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을 체포한 나라, 미국이 그리는 새로운 힘의 지도 | 예스24
미국은 여전히 전 세계를 자신의 법정에 세울 수 있는가.
글: 출판사 제공 사진: 출판사 제공
2026.0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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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의 사건에서 세계질서의 균열까지. 『누가 세계의 규칙을 바꾸는가』는 니콜라스 마두로 체포 작전을 단초로, 미국 패권이 세계를 통제해온 방식과 그 균열을 집요하게 추적한다. ‘체포’라는 표현 뒤에 숨겨진 권력의 논리, 베네수엘라를 둘러싼 ‘실패 국가’ 프레임의 이면을 파헤치며 우리가 뉴스에서 보지 못한 구조적 힘의 충돌을 드러낸다. 저자 임승수는 이 책을 통해 지금 세계를 움직이는 진짜 동력이 무엇인지, 우리는 어떤 시선으로 국제 정세를 읽어야 하는지 짚어보았다.

『누가 세계의 규칙을 바꾸는가』는 ‘니콜라스 마두로 체포 작전’이라는 매우 구체적인 사건에서 출발합니다. 수많은 국제 이슈 가운데, 이 사건을 중심에 두고 책을 집필하게 된 결정적인 이유는 무엇이었나요?

질문에서 언급하신 ‘체포’라는 단어 자체에 이미 미국의 전략적 시각이 강하게 투영되어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합니다. 미국은 이 사건을 법 집행으로 규정하지만, 마두로 정부와 그 지지자들은 명백한 ‘납치’이자 주권 침해라고 반발합니다. 제가 이 사건을 중심에 둔 이유는 단순히 자극적인 국제 뉴스를 소개하기 위해서가 아닙니다.

이 사건은 결코 트럼프 대통령 개인의 돌발적인 변덕으로 일어난 해프닝이 아닙니다. 오히려 쇠퇴하는 패권과 부상하는 다극화 세력 사이, 즉 국제적 힘의 균형이 이동하는 과정에서 터져 나온 필연적인 결과물에 가깝습니다.

만약 역사의 흐름과 변화 과정이 우연의 산물이라면 그것은 점성술의 영역일 뿐입니다. 저는 이 사건의 이면에 흐르는 구조적 모순과 역학 관계를 추적하고자 했습니다. 개별 사건의 ‘우연’이라는 외피를 걷어내고 나면, 그 아래에는 시대의 흐름이 강제하는 ‘필연’이라는 과학의 영역이 드러나기 때문입니다. 그 필연성을 독자들과 함께 읽어내는 것이 이 책의 집필 목적이었습니다.

 

이번 책은 작가님의 기존 저작들과 비교했을 때, 문제의식이나 접근 방식에서 어떤 점이 가장 다르다고 보시나요?

이 책은 제가 작가로 데뷔한 지 20년이 되는 해에 출간되어 더욱 감회가 새롭습니다. 흥미롭게도 2006년 저의 첫 책인 차베스, 미국과 맞짱뜨다 역시 베네수엘라의 정치적 변화를 다룬 책이었습니다. 이후 원숭이도 이해하는 자본론, 오십에 읽는 자본론, 사회주의자로 산다는 것, 원숭이도 이해하는 마르크스 철학 등 인문 사회과학 분야의 책을 꾸준히 써 왔습니다.

그 20년의 세월은 저에게 단순한 집필의 반복이 아니라, 세상을 읽는 식견과 문장을 벼리는 능력을 끊임없이 단련하는 성장의 과정이기도 했습니다. 30대 시절, 베네수엘라의 혁명 과정을 보며 가슴 뛰었던 그 뜨거운 열정은 그대로 유지하되, 이제는 ‘지천명(知天命)’인 50대의 차분함과 면밀함을 더해 사건의 이면을 한층 세심하게 살폈습니다. 기존 저작들이 복잡한 담론을 대중의 눈높이에 맞춰 쉽게 풀어내는 ‘대중 교양서’로서의 지향이 강했다면, 이번 책은 지난 20년간 멈추지 않고 글을 쓰며 다듬어온 저의 관점과 사유를 밀도 있게 담아낸 결과물이라 할 수 있습니다.

 

작가님은 이 사건을 ‘체포’라는 법적 행위가 아니라, 미국이 세계를 다루는 방식의 변화로 읽어내십니다. 독자들이 이 책을 통해 가장 먼저 새롭게 보게 될 국제정치의 장면은 무엇일까요?

독자들이 이 책을 통해 가장 먼저 보게 될 장면은, 소위 ‘세계의 경찰’을 자임하던 미국의 전략이 더 이상 기존의 규범이나 국제법적 외교라는 정교한 수단을 거치지 않고 ‘노골적인 물리력의 행사’로 단순화되고 있다는 서늘한 현실입니다. 미국의 패권을 위협하는 요소에 대해 마치 현상 수배범을 다루듯 ‘사냥’에 나서는 거친 모습은, 미국이 그만큼 강력하다는 증거라기보다 기존의 패권적 질서가 정상적인 방식으로는 더 이상 유지되기 힘든 임계점에 도달했다는 반증이기도 합니다.

저는 이 책을 통해 미국이 이러한 폭력적 방식을 정당화하기 위해 어떤 논리를 설계하고 전파하는지 세밀하게 들여다보았습니다. 마약, 테러, 민주주의나 인권 같은 보편적 명분들이 제국의 이해관계를 포장하는 도구로 어떻게 활용되는지, 그리고 그 화려한 수사 이면에는 과연 어떤 본질적인 의도가 숨어 있는지를 추적했습니다. 독자들은 그 과정을 통해 국제정치의 냉정한 실체와 마주하게 될 것입니다.

 

『누가 세계의 규칙을 바꾸는가』는 니콜라스 마두로를 둘러싼 ‘무능한 독재자’라는 익숙한 이미지를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습니다. 작가님이 자료를 추적하며 가장 강하게 느낀, 우리가 놓치고 있던 마두로와 베네수엘라의 모습은 무엇이었나요?

외부에서는 흔히 마두로를 그저 경제를 망친 ‘무능한 독재자’로 규정합니다. 그런 이미지가 형성되는 건 주로 서방의 언론을 통해서죠. 우리 국민이 중남미 언론이 전하는 소식을 접하는 일은 매우 드무니까요. 이런 상황을 생각해 봅시다. 외국인들이 대한민국에서 일어나는 일련의 일들을 수구 보수 언론을 통해서만 접한다면, 과연 우리 사회에 대한 정확한 인식에 도달할 수 있을까요? 우리가 놓치고 있는 가장 중요한 지점은 마두로 개인이 아니라, 그를 지탱하는 베네수엘라 민중의 ‘확고한 결의’와 조직적 힘입니다. 저는 마두로라는 인물을 단순히 한 명의 통치자가 아니라, 차베스 이후 제국주의에 저항하며 자국을 지키려는 베네수엘라 하층 민중의 의지가 투영된 상징적 인물로 보았습니다.

또한, 베네수엘라의 경제 위기 역시 단순히 ‘사회주의의 실패’라는 단편적인 프레임으로만 볼 수 없습니다. 그 안에는 유가 폭락이라는 외부 충격과 미국의 잔인한 제재가 얽혀 있으며, 마두로 정부는 그 가혹한 조건 속에서도 생존을 위한 처절한 실험을 이어가고 있었습니다. 저는 독자들이 이 책을 통해 마두로라는 개인의 이미지를 넘어, 거대한 제국의 압력에 맞서 자기 결정권을 지키려 하는 한 국가의 생존 투쟁과 그 시스템의 작동 원리를 발견하길 바랍니다.

 

흔히 베네수엘라는 ‘사회주의 실패 국가’의 대표 사례로 언급됩니다. 그런데 이 책을 읽다 보면, 실패로 보이도록 만들어진 과정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독자들이 가장 놀라게 될 프레임의 지점은 어디라고 보세요?

많은 이들이 베네수엘라의 비극을 단순히 ‘사회주의 정책의 비효율’이나 ‘포퓰리즘의 말로’라는 편리한 프레임으로 설명합니다. 하지만 제가 이 책을 통해 독자들에게 보여드리고 싶었던 진실은, 베네수엘라가 단순히 스스로 넘어진 것이 아니라 미국의 철저하고도 치밀한 ‘경제 제재’와 ‘언론을 통한 악마화’라는 두 축에 의해 질식당해 왔다는 사실입니다.

이 모든 사태의 발단은 결국 ‘자원의 주권’ 문제에 있습니다. 과거 베네수엘라의 석유는 미국 거대 기업들의 배를 불리는 용도로만 쓰였습니다. 하지만 차베스와 마두로는 그 석유의 과실을 자국 민중, 특히 소외된 빈민들의 교육과 의료, 복지로 돌리는 길을 선택했습니다. 미국 패권의 관점에서 이는 용납할 수 없는 이익의 침해였던 셈입니다.

결국 미국은 한 국가의 생존 줄을 완전히 끊어버리는 현대판 ‘경제적 대학살’로 응징에 나섰습니다. 석유 수출을 막고 국제 결제망에서 퇴출시키며 식량과 의약품 보급을 차단하는 행위는 사실상 전쟁행위나 다름없습니다. 더욱 교묘한 것은 서방 언론의 역할입니다. 이들은 제재로 인해 발생한 민중의 고통을 오직 ‘마두로의 무능’과 ‘체제의 결함’으로만 돌리며 베네수엘라를 끊임없이 악마화해 왔습니다. 제국이 경제적으로 숨통을 조이는 동안 언론은 그 비명 소리를 ‘실패한 체제의 자업자득’으로 포장하며 대중의 눈을 가린 것입니다. 독자들은 이 책을 통해 우리가 ‘실패’라고 믿었던 장면들이 실제로는 패권국에 의해 정교하게 기획된 ‘교살(絞殺)’ 과정이었음을 목격하고 큰 충격을 받으실 것입니다.

 

『누가 세계의 규칙을 바꾸는가』는 결국 하나의 질문으로 수렴됩니다. ‘미국은 여전히 세계를 ‘체포’할 수 있는가, 아니면 방식만 바뀐 것인가? 작가님께서는 이 질문을 독자들이 어떤 마음으로 끝까지 따라가 주길 바라세요?

독자들이 이 책의 마지막 장을 덮을 때, ‘미국은 여전히 전 세계를 자신의 법정에 세울 수 있는가’라는 질문에 대해 각자의 답을 찾으실 수 있기를 바랍니다.

과거 미국이 절대적인 힘을 가졌을 때는 정교한 국제법과 외교적 수사라는 장막 뒤에서 세계를 통제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지금 마두로를 향해 휘두르는 ‘체포’라는 칼날은, 역설적으로 그 세련된 장막이 더 이상 작동하지 않는 패권의 균열을 보여줍니다. 미국이 방식만 바꾼 것이 아니라, 사실은 바뀐 방식 외에는 선택지가 없는 막다른 골목에 다다랐을지도 모른다는 점을 함께 읽어주셨으면 합니다.

저는 독자들이 이 과정을 ‘제국의 쇠락과 새로운 세계질서의 탄생’이라는 거대한 역사적 흐름 속에서 따라가 주시길 기대합니다. 미국이 여전히 세계를 체포할 수 있다고 믿는 것은 ‘우연’과 ‘현상’에 매몰된 시각입니다. 하지만 그 힘이 어떻게 저항받고 있으며, 그 이면의 구조적 모순이 어떻게 폭발하고 있는지를 살피는 것은 ‘필연’의 과학을 이해하는 과정입니다. 패권국이 규정하는 ‘정의’라는 프레임에서 벗어나, 힘의 균형이 요동치는 이 세계의 진짜 지도를 그려내시길 바랍니다.

 

마지막으로, 이 책을 덮은 독자들이 불안정한 세계정세를 마주할 때, 이전과는 어떤 마음가짐과 시선으로 뉴스를 읽게 되기를 바라세요?

저는 독자들이 이 책을 덮고 난 후, 매일 쏟아지는 자극적인 뉴스들의 ‘제목’ 너머를 응시할 수 있는 날카롭고 예리한 시선을 갖게 되기를 바랍니다. 우리는 국제 뉴스를 보며 특정 지도자의 광기나 돌발적인 사건에 주목하며 공포나 분노를 느낍니다. 하지만 그 ‘우연’으로 보이는 사건들은 사실 거대한 지각판이 부딪히며 발생하는 진동에 불과합니다. 뉴스가 보여주는 현상에 일희일비하기보다, 그 현상을 만들어내는 구조적 필연성을 헤아려보는 지혜와 통찰이 필요합니다.

불안정한 세계정세는 우리가 통제할 수 없는 혼돈처럼 보이지만, 그 작동 원리를 이해하고 나면 정세는 더 이상 막연한 두려움의 대상이 아닙니다. 이 책을 읽은 독자들이 패권이 설계한 프레임에 갇히지 않고 각자의 ‘확고한 결의’를 가지고 세계를 주체적으로 해석하는 ‘깨어 있는 관찰자’로, 나아가 ‘주체적 행위자’로 거듭나신다면 저에게는 더할 나위 없는 기쁨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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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제공

출판사에서 제공한 자료로 작성한 기사입니다. <채널예스>에만 보내주시는 자료를 토대로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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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승수

서울대학교 전기공학부를 졸업하고, 서울대학교 대학원에서 반도체 소자 연구로 석사 학위를 받았다. 전공을 살려 연구원으로 직장 생활을 했지만 뜻한 바 있어 현재는 전업 작가로 살고 있다. 지은 책으로 『자본주의 할래? 사회주의 할래?』 『원숭이도 이해하는 자본론』 『원숭이도 이해하는 마르크스 철학』 『원숭이도 이해하는 공산당 선언』 『사회주의자로 산다는 것』 『나는 행복한 불량품입니다』 『차베스, 미국과 맞짱뜨다』 『세상을 바꾼 예술 작품들』 등이 있다. 사회주의 대중화를 꿈꾸는 사람. 빈부 격차가 심한 사회에 태어나다 보니 기왕이면 경제적으로 넉넉한 쪽에 속하기를 원했고 열심히 공부해 서울대학교 전기공학부에 입학했다. 그렇게 대한민국 입시 제도에 성공적으로 편승해 안온한 삶을 영위하고자 했으나 대학 시절 우연히 읽은 카를 마르크스의 《자본론》으로 인해 계획에 균열이 가기 시작했다. 극단적인 빈부 격차는 개인의 능력 차이로 생기는 것이 아니라 노동자에 대한 구조적 착취로 인해 필연적으로 발생한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일하는 자는 점점 가난해지고 일하지 않는 자는 부자가 되는 자본주의의 은폐된 착취 시스템에 눈을 뜬 뒤 세계관이 근본적으로 뒤흔들려 사회주의자가 되었다. 반도체 소자 연구로 석사 학위를 받은 후 관련 기업에서 5년간 연구원으로 일했지만 결국 직장을 그만두고 불안정한 작가의 삶을 선택했다. 이후 줄곧 글과 강의를 통해 노동자가 주인이 되는 세상, 돈이 아닌 사람이 중심이 되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힘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