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 전체가 하나의 전시가 될 때, 아트부산 2026 | 예스24
올해로 15주년을 맞은 ‘아트부산 2026’ 안팎을 살펴봅니다.
글: 정다예 (큐레이터)
2026.0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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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의 봄은 지금 유난히 뜨겁다. 도시 곳곳에서 전시가 이어지고, 서로 다른 공간들이 하나의 흐름처럼 연결된다. 미술관과 갤러리, 복합문화공간까지 각자의 방식으로 동시대 예술을 보여주고 있지만, 최근의 부산은 도시 전체가 하나의 거대한 전시장처럼 움직이고 있다는 인상에 가깝다. 그 중심에서 가장 큰 기대를 모으는 것은 단연 ‘아트부산 2026’이다. 

 

 

아트부산 2026: 아시아 미술 생태계의 재편


올해로 15주년을 맞는 아트부산은 이제 국내 대표 아트페어를 넘어 아시아 미술 시장 안에서도 영향력을 확장해가고 있다. 이번 행사에는 세계 미술계의 시선이 집중되는 가운데 18개국 110여 개의 갤러리가 참여하며, 그중 약 24%에 달하는 해외 갤러리들이 부산행을 택했다. 특히 이번 아트부산은 아시아 주요 아트페어들과의 협력을 강화하며 플랫폼으로서의 역할을 더욱 분명히 하고 있다. 단순히 작품을 거래하는 시장의 기능을 넘어서, 아시아 미술 생태계 안에서 새로운 연결과 담론을 만들어내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는 점이 인상적이다.

 

최근 아시아 미술 시장이 빠르게 재편되는 가운데, 부산은 그 흐름 속에서 단순한 개최 도시가 아니라 하나의 거점으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글래드스톤 갤러리, 탕 컨템포러리 아트, 화이트스톤 갤러리와 같은 세계적 영향력을 지닌 갤러리들이 대거 이름을 올렸다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국제적으로 영향력 있는 갤러리들이 부산에 모인다는 점은 단순한 규모 이상의 의미를 만든다. 부산은 이제 지역 단위의 문화 행사를 넘어 동시대 미술의 국제적 담론이 실시간으로 작동하는 글로벌 거점으로 진화하고 있다.

 

아트부산 2026 포스터 ©ART BUSAN

 

무엇보다 인상적인 대목은 아트부산이 단순한 ‘작품 거래의 장’을 넘어 아시아 미술 생태계의 연결망을 재편하고 있다는 점이다. 도쿄 겐다이, 아트 자카르타, 아시아 나우와의 지속적인 협력은 물론, 올해는 아트 센트럴 홍콩과의 교류까지 확대하며 플랫폼으로서의 정체성을 더욱 공고히 했다. 특히 도쿄 겐다이와의 파트너십을 통해 일본 갤러리 8곳이 참여하고 홍콩과 자카르타의 VIP 커미티가 부산을 방문하는 등, 부산은 아시아 미술 시장의 새로운 연결과 담론을 생산하는 핵심지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나아가 올해 주빈국으로 선정된 대만의 아트 타이베이와 진행하는 공동 심사 및 큐레이션은 콘텐츠 공동 생산이라는 새로운 모델을 제시한다. 이는 오는 10월 프리즈 런던 기간 중 ‘마이너 어트랙션’과의 협업을 통한 국내 갤러리의 해외 진출 지원 계획과 맞물려, 아트부산이 지향하는 미래가 단순히 부산이라는 물리적 공간에 머물지 않음을 보여준다. 지금 부산에서 펼쳐지는 이 뜨거운 움직임은, 아시아를 넘어 세계 미술 시장의 흐름 속에서 부산이라는 도시가 어떤 독보적인 색채를 지닌 거점으로 성장했는지를 가감 없이 증명하고 있다.

 

그리고 행사 기간 공개되는 국내외 주요 작가들의 신작은 이번 아트부산의 온도를 결정짓는 핵심이다. 이미 글로벌 미술 시장의 정점에 선 거장들부터, 동시대의 예민한 감각을 선명하게 투영하는 신진 작가들까지 아우르는 폭넓은 스펙트럼은 관람객을 압도한다. 이곳에서 작품을 마주하는 것은 단순한 ‘감상’을 넘어, 지금 이 순간 미술계가 향하는 방향타를 가장 기민하게 감각하는 경험에 가깝다. 그리하여 아트부산은 해마다 하나의 행사를 넘어, 현재 미술의 생동하는 온도를 가장 정직하게 체감할 수 있는 현장이 된다.

 

 

부산아트위크: 예술과 일상이 교차하는 지점

 

무엇보다 흥미로운 지점은 아트부산의 에너지가 벡스코(BEXCO)라는 물리적 틀 안에 갇히지 않는다는 점이다. 동시기에 진행되는 ‘부산아트위크’는 해운대와 수영구, 망미동 일대의 갤러리와 미술관, 복합문화공간을 하나의 유기적인 동선으로 엮어내며 도시 전체를 예술의 무대로 확장한다. 화이트 큐브 안에서 시작된 관람이 도시의 골목과 공간으로 이어지는 이 구조 덕분에, 최근 부산을 찾는 이들에게는 특정 작품 한 점보다 공간과 공간 사이를 유영하며 축적되는 예술적 감각 자체가 더 깊은 잔상으로 남는다.

 

아트부산 2026 : ART ACCENT: Prologue ©DOMOHEON

 

이러한 도시적 확장의 정점에는 오프사이트 전시인 《ART ACCENT: Prologue》가 있다. 과거 부산시장 관저였던 ‘도모헌’에서 열리는 이번 전시는 권력의 상징적 공간을 시민을 위한 열린 문화 공간으로 환원했다는 점에서 강력한 상징성을 띈다. 피란수도 시기의 역사성을 간직한 이 장소는 동시대 미술이 공공성과 어떻게 결합하고 확장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실험적 플랫폼이 되어준다.

 

나아가 부산아트위크는 예술을 일상의 라이프스타일, 그리고 Wellness의 영역으로까지 넓혀나간다. 해운대 해변과 마린시티를 배경으로 로컬 브랜드 모모스커피와 협업한 ‘아트부산×Morning Run’ 같은 참여형 프로그램이 대표적이다. 여기에 부산시립미술관과 현대미술관은 물론, 아난티와 시그니엘 부산 등 주요 거점들과의 긴밀한 연계는 관람객이 먹고, 자고, 걷는 모든 일상 속에서 예술을 향유하게 한다. 결국 아트부산은 기존 아트페어의 전형적인 형식을 탈피해, 도시 전체를 무대로 관람 경험을 재구성하고 있다. 라이프스타일과의 협업을 통해 관객을 잠재적 컬렉터로 유도하고 예술의 문턱을 낮추는 이러한 시도는, 변화하는 컬렉팅 문화에 발맞춘 영리한 전략이자 가장 부산다운 방식의 ‘지속 가능한 아트페어 모델’을 제시하고 있는 셈이다.

 

 

Library Playlist: 새로운 관람 여정, 기억을 재생하는 시간

 

아트부산의 진정한 묘미는 벡스코라는 화이트 큐브를 벗어나 도시의 실핏줄을 따라 흐르는 ‘아트위크’의 여정에 있다. 해운대에서 수영구를 지나 망미동으로 이어지는 이 거대한 예술 동선은 부산이라는 도시를 하나의 입체적인 캔버스로 탈바꿈시킨다. 그중에서도 옛 고려제강 공장을 리모델링한 산업유산 재생 공간, ‘F1963’은 이 여정에서 결코 빠뜨릴 수 없는 문화적 허브다.

 

YES24@F1963 ⓒ예스24


수영구 망미동에 위치한 F1963은 단순히 과거를 보존하는 데 그치지 않고, 전시와 공연, 도서관과 정원이 어우러진 체류형 복합문화공간으로서 부산 현대미술 생태계의 핵심 거점 역할을 수행한다. 특히 아트부산 기간, 대형 행사가 선사하는 고조된 예술적 에너지는 이곳 F1963에 모여 시민들의 생활과 밀착된 더 깊고 아늑한 담론으로 치환된다. 

 

이 특별한 시기에 맞춰 아티피오(Artipio)는 YES24와 협업하여 ‘이플리 작가의 《Library Playlist》을 F1963 내 YES24 수영점에서 선보인다. 아티피오가 엄선한 이번 전시는 아트부산을 찾은 관람객들에게 벡스코의 열기 공간과는 또 다른, 사유와 몰입의 시간을 제공한다. 산업 시대의 거친 흔적이 세련된 예술적 감각과 충돌하며 묘한 긴장감을 자아내는 F1963의 장소성과 이플리 작가의 작업을 더욱 입체적으로 경험하게 만드는 완벽한 무대가 되어준다.

 

《Library Playlist》 전경 ©아티피오

 

서가를 따라 걷다 보면 벽면과 통로 사이로 작가의 카세트테이프 작업들이 마치 도서관 책장 사이에 꽂힌 플레이리스트처럼 모습을 드러낸다. 처음에는 사랑스러운 오브제처럼 보이지만, 가까이 다가가면 천 위에 놓인 선과 색실의 결, 반복된 자수의 흔적을 통해 상당한 시간과 노동이 축적되어 있음을 실감하게 된다. 디지털 음원처럼 즉각적인 소비가 아닌, 손으로 꺼내고 되감아야 했던 그 '느린 물성'을 작가는 자수라는 더 느린 방식으로 붙잡는다. 천을 염색하고 밑그림을 그려 한 땀씩 이미지를 채우는 과정은 흐릿한 기억의 윤곽을 더듬어 사라지지 않도록 고정하는 일과 닮아 있다.

특히 이번 전시는 서점이라는 장소성과 작품의 주제가 유기적으로 교차한다는 점에서 매우 인상적이다. 책이 읽는 순간을 넘어 특정 문장을 통해 묵혀둔 기억을 소환하듯, 음악 역시 노래 한 곡으로 당시의 계절과 감정을 선명하게 되살려내곤 하기 때문이다. 전시가 열리는 YES24 수영점은 단순히 책을 사고파는 상업 공간을 넘어, 활자 인쇄의 역사부터 미래의 독서 문화까지 아우르는 '책의 연대기'를 공간적으로 구현한 곳이다. ‘책을 사는 곳’이라기보다 ‘책 사이에 머무는 곳’ 가까운 이 특별한 장소에서, 이플리 작가의 작업은 긴 서가 사이사이에 꽂힌 하나의 ‘책갈피’이자 ‘오래된 노래의 첫 소절’처럼 기능한다. 관람객들은 서점의 공기 속에 녹아 든 작가의 플레이리스트를 따라 걸으며, 동시에 자신의 기억 속에 잠들어 있던 소중한 노래들을 조용히 다시 재생하게 된다. 


이플리 작가 작업 ©아티피오


전시장 한쪽에는 디자인부터 밑그림, 자수 과정에 이르는 제작 흐름이 함께 소개되어 있다. 완성된 오브제의 경쾌함 뒤에 숨겨진, 기억을 붙잡으려는 작가의 조용한 태도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이플리의 작업이 단순히 ‘귀여운 작품’에 머물지 않는 이유는 음악을 재현하는 대신, 음악이 기억을 불러오는 방식을 시각적으로 정교하게 번역했기 때문이다. 〈Library Playlist〉는 서점 안에서 잠시 속도를 늦추게 만든다. 산업 공간의 흔적이 남은 F1963, 책의 시간이 쌓인 YES24, 그리고 기억을 자수로 붙잡는 이플리의 작업은 서로 다른 시간의 층위를 만들며 전시를 보는 일을 넘어 각자의 플레이리스트를 다시 재생해보는 특별한 경험을 선사한다.

 

아트부산 기간 중 아티피오가 마련한 이플리 작가의 전시는, 부산이라는 도시 전체가 예술의 무대로 확장되는 과정에서 가장 밀도 높은 미적 경험을 선사하는 지점이 될 것이다. 벡스코의 화려한 시장 뒤편, 망미동의 붉은 벽돌 사이로 흐르는 이플리 작가의 세계는 이번 봄 부산을 찾은 컬렉터와 애호가들에게 가장 서정적이고 기억에 남는 ‘예술적 산책’이 될 것임이 분명하다.

 

이처럼 최근 부산의 전시들은 단순히 작품을 나열하는 데 그치지 않고 공간과 도시, 그리고 개인의 감각과 경험을 하나의 흐름으로 엮어낸다. 그 흐름의 중심에서 아트부산은 도시 전체의 리듬을 더욱 선명하게 끌어올리는 지휘자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이번 아트부산이 그 어느 해보다 기대되는 이유는 단순히 규모가 커졌기 때문만이 아니다. 도시 곳곳의 예술적 파편들이 하나의 거대한 서사로 응축되고 있기 때문이다.

 

어쩌면 이번 봄의 부산은 특정 작품 하나보다, 공간과 공간 사이를 걸으며 느꼈던 정서적 밀도로 기억될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 흐름의 중심에 예술의 선명한 리듬이 얹어진다면 부산은 비로소 완전한 ‘예술의 도시’로 작동하게 될 것이다. 올해의 부산이 선사하는 이 깊고 선명한 장면들이, 여러분의 기억 속 플레이리스트에 가장 아름다운 첫 소절로 남게 되기를 기대해 본다.

 

 

아티피오

아티피오는 ART ‘예술’ + PIONEER ’선구자’라는 비전 아래 온라인에서 고품격 예술 콘텐츠와 아트테크를 체험할 수 있는 투명하고 안정적인 시스템을 제공하는 문화예술 플랫폼입니다. 누구나 아티피오를 통해 일상 속에서 미술을 향유하면서 안심하고 미술품에 투자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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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다예 (큐레이터)

성신여대 서양화과를 졸업하고 홍익대학교 문화예술경영 석사 과정을 졸업했다. 각종 문화예술기관에서 큐레이터 활동을 통해 문화예술을 다양한 방식으로 폭넓게 전파하고, 예술의 가치와 중요성을 알리기 위해 활동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