주고, 이야기를 들어주고, 같은 식탁에서 밥을 먹을 뿐이다. 

 

“싸우지 말고, 그냥 여행 온 것처럼 지내봐요.” “맛을 느끼지 못해도 누군가를 위한 식탁은 차릴 수 있으니까요.” “가지고 나가지도 못할 그림보다 날마다 추억 하나씩 쌓는 게 백배 낫지.” “제 마음속 단어장은 아주 얇았어요. 이제 한 장씩 늘려가고 싶어요.” “나는 충분히 살았으니 다른 사람들은 잘 살았으면 좋겠소.” 작가는 이렇듯 소박한 행위들이 쌓여 만들어 내는 변화의 결을, 따뜻하고도 섬세한 문장으로 포착한다. 큰 사건도 거창한 깨달음도 없이 그저 함께 머무는 일주일만으로 다섯 사람의 마음에 조용히 온기가 차오른다.


독자분들께 첫인사 부탁드립니다. 이상한 외딴섬은 어떤 마음으로 쓴 소설인가요?

안녕하세요, 이세진입니다. 『이상한 외딴섬』으로 만나 뵙게 된 모든 독자분께 반가움과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이상한 외딴섬』은 오래전부터 제 마음속에 존재해 왔던 이야기예요. 섬에서의 첫 번째 하루를 보낸 소영이 방에서 홀로 일기를 적어보는 장면이 있지요. 처음에는 두서없이 머릿속의 감정을 적어 내려가던 소영은 한 가지 사실을 깨닫습니다. 지금까지 사회인으로서 아등바등 살아왔지만, 정작 목적지에 대해서는 한 번도 진지하게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는 사실을요. 소영의 펜 끝은 다양한 문장들을 굽이굽이 돌아 이런 질문을 뱉어냅니다. ‘정말로 나에게 필요한 건 도대체 뭘까.’

 

『이상한 외딴섬』을 쓸 때, 저도 소영과 비슷한 마음이었던 것 같아요. 백화점 매대에 올라와 있는 화려한 물건들, 상품 카탈로그에 적힌 그럴듯한 문장들, 오늘 당장 구매하지 않으면 내일은 이 가격으로 살 수 없다고 충동질하는 쇼호스트의 목소리로부터 한 발 물러났을 때, 20대에는 뭘 해야 하고 30대에는 이래야 한다는 세상의 목소리도 듣지 않게 될 때, ‘정말로’ 내게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요. 『이상한 외딴섬』은 그런 질문으로부터 출발한 소설입니다.

 

'외딴섬에 갇힌 다섯 명'이라는 설정은 서바이벌물을 연상시키는데, 정반대의 이야기를 쓰셨어요. 이 전복은 처음부터 의도한 것이었나요?

의도한 것이 맞습니다. 생존 경쟁이 소재인 작품을 볼 때마다 저는 이렇게 생각했어요. 나라면 저런 상황에서 바로 싸울 수 있을 것 같지가 않은데? 물론 제가 특별히 남들보다 더 선량하다거나 도덕적이라는 의미는 아닙니다. 그냥, 목숨을 걸고 누군가와 싸우기에는 제가 너무나 평범한 사람이라는 거예요.

 

사실 많은 분들이 저와 비슷하리라고 생각합니다. 저희는 살면서 누군가를 해쳐야만 하는 상황 속에 놓여본 적이 없잖아요. 한평생 평화롭게만 살아온 사람들이 주변 환경이 바뀐다고 해서 갑자기 남의 목을 조를 수 있게 되리라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한 가지 예를 들자면, 예전에 잠시 복싱을 배워본 적이 있어요. 그런데 서로 보호 장비를 다 갖추고서도 상대방을 향해 제대로 주먹을 꽂는다는 게 의외로 쉬운 일이 아니더라고요.

 

저는 정말로 싸워야만 하는 상황이 되더라도 진심으로는 싸울 수가 없을 것 같습니다. 진심으로 싸우지 않으면 죽어버릴 수 있는 상황이라고 해도 결과는 마찬가지일 것 같아요. 『파리대왕』보다는 『15소년 표류기』에 더 쉽게 공감하는 유형이라고 말씀드린다면 이해가 쉬울까요. 아무것도 없는 바다 위의 ‘외딴섬’이라는 공간, 그곳에 모인 사람들. 서바이벌물의 뼈대를 가져가되 조금 다른 구도를 덧씌워보자. 이 지점에서부터 본격적인 구상이 시작되었습니다.

 

 

다섯 인물 중 가장 먼저 떠오른 캐릭터는 누구인가요? 가장 쓰기 어려웠던 인물은요?

가장 먼저 떠오른 인물은 소영입니다. 가장 많이 이입한 인물이라고도 말할 수 있겠네요. 어떻게 보면 소영은 굉장히 보편적인 인물이죠. ‘일하는 30대 여성’을 떠올렸을 때 다들 머릿속에 그려지는 이미지가 있을 텐데, 소영이 바로 그런 이미지 자체이지 않은가 싶어요.

 

가장 쓰기 어려웠던 인물은 지우입니다. 지우가 등장하는 부분을 가장 많이 고쳤어요. 아예 통째로 날려버린 부분도 있고요. 섬의 사람 중에서 나이는 제일 어리지만 누구 못지않은 깊은 그림자를 지닌 인물이죠. 아픈 동생을 부양하기 위해 콜센터에서 감정노동을 하는 20대 고졸 여성. 이렇게 세팅을 잡아두고 나니 하고 싶은 이야기가 왠지 점점 많아졌어요. 하지만 한 명의 인물만으로 너무 많은 부분을 말하려고 하다 보면 초점이 이리저리 튀기 마련이니까, ‘말하고 싶은 것’과 ‘말해야 하는 것’ 사이에서 균형을 잡기가 어려웠습니다. 그렇게 오래 들여다보고 있었기 때문인지 다른 인물들보다 지우에게 더 애착이 가는 것 같기도 하네요.

 

서준이 맛을 느끼지 못하면서도 요리를 차리는 장면, 은주가 크로키를 다시 시작하는 장면 등 감각적인 묘사가 인상적입니다.

서준은 어떻게 보면 저와 가장 먼 유형의 인물이라고 할 수 있어요. 사업을 하다가 믿었던 친구로부터 배신을 당한다든가, 그렇게 생긴 막대한 빚을 갚기 위해 배달 일에 뛰어든다든가, 극심한 스트레스로 미각을 잃어버리는 경험이 제 삶에는 없었으니까요. 그래서 서준의 이야기를 쓸 때는 상상력을 상당히 발휘했습니다. 그만큼 자유롭게 써 나갈 수 있었죠. 저와 비슷한 점이 많은 인물을 움직일 때는 한두 가지 가능성밖에 보이지 않아서 오히려 막막할 때도 있는데, 완전히 다른 유형의 인물이라면 수만 개의 갈림길이 눈앞에 펼쳐지는 느낌이거든요.

 

한편으로 서준의 경험은 그리 ‘특이한’ 경험은 아닙니다. 살아가다가 운이 나쁘면 누구라도 할 수 있는 경험이죠. 사실 서준뿐만이 아니라 이 소설 속의 모든 인물이 그래요. 소영, 은주, 지우, 그리고 영환과 선희까지. 『이상한 외딴섬』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경험은 모두 무척 보편적이고 평범한 경험입니다. 저는 서준처럼 전문적으로 요리를 해본 적도, 사랑하던 세계를 송두리째 잃어본 적도 아직은 없지만 음식을 만들어 사람들과 함께 먹을 때의 마음이라거나 타인에게 실망했을 때의 기분 같은 건 충분히 알고 있으니…… 그런 공감을 바탕으로 서준이 서 있는 부엌의 정경을 상상했습니다.

 

서준에 비하면 은주는 저와 유사한 점이 꽤 많은 인물이에요. 헛헛한 마음을 달래기 위한 소비 중독은 특히 저도 겪어본 일이거든요. 한편 은주의 이야기를 풀어내기 위해 ‘그림’이라는 소재를 택한 이유는, 『이상한 외딴섬』을 집필 중이었을 때 저도 그림을 그리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소설은 직업이니 신경 써야 할 부분이 많은데, 그림은 마음대로 할 수 있으니 오히려 편하더라고요. 잠시 내려놓았던 붓을 다시 잡고 제2의 인생을 시작하는 은주의 이야기는 그렇게 탄생했습니다.

 

소설 속에 등장하는 "필요하지 않은 것을 신청하면 안 된다"는 우체통 소원 규칙이 인상적입니다. 우체통에 소원을 넣는다면 무엇을 쓰시겠어요?

가장 어려운 질문이네요. 본문에서도 은주가 이렇게 말하잖아요. 이 섬에는 ‘나한테 이거 사라고, 저게 필요하다고 소리 지르는 사람이 없다’고. 번쩍거리는 광고도, 산더미 같은 할인 목록도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그저 텅 빈 하늘을 바라보면서 나에게 진짜 필요한 게 뭘까 상상해 봐야 하는 상황은 누구에게나 어려울 것 같아요.

 

위의 문단을 입력해 두고 오랫동안 생각해 봤는데, 저라면 ‘평화’를 달라고 할 것 같아요. 마음의 평화, 몸의 평화, 관계의 평화…… 그런 것들로 말미암아 완성되는 평온한 삶을 원합니다. 추상적이지만 굉장히 구체적인 소원이라고도 할 수 있겠네요. 소영도 말했듯이 대한민국에서 살아가는 현대인의 가장 보편적인 소망은 ‘강남 아파트 한 채’겠지만 그것도 결국 평온한 삶을 살고 싶다는 마음의 발로니까요.

 

선희가 이런 저의 소원을 어떤 방식으로 이루어줄지 궁금하네요. 복권 당첨이라도 시켜 주려나요?

 

마지막 문장 "삶은 때로 예고 없이 무너져 내리지만 예고 없이 다시 세워지기도 한다"가 오래 남습니다.

습작을 하던 시기에 어떤 소설은 첫 문장부터 떠올랐고, 또 어떤 소설은 오히려 마지막 문장으로부터 출발하게 되기도 했습니다. 『이상한 외딴섬』은 후자였어요. 이 문장을 가장 먼저 생각해 두고서 이야기를 써 내려가기 시작했습니다.

 

‘삶은 때로 예고 없이 무너져 내리지만 예고 없이 다시 세워지기도 한다’라는 문장은 이 소설의 주제를 담고 있는 핵심 문장이기도 하죠. 글을 쓰는 동안 항상 이 문장이 머릿속에 있었고, 하나씩 장면을 만들어 나갈 때도 줄곧 이 문장을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이 소설을 읽었으면 하는 독자가 있다면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삶은 우리가 직접 운전대를 잡고 움직여나가는 자동차와도 같다고들 하지만, 때로는 모든 게 내 손을 벗어나 멋대로 굴러가는 것만 같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습니다. 아무리 운전대를 붙잡아 방향을 틀어보려고 해도 틀어지지 않을 때가 있어요. 브레이크를 밟으려고 해도 차는 더 빠른 속도로 달려 나갈 뿐이고요. 이러다간 가드레일을 들이받고 큰 사고를 낼 것 같아 두렵지만 어떤 것도 할 수 없을 때가 있습니다.

 

『이상한 외딴섬』의 인물들은 모두 그런 상태에 있는 인물들입니다. 소영도, 서준도, 은주도, 지우도, 영환도 자기 의지와는 상관없이 달려나가는 삶 속에서 잠시 멈추거나 다른 길을 모색해 볼 수 없는 사람들이었어요. 쉬고 싶지만 쉴 수 없고, 멈추고 싶지만 멈출 수 없는 모든 분이 이 책을 읽으며 잠시나마 자신만의 쉼표를 찾을 수 있기를 바랍니다.

 

마지막으로 지금 이 순간 '멈추지 못하고 있는' 독자에게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저는 이 책이 독자분들께 길고 평화로운 여름휴가 같은 책이었으면 좋겠어요. 어딘가에는 정말 이런 섬이 존재할지도 모르죠. 삶에 지친 우리를 기다리고 있는, 망망대해 위의 외딴섬이지만 조금도 외롭거나 두렵지 않은 섬이요. 휴가철이 되면 일상의 복잡한 문제들이야 어찌 됐든 먼 곳으로 훌쩍 떠나버리듯, 이 책도 언제든 책장에 꽂혀 있다가 독자분들을 맞아주는 아름다운 휴가지 같은 책이 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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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에서 제공한 자료로 작성한 기사입니다. <채널예스>에만 보내주시는 자료를 토대로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