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악의 최애』, 『미지와 무지』에서 부드럽고 신중한 로맨스로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김다노 작가. 이번엔 신중하고 섬세한 이별 이야기 『황현호 보내기』를 들고 어린이 독자들을 찾아왔습니다. 사랑하며 사랑을 배우고, 이별하며 더 진한 사랑을 배우는 현우의 세계 속으로 들어가 볼까요? 
『황현호 보내기』가 어떤 작품인지 설명 부탁드립니다. 영감을 준 사건이나 작품을 지으실 때의 기억나는 마음도 함께 말씀해 주세요.
『황현호 보내기』는 ‘황현우’라는 어린이가 강아지 ‘황현호’를 바다 건너 섬으로 입양 보내는 이야기예요. 현우는 서울에 사는 엄마와 떨어져 여수 할머니네 집에서 지내고 있어요. 동네 아저씨가 주신 개 ‘메리’가 새끼를 낳자 현우는 막내 강아지에게 사랑을 주지만 이별을 맞이하게 됩니다. 이 이야기는 실제 금오도로 들어가는 배에서 만난 한 강아지와 어린이를 보고 떠올렸어요. 금오도 비렁길을 걸으며 나머지를 구상했는데요, 흐름이 끊길까 봐 조마조마했던 기억이 납니다.
『최악의 최애』에서 어린이들의 성숙한 사랑 이야기로 많은 사랑을 받으셨는데요, 『황현호 보내기』에는 성숙한 이별을 하는 황현우가 등장해요. 담당 마케터가 회의할 때 자꾸만 “황현호 키우기”, “황현호 버리기”라고 잘못 말했는데요(웃음), ‘키우기’가 아닌 ‘보내기’를 소재로 글을 쓰신 이유가 있을까요?
제 주변에도 ‘황현호 키우기’로 헷갈리시는 분들이 있더라고요.(웃음) 현장에서 어린이 독자를 만나다 보면 여러 요청을 받아요. 한 어린이가 제게 “눈물이 펑펑 날 만큼 슬픈 이야기를 써 주세요.”라고 쓴 쪽지를 준 적이 있어요. 어른들이 부정적이라고 생각하는 감정에 대해서도 어린이들은 받아들일 준비가 이미 되어 있는 거예요. 사는 게 그렇잖아요. 신나고 재밌는 순간보다 그렇지 않은 때가 더 잦아요. 특히 어린 시절엔 자신의 선택과 상관없이 이별과 실패를 겪게 되기도 하고요. 그런 순간을 어린이의 시선으로 그리고 싶었어요. 저는 사실 완벽한 해피엔딩보다 그렇지 않은 결말을 더 선호하는 편이기도 해요.
이 작품은 해피엔딩은 아니지만, ‘보내는 마음’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보여 주어요. ‘보내는 마음’에 ‘사랑’을 담뿍 담으셔서 읽는 내내 “눈물이 펑펑 날 만큼” 울컥했어요. 황현우가 강아지에게 처음부터 이름을 지어 주지 않고 이별하러 가는 길에 이름을 지어 주는 것으로 설정하신 이유가 있을까요?
이 이야기 중 가장 먼저 떠올린 것이 바로 '황현호'라는 이름이에요. 강아지에게 이름이 생기자 다음 서사가 차곡차곡 순차적으로 찾아왔어요. 이미 현우와 현호가 헤어지는 결말을 알고 있었던 제 입장에선 그 이름을 일찍 꺼내기가 어려웠던 것 같아요. 현우가 현호의 이름을 지어 준 순간부터 이별은 더더욱 힘든 일이 됐을 테니까요. 제 이야기 속 인물에 대한 작은 배려이자 큰 사랑으로 자연스럽게 택한 방식인 듯합니다.
황현우 또한 ‘막내’라는 이유로 엄마에게 ‘탈락’되어선인지 막내 황현호를 보내 주는 과정이 쿨하지만은 않았습니다. 어떻게든 막내와 함께 살고 싶어 애쓰는 모습이 웃기면서도 슬펐어요. ‘막내’는 사랑받는 존재이기도 하지만 ‘방치’되기도 쉬운 존재 같아요. 작품에서 ‘막내’라는 존재들을 향한 작가님의 애정이 느껴져서 ‘막내’들이 많은 위로를 받을 것 같아요.
막내는 무리에 속한 이들 중 가장 작은 존재잖아요. 평온한 일상에선 마냥 귀엽고 사랑스러울 거예요. 하지만 급박하거나 어려운 상황에선 누군가에게 부담스럽고 거추장스러운 존재로 전락해 버릴 수도 있는 거죠. 작은 이의 성장을 기다려 줄 여유와 힘마저 없을 때는요. 현우와 현호는 같은 이유로 원가족을 떠나 다른 곳으로 보내지게 돼요. 그 둘이 남들은 보지 못한 순간에, 서로의 이별을 통해 한층 쑥 자라게 되는, 전과는 다른 존재로 거듭나는 과정을 쓰고 싶었습니다.
어린이의 세계에서 ‘이별’은 어른들의 ‘이별’과는 조금 다른 것 같습니다.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겪게 되는 이별의 무게가 작은 존재에게는 더 무거울 것 같아요. 그런데! 우리의 황현우는 의연하고 성숙하게 이별을 완성해 나가요. 어린이 김다노가 겪은 이별 중에서 기억나는 이별에 대해 말씀해 주세요.
제가 기억하는 첫 이별 상대는 '예삐'라는 이름의 강아지예요. 할머니 댁 개가 낳은 새끼 중 한 마리를 한 달 동안 데리고 있었어요. 돌려보내는 날 몸 안이 슬픔으로 꽉 차 있다고 물리적으로 느낄 정도였어요. 강아지를 데려올 때만 해도 이런 순간은 상상도 못 했기에 더 힘들었던 것 같아요. 아버지는 아무 말씀 없이 제가 눈물을 그칠 때까지 옆에서 기다려 주셨어요. 자녀의 슬픔을 바라보는 어른의 마음 같은 걸 느꼈던 기억도 나요. 생각해 보니 저는 현우에 비하면 전혀 씩씩하지 못했네요.
결말에서 황현우는 황현호를 섬에 두고 오면서 먼 바다를 바라봅니다. 왠지 자신을 떠나보낼 수밖에 없었던 엄마가 생각날 것 같은 상황인데, 현우는 엄마가 있는 서울 쪽이 아니라 할머니 집 쪽으로 시선을 보냅니다. 그리고 “메리가 있는 우리 집”이라는 표현을 쓰지요. 이렇게 표현하신 이유가 있을까요?
현우의 엄마는 현우를 집과 먼 지역으로 보냈어요. 여러 가지 사정이 있겠지만 현우의 성장을 책임지지 않겠다고 결정 내린 것은 사실이지요. 현우는 그동안 언젠가 엄마가 자신을 데리러 올 거라고 어렴풋한 희망을 지니고 있었거든요. 하지만 현호와 비렁길에서 바다를 본 순간 깨달은 거예요. 자신은 엄마와 확실한 이별을 한 것이라고요. 그전까지 현우에게 여수 집은 언젠가 떠나야 할 ‘할머니 집’이었지만 비렁길에서 내려가는 순간부터는 그 집이 앞으로 자신이 살아가게 될 ‘우리 집’이라고 인정하게 된 것입니다.
혹시 작가님에게 이별을 앞둔 누군가, 혹은 무언가가 있나요? 어떤 이별 계획을 가지고 계신지 궁금합니다. 그리고 ‘이별’을 마주하고 선 독자들에게 응원의 한말씀 부탁드려요.
저는 이별을 자주 생각해요. 저의 보호자이자 양육자였던 분들이 나이가 들자 저절로 그렇게 됐어요. 생각할 때마다 막막하고 슬픈 기분이 들어요. 그래도 피할 수 없는 일이라는 걸 알고 있지요. 어떤 사정으로든 사람과 사람, 동물, 때로는 사물, 기억과 공간, 어떨 땐 자신의 일부분과도 이별해야 하는 순간이 오고야 말아요. 그때 느끼는 다양한 감정은 당연하고 자연스러운 거예요. 슬픔을 맞닥뜨린 후에는 나를 챙겨야죠. 추스르고 힘을 내 나아가는 거예요. 그렇게 보낸 하루하루가 쌓여 여러분의 바다를 조금씩 넓혀가길 바라고 응원하겠습니다.
* AI 학습 데이터 활용 금지
출판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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