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언 시인 “내 곁에 이미 없는 것들을 기억하면서” | 예스24
4월 한 달도 없을 때까지 있는 한 달이고, 오늘 하루도 없을 때까지 있는 하루이겠지요.
글: 출판사 제공 사진: 출판사 제공
2026.0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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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언 시인의 『없을 때까지 있는 단어』가 난다 시의적절 4월의 책으로 출간되었다. 언젠가부터 3월과 5월 사이에 낀 4월. 봄이 봄 같지 않게 왔다가 봄 같지 않게 가버리는 것을 적이 아쉬워하면서도 도리없이 받아들인 지가 제법 되었다. 그러므로 4월에는 평안한 밤을 보내길 바라는 인사를 건네본다. 인사말이지만 그보다 더 나은 말도 없으니, 역시나 평안을 바라는 인사. 밤사이 평안하기를. 별일 없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매번 너를 보낸다. 밤을 보내고 너를 보낸다. 너를 보내면서 4월을 보낸다.

 


『없을 때까지 있는 단어』는 어떤 책인가요? 이 책만의 매력 포인트가 있다면 함께 소개해주세요.

책 제목을 음미해주시면 좋겠어요. 둘러보면 주변의 많은 것이 없을 때까지 있는 것들이네요. 단어만이 아니라 사물도 사람도 장소도 다 그런 것 같아요. 달리 말하면 있을 때까지만 있는 것들인데요, 이미 없어지고 만 것들을 조금이라도 겪어본 입장에서는 앞으로 없어지고 말 것도 예사로 보이지가 않을 겁니다. 상상이 아니라 미리 체험으로 다가오는 듯한 이별, 그런 이별을 생각하면서 쓴 책이라고 여겨주시면 좋겠어요. 내 곁에 이미 없는 것들을 기억하면서, 앞으로 없어질 것을 미리 애도하면서, 나도 언젠가는 없어질 존재라는 것을 부득이 체감하면서 써나가는 글로 시가 있다고 생각하는데요, 비록 시집은 아니지만 그런 생각을 담아 써나간 책으로 소개하고 싶습니다.

 

시의적절 4월의 책을 맡게 되셨을 때 어떠셨나요? 

4월이니 아무래도 아프고 슬픈 일들이 많았던 달이고, 그래서 ‘애도’를 주제로 원고가 묶이면 좋겠다는 의견을 난다 대표인 김민정 시인에게서 들었어요. 처음에는 별생각 없이 그거 괜찮겠다 싶었는데, 막상 쓰려니까 쉽지가 않았어요. 두어 달 잔뜩 고생만 하다가, 4월 하면 떠오르는 아프고 슬픈 일들을 직접 얘기하기보다는 슬그머니 환기하듯이 얘기하는 쪽으로 방향을 바꿨어요. 배우 키키 키린이 영화 〈일일시호일〉에서 했던 말 “무거운 건 가볍게, 가벼운 건 무거운 듯이 들어야 해요”가 많이 참고가 되었어요. 힘이 되었다고 해도 좋습니다. 저 말대로 글이 써지고 책이 꾸려졌는지는 장담할 수 없지만, 그래도 없을 때까지 있는 것들을 떠올리는 데 도움이 되었던 건 분명해요.

 

시의적절’은 하루 한 편의 글이 쌓여 한 달 한 권의 책을 엮는 시리즈잖아요. 집필하실 때의 루틴은 어땠나요? 평소 선생님의 쓰기와 다른 점이 있었을까요?

평소에 산문이든 시든 별다른 루틴을 정해두고 쓰지는 않아요. 산문은 마감이 있는 경우가 많아서 되도록 마감 전에 끝내려고 틈나는 대로 매달려서 쓸 뿐이고, 시도 딱히 루틴 같은 것은 없는 편입니다. 그때그때 떠오르는 대로 메모하듯이 써둡니다. 그나마 루틴 비슷한 것을 한 가지 얘기하자면, 무슨 글이든 쓰기 전에 많이 걸으려고 합니다. 많이 걸을수록 생각이 정리되고 숙성되면서 글도 매끈하게 잘 나오는 경우가 많거든요. 그런데 이번에 시의적절 원고를 준비하면서는 많이 걷지를 못했어요. 무릎이 안 좋아진 탓도 있고 생각 없이 걸을 만큼 심적인 여유가 없었던 탓도 있어요. 그래서인지 다른 때보다 원고 준비하면서 많이 고전했던 것 같습니다. 억지로라도 많이 걸었으면 훨씬 더 수월하게 작업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그래도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완주했다는 데 의의를 둡니다.

 

『없을 때까지 있는 단어』에 실린 것 중 각별히 마음에 남는 글이 있으신가요?

책에 실린 모든 글이 조금씩 마음에 들고 조금씩 아쉬운 구석이 있지만, 그래도 딱 한 편을 고르자면, 4월 1일자 노트로 들어간 「오늘 아침」입니다. 언제부턴가 자유롭게 쓰는 메모나 단상이 시와 별다르지 않다는 걸 많이 느낍니다. 「오늘 아침」도 어느 날 아침 창밖을 보면서 별생각 없이 떠오른 문장들을 써나간 것인데요, 이게 꼭 시가 아니어야 할 이유가 있을까, 다 쓰고 나서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시와 딱히 구분되지 않는, 그렇다고 확연히 시인 것은 아닌, 이런 종류의 글쓰기가 갈수록 마음에 들고, 앞으로도 계속 더 해볼 생각입니다. 장르와 상관없이 써나가는 글쓰기, 넓게 보면 다 문학으로 수렴되는 글쓰기, 이런 글쓰기의 예시로 「오늘 아침」을 꼽아봅니다.

 


시를 쓰고 나서도 남은 말들이 있다면, 그 이유는 무엇일까요?

꼭 시가 아니더라도 모든 글에는 미처 다 말하지 못한 뭔가가 남는 것 같아요. 남김없이 다 말했다고 하더라도, 다 말했다고 말하는 순간, 미처 말하지 못한 무언가가 슬그머니 올라옵니다. 한마디 말이 생겨나는 순간 다른 말을 불러내는 게 말의 태생이라서 그럴 겁니다. 꼬리에 꼬리를 붙잡고 올라오는 말들, 남았는지도 몰랐는데 저 밑에서 바닥을 헤집고 올라오는 말들, 그런 말들을 다시 챙겨서 생각하다보면 또다른 쓸거리가 생깁니다. 한 편의 시가 한 편의 시로 그치지 않고 다른 말을 계속 불러내면서 또다른 시로, 시가 아니면 또다른 글쓰기로 이어지는 걸 자주 경험합니다.

 

장소이면서 또한 시간’인 존재를 우리 주변에서 또 찾아볼 수 있을까요?

어느 장소를 떠올리면 그 장소에서 보냈던 시간도 같이 떠오릅니다. 우리 기억에 남아 있는 장소는 다 시간을 동반하고 있어서일 텐데요, 어떤 장소가 내게 소중해지는 것도 그 장소에서 보냈던 어떤 시간들 때문일 겁니다. 그 장소가 그리워서 못 잊겠다는 말은, 그 장소에서 보냈던 어떤 시간을 못 잊는다는 말과 같고, 그래서 우리가 그렇게도 돌아가고 싶어하는 장소는 영영 못 돌아가는 장소가 되고 마네요. ‘그 장소’로는 갈 수 있어도, ‘그때의 그 장소’는 시간을 되돌리지 않는 이상 못 가는 곳이니까요. 나중에 그 장소를 다시 찾아갔을 때, 더 사무치게 그리워지는 것도 그 장소에서 보냈던 그때를 못 만져보기 때문일 겁니다. 어린 시절을 보낸 고향이 딱 그런 장소네요.

 

있는 줄도 모르게 있는” 음악을 불현듯 감각했던 경험이 있으신가요? 그중 4월에 어울리는 음악이 있다면 소개해주세요.

종종 들르는 시집 전문 서점 ‘위트앤시니컬’에서 한 번씩 경험하는 일이기도 한데요, 거기서 나오는 음악이 평소에는 의식되지 않다가, 문득 아 음악이 나오고 있었구나 하고 느낄 때가 있어요. 전혀 의식되지 않았는데, 편안히 나를 감싸고 있던 음악이, 감싸고 있는지도 몰랐던 음악이, 어느 순간 의식될 때의 순간이 놀랍기도 하고 신기하기도 합니다. 있는지도 몰랐는데 계속 있어왔던 것. 그래서 있는지도 몰랐던 것을 나중에야 어필하는 음악, 어필할 기회가 없어도 그다지 아쉬워하지 않는 음악, 모르고 지나치면 모르고 지나치는 대로 존재감을 남기는 음악, 그런 음악을 떠올리며 쓴 것이 이 책의 4월 14일자로 들어간 「배경음악」입니다. 배경음악 같은 시를 써보고 싶은 생각이 있어서 더 자연스럽게 떠올랐던 단상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여담이지만, 시의적절 4월 원고를 준비하면서 가장 많이 틀었던 음악은 에릭 사티의 〈짐노페디〉 1번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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없을 때까지 있는 단어

<김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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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에서 제공한 자료로 작성한 기사입니다. <채널예스>에만 보내주시는 자료를 토대로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