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읽는 아이들
[인터뷰] 김리리 작가, 180만 부 시리즈 완간 『꼬랑지네 떡집』 | 예스24
어린이와 함께 만들어가는 국내 창작 동화의 대표작 『만복이네 떡집』 시리즈 마지막 이야기.
글: 염은영 사진: 표기식
2026.0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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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살아가고 있지만 잘 보이지 않는 세계가 있습니다. 그것은 우리가 우리 외의 세계엔 크게 관심이 없기 때문이겠지요. 어른에겐 어린이의 세계가 그러할 것입니다. 바쁘고 서두르며 살아가는 어른들은 어린이들이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지 관심을 갖기 쉽지 않으니까요. 그런 어른으로서 180만 부를 돌파한 『만복이네 떡집』 시리즈(이하 『떡집』 시리즈)를 처음 만났습니다. 이 시리즈는 “제각기 결핍과 고민을 품은 아이들이 이야기마다 새로운 주인공으로 등장하며, 꼬랑지가 만들어내는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맞춤형 소원 떡’을 통해 아이들의 웃음을 되찾아 주는 선한 판타지 동화”입니다. 어린이들이 스스로 찾는 국내 창작 동화라는 점에서 놀랍고 반가운 이 이야기는 김리리 동화 작가의 작품입니다.


누적 판매 부수 180만 부를 돌파한 만큼 이 시리즈에 대한 어린이들의 사랑은 각별한데요. 그만큼 어린이 독자를 학교와 도서관 강연을 통해 꾸준히 만나온 김리리 작가는 “아이들의 소원을 듣고 거기에 맞는 떡을 만들어내는 과정이 저의 작업 방식과 꼭 닮아 있다”며 ‘맞춤형 소원 떡’ 이야기로 “아이들의 친구가 되겠다”는 초심을 거듭해 지켜왔다고 합니다. 작가의 분신 ‘꼬랑지’의 이야기를 끝으로 완간하면서 그는 “꼬랑지가 아이들 마음속에서 계속 살아가”면서 “그 모습 그대로 아이들의 소원을 들어주길 바란다”고 말합니다. 누군가 나의 소원에 귀 기울여주고, 심지어 그 소원을 이뤄주는 이야기로 위로해주고 있었다니. 그동안 어린이의 세계를 잘 알지 못하고 지내온 것이 아쉽기만 합니다.

 

 

180만 부 시리즈 완결편 『꼬랑지네 떡집』이 나오기까지

 

『꼬랑지네 떡집』 출간을 축하드립니다. 『떡집』 시리즈 열두 번째 책이자 마지막 편이지요. 2010년 『만복이네 떡집』 이후 지금까지 소원 떡 이야기를 이어오신 소감을 청합니다.

아직은 실감이 잘 안 나요. 얼마 전까지도 계속 수정하고 있었기 때문에 정말로 끝난 건가 생각이 들 정도로 기분이 이상하더라고요. 작가의 말을 쓰는 것으로 맺음을 해야 하는데 우울해지고, 헤어진다는 생각 때문에 슬퍼서 에너지가 안 생기고요. 마지막 인사가 그렇게 어려웠어요.

 

저는 작품을 쓸 때마다 빛이 없는 산속을 헤매는 느낌을 받아요. 혼자 길을 찾다가 시간이 지나 이야기가 잡히면 불이 하나둘씩 켜지듯 방향이 보이기 시작하는데요. 그렇게 한 작품씩 끝낼 때마다 하나의 산을 넘는 것만 같아요. 『떡집』 시리즈는 특히나 큰 산이었던 만큼 지금은 무사히 완등했다는 안도감이 큽니다. 시간이 지나면 그 산에서 보냈던 순간들이 더 소중하게 기억될 것 같고, 그 시간 자체가 제게는 영광스러운 추억으로 남을 것 같습니다.

 

『떡집』 시리즈는 그 규모가 상당한 작품인데요. 의외로 첫 권인 『만복이네 떡집』을 쓰실 때만 해도 후속작을 염두에 두지 않으셨다고요.

그때는 이야기를 이렇게 확장할 생각이 없었어요. 『만복이네 떡집』이 예상치 못한 큰 사랑을 받으면서 후속작 요청을 끊임없이 받고, 자연히 시리즈로 나아가는 힘이 되었어요. 그런데 그다음을 쓰려니 덜컥 겁이 나는 거예요. 스스로를 점검하는 시간도 필요했고요. 그저 이 한 권의 책이 인기 있다는 이유로 시리즈를 쓰는 거라면, 더 나아가지 않는 게 맞다는 판단이 들었기 때문에 제 안에 그다음 이야기가 있는지 확인하는 게 중요했어요. 그런 망설임 속에서 지내고 있을 때 한 학교에서 강연을 마치고 돌아가는 길이었는데요. 아이들이 다음 이야기를 써달라고 하면서, 약속을 하기 전까지는 이 학교를 못 벗어난다며 막아세우는 거예요.

 

와. 너무 사랑스럽고 귀여운 일화인데요.

쓰겠다고 약속을 하고 겨우 학교를 빠져나오는데 그제야 이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아이들에게 소원을 들어주는 떡이 많이 필요했구나. 고민은 그만두고, 얼른 써야겠다.’ 또 아이들이 이 떡집은 누가 만든 건지, 그다음 이야기는 무엇인지에 대해서도 계속 질문을 던져주었거든요. 어느 학교에 가나 이 질문을 꼭 받게 됐는데, 이 역시도 생각해보니 이 이야기가 완결된 게 아니라서 그런가보다 싶었어요. 그렇게 다시 쓰기 시작해서는 완결을 지을 수 있는 이야기를 쓰자는 마음으로 『장군이네 떡집』『소원 떡집』을 연달아냈어요. 이 두 책은 『만복이네 떡집』이 10년 동안 받은 사랑보다 더 큰 사랑을 받았어요. 얼마나 놀랍고, 감사하고, 기뻤는지 몰라요.

 

아이들이 그렇게 궁금해하던 떡집 운영 주체는 삼신 할머니예요. 어떻게 이 인물을 이야기에 등장시키게 되셨는지 궁금했어요.

삼신 할머니는 우리 신화 속에 출산과 육아를 도와주는 신이잖아요. 그런데 의외로 이런 존재가 전 세계 어디에도 없더라고요. 그런 이유로 삼신 할머니라는 신화적 존재가 우리 고유의 것이라는 점에서 더 매력적이게 다가왔고, 그에게 아이들의 소원을 들어주는 능력이 있다는 설정 역시 어색하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제게는 『만복이네 떡집』에서부터 그려진 그림이었고, 『장군이네 떡집』, 『소원 떡집』을 쓰게 되면서 그 이야기를 풀어낼 수 있었어요.


꼬랑지의 등장이 필연적이었던 까닭 역시 떡집 운영을 삼신 할머니가 하기 때문인데요. 삼신 할머니는 아무래도 출산과 육아를 도와주시는 것만으로도 바쁘고 고단하실 것 아니겠어요? 그래서 할머니를 도와드릴 인물로 꼬랑지를 등장시키게 되었어요. 저는 이야기를 만드는 작가로서, 아이들의 고민을 들어주고, 친구가 되겠다는 사명감이 있어요. 나아가 제가 만든 세계를 통해 결핍을 해소하고 소원을 이뤄주는 역할도 해내고 싶고요. 처음 글을 쓸 때부터 지금까지 그 초심을 잃지 않으려고 노력했어요. 그러니 저 역시 삼신 할머니의 심복으로 아이들을 위해 열심히 일하는 존재라는 생각이 컸고, 그런 마음으로 꼬랑지가 만들어지게 된 거예요.

 

10년의 공백 후 연달아 두 권을 쓰셨고, 그 후로는 쉬지 않고 다음 작업에 매진해오셨어요. 긴 시간 이야기가 빠르게 쌓여나간 만큼 시리즈 기획에서의 탁월함이 엿보였습니다. 이 긴 여정을 안전히 항해하실 수 있었던 작업 계획에 대해 여쭈어요.

『꼬랑지네 떡집』으로 시리즈 완결을 맞는 『떡집』 시리즈는, 따로 표기하거나 알린 바는 없지만 열두 권이 총 4부로 구성돼 있다고 할 수 있어요. 1부가 『만복이네 떡집』, 『장군이네 떡집』, 『소원 떡집』이라고 하면, 그다음 세 권이 2부, 마찬가지로 3부와 4부 역시 각각 세 권의 책이 구성돼요. 제가 시리즈를 처음 쓴 건 아니었는데, 매번 한 권 한 권 독립적인 이야기이면서 연결과 확장이 되는 연작을 기획하는 건 정말 어려운 일이더라고요. 이야기 진행을 어떻게 시작해 맺고, 뻗어가고 확장할지 굵직한 얼개를 세우는 일이 중요하다는 건 체득할 수밖에 없었고요. 그렇게 『떡집』 시리즈는 느슨한 얼개 안에서 세부적인 이야기 소재를 구성해두고, 새로운 캐릭터의 등장을 통해 이야기 확장의 발판을 삼아볼 수 있었어요.

 

2부에서 4부까지 달려온 7년은 엄청난 몰입의 시기였을 것 같아요. 작가님께 굉장한 모먼트였겠고요.

제가 만든 캐릭터들과 신나게 웃고 울며 논 느낌이에요. 이야기를 쓰는 과정이 쉽지만은 않았겠지만, 자신있게 말할 수 있는 건 행복한 시간을 보냈다는 거예요.

 


 

아이들의 소원을 들어주고 싶은 마음으로 빚어낸 분신 ‘꼬랑지’

 

열두 개의 이야기 중 작가님께 보다 특별한 것이 있다면요.

저희 언니가 김리라 동화작가예요. 언제나 제가 쓴 동화를 읽어주는데, 『떡집』 시리즈도 다 읽어주었거든요. 이 많은 이야기 중에서 언니는 『소원 떡집』을 읽을 때 그렇게 눈물이 났다고 해요. 꼬랑지가 짠해서, 제 모습이 떠올라서요. 가족이기에 제가 투영된 인물이 꼬랑지라는 걸 쉽게 안 것 같아요. 저 역시 그래요. 『소원 떡집』의 꼬랑지 이야기를 할 때, 각별한 마음이 있었어요. 제 이야기를 하자는 마음을 『소원 떡집』에 담기도 했고요.

 

저도 어렸을 때 꼬랑지처럼 결핍이 많았어요. 저희 집에 형제가 많은데, 그중에서 제일 못난이라는 말을 들었거든요. 공부도 좀 못하고 머리도 나빠서 ‘나는 어떤 사람이 될 수 있을까’ ‘내가 과연 잘하는 게 있을까’ 그런 고민도 깊었고요. 그렇게 자라오다가 제가 책을 좋아한다는 걸 알게 됐고, 그때부터는 작가가 되고 싶었어요. 초등학교 4학년부터 꾼 꿈이었는데, 실제로 이루어질 거라는 생각은 못 했고, 누구에게도 말해본 적이 없어요. 그런데 저는 늘 일기에 동화를 썼거든요.

 

그때부터 이야기를 만드셨군요.

쓰는 게 너무 재밌고, 무엇보다 그 이야기를 친구들에게 읽어주는 게 즐거웠어요. 친구들 반응이 좋았거든요. 너무 재밌어해줬죠. 어쩌면 내게 글쓰는 재능이 있나 보다 생각했고, 나름 독자도 있으니 자신감이 생겨서 계속 써나갔던 것 같아요. 그렇다고 해도 작가가 될 줄은 몰랐어요. 그저 쓰는 게 행복했기 때문에 어린 시절의 결핍을 돌파해왔던 것 같아요.

 

그 시간 덕분에 이렇게 어엿한 작가가 되신 것일 테죠.

정말 꾸준히 쓴 덕분인 것 같아요. 『소원 떡집』의 꼬랑지는 사실 사람이 되고 싶다는, 말도 안 되는 걸 꿈꾸잖아요. 저에게 작가가 된다는 것도 그런 불가능성을 전제로 한 일이었어요. 그런데 저도, 꼬랑지도 최선을 다했던 시간을 지나 결국 그 꿈을 이루고 행복해졌어요. 심지어 꼬랑지는 사람이 되고 나서 더 열심히 살게 됐지요. 떡을 밤새워 만들잖아요.(웃음) 안 그래도 꼬랑지 건강이 걱정이 된다는 얘기도 정말 많이 들었는데, 아마도 이런 것도 제 모습이 투영됐기 때문 아닌가 해요.

 

저는 1999년에 등단을 했어요. 20대 중반부터 동화를 쓰기 시작했는데, 글을 써서는 먹고 살 수 없다는 말을 너무 많이 들었어요. 실제로 그랬고요. 그런데 ‘그게 어때서?’ 싶은 거예요. 글로 돈을 벌 수 없다면 돈을 벌어서 글을 쓰면 되지 포기하고 싶진 않았죠. 그래서 여러 가지 일을 하면서 글을 썼어요.

 

이토록 다작을 하시면서 다른 일들을 병행해오셨다니 놀랍습니다. 어떤 일들을 하며 글을 써오셨나요?

다양하게 했어요. 가이드나 비서 일도 했고, 본격적으로 동화를 써야겠다고 마음먹었을 때는 아이들 독서 지도를 했어요. 독서 지도를 하면 아이들도 만날 수 있고, 책을 읽을 수도 있고, 무엇보다 책을 실컷 사서 읽어도 죄책감이 좀 덜했고요.(웃음) 그러다 카페를 하기도 했어요. 카페를 하면 글을 쓸 수 있을 줄 알았는데, 너무 힘들어서 주객이 전도되니 오래지 않아 접게 되었어요. 그렇게 버티며 글을 써왔습니다.

 

치열한 분투 끝에 탄생한 시리즈네요. 그 밑거름이 지금의 큰 성취에 가닿는 역할을 해주었을 테고요. 180만 부라는 놀라운 기록은 말 그대로 아이들이 보내주는 열렬한 사랑일 텐데요. 그만큼 강연도 정말 많으시다고 들었어요. 아이들을 직접 만난 이야기들이 궁금한데요. 특별히 기억에 남는 이야기나, 작품을 쓰는 데 영향을 준 순간이 있다면 들려주셔요.

정말 많은 강연을 다니면서 아이들을 만났고, 그 경험이 작품에도 굉장히 큰 영향을 줬어요. 특히 『장군이네 떡집』을 쓸 때가 기억에 남아요. 아이들에게 다음 책을 쓰겠다고 약속은 했는데, 막상 어떻게 써야 할지 잘 안 떠올라 막막하던 때였는데, 거의 3개월 정도 글을 못 쓰고 있었어요. 기본적인 설정이나 소재는 어느 정도 있었는데도 이야기가 풀리지 않는 느낌이었죠. 그때는 시리즈로 이어질 거라는 생각도 없었기 때문에, 장군이 캐릭터가 만복이랑 비슷해지면 안 되겠다는 고민이 깊었어요. ‘떡을 먹고 변화하는 이야기’라도 더 재미있고, 더 다른 이야기가 되어야 한다는 압박이 심해서 주저앉으려다가 장군이라는 인물에게 계속 말을 걸기 시작했어요. “너는 왜 이렇게 입만 열면 욕을 하고, 주먹이 먼저 나가니?” 하고요.

 

그러다 문득 산책을 하는데 머릿속에 번쩍 어떤 장면이 떠오른 거예요. 예전에 학교에 강연을 갔을 때 저를 막 쫓아온 4학년 아이 얼굴이었죠. 그 애는 “선생님, 제가 선생님께 따질 게 있는데요” 하며 이야기를 시작했어요. 자기가 『만복이네 떡집』을 읽었는데 왜 만복이는 얼굴도 잘생기고 공부도 잘하고 집도 잘 사느냐는 거였죠. 그 말을 듣는 순간 가슴이 너무 아팠어요. 어쩌면 이 아이는 스스로 가진 게 없다고 느끼고 있어서 이런 질문을 한 게 아닐까 싶어서 눈물이 날 것 같더라고요. 그 이야기를 들으면서 어렸을 때 비슷한 생각을 했던 기억이 떠올랐고, 아이의 마음이 너무 이해됐어요.

 

그렇게 ‘장군이’라는 인물을 그려냈어요. 장군이가 타고난 복이 부족해서 말이 거칠고 주먹이 먼저 나가는 아이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면서, 장군이에게 복을 주는 이야기를 써야겠다고 마음먹게 된 거죠. 『장군이네 떡집』은 장군이가 기분이 솔솔 좋아지는 진달래떡을 먹고 긍정적으로 생각하게 되고, 용기가 용솟음치는 용떡을 먹고 새로운 일에 도전하면서 성장하는 이야기인데, 저에게는 그 부분이 굉장히 중요했어요. 왜냐하면 저 역시 그렇게 힘든 시기를 극복해왔기 때문이에요.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새로운 일에 도전하고, 성공이 아닌 도전했다는 사실 자체에 의미를 두는 것, 그런 이야기를 꼭 담고 싶었어요.

 


 

아이들의 고민을 담아 써 내려간 『떡집』 시리즈

 

연작이 이어질수록 아이들의 반응이 점점 더 뜨겁고 다양해졌을 것 같아요. 현장의 이야기를 건네 들으니 아이들이 이토록 이야기를 적극적으로 감상한다는 것이 놀랍고 멋지고 대견하게 느껴지고요.

정말 그래요. 그리고 재미있는 것은 아이들이 좋아하는 책이 다 다르다는 거예요. 누구는 『만복이네 떡집』을 좋아하고 누구는 『랑랑 형제 떡집』을 좋아하고… 제가 『소원 떡집』 후속작으로 『양순이네 떡집』을 내고 학교 강연을 갔는데, 아이들이 와서 막 고백을 해요. “선생님, 제가요. 사실은 양순이에요.”

 

어머나.

선생님들도 오셔서 그러세요. “작가님, 우리 반에 양순이가 다섯 명 있어요. 양순이 손 들어봐” 하면 아이들이 막 손을 들어요. 아이들이 자기 경험이나 상황에 따라 동일시하는 인물이 다르고, 그에 따라 재미를 느끼는 지점도 다르구나 하는 걸 느껴요. 그래서 이렇게 고루고루 사랑해주는 게 너무 감사하죠. 조금 다른 이야기도 하나 들려드리면, 제가 강연 갈 때마다 꽤 자주 받는 질문이 하나 있는데요. 아이들이 왜 어른을 위한 떡집은 없느냐고 물어요.

 

세상에. 거기까지 생각해준다고요? 자기들 소원 이루기에도 부족할 텐데요.

안 그래도 제가 “이곳은 어린이를 위한 떡을 만드는 곳이야. 꼬랑지는 어린이들을 위해 떡을 짓는 것만으로도 너무 바쁘고 지쳐 있어” 하고 이야기하거든요. 그러면 아이들은 “그래도 한 번만이라도 어른을 위한 떡집을 만들어주세요” 해요. 아이들의 요청을 웬만하면 반영해 이야기를 써주고 싶은데, 떡집 시리즈 안에서 나름 구축한 세계관이 있잖아요. 아이들이 아무리 원한다고 해도 그걸 깰 수는 없는 거죠. 그런데 아이들의 요청이 반복해서 들려오니 들어주고 싶은 거예요. 그래서 『왕구리네 떡집』에서 왕구리가 떡을 대신 먹고 신나라 선생님의 소원을 이루어주는 이야기를 짓게 됐어요. 『떡집』 시리즈는 이렇게 아이들과 만나고 아이들의 요청을 반영해서 이야기를 이어왔어요.

 

시리즈가 확장될 수 있었던 데에는 꼬랑지의 역할이 주효했다고 생각합니다. 많은 동물 중 특별히 쥐를 택하신 이유가 있었다면요.

꼬랑지 덕분에 시리즈 확장을 할 수 있었던 건 맞지만, 사실은 『소원 떡집』에서 시리즈를 마무리하려고 했던 터라.(웃음) 이 책으로 완결하고 싶은데 한 명이 떡집에 와서 변화를 겪는 구조는 아무래도 아쉬운 거예요. 더 많은 아이들의 소원을 들어줄 수 없으니까요. 그래서 떡을 직접 배달해주는 존재가 필요하다고 봤고, 그 역할을 할 캐릭터를 고민했어요.

 

처음부터도 사람은 어렵겠다고 생각했어요. 아이들이 자고 있는 방에 들어가 떡을 놓고 가야 하니까요. 그래서 동물이면 좋겠다고 생각했고, 인간과 가까이 사는 동물을 떠올리다가 개, 고양이, 그리고 쥐를 생각하게 됐어요. 그런데 개와 고양이는 이미 인간의 사랑을 많이 받는 존재잖아요. 반면 쥐는 인간 가까이에서 살아왔지만 사랑받지 못한 존재이고요. 그래서 ‘쓸 이야기가 더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또 우리 옛이야기에서 쥐가 등장하는 모티프가 있다는 점도 알맞았죠. 전통 떡을 소재로 한 이야기인 만큼 이보다 적격인 존재가 없다고 판단해 쥐를 등장시키게 되었어요.

 

결과적으로 꼬랑지는 시리즈의 중심인물이 되었어요. 작가님께도 남다른 존재가 되었을 것 같고요.

시리즈를 열두 권까지 쓸 수 있었던 것은 꼬랑지 덕분이 아닐까 싶어요. 꼬랑지는 단순한 캐릭터가 아니라 제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대신 풀어주는 존재이기도 해요. 아이들의 소원을 듣고 거기에 맞는 떡을 만들어내는 과정이 저의 작업 방식과 꼭 닮아 있거든요. 우리나라에 떡 종류가 350가지나 된다고 하는데, 아이들의 고민과 딱 맞는 떡을 찾는 게 쉽지 않아요. 마치 방정식을 푸는 것처럼 정확하게 맞아떨어져야 떡을 처방할 수 있거든요. 『떡집』 시리즈에서 총 41개의 떡을 소개했는데, 모두 실제로 있는 떡이에요. 떡 만드는 방법은 떡 전문가 정길자 원장님께 자문을 구해서 썼고, 거기에 마지막 비법 재료를 넣어서 소원을 들어주는 떡으로 완성했어요. 그 과정을 꼬랑지가 수행해줌으로써 이야기가 훨씬 단단해졌고요.

 

작품이 쌓여갈수록 작가님께서 나누고 싶어하시는 이야기가 점점 깊어지는 느낌을 받습니다. 특히 이 시리즈가 사회적으로 어두운 시기에 맞물렸던 때가 있기에 더욱 그러했던 것 같아요.

『달콩이네 떡집』을 쓸 때가 코로나 시기였어요. 그때 아이들이 학교에도 못 가고, 친구들도 못 만나면서, 가정마다 반려동물 입양이 늘어났다고 하죠. 또 이 시기에는 전염병으로 죽는 사람들이 너무 많았고요. 그래서 개인적으로 죽음에 대한 고민을 깊이 하던 시기이기도 했어요. 그렇게 제 안에 이야깃거리가 쌓이면서 『둥실이네 떡집』을 쓰게 됐는데요. 굉장히 조심스러운 마음으로 썼던 것 같아요. 아이들 동화인데 자칫 너무 무거운 이야기를 하게 될까 봐요.

 

그럼에도 이 이야기를 피할 수는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직접 ‘죽음’을 경험한 가정이 생각보다 많았으니까요. 더불어 내가 만약 죽음을 맞이하게 된다면 어떻게 할까 떠올려봤는데, 저라면 고마웠던 사람들에게 먼저 인사를 하고, 사랑했던 이들을 만나러 갈 것 같았어요. 그렇게 둥실이가 여울이에게 마지막에 인사를 하러 가는 장면을 넣게 되었어요. 나아가 이 장면은 죽음을 어떻게 맞이하는 게 존엄한가에 대한 고민의 결과이기도 했어요. 인디언 이야기를 보면, 죽을 때가 되면 곡기를 끊고 산속으로 들어가서 땅을 파고 죽음을 맞이한다고 하잖아요. 그렇게 스스로 죽음을 받아들이는 방식이야말로 존엄한 죽음이라는 생각이 들었고, 둥실이가 스스로 산으로 들어가는 결말을 쓰게 됐어요. 저로서는 둥실이의 마지막을 결정하고 쓴 거였는데, 어떤 아이들은 “둥실이가 산속에 들어가서 신나게 다른 동물들과 잘 지냈을 것 같다”라고 받아들이더라고요.

 

『떡집』 시리즈가 판타지 동화 장르이기 때문에 현실적인 소재와 접목해 이야기의 균형을 이루는 일이 쉽지 않았을 것 같아요.

『둥실이네 떡집』을 예로 들면, 마지막 장면에서 원래는 둥실이가 새끼들을 만나러 가서 따뜻하게 안아주는 걸로 마무리를 지으려고 했어요. 그런데 고양이의 복막염은 전염성이 높다고 하더라고요. 아무리 동화라고 해도 사실을 바탕으로 한 이야기를 쓰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둥실이가 새끼들과 거리를 두고 아쉬운 작별을 하는 걸로 마무리하게 되었어요.

 

 


시대의 고민이 반영된 『꼬랑지네 떡집』

 

사회적으로 더 조심스러운 주제에도 가닿습니다. 작가님의 문제의식이 드러나는 후반 작품들이 특히 좋았거든요.

힘든 상황에 있는 아이들의 이야기를 다루고 싶으면서도 굉장히 조심스러웠어요. 저도 어릴 때 집안 형편이 어려웠던 시기가 있었는데, 그걸 친구에게 털어놨다가 다른 친구들에게 다 알려진 적이 있었어요. 어느 날 학교에 갔더니 누군가가 선물을 놓고 갔는데, ‘네가 그렇게 어려운 줄 몰랐다. 그래서 가족 회의를 해서 너에게 선물을 주기로 했다’라고 쓴 내용의 편지가 같이 있었어요. 그때 제가 굉장히 큰 상처를 받았어요. 저는 그냥 밝게 살아가고 있고, 그렇게 보이려고 노력도 했거든요. 그런데 그 친구에게 그 편지를 받는 순간 제가 되게 불쌍한 아이가 되어 있는 거예요. 그래서 이런 이야기를 섣불리 꺼내는 것이 누군가에게는 큰 상처가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저 역시 어릴 때 어려운 상황에 처한 이야기를 읽는 걸 좋아하지 않았던 기억이 있거든요. 오히려 긍정적이고 밝은 이야기들을 좋아했는데, 그런 이야기들이 저에게 작은 희망이 되어주었기 때문이에요. 그러다 『해님 달님』을 떠올렸는데, 그 이야기에서는 호랑이가 엄마를 잡아먹고, 아이들은 결국 엄마를 다시 만나지 못하잖아요. 그 대목을 읽을 때 정말 너무 슬펐어요. 엄마가 결국 돌아오지 않는다는 사실이 어린 마음에는 견디기 어려울 만큼 크게 다가왔거든요. 그때의 기억을 떠올리면서, 제 작품에서만큼은 해님이와 달님이의 엄마가 다시 돌아오는 이야기로 쓰게 되었죠.

 

『소원 떡집』이 시리즈의 확장을 일군 에피소드라면, 『랑랑 형제 떡집』 역시 시리즈의 다음을 기대하게 만든 기점이 된 에피소드라 할 수 있을 겁니다. 새로운 고정 인물 ‘개구리 배달부 왕구리’의 등장 덕분인데요. 왕구리의 비밀은 이후 『왕구리네 떡집』에서 밝혀지는데, 이 이야기 역시 시리즈 기획 단계에서 그려진 내용인지 궁금했습니다.

『소원 떡집』에서 꼬랑지가 등장하고, 이후에는 꼬랑지가 떡을 만들면서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되잖아요. 그런데 이야기가 점점 너무 진지해졌어요. 저는 이 이야기가 좀 더 재미있고, 아이들과 같이 놀아주는 이야기였으면 좋겠다고 생각했거든요. 이야기 안에서 아이들과 놀아줘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꼬랑지가 너무 바빠서 그 역할을 못 하게 된 거예요. 그래서 꼬랑지를 보완할 수 있으면서 아이들과 같이 놀아줄 새로운 캐릭터로 왕구리가 등장하게 됐어요. 왕구리는 ‘굴개굴개’ 하면서 말하는데, 청개구리처럼 뭔가 반대로 하거나 사고를 치는 성격을 암시하는 설정으로 썼고요. 저도 이 캐릭터를 쓰면서 다시 재미를 느꼈고, 이야기를 좀 더 즐겁게 끌어갈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왕구리는 나중에 여자아이로 변모하는데, 끝까지 꼬랑지를 “형님”이라고 부르는 것이 좋았어요. 왕구리의 정체가 밝혀지는 걸 보면서, 이 호칭 사용에 작가님의 시선이 담겨 있겠다 싶었고요.

새로운 캐릭터를 만들 때 남성과 여성으로 딱 나누어서 설정하는 게 싫었어요. 그래서 일부러 반전을 숨겨두고 싶다는 생각을 했고, ‘형님’이라고 부르게 설정했어요. 읽는 사람은 남자인 줄 알지만 사실은 여자였다는 걸 나중에 드러내는 방식까지 생각하고 쓴 거죠. 실제로 강연에 가면 아이들이 왜 형님이라고 부르냐고 많이 물어보는데, 동서지간에도 여자들끼리 형님이라고 부르잖아요. 우리나라에서는 자연스러운 것이라고 생각돼 이와 같은 설정을 하게 됐고, 결과적으로 많은 아이들이 왕구리가 남자인 줄 알았다고 해서 좋았어요. 의도가 먹힌 것 같아서요.(웃음)

 

그 설정이 오히려 지금의 감각과도 잘 맞는다는 느낌이 들어요.

지금의 시대정신을 반영하려고 한 것도 사실이에요. 눈썰미 좋은 분들은 알아채셨을지도 모르는데, 왕구리의 모습을 보면 제법 여자아이의 면모가 엿보인답니다. 그림작가 김이랑 선생님께서 남성과 여성의 경계에 있는 느낌이 잘 드러나도록 중성적인 왕구리를 그려주셨어요.

 

이제 정말 이야기의 마지막입니다. 다른 아이들의 떡을 만들어주던 꼬랑지가 드디어 『꼬랑지네 떡집』 앞에 섰어요. 앞으로 꼬랑지는 어떻게 살아가게 될까요?

완결편에서는 왕구리와 헤어진 이후에도 꼬랑지가 친구들과의 시간을 떠올리면서 떡을 만들어가는 모습이 나와요. 저는 꼬랑지가 그 모습 그대로 영원히 아이들의 소원을 들어주는 존재로 남아 있기를 바라거든요. 시리즈는 여기에서 끝나지만, 꼬랑지는 아이들 마음속에서 계속 살아갔으면 해요. 그래서 마지막도 완전히 닫지 않고, 아이들에게 “이 다음 이야기는 너희가 이어가보라”고 맡기는 방식으로 끝냈어요.

 

『떡집』 시리즈는 이렇게 완결되지만, 새로운 시작을 앞두고 있다는 반가운 소식도 들려옵니다. 이미 뮤지컬은 만들어져 상연되었고, 극장판 애니메이션이라는 새옷을 입는다고요.

뮤지컬 〈만복이네 떡집〉은 벌써 다섯 번 정도 보러 갔는데, 볼 때마다 눈물이 나요. 제 머릿속에서 상상했던 주인공들이 실제로 눈앞에서 살아 움직이는 걸 보니까, 마치 배 속에 있던 아이가 세상 밖으로 나온 것 같은 느낌이었어요. 연출가님도 주인공들의 고민을 잘 담아내려고 노력해주셨고, 그 부분이 굉장히 진정성 있게 느껴졌어요. 또 연출가님만의 상상력이 더해지면서 이야기가 확장되는 점도 인상적이었고요. 애니메이션 역시 마찬가지로, 아이들의 고민을 진정성 있게 담아내면서 감독님과 작가님들이 각자의 상상력을 더해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주시리라 믿어요. 제가 하지 못한 이야기를 더해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도 있고요.

 

큰 산을 완등하신 이후의 계획도 궁금합니다. 작가님을 다른 작품에서 만나 뵐 수 있다면요?

『떡집』 시리즈가 초등학생 저학년부터 고학년까지 읽는 책이었다면, 최근에는 유아를 위한 그림책에도 도전하고 있어요. 지난해 『별세상 목욕탕』이 나왔고, 조만간 『별세상 미용실』이 출간될 예정이에요. 이 역시 세 권의 시리즈로 기획돼 있고요. 앞으로는 장르나 연령에 제한을 두지 않고 다양한 이야기를 써보고 싶어요. 저는 글을 쓰면서 스스로 성장한다고 느끼거든요. 다시 새로운 길 앞에서 서서 두렵기도 하지만, 그 과정 자체가 또 하나의 성장이라고 생각해요. 앞으로도 죽을 때까지 성장하는 작가가 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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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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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ar5959

2026.04.26

그동안 애쓰셨습니다. 독자들과 글로 만나는 과정은 늘 긴장과 설렘이 교차하는 듯해요. 더군다나 시리즈로 이어가는 이야기는 예측 가능성을 일정 부분 독자들이 기대하기에 그 기대심리를 충족하기는 사실 어려운 숙제임은 분명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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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은영

읽고 쓰고, 엮고 매만집니다. 만든 책으로 『그만두길 잘한 것들의 목록』, 『다정한 세계가 있는 것처럼』, 『조금 괴로운 당신에게 식물을 추천합니다』, 그리고 『우리 죽은 자들이 깨어날 때』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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