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읽는 아이들
[책 읽는 아이들] 어서 와, 서점은 처음이지? | 예스24
어린이청소년 전문 책방 책방사춘기가 어린이 독자에게 자신 있게 추천하는 다섯 권의 책.
글: 유지현
2026.0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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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하며 들어오는 어린이의 목소리. 요즘처럼 어린이 손님의 방문이 귀한 때에는 반가운 동시에 조금 긴장되기도 한다. 세상에 재미있는 것들이 가득한 가운데 책을 사러 책방에 오다니! 어린이가 부디 이 공간을 편하게 여겼으면 좋겠고, 좋아하는 책을 한 권이라도 만나서 돌아가면 좋겠다는 바람이다. 서점을 처음 찾아온 어린이가 책을 좋아하는 어린이로 자랄 수 있도록, 책방 주인이 자신 있게 추천하는 다섯 권의 책.



『코끼리 미용실』

최민지 글/그림|노란상상

 

책방에서 어린이들에게 가장 많은 사랑을 받은 책을 꼽아 본다면 최민지 작가의 책이다. 최민지 작가는 어린이의 마음을 잘 알아보는 것 같다. 외로운 마음, 다가가고 싶은 마음, 나답고 싶은 마음 등 어린이에게 눈높이를 맞추고 고개를 끄덕여 주는 이야기를 한다. 그중에서도 어린이들이 가장 좋아하는 책은 『코끼리 미용실』. 엄마 아빠는 아이가 변화하는 걸 싫어한다. 부모님 말을 잘 듣는 아이는 늘 단정하게 양 갈래로 땋은 머리를 한다. 하지만 사실 아이는 단발머리를 하고 싶다. 그런 아이의 눈앞에 나타난 ‘코끼리 미용실’. 사람도 사자도, 누구나 환영하는 미용실에서는 하고 싶은 머리 스타일을 직접 고를 수 있다. 코끼리 미용사는 성심성의껏 아이의 머리를 매만진다. 자르고, 감겨주고, 말려주고 나서 거울에 비친 자기 모습을 본 아이는 아주 만족스러운 표정이다. 어린이들은 이 책을 통해 통쾌함을 느낀다. ‘안 된다’라는 금기를 어기는 짜릿함과 동시에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하고, 되고 싶은 모습으로 무사히 변신하는 이야기는 진짜 ‘나’의 마음을 마주할 수 있게 한다. 머리를 자르고 싶었던 어린이가 책 속 주인공과 똑같은 단발머리를 하고 책방에 나타난 것도 진짜 이야기랍니다!



『나에게 주는 상』

이숙현 글/안소민 그림|호랑이꿈

 

어린이의 손이 가닿는 책은 주로 알록달록 화려하다. 아직 글자를 읽지 못하는 어린이들은 주로 표지 이미지와 그림에 이끌리는 것 같다. “나는 내가 좋아.”라는 문장으로 시작되는 이야기는 어린이들이 ‘나’라는 존재를 살필 수 있게 만든다. 하루하루 달라지는 ‘나’의 모습을 떠올려보게 한다. 작고 여리지만 많은 일들을 하는 곤충 주인공들은 스스로 ‘대단한 나’에게 상을 주기로 결심한다. 나뭇잎을 갉아 무늬를 만든 사각사각 애벌레에게는 “내 맘대로 그려 상”을, 매일 새로운 곳으로 쭉쭉 달리는 자벌레에게는 “오므렸다 폈다 상”을, 나무에서 떨어졌지만 용감하게 다시 올라가는 꿈틀 애벌레에게는 “흔들흔들 줄타기 상”을 준다. 이 책은 하나하나 다 다른 모습을 지닌 아이들의 모습을 조명하며, 자기만의 장점과 개성을 떠올려보게 한다. 아직 자기 자신을 아는 게 낯선 아이들에게 내가 어떤 사람인지 차근차근 구체적으로 알아 가는 구성으로 되어 있다. 나를 알게 되는 건 결국 나를 사랑하게 되는 일이다. 아이들이 친근하게 느끼는 재료인 크레파스 그림도 매우 사랑스럽다. 샘솟는 아이디어로 다양한 ‘상’을 만들며 자연스러운 독후활동을 이어갈 수 있다. 

 

『브로콜리지만 사랑받고 싶어』

별다름·달다름 글/서영 그림|키다리

 

다행히 요즘 어린이들에게 브로콜리는 친숙한 채소 같다. 이 책만 보면 아이들은 자신의 식성을 고백하곤 한다. “나는 브로콜리 좋아하는데!”, “나도 브로콜리를 잘 못 먹는데! 근데 그림이 귀여워요.” “나는 브로콜리 맛있게 먹는 법 아는데….” 등 수다 한마당이 펼쳐진다. 책의 주인공은 아이들이 싫어하는 채소 1위에 뽑혀 슬퍼하는 브로콜리다. 사랑받기 위해 소시지처럼 분홍색이 되거나, 라면처럼 더 뽀글거리는 머리카락을 갖는 등 브로콜리의 노력은 그야말로 눈물겹다. 사랑받고 싶은 마음. 아이들은 무엇보다도 브로콜리의 마음에 공감한다. 다른 모습이 되려고 하거나 누군가를 따라 하지 않은 자신의 장점 그대로를 드러내자 드디어 브로콜리는 인정받는다. 그렇게 슈퍼푸드로 거듭나는 브로콜리의 성장담은 어린이들이 있는 그대로의 자기 모습을 인정할 수 있도록 자존감과 자신감을 전한다. 양육자들은 이 책을 통해 편식 습관이 고쳐지길 기대하는데 놀랍게도 실제 효과가 있었다는 후일담을 전해 들었다. 또 초등학교 1학년 국어 교과서에 책이 수록되면서, 그림책으로 봤던 이야기라서 더 반가웠다는 어린이의 뿌듯한 후기도 들어보았다.

 

『내 마음 ㅅㅅㅎ』

김지영 글/그림|사계절

 

미취학 아동 조카에게 선물하는 책으로 가장 많이 추천했고 반응도 가장 좋았던 책이다. 한글을 활용한 그림책 중에서도 어린이가 흥미롭게 어휘력과 상상력을 키우면서도 감정의 폭까지 넓힐 수 있는 이야기다. 아이는 자라며 여러 가지 감정을 경험하게 된다. 매일 가지고 놀았던 장난감이 하루아침에 ‘시시해’지기도 하고, 마음이 시시각각 변하면서 ‘싱숭해’지는 날도 있다. 외계인이 내 마음에 무슨 짓을 한 것처럼 ‘수상해’지고, 아무도 내 마음을 몰라줄 때는 ‘섭섭해’진다. 어린이 얼굴의 눈썹과 귀 모양에서 연상된 ‘ㅅㅅㅎ’라는 한글 초성 글자의 이미지를 통해 마음속 단어를 떠올릴 수 있다. ‘ㅅㅅㅎ’로 연상되는 표현을 찾아낼 수도 있지만 세상에 없는 단어를 직접 만들 수도 있다. 마치 어린이처럼 ‘ㅅㅅㅎ’는 무한으로 확장되는 가능성의 글자가 된다. 오히려 한글을 모르는 어린이들은 놀이처럼 기발하게 새로운 글자와 표현을 만들어내기도 한다. 어린이가 자신의 마음을 표현하고, 그 마음을 듣는 기회도 점점 더 소중해진다. 그런 의미에서 귀 기울여 서로의 마음을 들여다보는 시간을 갖기 좋은 책이다. 후속작으로 나온 『내 친구 ㅇㅅㅎ』『내 보물 ㅎㅎㅎ』도 함께 보면 더 좋다.

 


『이것은 한 마리 아기 고양이 이야기가 아닙니다』

랜달 드 세브 글/카슨 엘리스 그림/김지은 역|봄볕

 

최근 어린이들이 사랑하는 동물 중 하나는 단연 고양이다. 이 책은 ‘고양이 이야기’가 아니라는 반어법을 띤 책의 제목도 호기심을 불러일으키지만, 앙증맞은 표정으로 바라보는 턱시도 고양이 덕분일까. 표지만으로도 어린이들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어느 날 마을에 굶주리고 더러워진 채로 두려움에 떨고 있는 아기 고양이 한 마리가 나타난다. 그렇지만 제목처럼 이 책은 아기 고양이 이야기가 아니다. 길을 가다 멈춰 선 개의 이야기도, 그 개와 산책하다 고양이를 살피는 사람들의 이야기도, 상자를 들고 온 쌍둥이 형제의 이야기도 아니다. 작은 울음소리를 듣고, 발견하여 멈춰서고, 관심을 가지고, 마음을 모아 고양이가 안전하게 지낼 수 있는 하나의 세계를 만드는 이야기다. ‘아기 고양이’ 덕분에 마을 사람들은 ‘함께’가 된다. 현실에서는 이웃 간의 공동체 의식이나 연대감을 느끼는 일이 좀처럼 어렵다. 그럼에도 어린이들은 책을 통해 경험한 감정과 이야기를 잊지 않는다. 이름 없는 한 마리 고양이가 ‘앰버’라는 이름으로 불리게 된 이야기는 작은 존재를 돌보는 마음으로 나아갈 것이다. 기꺼이 ‘함께’하는 마음으로 성장할 수 있을 것이다. 책방의 가장 어린 손님인 27개월 어린이가 재밌다고 강력 추천한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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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은 한 마리 아기 고양이 이야기가 아닙니다

<랜달 드 세브> 글/<카슨 엘리스> 그림/<김지은> 역

출판사 | 봄볕

브로콜리지만 사랑받고 싶어

<별다름>,<달다름> 글/<서영> 그림

출판사 | 키다리

나에게 주는 상

<이현숙> 글/<안소민> 그림

출판사 | 호랑이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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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지현

어린이청소년문학서점 ‘책방 사춘기’를 운영하며, 그림책과 동화, 청소년 소설을 소개한다. 본명보다 '춘기' 혹은 '춘기 이모'라 불리는 게 더 익숙한 사람. 앤솔러지 에세이 『좋아한다고 말할 수 없었어』에 참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