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너들 모두 모여라! 전문 트레이너로 활동하며 『운동 독립』, 『디테일 러닝』 등을 출간한 구현경 작가가 초보 러너부터 러닝 덕후까지, 달리는 이들을 위한 책을 리딩런 코스에 맞춰 소개합니다. 리딩런은 책을 읽은 시간만큼 러닝 거리가 누적되어 기부금이 적립되는 독서 캠페인입니다. (여기서 참여 가능!) 그럼 모두 책 안팎으로 달릴 준비 되셨나요?

책에도 엄밀히 좋은 책이 있고, 나쁜 책이 있다. 좋은 책의 자질은 다양하다. 가령 에세이라면 저자 고유의 경험을 녹여 풍부한 드라마, 감동과 교훈을 안겨주는 책이 있을 테고, 실용서라면 전문성을 바탕으로 독자에게 신뢰할 수 있는 유용한 정보를 제공하는 책이 있을 테다. 반면 나쁜 책은 대단한 무언가를 약속하는 표지로 독자를 호도하지만 읽어보면 약속한 감동도 깨달음도 남지 않는 책이다. 러닝이 전국적으로 유행하며 관련 분야의 책도 상당히 많아졌다. 이번 글에서는 러닝의 세계에 입문한 독자들에게 운동 전문가로서 시간을 낭비하지 않을 책을 러닝 레벨별로 추천하려고 한다.
크리스토퍼 맥두걸 저/윤의 역 | 빌리버튼
부상만큼이나 초보 러너가 달리기를 포기하게 되는 큰 이유 중 하나는 달리기에 대한 흥미 상실이다. 달리는 생활을 지속해 나가려면 처음부터 기술적인 부분을 상세히 탐구하거나 철저한 훈련일정을 짜기보다는 스스로 달리기를 하는 이유를 진지하게 탐구해 보길 권한다. 다이어트나 체력 증진을 위해서 달릴 수도 있으나, 이는 달리기를 지속하는 꺼지지 않는 힘이 되기에는 불충분할 수 있다. 진정으로 달려야 하는 이유를 찾으면 운동을 중단하고 싶을 때가 찾아와도 다시 달릴 수 있는 힘이 된다.
가슴을 울리는 제목의 『본 투 런』은 종군 기자 출신인 저자가 현대 원시 부족인 멕시코의 타라우마라(Tarahumara)족의 달리기 생활을 파고드는 르포르타주다. 타라우마족 사람들은 청소년이든, 노인이든, 심지어 임산부이든 단출한 가죽 샌들만 신고도 울트라 마라톤 대회에 참가해 달린다. 이들에겐 과학적 훈련법이나 최신 기술이 적용된 카본 운동화, 다양한 맛의 카페인 에너지 젤 같은 건 없다. 마치 달리기 위해 태어난 사람들처럼 가장 원시적이고 순수한 형태로 달리는 이들의 이야기를 읽으며, 아마 내게도 있었을 달리기의 가능성을 상상해 보게 된다. 여태 달리지 않은 삶이 마치 손해처럼 느껴질 만큼, 당장 뛰쳐나가 달리고 싶을 만큼. 저자는 진화생물학, 진화인류학, 생리학, 스포츠 의학의 배경 지식을 더해가며, 달리기가 인류 진화의 핵심 동력이었으며 인간다움을 형성한 결정적 능력이라는 점을 풍성하게 그려낸다.
물론 타라우마라족은 흙길을, 도시인들은 아스팔트 위를(즉, ‘로드러닝’) 달린다는 점에서 큰 차이가 있다. 타라우마라족은 달리기에 유리한 체형이기도 하고 멕시코의 협곡에서 생활하며 오랜 시간 몸이 단련되기도 했으니, 도시의 러너가 갑자기 타라우마라족처럼 샌들을 신고 장거리를 달리면 부상의 위험이 크다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 사실 이 책을 읽고 감명을 받아 섣불리 비브람 신발(쿠션이 없는 양말 같은 신발)을 신고 한강을 달린 뒤 아킬레스건을 다친 적이 있다. 혹여 책을 읽고 타라우마라족처럼 달려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더라도 현실적인 환경의 차이를 참고해야겠다.


제임스 네스터 저/승영조 역 | 북트리거
달리기 이야기를 하다 갑작스럽게 호흡 책을 추천하니 의외라고 생각하실 수도 있다. 그러나 달리기는 어떤 운동인가? 바로 유산소 운동이다. 어차피 몸은 전부 물질적이긴 하지만, 구분해 보자면 근육과 관절은 하드웨어, 심폐 능력은 소프트웨어에 가까울 것이다. 운동 경력이 쌓여 5~10km는 쉽게 달릴 수 있고 긴 거리에 욕심이 나기 시작하는 중급자 러너가 되면 제법 러너 티가 나기 시작한다. 허나, 달리기를 하면서도 숨이 넓고 편안한 경험을 하기에는 아직이다.
『호흡의 기술』에는 잘못된 방법의 숨쉬기가 어떻게 내 몸을 망치는지, 바른 숨쉬기란 무엇인지, 호흡 역량을 강화시키려면 어떤 훈련을 해야 할지 등이 포괄적으로 소개되어 있다. 이 책도 『본투런』과 마찬가지로 흡인력이 대단한데, 저자인 제임스 네스터가 직접 스텐포드 연구실에서 입호흡 대 코호흡의 피험자가 되어 겪는 건강 지표상의 변화가 유의미하고 충격적이기 때문이다. 일상에서 바른 숨쉬기를 구사할 수 있게 되면, 그 연장선상에서 러닝 할 때의 호흡도 안정화할 수 있을 것이다. 사실 러너들뿐만 아니라 모든 인간이 태어날 때부터 죽을 때까지 호흡 활동을 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 책은 필수 교양서로 지정되어야 하는 책 같다.
장 프랑수와 하비 저/임영신 역 | 시그마북스
설명을 쉽게 하면서도 충분히 전문적인 내용을 담고 있는 달리기 실용서다. 챗GPT에 프롬프트를 넣어 초안을 뽑아낸 듯한 일부 실용서와는 그 깊이가 다르다. 같은 자세나 큐를 설명하더라도 어떤 설명은 그저 사실의 나열 같이 들리는 데 반해, 어떤 설명은 사실적인 동시에 몰입감을 높이는 여러 장치들을 더해 기억에 남는 배움이 된다. 저자의 경험과 특유의 고고한 정신이 녹아 들어 있는 문장이 곳곳에 있어 배울 점 많은 달리기 스승이 함께하는 느낌이 들 것이다.
“나는 모든 사람이 지금보다 더 잘 달릴 수 있다고 생각한다. 힘은 덜 들이면서 편안하고 즐겁게, 더 빠르면서도 조절 가능하며 더 자연스러운 동작으로 달리는 것은 대부분의 경우 테크닉을 개선함으로써 가능하다. 주자마다 상당 부분 개선의 여지가 있는데 이는 각자의 훈련법, 운동역학(인체의 생리학적 기능과 구조를 역학적 원칙에 따라 연구하는 학문), 주법 등과 관계가 있다. 이와 같은 잠재력을 활용하는 것을 쓸데없는 일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지나치게 운명론적 사고를 하는 것이거나 지식의 부족을 드러내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구현경 저 | 파이퍼프레스
달리기에 대한 정보는 대부분 회색지대에 있다. “달리기에 정답은 없다, 당신의 몸에 맞게 달려라”고들 하는데, 맞는 말이지만 어딘가 석연치 않다. 답이 있을 것만 같다. 답이 없다면 왜 답이 없는 영역인지 알고 싶다. 내 몸에 맞게 달리는 건 또 뭐람? 어떻게 하는 건데… 그 석연치 않은 구석을 파고들며 답을 찾는 과정에서 얻은 정보들을 상세히 담은 (내가 쓴) 책이다.
운동의 세계에는 몸으로 동작을 배우고 터득하는 ‘몸 천재’들이 있다. 처음부터 고수의 싹이 보이는 이들이 대체로 이 경우에 해당한다. 대척점에는 이지적으로 동작의 원리를 이해해야만 몸이 따라주는 배움의 순서를 가진 ‘이해 학습자’들이 있다. 이해 학습자들은 맞아 죽어도(?) 이해가 먼저다. 이 책은 ‘달리기 이해 학습자’들을 위한 책으로 기울기, 팔치기, 코어, 골반, 착지 등 자세마다 하나의 챕터를 할애하여 이해 학습자들의 지적 욕구를 충족시키고자 했다. 달리기를 할 때 골반은 돌려야 하는가? 팔치기를 할 때 팔은 갈비뼈 쪽으로 얼마나 붙여야 하나? 어깨와 목이 아플 수 있는 잠재적 요인은 무엇인가? 미드풋 착지의 정확한 순서는 무엇인가? 등의 질문에 같은 이해 학습자로서 답했다(그래도, 사모펀드 애널리스트 출신이니까 리서치 능력은 믿어달라). 자세 설명 외에도 러닝 퍼포먼스를 끌어올릴 수 있는 훈련법의 과학적인 원리와 호흡 훈련법에 대한 내용을 담았다. 부상 예방 전문 트레이너로서 많은 달리기 제자를 배출해 오며 쌓은 정보를 책을 통해 함께 나누고자 한다.
젝 다니엘스 저/주용태 역 | 인간희극
클래식은 영원하다면, 이 책은 러닝 분야의 클래식 오브 클래식이다. 아마 일반인보다 코치들이 열심히 탐독했을 이 책은 훈련법에 대한 내용이 대부분이므로, 특히 기록 욕심이 있는 러너라면 필독서다. 수십 년간 현장에서 엘리트 선수들을 육성해 온 젝 다니엘스 코치가 운동생리학을 바탕으로 만든 훈련법을 따르다 보면 자연스레 원하는 기록에 도달할 수 있을 것이다.
이외 추천하고 싶은 책을 함께 소개한다.
제프 겔러웨이 저/양현묵 역 | 전원문화사
실질적인 달리기 팁을 위주로 소개하며 달리기 일지, 일일 및 주간 거리 프로그램, 스피드, 페이스, 의지력, 부상 분석과 치료, 영양, 연료, 신발 고르기 등 러닝을 시작한 사람들에게 필수적인 정보를 전달하는 데 초점이 맞추어진 책이다.
김철언 저/황세정 역 | 세개의소원
선수나 코치들이 활용하는 마라톤 트레이닝 메뉴를 시민 마라토너들이 따라 할 수 있도록 최대한 쉽게 풀어 쓴 책. 초보자에서 상급자까지 단계를 나누어 누구나 자신에게 맞는 훈련 프로그램을 응용해 마라톤을 달릴 수 있는 가이드라인을 제시한다.
남혁우 저 | 매일경제신문사
자세부터 부상까지 달리기에 대한 개괄적인 입문 정보들이 소개된 책. 저자가 정형외과 전문의인 만큼 부상에 초점이 맞춰져 있으니 달리기 부상으로 고생하는 이들이라면 특히 읽어볼 만하다.
* AI 학습 데이터 활용 금지
본투런
출판사 | 빌리버튼
호흡의 기술
출판사 | 북트리거
달리기, 조깅부터 마라톤까지
출판사 | 시그마북스
디테일 러닝
출판사 | 파이퍼프레스
다니엘스의 러닝 포뮬러
출판사 | 인간희극
마라톤
출판사 | 전원문화사
김철언의 마라톤 100일 트레이닝
출판사 | 세개의소원
달리기의 모든 것
출판사 | 매일경제신문사
구현경
연세대학교 신문방송학과를 졸업하고 홍콩계 사모펀드에서 애널리스트로 근무했다. 퇴사 후 트레이너로 전직하여 이태원의 작은 골목에 1:1 운동 스튜디오인 팀버(TIMBER)를 개업했다. 현재는 경복궁이 보이는 곳에서 그룹 운동 스튜디오 팀버 모듈러(TIMBER MODULAR)를 운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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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ro135
2026.05.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