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젊은 작가 특집
예스24는 매년 한국 문학의 미래가 될 젊은 작가를 찾습니다. 올해는 3월부터 5월까지 젊은 작가 특집으로 총 16인의 작가를 만난 뒤 6월 15일부터 본 투표가 시작될 예정입니다. 3월에는 세계 시인의 날을 기념하여 지금 한국 문학의 가장 뜨거운 젊은 시인들을 만났습니다.

독자분들과 나누고 싶은 시의 구절을 소개해 주세요.
시집 『나 외계인이 될지도 몰라』에 수록된 시 「벗어나기」를 나누고 싶어요. 자주 소개하는 시는 아니지만 가끔씩 혼자 읽어 보고 몰래 기뻐하는 작품입니다. 호흡을 절제하며 신중하게 말을 잇는 느낌이 좋아요. 이런 스타일로 몇 편 더 쓰고 싶은데 시 쓰는 자아가 수다스러워서 잘 되지 않네요. 특히 아끼는 부분은 여기입니다.
당신이 모른다면
무엇을 마음에 들어 하는지
당신 마음을 알지 못하고
늦게까지 서성인다면
이 구절을 이루는 단어와 리듬, 구절에 서린 긴장감 같은 것이 기분 좋게 다가왔습니다.
시의 씨앗은 어디서 발견하시나요?
잠들기 전, 그리고 잠에서 깨어난 직후에 자주 발견하는 편입니다. 뇌에 힘이 풀려 있고 몸이 편안할 때요. 방심하고 있는 머릿속을 휙 가로지르는 말들이 있어요. 그것을 잡아서 휴대전화 메모장에 넣어 놓고 오래 들여다봅니다. 그중 정말로 시가 되는 것은 절반이 채 안 되지만요.
어느 날엔 평범하게 일상생활을 하다가 발견하기도 합니다. 무엇인가 스쳐 지나가는 순간을 놓치지 않고 휴대전화에 기록해요. 갑자기 그러면 조금 웃겨 보이는지 친구들이 놀릴 때도 있어요
시의 어떤 점을 애정하시나요?
순수하고 외로운 점이요. 개인적으로는 시를 목적 없는 언어라 여깁니다. 대화, 연설, 편지, 시나리오처럼 목적을 띠고 다듬어지는 언어 바깥에서 시가 태어난다고 생각해요. 달리 말하면 무엇을 얻을 수 없고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말 덩어리 같아요. 그럼에도 시인이 나오고 시집이 읽힌다는 것은 마음속에 갈 곳 없는 언어를 품은 사람이 그만큼 많다는 뜻이기도 하겠지요. 그런 생각이 들면 누구의 작품이든 한 편 한 편을 애틋하게 돌아보곤 합니다.
최근 일상에서 ‘시적이다’라고 생각한 장면이 있다면 들려주세요.
있지만 전할 수가 없어요! 비밀로 하고 싶은 순간이었거든요. 보통 그런 장면은 적당히 가공해서 시로 써버리곤 하니까, 언젠가의 작품을 통해 전해드리겠다는 막연한 약속만 남기겠습니다.
최근 일이 아니어도 괜찮으시다면 이미 쓴 시를 통해 설명해 드릴 수도 있겠어요. 목욕 용품 가게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던 시절 대야에 입욕제를 풀고 손님을 응대하다가 문득 이런 생각을 한 적이 있었습니다. ‘이 사람들은 알몸을 가려줄 무엇을 찾고 있구나. 자신을 가리기 위해 화려하고 반짝이고 향기로운 것들을 사고 싶어 하는구나.’ 어느 날에는 한 커플 손님이 로맨틱한 입욕제를 사러 와서 ‘너, 어떻게 이런 제품을 알고 있지? 누구랑 같이 쓴 거냐.’ 추궁하며 다투는 장면을 보게 되었는데요. 막상 계산대에서 멤버십 조회를 해 보니 연인을 의심하던 사람 쪽에 같은 입욕제를 구매한 기록이 있었어요. 그때 한 번 더 생각했습니다. 사랑하는 두 사람 사이에서의 진실은 뭘까, 생판 남에게 들킬지언정 가까운 사람에게 숨기고 싶은 알몸은 뭘까…… 하고요. 조용히 휴게실에 들어가서 이러한 단상을 메모장에 옮겨 두었고, 훗날 「꿈의 무늬」라는 시로 발표했습니다.
주로 어디서 시를 쓰시나요?
침대와 카페입니다. 말씀드린 것처럼 자기 직전과 일어난 직후에 시의 핵심이 되는 문장을 스케치하는데요. 기세를 몰아 그 자리에서 초고를 쓰게 되는 경우가 많아요. 침대에 누워 메모장에 있는 ‘잠재적 시’들을 이리저리 만져 보는 게 작업 과정의 대부분이라 할 수 있겠네요. 그러다가 어느 순간 ‘이건 한글문서 파일에 옮겨도 되겠다’는 확신이 드는 때가 찾아와요. 그러면 일어나 노트북을 안고 카페에 가요. 시를 옮겨 놓고 사소한 부분을 수정하면서 계속 들여다봅니다. 별거 아닌 것 같지만 한 편에 한두 시간 정도는 소요되어요.
신이인 시인의 작업 공간과 영감의 도구
작업할 때 곁에 두는 영감의 도구가 있다면?
돋보기와 안경이 아닐까요? 영감의 도구라기보다는 꼭 있어야 하는 도구. 눈 나쁜 제가 오타를 내지 않게 도와주니 아주 든든합니다. 하하. 그리고 또 뭐가 있을까요. 글이 안 써지면 차가운 밀크티에 커피 샷을 추가한 걸 마시며 감각을 일깨우긴 하는데, 이것도 영감의 도구라 부를 수 있을지… 안타깝게도 영감은 오로지 저의 몫인 것 같습니다.
시를 쓸 때 듣는 음악이 있다면 소개해 주세요.
평소 케이팝을 좋아하는데요. 시를 쓸 때 노래만큼은 일절 듣지 않습니다. 뭔가를 쓰는 동시에 듣자니 집중력이 분산되고 혼란스러워져서요. 시를 읽을 때라면 가끔 ‘이 시와 이런 노래가 어울리겠다’는 생각이 들긴 합니다. 앞에서 추천한 시 「벗어나기」를 읽으면서는 데미안 라이스(Damien rice)의 “Cold Water”가 떠올랐어요. 비슷하게 처량한 분위기를 느꼈습니다. (처량한 시를 읽으며 처량한 음악까지 듣기를 권유하는 것은 아니고요…!)
* AI 학습 데이터 활용 금지
나 외계인이 될지도 몰라
출판사 | 문학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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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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