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랑을 보험으로 설계할 수 있을까. 『고백 보험을 해지합니다』는 거절이 두려워 쉽게 마음을 내보이지 못하는 청소년들의 고민에서 출발한 이야기다. 성공 확률과 보장 항목, 특약과 해지 조건까지 갖춘 보험 상품이 출시했다는 유쾌한 설정 뒤에는 불확실한 관계 속에서 상처받지 않으려는 청소년의 불안이 자리한다. 실패보다 거절이 더 아프게 다가오는 시대, 감정마저 안전하게 관리하고 싶어지는 마음을 들여다보고자 했던 작가에게 이 작품의 출발점을 물었다.
『고백 보험을 해지합니다』는 사랑을 ‘보험’이라는 제도로 치환하는 독특한 설정에서 출발합니다. 처음 이 아이디어를 떠올리게 된 계기와, 그 상상력을 발전시켜 나가는 과정에서 어떤 노력을 했는지 들려주세요.
‘고백 보험’이라는 소재는 출판사에서 먼저 제안해 주셨어요. ‘고백’과 ‘보험’의 조합이 신선하면서도 절묘하게 느껴졌고, 이 설정을 독자의 마음을 움직일 이야기로 발전시키는 건 제 몫이겠다고 생각했어요. 처음에는 고백의 성공을 돕는 보험을 떠올렸지만, 보험의 본질은 성공이 아니라 위험 대비라는 점에 주목해 고백 실패 이후의 위험을 줄여주는 방향으로 설정을 다듬었습니다. 거절당하는 순간의 어색함, 관계가 틀어질 가능성, 흑역사에 대한 공포 등 고백이 두려운 이유들을 떠올리며 이를 방어하는 보험 조항을 설계해 나갔어요. 특히 ‘흑역사 삭제’는 핵심 장치였는데, 이미 벌어진 일을 완전히 없애는 대신 기억 일부를 편집하는 설정을 통해 근미래적인 세계관으로 구체화했습니다.
보험은 본래 미래의 위험을 대비하고 안정성을 확보하기 위한 제도입니다. 그렇다면 이 작품에서 청소년들이 진짜로 보장받고 싶어 하는 것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셨나요?
겉으로는 고백의 성공처럼 보이지만, 사실 인물들이 두려워하는 건 거절 이후 무너질지도 모르는 자기 자신이라고 생각했어요. “내가 부족해서일까?”, “이제 친구로도 못 지내면 어쩌지?” 같은 불안 말이에요. 그래서 이들이 진짜로 원한 건 성공이 아니라 자존감의 안전, 즉 타인의 거절로부터 자신을 지켜줄 보호막이었죠. 고백 보험은 그 연약한 욕망을 파고들어 안전을 약속합니다. 하지만 저는 실패를 막는 보호막보다, 넘어져도 다시 일어설 수 있는 내면의 힘이 우리를 더 단단하게 지켜주는 건 아닐지 되묻고 싶었습니다.
주인공 지온은 상처받지 않기 위해 고백 보험에 가입하지만,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점점 복잡한 감정과 마주하게 됩니다. 지온을 통해 그리고 싶었던 변화는 무엇이었나요?
지온을 통해 그리고 싶었던 변화는 ‘불확실성을 견디는 힘’이었습니다. 이야기 초반의 지온은 결과를 감당하기보다 되돌리기를 원했고, 보험에 기대어 자신의 감정과 상대의 감정까지 통제하려 합니다. 그러나 지온은 자신이 현호의 선택에 개입해 스스로 마음을 정할 기회를 빼앗았다는 사실을 깨닫습니다. 결국 현호의 자기결정권을 돌려주고, 결과를 감당하기로 선택하죠. 상처를 피하기보다 상대를 존중하는 방향으로 나아간 것입니다.
작품 속 ‘두근두근 안심 패키지’라는 가상의 보험 상품을 설계하며 특히 고민했던 부분이나, 풍자적으로 드러내고 싶었던 지점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가장 고민했던 건 ‘얼마나 설득력 있는 상품으로 보이게 할 것인가’였습니다. 독자가 한순간이라도 가입을 고민할 만큼 그럴듯해야 지온의 갈등에도 깊이 공감할 수 있으니까요. 동시에 누군가를 좋아하는 마음의 불안을 계산해 상품으로 만든다는 발상 자체가 아이러니이기도 합니다. 우리는 이미 감정을 소비하는 문화에 익숙해져 있습니다. 연애 프로그램에서 타인의 감정이 콘텐츠로 유통되는 것처럼요. ‘두근두근 안심 패키지’는 고백을 돕는 장치인 동시에, 감정마저 상품으로 다루는 현실을 드러내는 장치이기도 합니다.
지온이 결국 ‘보험을 해지하는’ 선택은 작품의 중요한 전환점입니다. 이 이야기에서 ‘보험의 해지’란 어떤 의미일까요?
보험 해지는 사랑의 포기가 아니라, 그 결과를 온전히 감당하겠다는 선택이라고 생각합니다. 안전한 장치 뒤에 숨는 대신, 진심으로 사랑하기 위한 준비가 된 것이죠. 동시에 현호를 향한 진심 어린 사과이기도 합니다. 말이 아니라 행동으로 자신의 선택을 바로잡았다는 점에서, 지온이 보여 준 용기는 상대를 존중하기 시작했다는 증거라고 생각합니다.
인공지능 보험 설계사 ‘아이라’를 통해 경계하고 싶었던 위험은 무엇이었나요?
인공지능이 판단을 대신하려면 우리의 삶과 감정을 데이터로 수집해야 합니다. 저는 그 과정에서 우리의 정보가 어디까지 안전할 수 있을지 질문하고 싶었습니다. 원고를 마무리할 즈음 실제 개인정보 유출 사건들이 이어졌고, 이야기 속 설정이 과장이 아닐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기술이 인간의 영역을 깊이 침범할수록, 우리가 무엇을 잃을 수 있는지 고민하게 되었습니다.
이 작품을 읽은 청소년 독자들에게 꼭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요?
거절을 두려워하지 말라고 쉽게 말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어떤 마음은 꺼내지 않는 것도 하나의 선택이니까요. 다만 정말 전하고 싶은 마음이 있다면, 거절을 피하기보다 받아들일 준비도 함께했으면 합니다. 누군가의 거절은 나의 실패가 아니라, 서로의 마음이 달랐던 순간일 뿐입니다. 상대의 마음을 존중하고 그 결과를 받아들일 수 있다면, 그 경험만으로도 이미 한 번 성장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 AI 학습 데이터 활용 금지
고백 보험을 해지합니다
출판사 | 여섯번째봄
출판사 제공
출판사에서 제공한 자료로 작성한 기사입니다. <채널예스>에만 보내주시는 자료를 토대로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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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3.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