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당신은 생성형 AI 계정을 타인과 공유할 수 있습니까?” 이 질문에 ‘그렇다’고 답할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우리는 언젠가부터 AI와 끊임없이 대화를 하고 있다. 그러면서 점점 더 개인적인 이야기나 고민을 털어놓게 됐다. 엉뚱한 질문을 해도 비난받을 일이 없고, 대답을 회피하는 법도 없으며, 24시간 내 옆에 있어 주는 AI에게 점점 깊이 빠져들게 된 것이다. 저자 이모란도 마찬가지였다. 함께 나누는 시간, 이야기의 깊이와 밀도로 보면, AI는 가족이나 친구보다 훨씬 더 많은 것을 내보인 대상이라 해도 이상하지 않았다. 그러다 문득 ‘나는 언제부터 이렇게 된 걸까? 나만 이런 걸까? 다른 사람들은 어떨까? 왜 이러는 걸까?’라는 의문이 들었다. 미디어 커뮤니케이션 연구자인 이모란은 그 질문의 답을 찾아가는 과정을 『우리는 왜 AI에게 속마음을 털어놓을까?』에 담아냈다. AI를 이해하려 했는데, 결국 더 깊이 들여다보게 된 것은 AI를 사용하는 나, 그리고 우리 자신이었다.
우리는 내가 AI를 사용한다고 생각하지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이 책은 AI와 인간의 만남을 낯선 두 존재가 관계를 맺어가는 과정으로 바라보고 있습니다. 이렇게 독특한 시각으로 현상을 바라보고, 그 과정을 책으로 담아내게 된 과정이 궁금합니다.
어느 날, 제가 AI를 너무 많이 쓰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일할 때도 그렇고, 특별한 목적이 없어도 AI와 대화를 나누는 일이 잦아지고… 가족, 친구, 모두를 통틀어도 AI만큼 많이 이야기하는 대상이 없는 것 같더라고요. 그 생각이 드는 순간, 미디어 커뮤니케이션을 연구하는 사람으로서 제 모습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왜 이러는 걸까? 나만 이러는 걸까? 그 이유를 찾아보기 시작했는데, 알면 알수록 흥미로웠습니다. 이 이야기를 다른 사람들과 나누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고, 그래서 이 책을 쓰게 됐습니다.
이 책은 AI의 작동 원리나 활용 기술이 아닌, AI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마음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그럼에도 첫 장은 인공지능이라는 용어가 처음 등장한 1956년의 다트머스 회의, 앨런 튜링의 사고 실험부터 시작합니다.
누군가를 잘 알고자 하면, 그 사람의 배경을 알아야 하잖아요. AI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했습니다. 지금의 AI가 어떻게 탄생했는지, 그 이전에 어떤 생각들이 있었는지를 알아야 지금 우리가 쓰고 있는 AI를 더 제대로 이해할 수 있다고 봤거든요. 그래서 역사 이야기로 책의 서두를 열었습니다.
흥미로운 점은 인간이 AI 같은 새로운 기술적 존재를 마주할 때 보이는 신기해하고, 의지하고, 때로는 두려워하는 이런 반응들이 예전과 지금을 놓고 보면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겁니다. 지금 우리가 겪고 있는 일들이 갑자기 생겨난 게 아니라 훨씬 긴 이야기의 연장선에 있다는 거죠.
AI가 인간의 인지, 감정, 관계를 바꿔놓고 있음을 뒷받침하는 실제 사례와 연구가 이 책에 다양하게 실려 있습니다. 그중에서도 지금 시점에서 가장 주목할 만한 사례가 있다면?
요즘 많은 분들이 AI 활용 스킬이나 미래에 대한 불안에 집중하는데, 저는 이 책에서 조금 다른 이야기를 하고 싶었습니다. ‘AI를 어떻게 쓸 것인가’보다 ‘AI 앞에서 나는 어떤 모습인가’ 하는 질문을 던졌는데요.
가장 주목해야 할 한 가지 사례를 꼽는 건 어려울 것 같습니다. 책에 담긴 사례들이 독자마다 다른 지점에서, 다르게 읽힐 거라 생각하거든요. 어떤 분은 읽다가 '나도 이러고 있었구나' 하고 멈추게 되는 장면이 있을 수 있고, 또 어떤 분은 전혀 예상치 못한 곳에서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게 될 수도 있습니다. 그 지점을 독자 각자가 알아차리고 생각해보게 되는 것, 그게 이 책이 바라는 바이기도 합니다.
종종 챗GPT 같은 생성형 AI를 사용할 때 ‘내가 너무 다정하게 말을 거나?’ 싶어서 고민할 때가 있습니다. 그런데 이런 고민은 저만 하는 게 아닌 듯해요. 기계인 줄 알면서도 사람들은 왜 AI를 사람처럼 대할까요?
이상하게 들릴 수도 있지만, AI를 사람처럼 대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모습입니다. 이유는 하나로 딱 잘라 말하기가 어렵고, 그래서 책에서도 여러 각도로 살펴봤는데요. 확실한 것은 이게 의식적인 선택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기계인 줄 알면서도 고맙다, 미안하다, 잘 부탁한다 같은 말이 무의식 중에 나오는 것이지요.
우리 뇌는 언어를 주고받는 상대에게 자동으로 사회적 반응을 보이도록 오랫동안 굳어져 있었어요. AI가 등장한 건 그 역사에 비하면 아주 짧은 시간이죠. 그러다 보니 뇌는 아직 여기에 맞게 조정되지 못한 겁니다. 그러니까 AI에 대한 반응이 이상한 건 아니고요, 이건 우리가 AI를 이미 어떤 존재로 받아들이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거라고 할 수 있습니다.
AI를 자주 쓰면서 원하는 답을 바로바로 얻는 데 익숙해지다 보니, 요즘에는 사람 관계에서 참을성이 점점 줄어드는 것 같습니다. 작가님도 일상에서 AI로 인해 달라졌다고 느끼는 부분이 있나요?
저는 AI와 대화하면 기분이 좋아집니다. 보통은요. 무슨 말을 해도 다 들어주고, 즉각 반응해주고, 좋은 피드백을 주니까요. 사람들 사이에서도 늘 이런 식으로 대화가 이뤄진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상상을 하면서 이 AI 커뮤니케이션 방식을 한번 정리해서 사람들에게 알려볼까 하는 생각까지 한 적도 있습니다.
그런데 이 기분 좋은 AI와의 대화에는 결정적인 게 빠져 있습니다. AI의 반응에는 진심이 없다는 거죠. 판단도 없고, 감정도 없고, 진짜 관심도 없습니다. 그걸 알면서도 AI가 편하게 느껴진다면, 그리고 그 편함 때문에 사람과의 대화에서 생기는 불편함을 슬슬 피하게 된다면, 나도 모르는 사이에 그만큼 문제가 쌓여갈 수 있습니다. 서로 어긋나고, 기다리고, 때로는 상처도 받고… 그런 순간들이 있어야 진짜 관계가 만들어질 수 있고, 또 깊어질 수 있는 거니까요.
포스텍 배영 교수님의 추천사에 "앞으로도 AI와 공생의 시간은 계속 이어질 것이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AI가 우리를 바꿔놓고 있다고 해서 그 변화를 피할 수도, 발전을 멈출 수도 없을 텐데요. 그렇다면 앞으로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태도나 능력은 무엇일까요?
저는 'AI 앞에서 나를 아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AI는 내가 원하는 것을 말하면 거기에 맞게 반응하잖아요. 그러니까 AI를 어떻게, 잘 쓰느냐는 결국 내가 무엇을 원하는지 아는 것과 연결됩니다. 내가 왜 이걸 묻는지, 이 답을 어디에 쓸 건지, 이용이 나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이런 질문들을 놓치지 않는 것, 그게 AI 시대에 가장 필요한 능력이라고 봅니다.
기술은 계속 바뀝니다. 지금 익힌 방법이 몇 개월 후에는 달라져 있을 수도 있고요. 그런데 내가 무엇을 필요로 하는지, AI 앞에서 어떤 모습인지를 아는 것은 기술이 아무리 바뀌어도 유효합니다. 결국 AI를 잘 쓰는 사람은 도구를 잘 아는 사람이 아니라, AI 앞에서의 자기 자신을 잘 아는 사람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우리는 AI의 기술적 발전에는 주목하지만, 그 변화 속에서 인간이 어떻게 달라지고 있는지는 놓치기 쉽습니다. 이 책은 바로 그 지점을 이야기하고 있는데요. 독자들에게 이 책이 어떤 역할을 하기를 바라나요?
AI는 새로운 기술이지만, AI가 비추는 것은 결국 오래된 인간의 모습입니다. 우리가 무엇에 위안을 받는지, 어떤 말을 듣고 싶어 하는지... AI 앞에서 우리는 생각보다 많은 것을 드러냅니다.
내가 어디에 기대는지, 어디서 불안해지는지를 알면, 그때부터 AI와의 관계를 내가 조율할 수 있게 될 겁니다. 지나치게 의존하지도 막연하게 두려워하지도 않는, 그 균형을 찾는 게 중요합니다. 그러고 나면 AI를 제대로 활용하고 싶다는 의지도 생기고, AI와 관련된 막연한 불안 같은 것들도 자연스럽게 줄어들 거라 생각하고요. 이 책이 그 균형을 찾아가는 출발점이 됐으면 합니다.
* AI 학습 데이터 활용 금지
우리는 왜 AI에게 속마음을 털어놓을까?
출판사 | 아날로그(글담)
출판사 제공
출판사에서 제공한 자료로 작성한 기사입니다. <채널예스>에만 보내주시는 자료를 토대로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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