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읽는 아이들
[책 읽는 아이들] 작가들은 어렸을 때 어떤 책을 읽었을까?
창작자 6인이 각자 어린 시절 인상 깊게 읽은 책을 소개합니다.
글: 채널예스
2026.0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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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원의 집』

로라 잉걸스 와일더 글/가스 윌리엄즈 그림/김석희 역 | 비룡소


어릴 적 독서는 다른 무엇이었다기보다 『소공녀』 속 ‘셈치기 놀이’나 『성냥팔이 소녀』 속 촛불 같은 것이었다. 지금 내게 없지만 있다고 생각해 보기. 내 것이 아니지만 내 것이라고 상상하기. 가진 적 없는 것들로 가득한 상상의 세계에 빠져 내가 그걸 가질 수도 있었을 거라고 생각하며 이야기를 읽으면 아쉬움과 기대감으로 거세게 충돌하는 재미가 있었다. 로라 잉걸스 와일더의 『초원의 집』은 어릴 적 내게 그 충돌이 가장 빈번했던 이야기다. 숲속 작은 집, 집을 나섰던 아버지가 돌아올 때면 들통 가득 벌꿀을 담아 오기도 하고, 돼지를 잡는 날이면 돼지 꼬리를 바삭해질 때까지 구워 먹을 수도 있다. 옷을 만들 옷감을 사러 읍내에 나가면 나뭇잎 무늬, 깃털 무늬가 찍힌 옥양목(나는 이 단어를 이 소설을 통해 처음 알았다)을 구경할 수 있고, 눈이 키만큼 내린 겨울날이면 뜨겁게 끓인 단풍나무 시럽을 눈에 부어 단풍 사탕을 얻을 수 있다. 나는 신도시 아파트 작은 방에 앉아 그 이야기를 읽었다. 숲속에서 살았다면! 하고 아쉬워하고 책장이 넘어갈 때마다 어떤 장면이 나타날까 기대하며. 『초원의 집』 아이들은 곰이 나타날까 무척 두려워하는데 나로서는 그것도 부러웠다. 나도 곰이 나타날까 두려워하고 싶었다. (김화진 소설가)




『신기한 식물일기』

크리스티나 비외르크 글/레나 안데르손 그림/김석희 역 | 미래사


처음 서점에서 이 책을 만났던 순간이 선명합니다. 아마 1995년 정도였을 거예요. 그땐 이미 흥, 그림책 같은 건 이제 유치해! 하던 어린이였는데, 표지에 그만 반하고 말았습니다. 지금까지도 바뀌지 않은 표지 디자인과 폰트, 판형까지 그땐 정말 세련된 것이었어요. 책의 내용은 단발머리의 톰보이 소녀 ‘리네아’가 은퇴한 정원사 ‘블룸 할아버지’와 함께 하는 일상 정도로 요약될 텐데요. 그림은 리네아의 가장 행복한 순간만을 촬영한 스냅사진처럼 따뜻하고, 당장 따라 해보고 싶은 작은 프로젝트도 많습니다. 아보카도 씨앗을 심어 키우는 에피소드도 있습니다. 당시 아보카도라는 것을 구하지 못해 애를 태웠지요. 한국의 대규모 영아 해외 입양이라는 아픈 과거에 무지했기에 그저 이 쿨한 책의 주인공이 실존하는 한국인 소녀라는 사실이 멋진 새 친구가 생긴 듯이 좋았어요. 핑크색 레이스 드레스가 아니라 무채색의 심플한 옷차림을 즐기고 기꺼이 삽을 드는 또래 캐릭터는 드물었죠. 무엇보다 가장 부럽고 신기했던 것은 소녀를 함부로 대하지 않는 블룸 할아버지라는 어른의 존재였습니다. 어른이 된 지금도 이 책을 소중히 간직하고 있습니다. 어린 제가 원하던 것들을 잘 기억하기 위해서요. (임유영 시인 @im.yu.00)



 

『찰리와 초콜릿 공장 』

로얼드 달 글/퀸틴 블레이크 그림/지혜연 역 | 시공주니어


지금도 양배추 요리를 할 때면 가난했던 찰리가 날마다 먹었다는 수프의 맛이 어땠을지 상상해 보곤 한다. 마침내 찰리가 초콜릿 공장에 초대받게 되었을 때에는 만약 내게도 인생의 전환을 안겨줄 커다란 행운이 도착한다면 그걸 어떻게 받아들일지 생각하다 손끝까지 두근거리던 순간이 생생하다. 찰리가 보았을 광경을 하나도 빠짐없이 눈앞에 그려보았고, 찰리가 초콜릿 강을 저을 때에는 나도 손으로 찍어가며 맛을 보았다. 책장 사이로 온 세상이 달콤함으로 뒤덮인 무절제와 탐욕의 공간을 엿보며 왜인지 모를 작은 죄책감들에 시달리기도 하였지만, 어린 시절 책을 읽으며 이 모든 것을 신나게 그려보았다고 생각하니 더없이 고맙고 소중한 순간이었다. (권나무 뮤지션 @kwontree_)




『천로역정』

존 번연 저/최종훈 역 | 포이에마


목회자 가정이었던 우리 집에는 기독교 관련 서적이 많았다. 어린 시절, 읽을 책이 없을 때는 아버지의 책장을 살피고는 했는데, 그 가운데 오래도록 마음에 남은 것이 존 번연의 소설 『천로역정』이었다. ‘멸망의 도시’의 주민인 크리스천이 ‘좁은 길’을 지나 천국에 도달한다는 이야기인데, 신앙에 대한 갖은 은유로 가득한 작품이었다. 일종의 기독교 판타지 소설이라고 할 만한 이 책이 그 시절 나에게는 『해리 포터』 시리즈였고, 『신곡』이기도 했다. 이 책을 읽고 내가 신앙을 가질 수 있었던 것은 아니지만, 나의 문학의 근간을 이루는 기독교적 세계관의 토대에는 이 책이 커다란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고는 할 수 있겠다. 상징과 은유로 가득한 이 작품을 읽으며 나는 관념과 이야기가 결합하는 방식을 처음으로 알았고, 신비한 이야기가 사람을 어떻게 매혹하는지 배웠다. 시가 그렇게 우리를 놀라게 하는 것처럼 말이다. (황인찬 시인 @mmiinniimmuumm)




『반 고흐, 영혼의 편지』 
 빈센트 빌럼
 반 고흐 저/신성림 역 | 위즈덤하우스


십 대에 읽었던 책 중 딱 한 권을 골라야 한다면 “테오에게”로 시작하던 편지들이 떠오른다. 집안 사정으로 입시 미술 학원에 다닐 수 없다는 게 분명해졌던 시기에 펼쳤던 책이다. 친구들처럼 늦은 밤까지 물감 묻은 앞치마를 입을 순 없었지만, 그렇기에 더욱이 막연한 꿈을 그릴 수 있는 여백이 주어졌다. 미술 학원에 간 친구들과 헤어진 후 『반 고흐, 영혼의 편지』를 혼자 읽다 보면, 가까스로 ‘아직’이라는 힘이 머금어졌다. 아직 무엇도 되지 못한 슬픈 어른과 그 형제의 다정한 편지 속에는 아무에게도 보이지 않는 그들만의 맹렬한 ‘지금’이 기록되어 있었다. 재능이 있어도, 돈이 있어도, 주저하는 자는 주저한다. 편지들을 읽으며 나 또한 맹렬한 눈을 가지고 싶었다. 빈 종이의 눈을 마주 보며 손을 뻗었던 화가처럼. 빈 하루 앞에 매일 다시 설 줄 아는 어른을 꿈꾸게 해주었던 책이다. (임진아 삽화가, 에세이스트 @imjina_paper)




『창가의 토토』

구로야나기 테츠코 글/이와사키 치히로 그림/권남희 역 | 김영사


성인이 되기 전까지의 내 어린 시절은 몹시 산만했던 초반과 주변 눈치를 보며 소심한 아이로 지냈던 후반으로 나뉜다. 학교라는 시스템에 좀처럼 적응을 하지 못했던 것이다. 처음엔 멋모르고 날뛰다 서서히 규율에 길들여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마음 한편엔 늘 불만과 불안이 있었다. 『창가의 토토』는 그 즈음 읽게 된 책이다. 부적응자로 퇴학을 당한 뒤 자신을 받아준 새 학교에서 한 걸음씩 나아가는 토토를 보며, 어쩌면 내가 있어야 할 곳도 여기가 아닌 다른 곳은 아닐까? 하는 막연한 희망을 꿈꿨다. 아쉽게도 학창시절 중엔 그 대안을 찾지 못했다. 하지만 성인이 되고 방황 끝에 내 적성을 찾은 뒤로는 열쇠를 찾은 기분으로 살 수 있었다. 그건 규율보단 자유로움, 나음보단 다름을 선택해도 충분히 행복할 수 있는 토토와 같은 삶이었다. (김나훔 작가 @nahum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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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reroa

2026.0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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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원의 집

<로라 잉걸스 와일더> 글/<가스 윌리엄스> 그림/<김석희> 역

출판사 | 비룡소

신기한 식물일기

<크리스티나 비외르크> 글/<레나 안데르손> 그림/<김석희> 역

출판사 | 미래사

찰리와 초콜릿 공장

<로알드 달> 글/<퀜틴 블레이크> 그림/<지혜연> 역

출판사 | 시공주니어

천로역정

<존 버니언> 저/<C.J.로빅> 편/<최종훈> 역/<마이크 윔머> 그림

출판사 | 포이에마

반 고흐, 영혼의 편지

<빈센트 반 고흐> 저/<신성림> 역

출판사 | 위즈덤하우스

창가의 토토

<구로야나기 테츠코> 저/<이와사키 치히로> 그림/<권남희> 역

출판사 | 김영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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