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예스24 젊은 작가
[젊은 작가 특집] 고선경 “사랑을 정확하게 전달하고 싶었습니다” | 예스24
봄을 여는 3개의 시(詩)선, 고선경 시인의 작업 이야기를 소개합니다.
글: 채널예스
2026.0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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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 젊은 작가 특집

예스24는 매년 한국 문학의 미래가 될 젊은 작가를 찾습니다. 올해는 3월부터 5월까지 젊은 작가 특집으로 총 16인의 작가를 만난 뒤 6월 15일부터 본 투표가 시작될 예정입니다. 3월에는 세계 시인의 날을 기념하여 지금 한국 문학의 가장 뜨거운 젊은 시인들을 만났습니다.


 


독자분들과 나누고 싶은 시의 구절을 소개해 주세요. 

4월에 출간될 세 번째 시집의 첫 시 「고백」이 떠오릅니다. 그 시는 이렇게 시작해요. “너에게 구체적인 사랑을 돌려주고 싶다.” 저는 사랑받고 싶어서 평생을 안간힘 쓰던 사람인데요. 동시에 제가 받고 있는 사랑을 잃어버릴까 봐 전전긍긍하기도 했습니다. 그런 저에게 사랑은 어쩌면 결핍과 같았을지 모릅니다. 그렇다면 이 결핍을 어떻게 메울 수 있을까, 같은 생각이 어느 날 문득 들었어요. 제가 가진 사랑을 잘 돌려주어야겠더라고요. 사랑을 더 달라고 요구하는 대신 내 안에 가득해 줄줄 새는 사랑을 정확하게 전달하고 싶었습니다. 사랑은 얻어 내야만 하는 감정이 아니라 삶의 태도가 될 수도 있다고 믿었거든요. 그러니 이 문장은 다소 선언적인 자기 고백이기도, 독자분들에 대한 약속이기도 합니다.

 

시의 씨앗은 어디서 발견하시나요?

시의 씨앗은 의외로 사소한 데에서 발견됩니다. 잘 닫히지 않는 신발장 문, 얼음이 녹다 만 컵, 식어 버린 피자, 헬로키티 인형의 해진 엉덩이……. 심으면 다른 것으로 태어나기 십상입니다. 이를테면 딸기 씨앗을 심었는데 장미가 피는 거예요.

 

시의 어떤 점을 애정하시나요?

딸기의 붉음과 장미의 붉음이 어떻게 다른지 골몰하게 되는 식인데요. 시를 쓰는 동안에는 그런 고민이 너무나 중요하게 느껴지는 겁니다. 그러니까 시는 저에게 정말로 중요한 게 무엇인지를 거듭 묻고 확인할 만큼 저를 좋아하는 것 같습니다. 시가 먼저 저를 애정해서 저도 시를 애정하게 된 것이지요. 왠지 상대가 먼저 쫓아다녔다고 삼십 년째 우기는 부모님 같네요.

     

최근 일상에서 ‘시적이다’라고 생각한 장면이 있다면 들려주세요.

넷플릭스 예능 <불량연애>에서 야쿠자 출신의 남성 출연자가 소란을 일으키자 다른 출연자가 말합니다. “앉으라고. 사랑하러 왔잖아!” 꽤 시적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주로 어디서 시를 쓰시나요? 

예전에는 카페에서 시를 썼는데 요즘은 주로 집에서 시를 씁니다. 노트북과 마우스만 있으면 다른 건 크게 필요치 않아요. 물론 책상에 책을 여러 권 쌓아 두고 마실 것을 두 잔쯤 마련해 놓기는 하지요. 때때로 힙합이나 록 음악을 틀어 놓기도 하고요. 아쉽지만 책상 위가 매우 지저분해서 사진은 전달해 드릴 수 없습니다. 화장대 겸용인지라 화장품이 여기저기 널브러져 있고 책과 약 봉투, 키 링, 모자, 장갑, 전자담배 액상 등이 나뒹굴고 있어요. 딱히 머쓱해서 하는 말은 아니고 그 풍경까지가 제 방의 질서입니다. 제가 느끼는 심란함은 시를 쓰고 있기 때문이지 환경 탓은 아닐 겁니다.

 

작업할 때 곁에 두는 영감의 도구가 있다면?

꼬질꼬질(한 척하는) 쿠로미 인형. 이 인형은 살 때부터 빈티지한 색감이었는데, 뭘 모르는 친구들이 볼 때면 경악합니다. 으악, 더러워! 하고요. 하지만 지금은 정말로 더러워졌을지 모르겠습니다……. 아무튼 저에게 쓰다듬음을 당할 때도, 방치를 당할 때도 쿠로미의 표정은 뚱하기만 합니다. 그 점이 마음에 들어요. 제 작업물에 대해 무관심하기 때문에 시를 쓸 때 오히려 눈치가 덜 보인달까요. 게다가 작업하는 동안 품에 끼고 있으면 심신의 안정에 도움이 됩니다.

 

고선경 시인의 영감의 도구


시를 쓸 때 듣는 음악이 있다면 소개해 주세요. 

애니메이션 <초 가구야 공주>의 OST 앨범을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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