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뭔가를 하고 싶은데 하기 싫을 때 읽는 책이다. 할 일을 미뤄 두고서 책을 읽는 건 회피다. 하지만 책은 가장 그럴싸한 회피다. 책을 읽으면 최단 기간에 가장 멀리까지 다녀올 수도 있고, 누가 뭐라고 하면 자료 조사 중이라고 둘러대기도 쉬우니까. 그러니 “일단은 도망쳐도 된다. 단, 너무 멀리 가지 말 것.” 그런데 대체 어디까지 도망쳐도 될지 모르겠다고? 그때 이 책을 펼쳐라. 여기 실린 스물네 편의 글들, 그리고 그보다 훨씬 더 많은 인용구와 금정연의 말들이 실마리가 되어 줄 것이다.
제목이 인상적입니다. 후보로 다양한 제목이 나왔다고 들었는데요. 그중에서 『글쓰기 싫을 때 읽는 책』을 선택하신 이유가 궁금합니다.
담당 편집자님과 메일을 주고받다가 떠올랐는데, 이보다 정확한 제목은 없겠더라고요. 글을 쓰면 쓸수록 글쓰기가 싫어지는 순간이 자주 오거든요. 그건 사실 글을 더 잘 쓰고 싶어서죠. 그게 마음처럼 안 되니까 이것저것 싫어지는 거고. 그럴 때도 책을 읽으면 결국에는 다시 돌아올 수 있어요. 이 책에 실린 글들도 대부분 그렇게 썼고요. 싫다고 그냥 그만두는 게 아니라, 그럴 때 뭐라도 해서 돌아오려 한다는 감각이 좋았던 것 같아요. 꼭 글쓰기가 아니더라도, 너무 하고 싶은 일을 하기 싫을 때 펼치는 책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바람도 물론 있었고요.
이번 책에는 ‘포모도로’라는 시간관리 기법이 소개되는데요. “점점 채워지지 않은 포모도로가 하루를 채우기 시작했다.”고 쓰신 순간부터 더는 포모도로가 등장하지 않습니다. 최근에도 이 방법을 사용하고 계신지, 혹은 다른 루틴을 도입하셨는지 궁금합니다.
그전까지 저는 루틴이라고 할 만한 게 없는 작가였어요. 글쓰기 외에도 마찬가지였으니, 루틴 없는 사람이라고 해야겠네요. 자꾸 도망치려는 마음을 붙잡아두기 위해서 이런저런 시도를 해보았지만, 딱히 소용이 있는 게 없었거든요. 딱 하나, 포모도로를 제외한다면. 책에도 썼지만 글을 쓰려고 하면 불안, 초조, 두려움 같은 부정적인 감정들이 들게 마련인데요. 25분은 절망하기엔 너무 짧지만, 일을 시작하기에는 충분히 긴 시간이죠. 지금도 포모도로를 켜놨어요. 벌써 8분이 지났네요.
수많은 텍스트를 가로지르며 적절한 순간에 적절한 문장을 찾아내는 노하우가 따로 있으실까요? 마음에 드는 문장을 어떻게 정리하고 꺼내 쓰시나요?
예전에는 노트나 엑셀 파일 같은 데 따로 정리해두곤 했어요. 그런데 너무 번거롭기도 하고, 꼭 박물관 같은 느낌이 들더라고요. 왜, 제국들이 식민지에서 수탈한 보물들을 자랑스럽게 진열해둔 그런 박물관요. 보통은 기억과 밑줄에 의지하는데, 갈수록 기억력이 떨어져서 글을 쓸 때 예전에 그어둔 밑줄을 찾아 이 책 저 책 뒤적이는 시간이 점점 더 길어지고 있네요. 그래서 요즘은 어떤 문장들은 그 앞에 멈춰서, 더 오래 읽어두려고 해요.
작가님께서는 굉장히 많은 걸 보고 듣고 읽으시는 것으로 유명합니다. 그래서 인풋을 아웃풋으로 전환하기 위해 도입하셨다는 ‘산출 노트’ 이야기가 인상 깊었어요. 요즘에는 어떤 식으로 ‘인풋 모드’와 ‘아웃풋 모드’를 오가시는지 궁금합니다. 일상적으로 많은 것을 보고 듣지만 배출하지 못해 꽉 막힌 듯한 기분을 느끼는 독자들에게 건네고 싶은 조언을 들려주셔도 좋습니다.
인풋과 아웃풋이 자연스럽게 전환되는 사람이 있는 반면, 한쪽은 쉬운데 다른 쪽은 어려워하는 사람이 있는 것 같아요. 아마 대부분이 그렇겠죠. 책에도 쓴 것처럼 저는 주로 인풋 쪽의 인간이라 아웃풋을 하기 위해서는 계기가 필요해요. 작가에게는 그게 마감이죠. 괴롭지만, 때로는 쓰게 만드는 외부의 강제가 필요해요, 실은 자주… 스스로를 위해 마감을 만든다는 게 잘 와닿지 않는다면 그냥 하루에 한 번 포모도로 타이머를 켜놓고 마음에 떠오르는 것을 쓰는 시간을 보내는 건 어떨까요? 그리고 며칠 동안 그걸 해내면 스스로에게 선물을 해도 좋고요. 단순하지만, 제법 효과가 있어요.
많은 사람이 자신의 삶에 무언가를 더 채우기 위해 애씁니다. ‘우리가 충분히 가지고 있다고 믿는’ 태도가 작가님의 글쓰기에도 변화를 주었나요?
글쓰기에 들어가기 전에 재료를 찾는 시간이 전보다 줄었죠. 전에는 일단 책을 수십 권 쌓아 놓고 시작했거든요. 그건 물론 필요한 일이지만, 지나치면 해가 돼요. 그것 자체가 글쓰기에 들어가지 않으려는 회피인 거죠. 물론 지금도 저는 종종 자료 속으로 도망치지만, 그럴 때도 너무 늦지 않게 돌아올 수 있는 나침반 같은 문장이에요, 제게는.
이 책에는 사소한 일상에 관한 문장부터 각오를 다지게 만드는 유명 작가의 문장까지 다양한 문장들이 소개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문장을 읽으면서 받은 감동을 행동으로 바꾸는 건 여전히 쉽지 않은 일 같아요. 문장을 삶으로 이어지게끔 하는 작가님만의 팁이 있으실까요?
그건 억지로 되는 게 아닌 것 같아요. 남들이 좋다고 하는 문장이 내게도 좋은 건 아니고, 내게 좋은 문장이 남에게도 좋은 건 아닌 것처럼. 어떤 문장이 그전까지는 존재하는지도 몰랐던 내 마음의 빈 공간에 들어맞는 순간이 있고, 그러면 저는 자연스럽게 그 문장과 함께 살아가게 되는 거죠. 어떤 사람이 나와 맞는지 알기 위해서는 많은 사람을 만나야 하는 것처럼, 문장도 그런 것 같아요.
어떤 방법도 통하지 않아 곤경에서 잠시 벗어나고 싶은 독자들에게 한말씀 부탁드려요.
도망가야죠. 뜨거운 샤워, 개와 함께 하는 산책, 제로가 아닌 콜라를 마시며 찜해 놨던 넷플릭스 시리즈 몰아보기 같은 작은 도망. 책에는 “단, 너무 멀리 가지 말 것”이라고 쓰긴 했는데, 사실 아주 멀리 도망쳐도 괜찮아요. 정말 계획도 목적도 없이 바다로, 숲으로, 다른 나라로… 그러려면 운이 아주 좋아야 하겠지만요. 중요한 건, 아무리 도망쳐도 자기 자신에게서는 도망칠 수 없다는 거예요. 결국은 우리가 쓰려는, 쓰고 싶고 또 써야만 하는 글로 돌아올 수밖에 없죠. 하지만 도망쳤던 시간이 분명 도움이 될 거예요. 그러니 일단 도망치세요!
* AI 학습 데이터 활용 금지
글쓰기 싫을 때 읽는 책
출판사 | 북트리거
출판사 제공
출판사에서 제공한 자료로 작성한 기사입니다. <채널예스>에만 보내주시는 자료를 토대로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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