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단법인전국유료실버타운협회, 포푸라샤 편집부 저/이지수 역 | 포레스트북스
“사랑인 줄 / 알았는데 / 부정맥”
“내 나이 아흔 둘 / 연상이 내 취향인데 / 이제 없어.”
“만보기 숫자 / 절반 이상이 / 물건 찾기”
‘젊게 입었는데 자리를 양보받으니’ 머쓱해지고, ‘얼마 남지도 않은 머리칼을 이발하는데 전액을 내는 게’ 억울하다. 적나라한 노년의 일상에 웃다가도 마음 한구석이 찡해진다. 이 책은 어르신들의 센류를 모아놓은 시집이다. 늙어감을 직시하는 가장 품격 있는 태도는 어쩌면 유머가 아닐까? 부부가 말년에 사이가 좋아지는 건 ‘로망’ 아니면 ‘노망’이라고 주장하는 우리 어머니의 대사도 떠오른다. 자신의 약한 부분에 대해 기꺼이 웃어넘길 줄 아는 사람들과의 시간은 유쾌하다.
올리버 색스 저/김명남 역 | 알마
팔순 넘은 나의 아버지는 기억을 잃어가는 어머니에게 습관처럼 말한다. “그래도 우리 한세상 재미있게 잘 살았다, 그렇지?” 올리버 색스의 『고맙습니다』에는 삶의 마지막 2년 동안 쓴 네 편의 에세이가 담겨 있다. 평생 뇌신경학자로서 병력 너머의 ‘인간’을 놓지 않았던 그는, 이번엔 환자가 된 자신의 소멸을 바라본다. 육체의 쇠락을 회피하거나 포장하지 않고, 죽음을 또렷이 응시하며 자신을 기록한다. “나는 사랑했고, 사랑받았다. 많은 것을 받았고, 일부는 돌려주었다.” 젊은 시절의 상처를 말하면서도 원망 대신 감사로 향하는 그의 글에 품위가 있다.
『우리가 인생에서 가진 것들(Women Holding Things)』
마이라 칼만 저/진은영 역 | 윌북
그림 속 인물들은 모두 무엇인가를 들고 있다. 양배추, 립스틱, 커다란 책, 아픈 개. 가진다는 것은 멈춘 상태가 아니라, 계속 붙드는 행위이다. 우리는 물건뿐만 아니라 기억과 감정, 시샘과 안쓰러움까지도 손에 쥐고 마음에 품으며 살아간다. 그리고 원하든 원치 않든 쥔 것은 감당해야 한다. 버지니아 울프, 세잔의 아내, 그리고 이름 모를 누군가의 어머니 혹은 딸들이 저마다의 무게를 지고 있다. 그림 앞에서 문득 묻게 된다. 나는 무엇을 쥐고, 무엇을 놓으며, 얼마만큼 감당하는 사람일까? 인생을 관조한 끝에 마이라 칼만이 건네는 마지막 문장이 다정하다. “두려워하지 마세요, 꼭 버티세요.”

<패터슨> | 영화
짐 자무시
“나는 반복을 사랑한다. 더 정확히는 무언가 반복되는 가운데서 일어나는 변주에 흥미가 있다. 우리가 사는 하루하루는 그 전날의 변주이지 않나.” 짐 자무시 감독의 이 문장을 우연히 접한 후 찾아보게 된 영화다. 시시포스가 매일 돌을 굴려 올리는 것에 비유될 정도로, 일상은 고단하게 반복된다. 하지만 아버지 말마따나 ‘기왕 굴려야 하는 돌이라면 행복하게 굴려 올리는 게 신에 대한 최대의 반항’ 아니겠는가. 패터슨의 눈은 시를 적어 내려갈 때 가장 반짝인다. 성냥갑의 디자인, 아내의 기발한 취향, 승객들의 사소한 대화 같은 것들이 그의 시가 된다. 거창한 성공도, 드라마틱한 사건도 없는 패터슨의 하루가 다이어리의 하루 한 칸을 만화로 채우는 내 생활과 닮아서 더 마음이 간다. “오늘도 시를 쓰고, 산책하고, 우편함을 들여다본다.”

<Leave the Door Open> | 음반
실크 소닉
그럼에도 불구하고 반복되는 일상이 유난히 답답한 날이 있다. 그럴 때 이 곡을 틀면, 닫힌 문이 열리고 벽들이 물러나며 순식간에 공간이 넓어진다. 드럼, 베이스, 스트링이 빚어내는 1970년대 아날로그 감성의 ‘진짜 소리’가 풍부하다. 낭만과 미지의 것에 대한 설렘으로 가득하던 시절로 소환되는 느낌도 있다. “문 열어둘게, 나 여기에 멋지게 차려입고 기다리고 있어. 준비는 다 되어 있으니 언제든 내 삶으로 걸어 들어와! (안 와도 어쩔 수 없고.)” 끈적하고 능청스러운 앤더슨 팩의 목소리가 시원하고 청량한 브루노 마스의 목소리와 뒤섞이는 것을 듣고 있으면 왠지 좋은 일이 벌어질 것 같다. 아니어도 괜찮다. 이미 행복한 바이브가 밀려왔니까. 아, 그냥 좋다.
* AI 학습 데이터 활용 금지
엄유진
일상의 순간을 붙잡아 웃음과 애정을 기록하는 작가, 펀자이씨툰의 엄유진.




![[리뷰] 아주 오래 하는 작별 인사 | 예스24](https://image.yes24.com/images/chyes24/article/cover/2026/05/20260521-75a3f65f.png)
![[안담X하은빈] 담과 복에 관한 대화 | 예스24](https://image.yes24.com/images/chyes24/article/cover/2026/05/20260512-8e20c9ef.png)
![[리뷰] 희곡을 읽는 일](https://image.yes24.com/images/chyes24/article/cover/2025/09/20250903-3045c35e.jpg)
![[더뮤지컬] 비인간의 죽음이 던지는 질문](https://image.yes24.com/images/chyes24/article/cover/2025/07/20250725-9c71a4d7.jp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