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망한 아이돌에서 대기업 사원이 된 저자 이상현의 신간 『망돌의 이력서』가 출간됐다. 화려한 스포트라이트가 꺼진 뒤 무대 밖 현실로 돌아올 수밖에 없었던 사람이, 실패 이후의 삶을 다시 써 내려가는 과정을 담아낸 에세이다. 단순한 연예계 회고록이나 취업 성공담과는 결이 다르다. 연습생과 데뷔, 해체, 취업 실패, 엔터테인먼트 업계의 이면까지, 쉽게 말하기 어려운 실패의 시간을 정면으로 기록한다. 동시에 실패한 시간을 어떻게 자신의 언어로 다시 바꾸어낼 수 있는지 담았다. 화려한 조명이 꺼진 뒤에도 삶은 계속된다. 『망돌의 이력서』는 결국 "그래서 그다음에는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한 이야기다.
『망돌의 이력서』 출간을 축하드립니다. 책에 대한 간략한 소개 부탁드립니다.
『망돌의 이력서』는 제가 아이돌의 꿈에 도전하던 연습생 시절부터 데뷔와 해체를 겪고, 이후 대기업 직장인으로 인생 2막을 시작하기까지의 이야기를 담은 에세이입니다. 말 그대로 꿈을 좇던 청춘의 시간과 그 이후의 삶까지, 제 인생의 전 과정을 기록했습니다.
‘망돌’은 실패한 아이돌을 자조적으로 부르는 말로, ‘망한 아이돌’의 줄임말입니다. 실제로 요즘 인터넷에서도 종종 사용되는 표현인데요. 누구에게는 쉽게 웃음으로 소비되는 단어지만, 그 안에는 누군가의 꿈이 끝났다는 아픔도 함께 담겨 있습니다.
그럼에도 제가 이 단어를 제목에 직접 사용한 이유는 ‘망돌’이 꼭 실패만을 뜻하는 것은 아니라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어떤 꿈의 끝은 또 다른 시작이 될 수 있고, 결과와 상관없이 그 과정에는 분명 누군가의 열정과 청춘이 존재합니다. 저는 이 책을 통해 ‘망돌’이라는 단어 뒤에 가려진 사람들의 이야기와 실패 이후에도 계속 이어지는 삶에 관해 이야기하고 싶었습니다.
화려한 연예계 이야기는 항상 사람들에게 궁금함의 대상인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이 책은 연예계 비하인드보다 그 이후, ‘그래서 앞으로 어떻게 할 것인가’에 집중한 점이 인상적입니다. 이 이야기를 책으로 남겨야겠다고 생각한 계기가 있을까요?
다들 아시다시피 청소년들의 장래 희망 1위는 꽤 오랫동안 아이돌 가수였습니다. 대부분 무대 위의 화려한 모습과 스포트라이트를 보며 그 꿈을 꾸지만, 현실적으로 우리가 기억하는 소수의 TOP 아이돌이 될 확률은 매우 낮습니다. 그리고 유명한 아이돌이 되지 못하면 결국 다른 길을 고민해야 하는 순간이 찾아옵니다. 저 역시 그 순간을 마주했습니다. 연습생 시절을 포함해 11년 가까운 시간을 투자했던 꿈이 끝났을 때, 무엇을 해야 할지,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정말 많이 고민했습니다. 그렇게 새로운 목표를 세우고 다시 달리기 시작하면서 인생 2막을 열게 되었습니다.
이 책을 쓰게 된 가장 큰 이유도 바로 그 경험 때문입니다. 저와 비슷한 상황에 놓여 있거나, 지금 어떤 실패를 겪고 있거나, 혹은 ‘만약 내가 인생에서 중요한 무언가를 잃게 된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를 걱정하는 분들에게 제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이 책에는 엄청난 성공담도, 거창한 자기계발의 메시지도 담겨 있지 않습니다. 다만 오랫동안 꿈을 좇았던 한 사람이 실패를 경험하고, 다시 새로운 길을 찾아가는 과정이 담겨 있습니다. 저는 그 과정 자체가 누군가에게는 작은 위로와 용기가 될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또 저 자신을 위해서이기도 합니다. 저는 아직 완성된 사람이 아니고, 여전히 도전하는, 현재진행형 사람입니다. 앞으로도 실패할 수 있고, 또 길을 잃을 수도 있습니다. 그럴 때마다 이 책을 펼쳐보며 ‘나는 어떻게 다시 시작했었는가’를 떠올릴 수 있다면, 이 책은 독자뿐 아니라 제게도 하나의 나침반 같은 존재가 될 것 같습니다.
책에 성공적으로 데뷔했음에도 활동이 멈췄던 이야기가 나옵니다. 이유도 모르는 상태로 활동이 멈춘 상황이 화도 나고 불안하기도 했을 것 같은데요. 그 시기 가장 힘들고 두려웠던 건 무엇이었나요?
8년간의 노력과 간절히 바라왔던 꿈이 여기서 끝나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가장 많이 들었습니다. 아직 해보고 싶은 것도 많았고, 보여드리고 싶은 무대도 많았는데 제 의지와는 상관없이 모든 것이 멈춰 있는 상황이었거든요. 그렇게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채로 꿈이 사라질지도 모른다는 사실이 가장 힘들고 두려웠습니다. 그래서 제가 할 수 있는 선에서 무엇이든 해보려고 했습니다. 가만히 있기보다는 다른 기회라도 잡아보려고 노력했고, 어떻게든 상황을 바꿔보려 애썼습니다. 하지만 결국 큰 반전 없이 팀은 해체를 맞았습니다.
지금 돌아보면 그 시기는 제 인생에서 처음으로 큰 좌절을 경험한 시기였습니다. 단순히 오디션에 떨어지거나 원하는 결과를 얻지 못한 정도의 실패가 아니었습니다. 데뷔라는 꿈을 이뤘고, 인생에서 가장 큰 기쁨을 맛본 뒤에 찾아온 좌절이었기 때문에 더 크게 다가왔습니다.
그 시기를 지나며 깨달은 것은 노력한다고 해서 모든 것을 지킬 수 있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이었습니다. 세상에는 내 의지만으로 바꿀 수 없는 일들도 있고, 때로는 최선을 다해도 결과가 원하는 방향으로 흘러가지 않을 때가 있습니다. 하지만 동시에, 어떤 결과를 마주하더라도 다시 살아갈 방법을 찾고 앞으로 나아가는 것 역시 자신의 몫이라는 것도 배우게 되었습니다. 어쩌면 지금의 제가 있게 된 출발점도 그 시기였던 것 같습니다.
현재 대기업 S사에서 AI 관련 업무를 하고 있는데, 이전의 직업, 또 전공과도 전혀 다른 일을 새로 시작하는 과정은 쉽지 않았을 것 같습니다. 새로운 분야에 도전하기 위해 어떤 준비가 필요했는지, 또 그대로여도 좋았던 것과 꼭 바꿔야 했던 점은 무엇이었는지 말씀해 주세요.
사실 거창하게 준비한 것은 없었습니다. 준비할 시간도, 여유도 없었고요. 오히려 가장 중요했던 건 마음가짐이었던 것 같습니다. 해체와 함께 꿈을 잃었지만 계속 그 슬픔 속에만 머물 수는 없었거든요. 살아가야 했고, 다시 무언가를 해야만 했습니다. 그래서 거창한 계획보다도 제가 할 수 있는 작은 것부터 하나씩 해나갔습니다. 돌이켜보면 그 작은 실천들이 모여 지금의 저를 만들었다고 생각합니다.
인생 2막을 시작하면서도 그대로 가져가고 싶었던 것은 연습생 시절부터 몸에 밴 근성과 성실함이었습니다. 연습생 시절 제 입지가 늘 불안하다고 느꼈기 때문에 누구보다 먼저 연습실에 가서 청소하고, 개인 연습을 한 뒤 팀 연습에 합류하곤 했습니다. 그렇게 쌓인 습관은 직장인이 된 지금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여전히 출근 시간보다 일찍 회사에 도착해 하루 업무를 정리하고, 전날의 일을 복기하는 시간을 갖습니다. 직장 생활을 하는 데에 이 태도가 큰 도움이 되었고, 여전히 제 강점으로 남아 있는 것 같습니다.
반대로 바꿔야 했던 부분도 있었습니다. 저는 원래부터 아주 외향적인 사람은 아니었지만, 데뷔를 목표로 8년 가까운 시간을 보내다 보니 어떻게든 눈에 띄어야 한다는 생각이 몸에 배어 있었습니다. 조금 더 특별해 보이고 싶었고, 조금 더 튀어 보이고 싶었죠. 하지만 취업을 준비하면서는 그런 태도를 내려놓아야 했습니다. 기업은 기획사가 아니니까요. 처음에는 제가 가진 특별한 이력을 최대한 보여주려고 했는데, 몇 번의 탈락을 겪으면서 오히려 반대로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이미 아이돌 출신이라는 독특한 이력이 있는데 행동까지 지나치게 튄다면, ’이 사람이 우리 조직에 잘 적응할 수 있을까?’라는 의문을 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조금 더 차분하게 행동하고, 조금 더 진지하게 생각하려고 노력했습니다. 돌이켜보면 그 모습이 원래 제 성향에도 더 가까웠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인지 회사 동료들은 종종 “아이돌 출신이면 굉장히 발랄할 줄 알았는데 의외로 차분하다”고 이야기하곤 합니다.
만약 BTL이 성공했다면 지금의 이상현은 없었을까요? 지금 돌아봤을 때 그때의 실패에는 어떤 의미가 있다고 생각하세요?
BTL이 성공했다면 정말 좋았겠죠. 그리고 지금과는 또 다른 모습의 이상현으로 살아가고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어쩌면 더 성장해 있었을 수도 있고, 반대로 지금보다 부족한 사람이 되어 있었을 수도 있고요. 그건 누구도 알 수 없는 일인 것 같습니다.
다만 실패를 경험한 지금 돌아보면, 그 시간이 저를 훨씬 더 단단하게 만들어준 것 같습니다. 저는 아이돌이라는 꿈을 향해 달려갔던 시간 자체에 대해서는 후회가 없습니다. 그만큼 간절했고, 후회가 남지 않을 만큼 최선을 다했기 때문입니다. 오히려 그렇기에 실패를 마주했을 때도 어느 정도는 받아들일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물론 아프고 힘들었지만, 간절히 원했던 것을 내려놓는 법을 배웠고, 내가 쏟아부은 시간과 노력까지도 삶의 일부로 인정하는 법을 배우게 되었습니다.
이 경험은 이후의 삶에도 큰 영향을 주었습니다. 아무것도 가진 것이 없는 상태에서 다시 시작해야 했지만, 학교에 진학하고 취업을 준비하고 새로운 분야에 도전할 수 있었던 것도 결국 한 번 온 힘을 다해 꿈을 좇아본 경험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아이돌이라는 꿈에 처음 도전했을 때의 마음으로 또 다른 목표를 향해 나아갈 수 있었던 거죠.
그래서 지금의 저는 그 실패를 단순한 실패로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 시간은 저에게 넘어졌을 때 다시 일어서는 방법을 알려주었고, 앞으로 또 다른 어려움을 마주하더라도 다시 도전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남겨주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BTL의 실패는 지금의 저를 만든 가장 중요한 경험 중 하나였다고 생각합니다.
책을 쓰면서 가장 떠올리고 싶지 않은 기억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그럼에도 책에 그 이야기를 담은 이유가 궁금합니다.
중학교 때 전교생에게 따돌림을 당했던 기억입니다. 학교라는 한정된 공간 안에서 친구 한 명 없이 지내고, 학교 폭력을 겪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 직접 경험해봤기에 잘 알고 있습니다. 특히 그 나이에는 학교와 친구들이 세상의 전부처럼 느껴지잖아요.
글을 쓰는 동안 그 시절을 떠올리며 악몽도 많이 꿨습니다. 다시 교실에서 폭력을 당하거나, 모두가 저를 외면하고 피하는 꿈이었죠. 이미 20년도 더 지난 일이고 저는 어느덧 35살이 되었는데도, 아침에 눈을 뜨기 힘들 정도로 괴로운 날들이 있었습니다. 그만큼 제 안에 깊게 남아 있는 기억이었던 것 같습니다.
그 이야기를 책에 담는 것도 많이 망설였습니다. ‘사람들이 나를 어떻게 볼까’ 하는 걱정도 있었고요. 하지만 결국에는 솔직하게 이야기하기로 했습니다. 지금도 누군가는 학교폭력이나 따돌림으로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그런 상황에 놓여 있을 때는 “다 지나갈 거야”라는 말조차 위로가 되지 않는다는 것도 잘 알고 있습니다. 저 역시 그 시절에는 그 어떤 위로의 말도 믿을 수 없었으니까요.
대단한 위로의 말을 전하고 싶었던 것은 아닙니다. 다만 그런 시간을 지나온 사람도 결국 자신의 삶을 살아가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만약 이 책을 읽는 누군가가 “저 사람도 버텼네. 나도 하루만 더 버텨보자.”라고 생각해 준다면, 그 이야기를 꺼낸 이유는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연습실에서 땀 흘리는 지망생들, 혹은 시험, 취업 등 하나의 목표를 위해 치열하게 노력 중인 분들에게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사실 제가 성공한 사람도 아니고, 대단한 사람도 아니기 때문에 누군가에게 조언을 드리는 것이 조금 조심스럽습니다. 다만 저는 실패는 꽤 많이 해본 사람인 것 같습니다. 중학교 때는 전교생에게 따돌림을 당했고, 아이돌을 준비하면서는 수백 번의 오디션 탈락을 경험했습니다. 어렵게 데뷔를 했지만 팀은 오래가지 못했고, 취업을 준비하면서도 수많은 불합격을 마주했습니다. 그런데 지나고 보니 그 경험들이 하나도 헛되지 않았습니다. 당시에는 견디기 힘들 정도로 괴로운 시간이었지만, 그 시간을 버텨낸 경험이 결국 다음 도전을 할 수 있는 힘이 되어주었습니다.
저는 실패의 경험이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다른 자리에서 언젠가 다시 쓰인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지금 무언가를 위해 노력하고 계신 분들께 꼭 할 수 있다는 말보다는, 지금의 시간이 결코 의미 없이 사라지지는 않을 거라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원하는 결과를 얻지 못하더라도 그 과정에서 쌓인 경험과 시간은 언젠가 예상하지 못한 곳에서 분명 힘이 되어줍니다. 그러니 너무 조급해하지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 지금의 노력이 어떤 결과로 이어질지는 아직 모르지만, 적어도 그 시간이 여러분을 더 단단한 사람으로 만들어줄 것이라고 믿습니다.
* AI 학습 데이터 활용 금지
망돌의 이력서
출판사 | 애플북스
출판사 제공
출판사에서 제공한 자료로 작성한 기사입니다. <채널예스>에만 보내주시는 자료를 토대로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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