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 번은 꼭 읽어야 할 20세기 세계사』는 전쟁과 혁명, 분단과 통일, 번영과 파국이 교차한 20세기의 결정적 장면 20가지를 통해 오늘의 세계를 비추는 책이다. 저자는 굵직한 사건을 나열하는 대신, 사진 속 현장으로 독자를 이끌어 그 시대를 살았던 인물들의 선택과 갈등, 욕망과 두려움을 생생하게 복원해 낸다. 혼란스러운 세계 정세로 뉴스를 보기가 두려워지는 요즘이다. 20세기 세계사는 21세기를 살아가는 시민에게 말을 건다. 회피하지 말고, 역사의 한복판에서 똑똑히 맞서 우리의 후손에게는 더 나은 세상을 줘야 한다고. 결국 역사는 어떻게 더 나은 세상을 줄 것인지 묻는 인문학적 제안이다.
5년 만의 출간이신데요, 본격적인 신간 이야기에 앞서 작가님께서 세계사에 관심을 갖고 책을 내게 되신 계기가 무엇인지 알고 싶습니다.
몇몇 계기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 같은데요, 그중 특히 한 가지를 꼽자면 필리핀에서의 체류 경험이 아니었을까 생각합니다. 제가 필리핀에서 요양 겸 육아를 위해 2년 반을 머물렀고, 이후 10년쯤의 간격을 두고 코로나 시절 또 1년간 필리핀에서 보냈는데요. 필리핀이란 나라가 참 재밌는 나라였어요. 사람들은 동남아시아인이지만 스페인식 이름이 많고, 천주교 기독교인들이 90%쯤 되고요. 그럼에도 오지의 원주민인가 싶을 정도로 황당한 미신을 믿을 때도 있어요. 그런데 또 영어로 대화하면서, ‘레이디 퍼스트’ 같은 에티켓을 보여 줄 땐 문명화된 미국인 같단 말이에요. 그뿐 아니라 춤과 노래, 축제를 즐기는 지극히 낙천적이면서 열정적인 라틴아메리카 같은 문화가 있는데, 국립박물관에는 명나라·청나라 시대의 항아리들이며 도자기 파편들이 한가득이란 말이죠. 사정이 그렇다 보니 어라? 이건 왜? 어떤 이유로? 라는 궁금증과 호기심이 이는 순간들이 참 많았어요. 그것들을 실타래처럼 따라가 보면 꼭 과거의 세계사와 맞닿는 부분들이 있더라고요. 그래서 세계사에 관심이 많아졌던 것 같습니다.
게다가 아이들이 다니던 국제학교에 가면 세계 각국에서 온 학생들과 학부모들을 만날 수 있고, 국제학교 교사로 일하다 보니 스페인어며 중국어, 영어 교사 등 다양한 사람들을 만날 수 있었답니다. 제일 친했던 이웃집 여자도 홍콩인이었고요. 세상 사람들과 세계사에 대한 관심이 커져서 두 딸이 다니던 ‘브랜트 국제학교’의 도서관에서 세계사 책들을 섭렵했죠.
귀국 후에는 작은 딸 생일이 다가올 무렵, 세계사 얘기를 좋아하던 딸에게 생일 선물로 줄까 하고 세계사 이야기를 10가지 음식재료와 버무려서 썼어요. 그것이 『식탁 위의 세계사』였죠. 마침 창비에서 청소년 도서상을 공모하기에 응모했다가 덜컥 대상을 받는 바람에 세계사 작가가 되었고요. 이후 출판사에서 의뢰하는 대로 쓰다 보니 어느덧 7권의 세계사 책을 집필하게 되었네요.
지금까지 세계사 도서를 여러 권 출간해 오셨지만, 이번 책은 ‘20세기 세계사’를 다룹니다. 꼭 20세기를 주요하게 다루어야 하는 이유가 있는지 설명 부탁드립니다.
20세기는 평소에도 제가 흥미를 가지고 관심 있게 보던 시대였어요. 까마득한 고대나 유럽 위주의 중세보다는 20세기 세계사가 오늘날의 세계를 이해하는 데 유용했기 때문이었지요. 제1차 세계대전이며 제2차 세계대전, 미국의 대공황 등이 세계 전체에 영향을 끼쳤고요. 러시아며 중국이 사회주의 국가로 설립된 것도 20세기에 이르러서였어요. 한반도가 남북으로 갈라진 것도, 베트남이나 독일이 둘로 갈라졌다가 통일된 것도 다 20세기에 일어난 일이지요. 먼 옛날 일일 것 같지만, 살펴보면 사실 그다지 오래지 않은 과거, 1900년대에 일어난 일들이 참 많아요. 인공 비료가 만들어져 만성적인 배고픔으로부터 구출된 때도 20세기였고요. 반면 핵무기로 인류가 위협받게 된 것도 20세기부터죠. 고르바초프, 레이건, 카터, 사다트, 바웬사, 요한 바오로 2세, 리콴유, 달라이 라마 등 뉴스 같은 데서 본, 동시대에 같은 하늘 아래 살았던 사람들이 등장하는 것도 매력적이었어요. 제가 우선 재미있어하는 분야여야 글도 재미있게 나올 것 같아서 제가 좋아하는 시대를 글로 써 볼 생각을 했지요.
책에는 20세기의 대표적인 사건뿐만 아니라, 교과서에서 크게 다뤄지지 않는 국가들의 이야기도 실려 있어 균형감이 느껴졌는데요, 작가님께서 도서에 실릴 사건을 선별하실 때 어떤 점을 염두에 두셨는지 궁금합니다.
저는 책을 쓸 때 예상 독자들이 알 만한 내용 70%에 잘 모르는 내용 30% 정도를 섞어서 쓰려고 하는 편입니다. 그래야 집중력이 떨어지지 않고 재미있게 책을 읽을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지요. 물론 독자들마다 배경지식이 달라서 %에 차이가 나겠지만, 제 머릿속에 가상의 독자들을 상정해 놓고 이쯤이면 아는 것과 모르는 것이 7:3 정도 되지 않을까 짐작하면서 쓴답니다. 이번 책에서 좀 낯설게 여겨질 만한 부분이 있다면 싱가포르와 르완다, 쿠바, 티베트 정도 될까요? 혹은 일반적인 주제를 쓸 때엔 살짝 깊게 들어가 보는 전략을 쓰기도 해요. 흑백 인종 차별에 관한 주제에 대해 쓸 때, 흔히 많이들 알고 있는 몽고메리 버스 보이코트 사건보다 조금 덜 알려진 리틀록 나인(9) 같은 소재를 가져오는 식이죠. 같은 주제라도 약간의 차별화랄까, 낯설게 하기로 신선함을 주려고 시도했지요.
이 책에는 20세기의 결정적 장면 20개가 사진과 함께 실려 있습니다. 타임머신을 타고 직접 가 볼 수 있다면, 어떤 사진 속 장면으로 들어가 보고 싶으신가요?
베트남 전쟁 때 네이팜탄을 피해 도망치는 아이들이 있는 사진이나, 무너진 대동강 철교를 한겨울 칼바람을 맞아가며 아슬아슬하게 건너는 그런 장면으로 뛰어들 순 없는 노릇 아니겠어요? 1920년대 미국으로 가서 상큼한 단발머리에 무릎 길이의 스커트를 입은 플래퍼가 되어 신나게 춤을 춰 볼까 하는 생각을 잠깐 했지만, 아무래도 저는 요한 바오로 2세와 바웬사가 있는 그 사진 속으로 가고 싶습니다. 요한 바오로 2세를 뵙고 싶거든요. 저는 가톨릭 신도가 아닙니다만, 이 책을 쓰면서 그의 전기나 지인들의 회고록들을 읽으면서 그를 깊이 존경하게 되었답니다. 평생을 사제로 추기경으로 교황으로 만인을 위로하느라 분주하게 사신 분이지만, 자료조사를 하다 보니 사실 그분의 개인사가 그렇게 측은할 수가 없더군요. 어린 시절에 엄마를 잃고 폴란드의 검은 성모를 엄마 삼아 홀아버지 밑에서 자라며 나름 들판에서 축구도 하고 연극배우가 될 꿈을 꾸며 씩씩한 청년으로 자라났지만, 역사는 한순간에 그의 삶을 무너뜨리죠. 1939년 독일이 폴란드를 침공하면서(제2차 세계대전의 시작이죠) 그의 인생은 완전히 바뀝니다. 많은 이들이 전쟁으로 죽고 고통받는 걸 목격하게 되었고요, 그 와중에 아버지도 돌아가셔요. 아버지가 죽은 침상 곁에서 꼼짝 않고 몇 시간을 있던 그는 결심을 합니다. 종교인이 되기로 말이죠. 아마도 고통과 비극이 만연한 신산한 삶을 목격하고 종교 안에서 만인에게 위안을 주는 삶을 살기로 했나 싶습니다. 자료를 보니, 그는 교황 시절에 소련의 압제하에 있던 폴란드인들에게 용기를 북돋아 주고, 고르바초프에게 개인적으로 친서를 보내기도 했더라고요. 교황이 왜 그리 정치에 깊이 간여했나 싶겠지만, 시대가 시대였던 만큼, 당시엔 정치며 외교가 바로잡히지 않고서는 개개인의 삶이 평온할 수 없었기 때문이었지요. 당신의 일생부터가 독일의 폴란드 침공으로 인해 완전히 달라졌던 경험이 있었기 때문에 세계의 정세에 민감하셨을 테고요. 그 덕분에 폴란드를 비롯한 동유럽은 자유를 쟁취할 수 있었으며, 다른 세계인들도 마음의 평화와 위로를 얻었을 것입니다.
요한 바오로 2세가 있는 저 사진 속 시대로 들어가게 된다면, 교황님께 일생 동안 수고 많으셨다고, 고생하셨다고, 감사하다고 인사드리고 싶어요. 지금은 성인의 반열에 서신 분이지만, 생전의 평온하고 인자한 미소 뒤에 가려진 외롭고 상처 입은 젊은 날의 청년 카롤 보이티와(요한 바오로 2세의 속명)에게 위로를 건네고 싶어요.
최근 국내외의 많은 이슈들을 접하며 ‘나는 지금 역사책의 한 페이지에서 살고 있구나’라는 생각이 드는데요, 역사의 한가운데에 있는 국제 시민으로서 어떤 태도로 사회를 바라보면 좋을까요?
글쎄요, 이미 우리 국민은 너무나 훌륭하게 그 역할을 잘 해내고 있지 않나 싶기도 해요. 노벨 평화상 후보로 계엄령을 신속하게 해제시킨 대한민국 국민을 후보에 올려야 한다는 의견이 있다는데, 우리 국민들, 훌륭하죠. 똑똑하고 불의에 민감하며 용기 있고 신속해요.
세계사는 현재의 세계를 바로 보게 하는 인사이트를 준다고 생각해요. 희한하게 역사는 반복되고 되풀이되는 일이 많아요. 약간씩 변주는 되더라도 말이죠. 권력이나 재물에 대한 욕심이 사람을 어떻게 변하게 만드는지, 한 사람의 비뚤어진 지도자를 선택하는 순간 얼마나 혹독한 대가를 치르게 되는지, 사소한 갈등이 얼마나 큰 파국으로 치달을 수 있는지, 거짓된 정보와 뉴스에 휘둘려 벌어진 사건 사고는 또 얼마나 많은지… 그런 것을 세계사 속에서 배우고 익히게 되면, 현실에서의 사안이 벌어질 경우, 과거의 역사 속에서 깨달음을 얻고 어떻게 처세해야 할지 방향을 잡을 수 있을 거예요. 역사를 통해 과거의 일들을 익히고 인간에 대한 이해를 높이면, 그 역량을 어둔 밤의 등불 삼아 국제 시민으로서 사회를 바라보는 시야도 밝아지고 시각도 예리해질 것입니다.
이름과 연도를 달달 외우며 공부했던 학창 시절의 경험으로 세계사에 대한 거부감을 가진 분들도 많습니다. 그럼에도 세계사를 왜 ‘한 번은 꼭 읽어야 할’까요?
역사는 인문학의 한 범주예요. 결국은 인간에 대한 이해가 목적이죠. 문학, 역사, 철학이 인문학의 중요한 세 범주니까 말이에요. 인간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세상을 좀 더 나은 곳으로 만들기 위해 우리는 세계사를 배우는 게 아닐까 싶습니다.
『식탁 위의 세계사』를 쓸 때부터 제가 늘 강조해 온 것은 ‘세계사는 책 속에 박제된 학문이 아니라, 우리의 일상 속에 존재하는 것이다’라는 사실입니다. 시험을 치고 높은 점수를 받기 위해 세계사를 공부하려면 그 자체로 부담스럽고 재미가 없어지죠. 멀리하고 싶어지고요. 그러다 보면 수박 겉 핥기로 공부를 하게 되고, 시험 치고 돌아서면 남는 게 없게 돼요. 하지만 세계사를 지금의 세상을 있게 한, 이전의 이야기면서 앞서간 세상 사람들이 살아갔던 흔적을 더듬는 작업이라고 생각하면 훨씬 친근하고 재미있게 여겨질 거예요. 하나하나 아귀가 맞춰지는 퍼즐처럼 흥미롭기도 하고요. 지금의 현상이 나타나기까지 어떤 과거를 거쳐 온 것인가를 살펴보세요. 목적 따위 잠시 접어 두고 호기심을 따라 재미를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나도 모르게 세계사 지식이 쌓이고, 인문학적 소양이 길러진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번 책을 특히 읽어 주었으면 하는 청소년 독자에게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예전에 외고 교사로 10년간 일했던 경험을 살려서 이 책을 쓸 때, 나름 학생들이 쉽게 읽을 수 있도록 하려고 고심해서 썼습니다. 하나의 역사적 사건 사고가 있다면, 그 전후의 이야기를 원인부터 결과까지 납득이 되도록 촘촘히 알려드리려 애쓰며 쓴 책이랍니다. 그렇기 때문에 꽤나 많은 정보와 지식, 상식을 쌓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해요.
제목에 ‘한 번은 꼭’이란 말이 있는 것을 보고 부담스러워하진 말라고 말해 주고 싶어요. 부담은 관심과 흥미를 반감시키니까요. 그저 시간 날 때 한 챕터씩, 웹툰이나 만화책 보듯이 부담 없이 읽다 보면 나름의 지식도 쌓고 생각거리도 가지게 되지 않을까 싶어요. 20개의 장으로 이루어져 있으니까, 공부하는 짬짬이 자투리 시간이나 쉬는 시간에 유튜브나 SNS 보는 시간 조금 할애해서 보면 큰 부담 없이 읽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한번 시도해 보세요.
* AI 학습 데이터 활용 금지
한 번은 꼭 읽어야 할 20세기 세계사
출판사 | 블랙피쉬
식탁 위의 세계사
출판사 | 창비
출판사 제공
출판사에서 제공한 자료로 작성한 기사입니다. <채널예스>에만 보내주시는 자료를 토대로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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