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개 산업, 5개 기업의 대표를 거치며 위기 때마다 소환되었던 '프로 해결사' 조정열. 그녀가 30년 내공을 담아 전하는 일과 삶의 본질은 무엇일까요? "쫄지 마라, 한 사람만 알아주면 된다"는 응원부터 "일을 통해 배워라"라는 실전 조언까지. 일에 매몰되지 않고 나를 키우며 일하고 싶은 프로페셔널들을 위한 단단한 문장들을 만나보세요.
32년, 6개 산업, 5개 기업의 대표. 이 모든 이야기를 책으로 펴내게 된 계기가 무엇인가요? 그리고 『전략보다 '지금, 여기'였다』라는 제목에는 어떤 마음이 담겨 있는지 궁금합니다.
의도하거나 계획하지 않았는데 결과적으로 다양한 산업에서 일하게 되었습니다. 제가 몸담았던 회사들은 하나같이 방향 전환이 필요하거나 위기에서 벗어나야 하는 곳이었어요. 사실 똥인지 된장인지 꼭 먹어봐야 직성이 풀리는 제 유전자 때문에 항상 덥석 기회를 물었던 것이 결정적이지 않았나 싶습니다. 그렇게 발끝만 보고 뛰다 보니 돌아볼 틈이 없었습니다. 이번에 글을 쓰면서 지난 32년 커리어를 처음으로 솔직하게 정리했어요. 열심히 살아온 스스로에게 '토닥토닥' 위로도 하고, '그때 그러지 말 걸' 하는 회한도 했습니다. 그 '찐 이야기'가 함께 일하는 보통 사람들에게 조금이나마 공명과 위로가 되었으면 해서 책을 썼습니다.
『전략보다 '지금, 여기'였다』라는 제목에는 '생각하기 전에 먼저 손발이 움직인' 저의 모습이 담겨 있습니다. 저는 늘 ‘전략’이란 무엇을 하는 게 아니라 안 해도 되는 것을 하지 않는 '빼기'라고 생각해왔어요. '문제를 단순화해서, 해야 할 것에만 집중해 지금 당장 실행하자'라는 그 마음이 담긴 게 이 책의 제목입니다.
헤드헌터에게 "한 산업의 전문성이 없다"는 평가를 들으신 적도 있다고 하셨습니다. 그럼에도 그 이직 경험을 오히려 '나만의 무기'로 만드셨는데요. 커리어의 갈림길에서 불안한 직장인들이 스스로에게 던져야 할 가장 중요한 질문은 무엇일까요?
여러 산업과 다양한 지배구조의 회사를 경험하면서 저만의 경쟁력이 생겼다고 생각합니다. 이직 후 6개월은 가장 낮은 자세로 모든 질문을 하며 빠르게 배웠고, 정보를 수집해 가설을 세운 뒤 업계 전문가처럼 소통할 수 있었습니다. 한마디로 '러닝 커브가 빠르고, 어느 산업에서든 전문가처럼 말할 수 있다'는 것이 제 경쟁력입니다. 산업이 달라도 목표를 설정하고 매출을 만들고 위기를 극복하며 인재를 모으는 일은 어디서나 같습니다. 산업에 상관없이 통하는 본질이 있어요.
변화가 두렵고 불안하더라도, 일단 한 발을 떼어보세요. 한 발자국을 내딛으면 다음 걸음이 훨씬 쉬워집니다. 다만 회사 일에만 매진해서 그것 이외에는 아무것도 못하는 우를 범하지 마세요. 시대에 맞게 스스로를 계속 준비시키는 것이 진짜 생존의 기본기입니다.
책에서 스스로를 '똥인지 된장인지 먹어봐야 아는 사람'이라 하셨는데요. 가장 기억에 남는 '된장'(최고의 선택)과 가장 뼈아팠던 '똥'(최악의 선택)을 하나씩 꼽아주신다면요? 그리고 험난한 현장을 버티게 해준 대표님만의 루틴도 궁금합니다.
최고의 된장은 10년간 다국적 소비재 회사에서 마케팅을 하다가 제약 영업으로 간 것입니다. 그것도 세계에서 가장 존경 받는 다국적제약회사로요. 이직했을 당시에는 그 회사 이름도 처음 들었습니다. 막연히 '영업을 배우려면 제대로 해야지'라는 호기로 뛰어들었는데, A부터 Z까지 영업의 기본기를 익혔을 뿐만 아니라 제가 영업을 잘하고 좋아한다는 사실까지 알게 되었어요. 무엇보다 그 경험이 이후 대표로서의 커리어를 열어주었습니다.
최고의 똥을 꼽으라고 한다면, 주도적으로 일할 수 있을 것 같아 이직했는데 예상과 달리 어느 곳보다 정치적이었고, 회사의 건강한 성장보다 다른 어젠다에 관심이 많았던 경우였습니다. 그런 구조에서는 모든 문제가 남 탓이 되고 말아요. 지금도 가시처럼 남아 있는 아픔입니다.
그렇게 냉온탕을 오가듯 여러 험난한 현장에서 일하는 동안 나를 버티게 한 루틴은 여러 가지입니다. 기억보다 기록을 믿고, 점심시간에는 운동화를 신고 산책에 나섭니다. 또 하나는 하루 중 일할 때 업무 내용이 바뀔 때마다 커피 한 잔을 마십니다. 맛이 아니라 '분위기'로 마시는 거예요. 그리고 요즘 새로 생긴 루틴은 혼잣말로 '지금, 여기, 나'를 외치는 것입니다. 다음을 미리 계획하느라 바쁜 저 자신에게 '지금 이 찰나를 즐겨라'고 보내는 셀프 주문입니다. 꽤 잘 먹힙니다.
"이직 사유 1위는 돈이 아니라 보스다", "직장 동료와 친구가 될 필요는 없다" 등 직장인의 속을 뻥 뚫어주는 말들이 책 곳곳에 있습니다. 대표님이 생각하는 직장 내 가장 건강한 '관계의 거리'는 어느 정도인가요?
제가 추구하는 직장 내 관계는 '느슨하지만 따뜻한 연결'입니다. 너무 친밀할 때는 부작용이 따릅니다. '그 라인에 들어가야 한다'는 압박감, 내키지 않는 자리를 끝까지 따라가야 할 것 같은 불안, 그리고 작은 계기로 관계가 무너졌을 때의 상처까지. 평가와 승진이 친밀도와 무관하게 이루어져야 제대로 된 회사입니다. 그렇다고 단절이 답은 아닙니다. 힘들 때 건네는 따뜻한 한마디, 복도에서 나누는 인사. 이런 연결의 가치는 모든 것이 잘 풀릴 때가 아니라 모든 것이 힘들 때 빛을 발합니다.
핸드폰에 3,000개의 번호가 저장되어 있어도 그것이 내 네트워크가 아닙니다. 내가 도움이 필요할 때 연락할 수 있는 사람이 진짜 네트워크입니다. 그러려면 느슨하지만 따뜻하게 연결된 관계가 필요합니다.
위기에 빠진 기업을 살려낸 '프로 해결사'로도 불리십니다. "전략이란 빼는 것, 안 할 것을 결정하는 것"이라 하셨는데요. 흔들리는 조직을 멈추지 않게 만드는 대표님만의 문제 해결 원칙과 리더의 소통법이 궁금합니다.
위기 조직일수록 시간이 없습니다. 문제는 생각보다 간단한 경우가 많지만 실행을 못하는 경우가 의외로 많아요. 탁상공론 대신 '에라 모르겠다!' 하고 작은 것부터 실행해보는 것이 먼저입니다. 안 되면 빨리 방향을 틀면 됩니다. 구조조정처럼 나쁜 소식을 전해야 할 때는 가장 빠르게, 공식 채널로, 진심을 담아 전달하는 것이 원칙입니다. '이 일이 언젠가 내게도 올 수 있다'라는 마음으로 상대방이 마음을 추스를 때까지 계속 만났습니다. 말이 쉽고 어렵고를 떠나, 진심 어린 소통 이외에 다른 방법은 없었습니다.
"저 여자에게 찍히면 죽는다"는 말을 들을 만큼 성과에 집요하셨지만, 동시에 후배 10여 명을 대표이사로 키워낸 인재 육성의 달인이시기도 합니다. 숨은 진주를 발굴할 때 가장 중요하게 보셨던 '인재의 조건'은 무엇인가요?
지금 돌이켜보면 "저 여자에게 찍히면 죽는다"라는 말을, 들을 만했습니다. 결과는 사람이 만드는 것이니 따라서 한 사람 한 사람의 성과가 전체 성과를 만들기에 고성과자를 독려하고 저성과자를 성장시키기 위해 모든 디테일을 챙기고, 숫자를 외우고, 각 영업사원의 역량까지 모두 파악했었으니까요.
저는 자기 PR에 능숙하거나 윗사람을 잘 관리하는 사람보다 ‘숨겨진 진주’에 마음이 갔습니다. 누가 보든 안 보든 묵묵히 자기 일을 하고, 드러나지 않아도 탁월하며, 동료와 고객이 인정해주는 사람. 목표를 설정하고 작은 실행을 꾸준히 이어가며, 자신의 경쟁력을 알고 극대화할 줄 아는 사람. 그런 사람이 인재입니다. 반드시 누군가는 그 사람을 알아보기 마련입니다. 단 한 명이라도 알아봐 주면 됩니다. 그러니 자신을 믿고 성실하게 뚜벅뚜벅 걸어가세요.
30년간 새로운 곳으로 몸을 던지며 변신을 거듭하셨습니다. 그런데 에필로그에서는 뜻밖에도 "버티는 것도, 지루함을 참는 것도 대박 경쟁력"이라며 한자리를 지키는 이들에게 깊은 존경을 표하셨어요. 치열하게 '지금, 여기'를 살아내고 있는 독자들에게 응원의 한마디와 함께, 이 책을 꼭 읽었으면 하는 분들을 소개해주세요.
저처럼 이리저리 옮겨 다닌 사람도 있지만, 같은 매일의 일상 속에서 새로움을 찾으며 한자리를 지켜내는 분들에 대한 깊은 존경이 있습니다. 변화가 상수가 된 이 시대에 회사를 믿고 오랫동안 버텨내는 것이야말로 지키기 가장 어려운 가치이고, 그런 분들의 커리어는 대체로 아름다운 마무리를 맞이했습니다.
이 책은 하루에도 열두 번 회사를 때려치우고 싶고, 부당한 상황에 분노하고, 나를 알아주지 않는 상사에 좌절하고, 갈아 넣어 일했지만 리워드는 분명하지 않고, 나만 뒤처진 것 같은 매일을 보내고 있는 '보통의 직장인'들에게 드리는 책입니다. 저도 다르지 않았습니다. 회고와 회한이 교차하는 제 이야기를 읽으며, 공감과 위로를 받으셨으면 합니다.
* AI 학습 데이터 활용 금지
전략보다 ‘지금,여기’ 였다
출판사 | 세이코리아
출판사 제공
출판사에서 제공한 자료로 작성한 기사입니다. <채널예스>에만 보내주시는 자료를 토대로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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