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젊은 작가 특집
예스24는 매년 한국 문학의 미래가 될 젊은 작가를 찾습니다. 올해는 3월부터 5월까지 젊은 작가 특집으로 총 16인의 작가를 만난 뒤 6월 15일부터 본 투표가 시작될 예정입니다. 5월에는 오직 자신만의 감각과 문장으로 새로운 세계를 구축하고 있는 소설가 6인을 만났습니다.

독자분들과 나누고 싶은 소설의 첫 문장을 소개해 주세요.
“혼자로도 괜찮다는 마음 속에 낭만은 매복되어 있다.”
『낭만 사랑니』의 첫 문장입니다. 혼자인 나 자신은 나약하다고 솔직하게 외쳐도 됩니다. 오늘이 나약했기에 미래에 낭만이 생깁니다. 강해지지 말고, 솔직해지세요. 용기는 두려워하는 자의 몫이고, 그 용기는 낭만의 거름이 됩니다.
언젠가 다루어 보고 싶은 주제나 인물이 있을까요?
욕망에 솔직한 여자를 써 보고 싶어요. 날것 그대로의 욕망을 드러내고, 타인에게 과감히 거부당하여 삶이 휘청이는 와중에도 끝내 살아갈 캐릭터요. 예를 들자면 연인에게 이별을 통보 당했음에도 체면을 지키지 못하고 울며불며 딱 한 번만 더 기회를 달라 구걸하는 여자, 남들이 여성용 순면 트렁크 팬티를 살 때 여전히 뽕브라를 사고 엑스트라 패드까지 넣는 여자요. 듣기만 해도 체증이 느껴져요. 그래서 요즘은 이런 여성 캐릭터들이 잘 등장하지 않아요. 여성 서사가 급부상함과 동시에 어떤 여자들은 문학장에서 거의 거세되다시피 했죠. 우리들은 시대착오적이고 구질구질한 걸 싫어해요. 하지만 안타깝게도 그런 여자들 또한 여전히 주변에 있어요. 친구이자 가족, 혹은 이걸 보고 ‘더 이상 그런 여자는 없다’고 생각하는 당신일 수도 있습니다. 물론 제가 전 연인에게 연락하기와 뽕브라를 응원하는 일은 없을 겁니다. 다만 그것들을 놓지 못하는 여자들에게는 아직 해 줄 말이 있어요.
최근 일상에서 ‘문학적이다’라고 생각한 장면이 있다면 들려주세요.
“너 그래서 지금 무슨 일 하는데?”
아버지의 물음입니다. 밥벌이를 잘하고 있는지 의심스러워하던 표정이 기억에 남아요. 저희 가족은 제 필명을 아직 모릅니다. 저를 ‘특정 회사에 소속된 작가였다가 해고를 당해 수년째 백수인 사람’으로 생각하고 계세요. 제법 구체적인 오답이죠? 언젠가 작품으로 딸을 우연처럼 만나길 희망하고 있어요. 알고 봤더니 이걸 쓴 사람이 내 자식이라면? 식의 전개요. 안타깝게도 제 가족은 독서인이 아니랍니다. 저는 문학을 싫어하는 사람에게서 태어난 돌연변이거든요. 그래서 이 기약 없는 소망은 여전히 진행 중입니다. 왠지 텁텁한 K-가족 서사의 한 장면 같지 않나요?
요즘 작가님은 무엇에 사로잡혀 있으신가요?
아무리 먹어도 배고픈 나 자신에게 사로잡혀 있습니다. 어째서 이렇게까지 먹고 싶을까요? 한때 실존주의나 심미 철학에 몰두했던 순간이 있었는데, 그런 순간조차도 배가 고프면 학구열이 생기지 않더라고요. 저는 ‘먹는 행위’를 좀 더 철학적으로 고민하고 싶어요. 어째서 인간은 이다지도 맛을 탐할까요? 왜 배가 부른데도 먹고 싶어 하는 걸까요? 마라탕, 탕후루, 두쫀쿠, 상하이 버터떡. 그 너머에 있는 시대 불변의 욕망을 알고 싶어요. 위고비나 마운자로가 과연 인간의 원초적 욕망을 막을 수 있을지 관심이 많습니다. 인간을 인간답게 만드는 건 사실 지성이 아니라 이 하잘것없는 욕망 아닐까요? 요즘의 인간들은 농장에 갇힌 돼지들보다 더 많이 먹으니까요.
주로 어디서 글을 쓰시나요?
저의 장점 중 하나인데요. 장소에 제약을 받지 않습니다. 밴쿠버 메트로몰의 푸드코트, 시부야 스크램블 교차로의 카페, 서초구의 연구원 앞 벤치. 어디서든 작업이 가능합니다. 대신 하루에 5천 자에서 1만 자까지만 씁니다. 이외에는 큰 특징이 없습니다. 작업 시에는 평범하게 노트북을 사용합니다.
작업할 때 곁에 두는 영감의 도구가 있다면?
저의 반려 햄스터를 소개합니다. 아주 귀여워요. 캐나다에 갈 때도 챙겨 갔답니다. 앞발이 휘어져 있어서 모니터에 걸어둘 수 있어요. 바라보고 있으면 마음이 좋아집니다. 잘 때는 모니터에서 내리고 바닥에 눕혀요. 젓가락 받침대를 베개로 제공하고요, 휴지 두 칸을 뜯어 이불을 만들어 줍니다. 딱히 주술적인 효과가 있지는 않고, 그저 마음이 좋아집니다.
청예 작가의 영감의 도구(제작자 『은하계 환승터미널 구멍가게』 배인경 작가)
소설을 쓸 때 듣는 음악이 있다면 소개해 주세요.
다프트 펑크, 테일러 스위프트, 레저를 지나 요즘은 Let me know의 ‘偽愛とハイボール’(가짜 사랑과 하이볼)을 듣고 있습니다. 『주와 연』 집필을 위해 지저분한 사랑에 몰입해야 했거든요. 이 작품의 초기 집필 때는 t.A.T.u.의 ‘All the Things She Said’를 한 곡 반복으로 들었습니다. 작품이 출간되면 함께 들어주세요. 자랑스러운 사랑 대신 말하기에 조심스러운 사랑이 준비 중인 작품과 잘 어울려서 노래들도 명랑하지는 않네요. 평상시에는 K-pop도 많이 들어요. 그러나 원고 작업을 할 때는 가사에 영향을 덜 받고자 외국 노래를 선호합니다.
* AI 학습 데이터 활용 금지
낭만 사랑니
출판사 | 한겨레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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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6.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