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항
『1941, 우리의 비밀 과외』는 일본의 민족말살정책이 극심해진 1941년 경성, 시를 쓰는 조선인 소녀 을순이 무명 시인 동주를 과외 선생님으로 만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여러 장르를 넘나들며 청소년 소설을 써 오신 이민항 작가님의 역사 소설이라는 점에서 더욱 기대를 모으는데요. 작가님의 이야기를 들어 보고 싶습니다.
SF, 판타지, 스포츠 등 다양한 장르를 넘나드는 작가님으로 유명하신데요. 이번에는 『1941, 우리의 비밀 과외』라는 역사 소설로 돌아오셨습니다. 다른 장르와 달리 역사 소설을 쓰시면서 작가로서 좋거나 힘들었던 부분이 있을까요?
역사 소설은 실제로 있었던 일에 가상의 이야기가 짜임새 있게 결합되어야 해서 작가의 상상으로만 이루어지는 다른 장르의 소설에 비해 신경 쓸 게 많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이미 역사에서 벌어진 사건의 결과를 알고 있기 때문에 역사적 진실이 왜곡되지 않는 선에서 사건, 인물에 대해 조금의 상상력을 발휘해 균형을 맞추는… 뭐랄까 약간은 외줄타기하는 심정으로 작업을 한 것 같아요. 과정이 수월하지 않았기에 완성하고 나서 더 큰 보람을 느꼈습니다.
작품에는 윤동주 시인이 주인공인 순이의 과외 선생님으로 등장합니다. 실존 인물을 소설로 불러오는 일이 쉽지만은 않았을 것 같아요. 윤동주를 역사 속 인물이 아닌 ‘소설 속의 인물’로 옮기는 과정에서 가장 신경 쓴 부분은 무엇인가요?
윤동주 시인은 많은 분이 사랑하는 시인인 만큼 작품으로 다루는 것이 조심스러웠습니다. 하나부터 열까지 모든 부분을 신경 쓴 것 같아요. 짧지만 고결한 삶을 사셨던 만큼 이번 작품이 혹시 시인께 누가 되지는 않을까, 더욱 열심히 조사하고 쓰고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실존 인물을 다루는 작품을 쓰다 보면 ‘그 상황에서 왜 그렇게 했을까?’라는 질문을 던질 때가 많은데 이번 작품을 쓰면서는 ‘어떻게 이렇게까지 할 수 있었을까?’라는 질문을 많이 던졌어요. 작품 속에 제대로 시인을 묘사하기 위하여 많이 고민한 만큼 독자분들께 그 진심이 가닿았으면 좋겠습니다.
별면에 실린 윤동주 시에는 실제로 ‘순이’라는 인물이 등장합니다. 역사적으로 그 인물이 누구인지 밝혀진 바는 없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소설 속 ‘을순’이라는 인물의 탄생 과정이 궁금합니다.
‘순이’라는 인물에 대해 시인이 좋아하던 이성이다, 실존 인물이 아닌 이상적인 님을 상징한다 등 많은 설이 있는데요. 확실히 밝혀진 바가 없어서 오히려 저의 색깔을 입힐 수 있었습니다. 저는 순이가 등장하는 몇몇 시를 읽으며 윤동주 시인이 순이에게 어떤 부채감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했어요. 그 부채감이 무엇으로부터 온 것일까, 곰곰이 생각하다가 당시 미래나 희망을 꿈꾸기 어려웠던 시대와 연결 지어서, 결국에는 시인이 포기할 수밖에 없었던 그런 사연을 가진 인물로 꾸몄습니다. 이야기 속 을순이는 마치 우리말의 계승자처럼 보이기도 하는데요. 그 점이 시인이 가진 부끄러움의 정서를 더욱 도드라지게 한 것 같습니다.
을순과 동주는 모두 우리말을 지키고자 하지만, 결말에서 서로 엇갈린 선택을 합니다. 두 사람의 선택이 엇갈릴 수밖에 없었던 이유가 있다면 무엇일까요?
을순이 아직 어려서 보지 못하는 것을 윤동주 시인은 보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을순의 아버지는 표현은 서툴러도 을순을 끔찍이 아낍니다. 그래서 을순은 아버지의 품에서 자신의 앞날에 대해서만 신경 쓰며, 비교적 안전한 삶을 살고 있습니다. 하지만 윤동주는 그렇지 않습니다. 그는 성인이어서 스스로 삶을 책임져야 하고, 을순의 아버지 같은 그늘막도 없습니다. 게다가 자신뿐 아니라 민족의 앞날까지 신경 써야 합니다. 결국 그는 자신에게는 해가 되지만, 민족의 앞날을 위한 선택을 하게 되지요.
작품은 일제강점기인 1941년의 경성을 배경으로 하고 있는데요. 혹시 1941년을 선택한 특별한 이유가 있을까요?
시인의 대표작 대부분이 이 시기에 쓰였기 때문입니다. 이 소설의 시간대는 1941년 9월부터 12월까지인데, 처음부터 시인의 실제 행적을 고려해서 이야기를 계획했어요. 문학 동지이자, 후배인 정병욱 교수에 따르면 졸업반이던 윤동주 시인은 북아현동의 전문 하숙집으로 이사 오면서 많은 고민에 빠졌다고 합니다. 진학에 대한 불안, 시국에 대한 고민 등이 겹치며 인생의 갈림길에 놓이게 된 것이지요. 하지만 그런 절박한 상황에서도 왕성한 작품 활동을 했다고 해요. 격동의 시기에 절박한 마음으로 쓴 시들이 매우 아름답다는 아이러니함이 저를 사로잡았어요.
윤동주 시에서 ‘부끄러움’은 핵심 정서로 반복되지만, 그 감정이 무엇을 향하고 어디에서 비롯되었는지 깊이 생각해 볼 기회는 많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이번 작품은 그 ‘부끄러움’을 시인의 행동과 선택의 결과로 보여 준다는 점이 인상적이었어요. 소설을 쓰시며 이 감정을 어떻게 풀어내고자 하셨는지 궁금합니다.
굉장히 어려운 질문인데요. 이를 풀어내고자 특별히 의도한 부분은 없습니다. 단지 ‘내가 만일 윤동주 시인이었다면 어떤 선택을 했을까?’를 집필 초기부터 끝까지 진지하게 고민했던 것 같습니다. 개인적으로 부끄러움은 깊은 생각으로부터 온다고 생각하는데,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그 감정이 표현된 것 같아요. 한 가지 더 말씀드리자면, 저는 시에 대해서는 문외한에 가깝습니다. 그래서 작중 순이에게 시를 가르치는 부분은 시를 진지하게 쓰는 많은 시인께 폐가 될까 봐 조심스럽게 접근했습니다. 그런 점이 우연하게도 부끄러움의 정서와 잘 부합된 것 같네요.
작품을 읽다 보면 자연스럽게 윤동주 시인의 시에 관심이 생깁니다. 작가님이 특히 아끼는 시인의 시 다섯 편만 소개해 주실 수 있을까요?
좋은 시가 많아서 다섯 편을 고르기가 쉽지 않은데요. 그래도 고르자면 「서시」, 「별 헤는 밤」, 「자화상」, 「쉽게 씌어진 시」, 「또 다른 고향」을 들고 싶습니다. 「서시」는 제가 윤동주 시인을 처음 접하게 해준 시였고, 「별 헤는 밤」은 여름에 계곡이나 바다로 피서 갔을 때 맑은 밤하늘을 보며 읽으면 느낌이 남다릅니다. 「자화상」은 우물에 비친 사나이에 대한 연민의 감정이 오래 남아서, 「쉽게 씌어진 시」는 암울한 시대를 사는 지식인의 고뇌가 담겨 있어서, 「또 다른 고향」은 작품 속의 백골이 시를 읽는 저를 따라오는 듯한 생경한 느낌이 들어서 좋습니다. 「눈감고 간다」, 「참새」, 「병아리」, 「겨울」, 「개」 등 어린이들이 쉽게 읽을 수 있는 시들도 좋아합니다.
* AI 학습 데이터 활용 금지
1941, 우리의 비밀 과외
출판사 | 다른
출판사 제공
출판사에서 제공한 자료로 작성한 기사입니다. <채널예스>에만 보내주시는 자료를 토대로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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