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지&스테이지] 영화 〈마이클〉 청음회 및 토크, 마이클 잭슨의 음악과 삶 | 예스24
페이지&스테이지의 두 번째 행사인 ‘마이클’ LP 청음회. 배순탁, 김세윤 작가의 현장 토크를 전합니다.
글: 박소미 사진: 최준영
2026.0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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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17일 오후 3시 서울 포니정홀에서 예스24 복합 문화 프로그램 ‘페이지&스테이지’의 두 번째 행사인 영화 〈마이클〉 사운드트랙 LP 청음회가 개최됐다. 이번 행사의 진행과 해설은 MBC 라디오 〈배철수의 음악캠프〉 작가이자 『음악이 삶의 전부는 아닙니다만』을 출간한 배순탁 작가, 〈FM 영화음악 김세윤입니다〉 를 진행 중인 김세윤 작가가 맡았다. 당일 현장에서 마이클 잭슨의 대표곡 중 〈Thriller〉, 〈Billie Jean〉, 〈Working day and night〉, 〈Bad〉를 직접 청음한 뒤, 배순탁 김세윤 작가의 해설을 통해 마이클 잭슨의 음악과 삶을 깊이 있게 조명하는 시간을 가졌다.

 



배순탁: 오늘은 영화 〈마이클〉을 중심으로 마이클 잭슨의 음악과 삶에 관해 이야기를 나눠보려고 하는데요, 본격적으로 이야기를 나누기에 앞서 〈Thriller〉와 〈Billie Jean〉을 함께 들어봤습니다. 오늘 사운드 시스템이 굉장히 좋거든요.

 

김세윤: 음악이 나가는 동안 잠깐 분위기를 봤는데, 마이클 잭슨이 자신의 음악을 이렇게 조용히 앉아서 듣는 모습을 보면 당황할 것 같아요. 조금 이따 다른 곡들도 들어볼 텐데 흥이 나시면 춤을 추셔도 괜찮습니다.(웃음) 

 

배순탁: 여러분께서 아마 느끼셨을 텐데, 마이클 잭슨의 음악은 사운드 프로덕션에 엄청나게 공을 들였기 때문에 이렇게 좋은 환경에서 들을 때 제 가치를 발휘합니다. 특히 개인적으로 〈Billie Jean〉의 후반부 기타 연주는 정말 들을 때마다 소름이 돋거든요. 

 

일단 앨범 《Thriller》에 대해 말씀드리면, 이 앨범은 1982년 후반에 나왔어요. 그런데 당시 마이클 잭슨이 소속되었던 CBS 산하 에픽 레코드의 상황이 굉장히 안 좋았습니다. 전체 매출은 10억 달러인데 이익은 고작 2,200만 달러밖에 안 됐어요. 상황을 역전시킬 방법은 하나밖에 없죠, 히트작이 나와야 했습니다. 더러운 성격으로 악명이 높았던 레코드사 사장 월터 예트니코프가 마이클 잭슨한테 전화를 걸어서 올해 크리스마스 시즌에 팔 수 있는 히트작이 필요하다고 말해요. 그래서 마이클 잭슨이 곧장 프로듀서인 퀸시 존스와 함께 앨범을 만들기 시작해요. 이때 퀸시 존스가 이전 앨범 《Off the Wall》이 800만 장 정도 팔렸으니 이번에 600만 장만 팔려도 대박이라고 말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보수적으로 추산해도 《Thriller》는 6천만 장이 팔렸죠, 1억 장이 넘는다는 말도 있고요. 그만큼 본인들도 예상치 못했던 결과가 나왔습니다. 1982년에 음반 시장이 안 좋았다고 했잖아요, 1년 뒤인 1983년에 미국 전체 음반 시장이 4.7% 성장합니다. 한마디로 이 앨범이 전체 시장의 멱살을 잡고 하드캐리를 한 거예요. 또 산업적으로 《Thriller》가 중요했던 게, 회사 사정이 정말 안 좋았던 CBS가 이 앨범 수익으로 이후에 조지 마이클이라든가 신디 로퍼 같은 신인 아티스트의 음악을 좀 더 과감하게 세상에 내놓을 수 있었습니다. 

 

작업 기조는 좀 달랐어요. 이전 앨범 《Off the Wall》이 퀸시 존스와 마이클 잭슨의 친밀한 관계를 바탕으로 작업한 가족적인 앨범이라면, 앨범 《Thriller》는 명백히 할리우드의 슈퍼 프로덕션 시스템을 그대로 따랐다고 볼 수 있습니다. 최고의 기타리스트 에디 밴 헤일런, 유명 배우 빈센트 프라이스, 무엇보다 폴 메카트니를 섭외한 슈퍼 프로덕션이었죠. 

 

그리고 뮤직비디오. 마이클 잭슨은 기본적으로 뮤직비디오를 뮤직비디오라고 부르지 않고 쇼트 필름이라고 불렀습니다. 뮤직비디오의 중요성을 잘 알고 있었던 거죠. 〈Thriller〉 뮤직비디오가 중요한데, 뮤직비디오가 제작되기 전에 이미 1,500만 장이 팔렸어요. 성격 더러운 월터 예트니코프 입장에서는 더 욕심을 낼 필요가 없었습니다. 그런데 마이클 잭슨은 언제나 탑이 되려고 하는 성향이 강했거든요. 당시 역사상 가장 많이 팔린 앨범이 뭐였냐면 비지스의 《Saturday Night Fever》였습니다. 이게 2,200만 장 팔렸는데 마이클 잭슨은 이 기록을 넘어서고 싶었던 거예요. 그래서 뮤직비디오를 기획했는데 월터 예트니코프가 50만 달러라는 비용 지불을 거절합니다. 그래서 어떻게 했느냐, 방송사에 입찰 경쟁을 붙여서 자본을 확보하고 모자란 돈은 마이클 잭슨이 직접 충당했습니다. 이렇게 만든 〈Thriller〉 뮤직비디오가 말 그대로 MTV 시대의 전성기를 확증해 버립니다. 그럼 이제 영화에 대한 설명을 들어볼까요?

 


김세윤: 우리가 음악 전기 영화를 보러 갈 때, 예를 들면 〈보헤미안 랩소디〉를 보러 간다면, 내가 좋아하는 곡이 어떤 과정을 거쳐 만들어졌을지, 그 곡이 무대에 올랐던 역사적인 순간은 어떻게 담겼을지, 극적인 스토리텔링 효과가 더해져 어떻게 재현될지 기대하게 되잖아요. 영화에서 그런 기대를 충족해주는 곡이 〈Thriller〉와 〈Billie Jean〉입니다. 둘 다 빼놓을 수 없지만 마이클 잭슨의 현재를 만든 곡은 〈Billie Jean〉이지 않을까요? 영화에서 〈Billie Jean〉의 모타운 25주년 기념 공연도 충실하게 재현됩니다. 실제로 〈Billie Jean〉을 공연했던 그 장소에서, 〈Thriller〉 뮤직비디오를 찍었던 그 장소에서, 직접 영화를 찍었다고 해요.

 

배순탁: 방금 모타운 25주년 공연 얘기를 하셨는데, 마이클 잭슨이 모타운과 작업하는 걸 싫어했어요. 모타운이 통제가 심한 회사라 아티스트의 자유가 거의 없어서 마이클 잭슨도 모타운을 나왔거든요. 모타운 사장인 베리 고디 주니어가 마이클 잭슨을 직접 찾아가서 부탁을 하는데, 결국 마이클 잭슨의 마음을 돌린 조건이 있어요. 〈Billie Jean〉을 모타운 25주년 공연에 포함시킨 것인데, 해당 공연에서 유일하게 모타운 노래가 아닌 곡이 〈Billie Jean〉입니다. 

 

〈Billie Jean〉은 거의 베이스 연주가 끌고 가는 곡인데, 이건 퀸시 존스가 어마어마한 베이시스트 루이스 존슨을 데려와서 가능했습니다. 재밌는 게 퀸시 존스와 마이클 잭슨은 대립하면서도 서로 의견이 잘 맞았습니다. 〈Billie Jean〉의 전주가 30초, 정확히는 31초입니다. 퀸시 존스가 “너무 길어”라고 하니까 마이클 잭슨이 “나 춤춰야 돼요”라고 했고, 퀸시 존스가 이를 받아들여서 전주가 살 수 있었습니다.

 

다른 예도 있습니다. 마이클 잭슨은 스트링 사운드를 극혐했는데, 《Off the Wall》을 작업할 때 퀸시 존스가 이건 무조건 넣어야 한다고 설득했고 마이클 잭슨이 받아들였어요. 《Off the Wall》이 나왔던 70년대 후반이 디스코 혐오 시대였거든요. 디스코 인기가 너무 높아서 디스코를 싫어하는 사람도 너무 많았습니다. 야구장에 디스코를 쌓아놓고 다이너마이트로 폭발시켰던 ‘디스코 파괴의 밤’도 있었어요. 그게 1979년 7월 12일인데, 《Off the Wall》이 1979년 8월 10일에 나왔습니다. 그럼 왜 성공했냐. 대량으로 양산된 다른 디스코들과 다르다는 자신감이 있었거든요. 클래식을 전공으로 배운 퀸시 존스의 뛰어난 음악력과 편곡 능력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습니다. 

 

이런 자신감이 《Off the Wall》부터 이어져 온 것이고요, 《Thriller》 같은 경우는 MTV가 1981년 8월 1일에 개국했잖아요. 당시에는 백인 록 중심이었기 때문에 MTV에 흑인 아티스트는 거의 안 나왔습니다. 영화에도 나오는데, 월터 예트니코프가 MTV에 당장 전화를 겁니다. 〈Billie Jean〉을 안 틀면 앞으로 우리 회사에서 나오는 모든 뮤직비디오를 제공하지 않겠다고. 그래서 MTV가 그날 바로 〈Billie Jean〉을 틀어요. 이렇게 뮤직비디오 시대를 완전히 터뜨려버린 것 또한 마이클 잭슨의 공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김세윤: 이 자리에 오신 분들이 보람이 있는 게 방금 얘기한 내용이 영화에서 다 다루어지지는 않아요. 제한된 시간 내에서 마이클 잭슨의 삶을 압축하다 보니까 퀸시 존스가 마이클 잭슨의 음악 작업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구체적으로 묘사되지는 않거든요. 퀸시 존스에 대한 배경 지식을 갖고 영화를 보시면 훨씬 더 재미있을 거예요. 

 

또 방금 말씀하신 월터 예트니코프 역을 맡은 배우가 마이크 마이어스인데, 재밌는 게 이 배우가 〈보헤미안 랩소디〉에서도 음반사 사장 역할을 했어요. 주로 역정을 내는 음반사 사장으로 나오는 셈이죠.(웃음) 아마도 〈보헤미안 랩소디〉를 제작한 그레이엄 킹이 〈마이클〉도 기획했기 때문인 것 같아요. 
 

사실 저는 〈마이클〉 같은 영화를 만들면서 마이클 잭슨의 팬 100명 중의 100명을 만족시키는 건 애초에 불가능하다고 생각해요. 모두를 만족시킬 수는 없기 때문에 영화를 만드는 입장에서 나름의 판단으로 선택과 집중을 해야 했겠죠. 저는 개인적으로 영화를 되게 재밌게 봤어요. 마이클 잭슨의 노래는 알아도 그의 삶을 구체적으로 알지는 못하기 때문에 저에게는 굉장히 새로워 보이는 이야기들도 많았고요. 

 

무엇보다 제가 기대했던 퍼포먼스를 극장에서 좋은 사운드와 배우들이 거의 완벽하게 재현한 무대 장면을 통해 만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만족스러운 영화였습니다. 영화를 보시면 곧 청음할 두 곡의 연결이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영화의 클라이맥스라고 생각하시면 돼요. 그럼 〈Working day and night〉과 〈Bad〉를 듣고 오겠습니다.
 

 

김세윤: 제작자 그레이엄 킹이 〈보헤미안 랩소디〉로 큰 성공을 거둔 게 〈마이클〉이 탄생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습니다. 마이클 잭슨의 가족 입장에서도 그레이엄 킹 팀은 믿고 맡겨도 되겠다는 판단을 할 수 있었겠죠. 또 한편으로 여러분이 제작자라면, 마이클 잭슨을 깊이 있게 탐구하는 예술적인 영화를 만드는 대신 그의 노래를 한 곡도 못 쓸 것이냐 아니면 어느 정도 타협을 하면서 마이클 잭슨의 노래를 원 없이 사용할 수 있는 영화를 만들 것이냐, 하는 선택의 기로에서 어떻게 하시겠어요? 사실 대중 영화를 만드는 입장에서는 후자를 선택하게 되는 거죠. 그래서 마이클 잭슨의 모든 노래를 마음껏 쓰는 조건으로 마이클 잭슨의 가족과 마이클 잭슨의 유산을 관리하는 위원회가 공동 제작으로 영화에 참여합니다. 

 

시나리오는 존 로건이 맡았는데, 대표작으로는 〈글레디에이터〉, 〈에비에이터〉, 〈007 스카이폴〉이 있습니다. 기본적으로 한 사람을 주인공으로 하는, 일종의 영웅 서사가 담겨 있는 작품들을 성공시킨 경험이 있는 각본가죠. 연출은 안톤 후쿠아 감독이 맡았습니다. 흑인 감독인데, 〈마이클〉에 적합한 선택이죠? 안톤 후쿠아 감독의 전작은 주로 액션 영화가 많았어요. 하지만 시작은 뮤직비디오였습니다. 프린스나 어셔의 뮤직비디오로 경력을 시작한 사람이라 어찌 보면 자연스러운 선택일 수 있고요. 

 

가장 중요한 주인공. 마이클 잭슨을 누가 연기하겠습니까? 테스트 촬영 결과, 뮤지션 저메인 잭슨의 아들 자파 잭슨이 당첨됩니다. 연기는 처음인데, 영화 보신 분들은 저랑 비슷한 느낌이었을 거예요. 영화가 진행될수록 마이클 잭슨처럼 보여요. 영화를 안 보신 분들께 저의 감상을 한마디로 말씀드려 볼게요.
 

배순탁: 이동진 평론가처럼 멋지게 해주세요.(웃음) 오해하시지 않게 말씀드리면 제가 너무 좋아하는 분이고 친한 사이입니다.
 

김세윤: 그렇게 할 수 있으면 제가 김동진이겠죠?(웃음) 아무튼 영화를 보고 나서 저는 제목이 왜 〈마이클〉인지 납득했어요. 서사 자체가 마이클 잭슨이 잭슨이라는 이름에서 벗어나서 마이클로 홀로 서는 과정을 그리는 데 집중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잭슨 패밀리라는 바운더리에 마이클 잭슨을 묶어두려고 했던 아버지가 메인 빌런으로 등장하고 마이클 잭슨이 그에 맞서는 영화인데, 사실 이건 마이클 잭슨만의 이야기가 아니라 우리 모두의 보편적인 서사이기도 하죠. 부모의 손에서 벗어나, 혹은 세상이 규정하는 틀에서 벗어나 자신의 길을 찾아가는 이야기라 할 수 있습니다. 

 

이 영화로 마이클 잭슨이 어떤 사람인지 다 알 수 있느냐고 묻는다면 저는 그건 아니라고 말할 것 같아요. 다만 우리가 마이클 잭슨을 왜 좋아하는지에 대한 답을 주는 영화이고, 그게 이 영화가 사랑받는 포인트라고 생각해요. 적어도 마이클 잭슨이 어떤 이유에서 대중의 큰 사랑을 받을 수밖에 없었는지, 아티스트로서 얼마나 뛰어난 재능과 능력을 가진 사람이었는지 영화를 통해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배순탁: 그럼 세 번째로 청음한 곡 〈Working day and night〉 이야기를 해보자면, 이 곡은 밤이나 낮이나 나를 혹사시키는 상대에 대한 노래이기도 합니다. 어떻게 보면 자신의 아버지일 수도 있고 그전 소속사인 모타운일 수도 있고요.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당시 대량 생산되던 디스코들과는 정말 품격이 다른 곡입니다. 첫 번째로 디스코치고는 베이스가 강조돼 있어서 무거워요. 그런데 또한 날렵해요. 그래서 무게 중심을 낮추는 동시에 느려지지 않는 거예요. 두 번째로는 관악과 현악을 적극적으로 집어넣어 편곡을 화려하게 가져가는데 이게 다 퀸시 존스의 음악적인 역량 덕분에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당시에 디스코를 가장 싫어하는 사람들이 누구였냐면, 백인 록 팬들입니다. 그런데 디스코와 록을 아예 섞어버린 거죠. 그걸 섞는 동시에 무겁게 섞지 않은 게 마이클 잭슨의 위대한 점입니다. 
 

마지막으로 들은 곡 〈Bad〉는 나쁘다는 뜻이 아닙니다. 진짜 멋지다는 뜻이고, 내가 최고다라는 뜻입니다. ‘bad’에는 실제로 그런 뜻이 있어요. 여하튼 여기서 또 중요한 건 록입니다. 좀 더 록으로 갔어요. 마이클 잭슨이 어느 날 떠올린 거예요. 〈Thriller〉는 기본적으로 아날로그 녹음 방식으로 만들어졌거든요. 그런데 〈Bad〉부터는 디지털 녹음이 가능해졌어요. 그래서 어마어마하게 비싼 디지털 기기들을 구입합니다. 돈이 문제가 되는 건 저와 여러분이지, 마이클 잭슨에게 돈은 문제가 안 되죠.(웃음) 디지털이라 가능한 건데, 마이클 잭슨이 피치를 5%만 높여보자고 말했고 퀸시 존스와 프로덕션 팀이 모두 동의했습니다. 이게 〈Bad〉가 록 중심의 음악이 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합니다. 
 

제일 중요한 건 원래 〈Bad〉는 프린스와 듀엣으로 하려고 했던 곡이에요. 프린스가 회의까지 왔었는데 〈Bad〉를 듣고 “이미 죽이는데 내가 왜 필요해”하고 갔다고 합니다. 나중에 프린스 인터뷰를 보면 관련된 이야기가 나와요. 가사가 “니 엉덩이 내 거야”인데 이게 성적인 뉘앙스가 아니고 “넌 나한테 안 돼”라는 뜻이거든요. 근데 이런 말을 프린스도 마이클 잭슨도 서로에게 할 수 없는 거죠. 이런 이유로 프린스와의 작업은 성사되지 못했다고 합니다.
 

마지막으로 들려드릴 이야기인데, 〈Billie Jean〉은 믹싱을 91번 했어요. 여러분과 제가 밴드라고 치면 드럼, 보컬, 기타, 베이스, 키보드가 있겠죠. 그걸 하나씩 녹음한 걸 각각의 트랙이라고 해요. 그럼 각각의 트랙을 섞어서 하나의 덩어리로 만들어야 하잖아요, 이걸 믹싱이라고 부릅니다. 그런데 믹싱을 하는 데는 수많은 선택지가 존재해요. 보컬을 내릴 것인가, 기타를 올릴 것인가, 베이스를 세게 할 것인가, 키보드를 강조할 것인가. 

 

〈Billie Jean〉의 두 번째 믹싱 때 다들 “와 죽인다”, “거의 다 됐다. 조금만 더 해볼까?”라고 했다고 합니다. 어느 날은 마이클 잭슨이 베이스를 조금만 올려볼까 하고, 다른 날은 퀸시 존스가 와서 드럼에 양념을 조금만 더 줘볼까 하고, 이렇게 91번째 믹싱까지 간 거죠. 근데 이게 헷갈릴 수 있는데 믹싱은 수정이 아니에요. 믹싱은 91개의 선택지가 존재하는 거예요. 91번째 믹싱을 했는데 어느 날 퀸시 존스가 옛날에 했던 두 번째 믹싱을 다시 들어보자고 했대요. 다들 그걸 듣고 “이거다, 할렐루야!” 했다는 거죠. 그렇게 현재 우리가 듣고 있는 〈Billie Jean〉은 두 번째 믹싱으로 탄생합니다. 

 

여기서 재밌는 게 퀸시 존스와 마이클 잭슨은 〈오즈의 마법사〉의 흑인 버전 뮤지컬 영화인 〈더 위즈〉에서 처음 만났습니다. 1978년에 개봉한 이 영화에 마이클 잭슨이 허수아비 역으로 출연했고 퀸시 존스는 음악을 담당했어요. 〈Billie Jean〉이 최종적으로 두 번째 믹싱으로 완성된 걸 보고 “아이고, 이런 바보 같았네”라고 하면 안 돼요. 91번의 믹싱 과정이 있었기 때문에 두 번째가 우리가 찾던 보물이었다는 걸 알 수 있었던 거죠. 그런데 〈오즈의 마법사〉가 그런 내용이잖아요. 도로시가 그렇게 집에 돌아가고 싶어 했는데, 알고 보니 집에 돌아갈 열쇠가 이미 자신에게 있었잖아요. 도로시가 신고 있던 구두죠. 가끔씩 이 생각을 할 때마다 참 운명적인 만남이라는 생각을 해요. 물론 〈Bad〉 이후에는 마이클 잭슨과 퀸시 존스가 헤어지지만. 아마 이 내용은 후속작에서 다뤄지지 않을까 합니다. 

 

김세윤: 방금 이런 얘기를 배우들은 싫어합니다.(웃음) 데이빗 핀처도 하나의 장면을 100번씩 찍잖아요. 

 

배순탁: 아마 초반 테이크를 썼을 수도 있어요.(웃음) 하나만 더 말씀드리면, 속편이 나온다면 〈You’re not alone〉이 반드시 나오겠죠. 이 곡은 역사상 최초로 발매 첫 주에 빌보드 1위를 하는 ‘핫샷 데뷔’ 기록을 세워요.

 

그런데 여러분이 아시면 좋을 게 1991년 11월에 빌보드가 전략을 바꿉니다. 라디오 에어플레이 횟수를 집계에 포함하기로 했거든요. 마이클 잭슨이 〈You’re not alone〉을 발표했던 1995년에 사장이었던 토미 모톨라가 기가 막힌 방법을 생각해 냅니다. 싱글이 발매되기 전에 CD를 구워서 전국 라디오에 다 돌려버린 거예요. 그렇게 라디오 에어플레이 점수를 따고, 첫 주에 파격적으로 저렴한 가격에 앨범을 팔았어요. 이런 전략으로 마이클 잭슨이 최초의 빌보드 핫샷 1위 데뷔곡을 갖게 된 거죠. 물론 마이클 잭슨이 위대한 뮤지션이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지만, 팝의 역사를 보면 히트곡은 만들어지는 거예요. 언제나 그래왔습니다. 예시는 무지하게 많습니다. 

 


김세윤: 저도 마지막으로 하나만 말씀드리면, 이번 영화에는 잭슨 파이브 시절부터 앨범 《Bad》가 나올 때까지의 이야기가 담겨 있어요. 그런데 존 로건이 처음에 썼던 시나리오에서는 1993년 마이클 잭슨이 네버랜드를 압수수색하기 위해 찾아온 경찰을 착잡한 심정으로 바라보며 지금까지 걸어온 길을 돌아보는 게 오프닝이었다고 해요. 

 

그런데 많이 알려진 조던 챈들러 사건의 합의 조항을 제작팀이 뒤늦게 발견한 거죠. 어떤 형태로든 조던 챈들러 이야기를 언급하면 안 된다는 합의 조항이 있었다고 해요. 그래서 영화의 30% 정도 됐던 분량을 덜어내고 부랴부랴 시나리오를 수정해서 현재 버전으로 완성했다고 합니다. 속편이 나온다면 합의 사항을 지키는 선에서 90년대 이후의 이야기를 다루겠죠. 그런데 사실 속편이 나온다면 개인적으로 과연 제가 볼 수 있을까 하는 생각도 들어요. 마이클 잭슨을 좋아하는 사람의 입장에서 그가 힘들어하는 시절을 본다는 게 마음이 아프죠. 

 

그래서 이번 〈마이클〉은 일단 그런 걱정 없이 마이클 잭슨이 가장 반짝이던 시절을 멋지게 재현된 공연과 함께 볼 수 있는 영화였다고 말씀드릴 수 있겠습니다. 오늘 함께 나눈 이야기를 마음에 담고 영화를 보시면 좀 더 재밌게 보실 수 있을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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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이 삶의 전부는 아닙니다만

<배순탁>

출판사 | 김영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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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소미

뒷모습이 담긴 사진이나 그림을 보면 쉽게 눈을 떼지 못하고 저장해 둡니다. 그 사람들...어떤 얼굴 하고 있을까요? 그래서 읽고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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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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