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래식] 마티아스 괴르네와 선우예권의 ‘겨울 나그네’ | 예스24
2026년 6월 21일 세계 최정상급 바리톤 마티아스 괴르네와 시대를 대표하는 피아니스트 선우예권이 함께 하는 음악회 '여름에 듣는 겨울 나그네'에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글: 김성현(조선일보 문화부 기자)
2026.0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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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 여름에 듣는 겨울 나그네' 음악회 참여하기 

6월 21일(일) 오후 5시 | 롯데콘서트홀



우리는 슈베르트(1797~1828)의 ‘겨울 나그네’에 대해 이미 잘 알고 있다. 학창 시절에 작곡가의 3대 연가곡(連歌曲) 가운데 하나라고 배웠고 이 연가곡에 실린 ‘보리수(Der Lindenbaum)’를 부르기도 했다. 하지만 이 연가곡은 여전히 우리에게 낯설고 까다로운 작품이다. 오늘은 그 후자에 대한 이야기다.

 

흔히 ‘아름다운 물방앗간 아가씨’와 ‘겨울 나그네’, ‘백조의 노래’를 슈베르트의 3대 연가곡이라고 부른다. 연가곡은 특정한 주제나 이야기에 따라서 묶은 가곡들이라는 뜻이다. 하지만 마지막 ‘백조의 노래’는 실은 작곡가가 세상을 떠난 뒤 출판사에서 유작들을 모아서 펴내면서 붙인 제목이다. 앞의 두 연가곡은 모두 빌헬름 뮐러의 시에 곡을 붙인 반면 ‘백조의 노래’는 루트비히 렐슈타프와 하인리히 하이네, 요한 가브리엘 자이들의 시에 바탕한 가곡들을 모아 놓은 구성이다. 이 때문에 ‘백조의 노래’는 엄밀한 의미에서 연가곡으로 보기는 힘들다는 반론도 있다.

 

슈베르트의 연가곡 ‘겨울 나그네(Winterreise)’를 직역하면 실은 ‘겨울 여행’이다. 간혹 운치 있는 오역도 있는데 ‘겨울 나그네’도 이런 경우다. 요즘 세상은 되도록 고통은 피하고 행복을 추구하라고 속삭인다. 하지만 슈베르트는 세상을 떠나기 5년 전인 1822년 ‘나의 꿈’이라는 산문에서 이렇게 고백했다. “사랑을 쓰려고 하면 고통이 되고, 고통을 쓰려고 하면 사랑이 되었다. 그렇게 사랑과 고통이 나를 둘로 나눴다.” 이처럼 슈베르트의 가곡은 사랑과 고통의 이중주가 낳은 결과물들이다. ‘겨울 나그네’ 역시 마찬가지다.

 

본래 서정적인 장르인 가곡은 연가곡이 되면서 서사적 성격을 지니게 된다. ‘아름다운 물방앗간 아가씨’가 방앗간 주인의 어여쁜 딸에게 실연당한 청년의 상심을 노래한다면, ‘겨울 나그네’는 한겨울 정처 없이 길을 떠난 방랑자의 내면을 묘사한다. ‘아름다운 물방앗간 아가씨’에서 방랑은 일종의 귀결점이었다면 ‘겨울 나그네’에서는 출발점이다. 여기엔 가업과도 같았던 교직을 포기한 채 작곡에 매달렸던 청년 슈베르트 자신의 그림자가 어른거린다.

 

‘겨울 나그네’의 첫 곡인 ‘밤 인사(Gute Nacht)’부터 요즘 연인들의 다정한 속삭임이 아니다. 말 그대로 주인공이 겨울 여행을 떠나는 방랑의 시간대가 밤이라는 의미다. 그래서 이 첫 곡에서 처음 등장하는 단어도 ‘낯선(Fremd)’이다. 소외(Entfremdung)라는 말의 어원에 해당하는 이 단어에는 사회에 쉽게 어울리지 못한 채 소외된 외톨이이자 이방인이라는 의미가 숨어 있다.

 

물론 이 연가곡에서 가장 유명한 노래는 5번 곡 ‘보리수’다. 앞서 등장한 네 곡은 쓸쓸하고 어두운 단조 풍인데 비해서 이 곡에서 비로소 장조로 바뀌면서 휴식과 안식의 의미를 선사하는 것만 같다. 하지만 ‘보리수’는 이 연가곡의 24곡 가운데 아직 5번 곡에 불과하다. 주인공의 쓸쓸하고 고된 방랑이 여전히 남아 있는 것이다. 음악적으로 이 곡은 앞뒤 곡과 긴밀한 연결성을 지니고 있다. 4번 곡 ‘응결(Erstarrung)’의 몰아치는 듯한 셋잇단음표는 다음 곡인 ‘보리수’에서 잔잔한 셋잇단음표로 바뀌면서 차분하게 가라앉고, ‘보리수’의 마지막에 반복되는 부점(附點) 리듬은 6번 곡 ‘넘쳐흐르는 눈물(Wasserflut)’의 도입부로 이어진다. 부점 리듬과 셋잇단음표가 공존하는 6번 곡의 도입부는 지금도 많은 연주자와 음악학자들이 골머리를 앓는 대목 가운데 하나다.

 

슈베르트는 성악가의 노래뿐 아니라 피아노를 통해서도 주변 배경이나 분위기는 물론, 주인공의 내면적 심경까지 모두 드러낸다. ‘겨울 나그네’ 역시 마찬가지다. 중간 반환점을 도는 곡인 13번 곡 ‘우편 마차(Die Post)’에서는 초반부 피아노의 경쾌한 스타카토를 통해서 우편 마차의 도착을 알린다. 주인공은 반가움과 설레는 마음으로 달려가지만 정작 그에게 온 편지는 없다. 이때부터 피아노도 서서히 단조로 바뀌면서 비극적 결과를 암시한다. 그 순간 ‘배달원은 네게 편지를 가지고 오지 않아’라고 노랫말도 달라진다. 이렇듯 슈베르트 가곡은 성악가와 피아노의 ‘협업’이기도 하다.

 

슈베르트는 ‘겨울 나그네’의 전반 12곡과 후반 12곡을 1827년 2월과 10월에 나눠서 작곡했다. 이 때문에 후반부에 해당하는 13~24번 곡으로 갈수록 절망과 죽음의 정서도 조금씩 두드러진다. 14번 곡에서는 ‘하얗게 센 머리’가 등장하고 15번 곡에서는 ‘까마귀’가 주인공의 주변을 배회한다. 물론 주인공의 머리색은 나이가 아니라 흩뿌린 서리 때문이다. 흡사 오 헨리의 단편 ‘마지막 잎새’처럼 16번 곡 ‘마지막 희망(Letzte Hoffnung)’에서는 잎이 떨어지는 순간에 희망도 떨어질 것이라고 탄식한다. 21번 곡 ‘여인숙(Das Wirtshaus)’에서는 무덤가가 언급되고 23번 곡 ‘허깨비 태양(Die Nebensonnen)’에서는 ‘세 개의 태양’이 등장한다. 이 ‘세 개의 태양’은 대개 환일(幻日)이라는 대기 현상으로 풀이하지만 사랑하는 여인의 두 눈과 태양이라는 운치 있는 설명도 있다. 마지막 곡인 ‘거리의 악사(Der Leiermann)’에서 주인공은 어느덧 늙은 악사와 자신을 동일시하기에 이른다. 여기서 피아노도 손풍금을 묘사하면서 곡의 쓸쓸한 분위기를 강조한다.

 

지난 1987년 클래식 음반사 하이페리온(Hyperion)은 ‘가곡의 왕’ 슈베르트의 가곡 전곡을 음반으로 녹음한다는 야심 찬 계획에 착수했다. 낱장으로 37장, 전집으로 묶어서 나올 때는 40장에 이르렀던 이 연작 음반은 숫자만으로도 여러모로 놀랍기만 했다. 당장 1987~2005년의 녹음 기간부터 슈베르트가 가곡을 작곡했던 기간(1810~1828년)에 필적했다. 동원된 성악가는 60여 명에 이르렀던 반면, 피아노 반주는 단 한 사람이 모두 맡았다는 점도 이채로웠다. 영국 피아니스트 그레이엄 존슨이었다.

 

야심만만하면서도 이상주의적인 이 프로젝트를 통해서 테너 페터 슈라이어나 소프라노 에디트 마티스 같은 거장 외에도 차세대 성악가들이 대거 발굴됐다. ‘아름다운 물방앗간 아가씨’는 영국 옥스퍼드대에서 역사학 박사를 받은 지성파 테너 이언 보스트리지가 맡았다. 당시 ‘겨울 나그네’를 불렀던 가수가 독일 바리톤 마티아스 괴르네였다. 둘은 이후에도 슈베르트의 가곡을 거듭 연주하고 녹음하면서 우리 시대 정상급 성악가로 발돋움했다. 마찬가지로 피아니스트 선우예권 역시 베이스 연광철과 함께 수차례 ‘겨울 나그네’의 호흡을 맞춘 경험이 있다. 올해 공연을 통해서 괴르네와 선우예권이라는 ‘겨울 나그네’ 최적의 조합이 탄생하는 셈이다.


바리톤 마티아스 괴르네와 피아니스트 선우예권

 

보스트리지는 ‘슈베르트의 겨울 나그네’에서 이렇게 단언했다. “겨울 나그네는 인류의 공통된 경험을 이루는 위대한 예술 작품임에 틀림없다. 셰익스피어와 단테의 시, 고흐와 피카소의 회화, 브론테 자매와 프루스트의 소설에 비견될 만하다”고. 혹시 이런 의미 부여가 부담스럽다면, 음악 칼럼니스트 나성인이 ‘슈베르트 세 개의 연가곡’에서 쓴 표현이 더욱 따뜻하게 다가올지도 모른다. “어떤 노래가 내 삶을 말해준다고 느껴본 이가 있다면 슈베르트를 기억하라. 김광석의 ‘그날들’이나, 퀸의 ‘보헤미안 랩소디’나 자이언티의 ‘양화대교’도 실은 같은 정신을 공유하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구절이다.

 

평생 무명에 가까웠던 슈베르트를 곁에서 지켜주면서 든든한 보호막이자 울타리 역할을 했던 건 그의 친구들이었다. 시를 함께 낭송하고 음악을 연주하고 노래를 불렀던 그 모임을 오늘날 ‘슈베르티아데’라고 부른다. 당시 ‘겨울 나그네’를 처음 접한 친구들은 ‘보리수’를 제외한 나머지 곡들의 음울함과 황량함에 당황했던 것 같다. 하지만 슈베르트는 이렇게 답했다고 한다. “나는 이 노래들이 다른 어떤 노래보다 좋아. 너희도 좋아하게 될 거야.” 작곡가의 말처럼 60~70분간 이어지는 이 연가곡을 들으면서 마음속의 ‘겨울 여행’을 떠나보는 건 어떨까. 스물네 곡의 노래가 모두 끝나고 정적과 여운까지 음미한 뒤 박수 갈채를 보낸다면 그 감동도 배가될 것 같다.






참고 문헌

1. 나성인, 『슈베르트 세 개의 연가곡』, 한길사, 2019

2. 빌헬름 뮐러, 김재혁 옮김, 『겨울 나그네』, 민음사, 2001

3. 엘리자베스 노먼 맥케이, 이석호 옮김, 『슈베르트 평전』, 풍월당, 2020

4. 이언 보스트리지, 장호연 옮김, 『슈베르트의 겨울 나그네』, 바다출판사, 2016

5. 한스 요아힘 힌리히센, 홍은정 옮김, 『프란츠 슈베르트』, 프란츠,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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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나그네

<빌헬름 뮐러> 저/<김재혁> 역

출판사 | 민음사

슈베르트 평전

<엘리자베스 노먼 맥케이> 저/<이석호> 역

출판사 | 풍월당

슈베르트의 겨울 나그네 (겨울 에디션)

<이언 보스트리지> 저/<장호연> 역

출판사 | 바다출판사

프란츠 슈베르트

<한스 요아힘 힌리히센> 저/<홍은정> 역

출판사 | 프란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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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현(조선일보 문화부 기자)

조선일보 문화부 기자. 음악회 해설과 풍월당 강좌 등을 통해서 클래식 음악을 친근하게 소개하는 일을 하고 있다. 블로그 ‘클래식 네버랜드’ 등을 통해서도 클래식 음악의 즐거움에 대해 이야기한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의 해외 연수 기간 동안 유럽 8개국 21개 도시 42개 공연장에서 176편의 공연을 지켜보고 『365일 유럽 클래식 기행』으로 묶어냈다. 영화에 흐르는 클래식 선율을 주제로 『시네마 클래식』과 『씨네 클래식』을 펴냈다. 모차르트의 삶과 음악을 조명한 클래식 클라우드 시리즈 『모차르트』를 썼다. 베를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상임 지휘자를 지낸 사이먼 래틀과 피아니스트 겸 지휘자 다니엘 바렌보임의 전기를 번역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