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있는 자의 마음 속 죽음의 물리적 불가능성〉, 1991. 유리, 채색된 철, 실리콘, 모노필라멘트, 상어, 포름알데히드 수용액, 217 × 542 × 180 cm. 개인 소장. © Damien Hirst and Science Ltd. All rights reserved, DACS 2026. Photographed by Prudence Cuming Associates
현대미술에서 가장 유명한 상어가 서울에 도착했다. 1991년, 데이미언 허스트는 실제 호랑이 상어를 포르말린 용액이 담긴 유리 수조에 넣어 전시장에 세웠다. 처음 공개됐을 때, 이 작품은 단순한 충격으로 받아들여졌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사람들은 다른 질문을 하기 시작했다. 우리는 눈앞에 죽음이 있어도, 그것을 이해할 수 있는가. ‘메멘토 모리(Memento mori)’라는 말이 있듯, 인간은 오래전부터 죽음을 기억하고 받아들이려 해왔다. 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생각의 영역에 머문다. 실제로 죽음을 마주하는 순간, 그것을 ‘내 일’로 받아들이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다. 이 작품이 남긴 건 이미지보다 질문이었다. 그리고 그 질문은 지금까지도 현대미술을 따라다닌다. 데이미언 허스트의 작업은 언제나 강한 논쟁을 불러왔다. 동물 사체를 활용한 작품, 다이아몬드로 장식된 인간의 해골, 약품을 연상시키는 색 점으로 이루어진 회화 연작 등 그의 작품은 기존 미술의 형식과 관습을 벗어나며 예술의 경계를 시험해 왔다.
〈천 년〉, 1990, 유리, 철, 실리콘 고무, 채색된 MDF, 전기 해충 퇴치기, 소 머리, 피, 파리, 구더기, 금속 접시, 솜, 설탕, 물, 207.5 × 400 × 215 cm. 개인 소장. © Damien Hirst and Science Ltd. All rights reserved, DACS/Artimage 2026. Photographed by Roger Wooldridge
데이미언 허스트의 작품을 이해하는 핵심 키워드는 죽음, 신앙, 그리고 자본이다. 그는 죽음을 직접적인 이미지로 제시하면서 인간이 삶과 죽음을 이해하는 방식, 그리고 이를 둘러싼 사회적 구조를 탐구한다. 데이미언 허스트는 죽음을 멀리 두지 않는다. 대표적인 작업인 〈Natural History〉 시리즈는 실제 동물의 사체를 포르말린 용액 속에 보존한 설치 작품이다. 상어, 양, 소 등의 동물이 투명한 수조 속에 전시되는 이 작품은 생명과 죽음의 경계를 시각적으로 드러낸다. 관람객은 작품을 보며 굉장히 불편함을 느낀다. 하지만 그 불편함이 핵심이다. 우리는 죽음을 싫어하면서도, 그걸 이해하고 싶어 하고, 결국 통제하고 싶어 한다. 그래서 종교를 만들고, 과학을 믿고, 의학에 의지한다. 데이미언 허스트는 그 모든 흐름을 하나로 묶어 보여준다. 죽음 자체보다, 그걸 둘러싼 인간의 행동과 믿음이 더 중요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듯 하다.
그래서 그는 늘 논쟁의 중심에 있다. 동물 사체를 사용하는 방식, 작품의 가격, 시장에서 본인을 브랜딩 하는 방식 등 일반적인 작가와는 다른 활동 방식을 보여준다. 작가로서 작품만 만드는 것이 아닌 직접 전시를 기획하고 작품을 어떻게 팔지 결정하고 심지어 미술 시장의 규칙 자체를 건드려 논쟁의 중심에 서기도 했다. 그가 자신의 작품의 컨셉으로 레스토랑을 운영하고 자신의 컬렉션을 무료로 공개하는 갤러리를 만든 것까지 이 모든 행동은 하나로 이어진다.
예술은 작품 안에만 있는 게 아니라, 그걸 둘러싼 구조까지 포함한다는 생각이며 데이미언 허스트는 그 구조를 숨기지 않는다.
Installation view, Damien Hirst: Nothing Is True But Everything Is Possible (2026), National Museum of Modern and Contemporary Art, Korea. Photographed by Prudence Cuming Associates Ltd. © Damien Hirst and Science Ltd. All rights reserved, DACS 2026.
국립현대미술관 서울에서는 데이미언 허스트의 작품 세계를 조망하는 아시아 최초 대규모 개인전이 열린다. 이번 전시는 작가의 초기 작업부터 최근 작품까지 폭넓게 소개하며, 지난 35년 여 걸친 그의 작품 세계를 폭 넓게 조망한다. 현대미술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해 온 그의 작업을 종합적으로 살펴볼 수 있는 자리다. 이번 전시는 우리가 알고 있는 대표작들이 모두 한 공간에 모인다. 전시는 네 개의 흐름으로 나뉘어 있다. 전시는 “모든 질문에는 의심이 따른다”, “우리는 시간 속에 산다”, “침묵의 사치”, “작가의 스튜디오: 진행 중인 연작” 총 4부로 구성된다.
〈스팟 페인팅〉, 1986, 합판에 가정용 유광 페인트, 243.8 × 365.8 cm. 개인 소장. © Damien Hirst and Science Ltd. All rights reserved, DACS 2026. Photographed by Prudence Cuming Associates
1부에서는 그의 초기 작업을 보여준다. 그가 어떤 방식으로 기존 미술을 의심하기 시작했는지 보이고, <스팟 페인팅>(1986)과 <스핀 페인팅>(1999)의 초기 버전이 모두 소개된다. 이어지는 2부에서는 거대한 유리 진열장을 사용한 대형 설치 작품들을 소개한다. 인간이 본능적으로 죽음을 두려워하지만 자신의 죽음은 실감하지 못한 채로 살아가는 역설을 표현한 <살아 있는 자의 마음 속 죽음의 물리적 불가능성>(1991)은 2012년 영국 테이트 모던 미술관 전시 이후 처음 공개되어 많은 기대를 받고있다. 마지막에는 작업실이 그대로 옮겨져 있다. 완성된 작품이 아니라 작업이 만들어지는 과정, 그 흔적이 남아 있는 공간이다.
3부에서는 과학과 종교, 예술의 복잡한 관계를 다룬 작품들을 소개한다. 는 과거 종교가 누렸던 권위를 현대 의학과 자본이 대체하고 있다는 사실에 주목하면서 그 믿음의 이면에 깔린 인간의 욕망과 집착을 다양한 방식으로 시각화했다.
〈신의 사랑을 위하여〉, 2007, 백금, 다이아몬드, 인간의 치아, 17.1 × 12.7 × 19 cm. 개인 소장. © Damien Hirst and Science Ltd. All rights reserved, DACS 2026. Photographed by Prudence Cuming Associates
3부의 주요 작품은 인간 두개골을 백금으로 주조하여 다이아몬드로 장식한 <신의 사랑을 위하여>(2007)는 인간의 끝없는 욕망과 삶의 무상함에 대한 성찰을 담아낸다. 마지막 4부에서는 “작가의 스튜디오: 진행 중인 작업들”에서는 MMCA스튜디오에 런던에 있는 데이미언 허스트의 작업실을 그대로 옮겨와 보여준다. 이 공간은 완성된 결과물을 보여주는 전시장과는 달리 작품이 만들어지는 과정 자체에 주목하며, 작가의 사유와 행위가 축적되는 창작의 현장을 생생하게 전달한다.
Photographed by Prudence Cuming Associates © Damien Hirst and Science Ltd. All rights reserved, DACS 2026
데이미언 허스트의 작업은 언제나 질문으로 끝난다. '예술은 어디까지 가능한가, 우리는 무엇을 예술이라고 부르는가.' 그 질문은 미술 안에만 머물지 않는다. 우리가 무엇을 믿고, 무엇에 의지하며 살아가는지까지 이어진다. 그래서 그의 작업은 쉽게 정리되지 않는다. 불편하고, 과장된 것처럼 보이기도 하고, 때로는 지나치게 계산된 것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하지만 바로 그 지점에서 관객은 불편함을 느끼지만 그가 말하고자하는것이 드러난다. 현대미술은 무언가를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믿고 있는 것을 흔드는 방식이라는 사실이다.
AI 기술이 빠르게 발전하면서 우리는 다시 비슷한 선택 앞에 서 있다. 인간은 여전히 불안을 느끼고, 그 불안을 줄이기 위해 더 정교한 기술을 만들고, 그 기술을 점점 더 믿게 된다. 과거에는 종교와 신이 그 자리를 차지했다면, 지금은 알고리즘과 데이터가 그 역할을 대신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 흐름은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
우리는 여전히 이해할 수 없는 것 앞에서 믿음을 만들고, 그 믿음을 통해 불안을 견디려 한다. 데이미언 허스트의 작업은 바로 이 반복되는 패턴을 드러낸다. 결국 그가 말하는 것은 단순하다. 우리가 믿고 있는 것들은 생각보다 단단하지 않으며, 그 믿음은 언제든 다시 흔들릴 수 있다는 사실이다.
전시 제목 : 데이미언 허스트: 진실은 없어 그러나 모든 것은 가능하지 (Damien Hirst: Nothing is True But Everything is Possible)
전시 기간 : 2026. 3. 20.(금) ~ 6. 28.(일)
전시 장소 : 국립현대미술관 서울 3, 4, 5 전시실, 서울박스, MMCA스튜디오
출품작 : 회화, 조각, 설치 등 약 50여 점
작가 : 데이미언 허스트(Damien Hirst)
* AI 학습 데이터 활용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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