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12회 네오픽션상 대상 수상작, 오동궁 작가의 장편소설 『미식가들』이 네오픽션 ON 시리즈 서른여덟 번째 이야기로 출간되었다. 감각이 거래되는 미래 사회, 인간의 미각은 더 이상 개인의 것이 아니다. 미지의 외계 존재 ‘그로톤인’은 인간의 감각을 통해 세상의 맛을 탐하고, 사람들은 자신의 감각을 그들과 공유하고 그에 상응하는 대가를 받는다. 갑작스러운 화재 사고로 육신을 잃고 전신 의체에 의지해 다시 태어난 주인공 ‘소민’. 생계를 위해 미식 공유자로 살아가던 어느 날, 비밀스러운 ‘특별 미식 탐험’에 초대된다. 살아남기 위해 먹어야만 하는 세계에서, 인간은 어디까지 자신을 내어줄 수 있을까?
『미식가들』은 감각이 상품이 된 세계에서 ‘먹는 행위’의 의미와 인간의 정체성을 묻는 SF소설이다. 생존과 욕망, 인간과 타자의 경계가 뒤섞인 이 이야기는 잔혹한 상상력 속에서 오늘날의 소비 사회를 비춘다.
이 작품은 ‘감각을 거래하고 소비하는 사회’라는 설정에서 출발합니다. 유리구 속 뇌, 의체, 그리고 타인의 쾌락을 먹는 구조까지, 이러한 세계관은 어떤 문제의식이나 이미지에서 비롯되었나요?
저는 평소 생물학, 생명공학, 트랜스휴머니즘에 관심이 많습니다. 그런 관심을 반영해서 3년 전에 청소년소설 『내가 아는 최다미』를 출간했는데 『미식가들』은 그 작품과 세계관을 공유합니다. 그 소설에서 주인공 ‘최다미’는 한때의 수영 유망주로, 집안 형편이 어려워 보급형 전신의체로 전환한 고등학생입니다. 그 바람에 자신의 꿈인 수영을 포기하게 되지만, 고급형 의체를 가진 한 친구가 의체 맞교환을 제안해오죠. 그 이야기는 청소년의 신체 변화로 인한 정체성 변화가 매슬로 욕구 이론의 꼭대기 단계인 자아실현과 어떻게 연관이 되는지를 주제로 하기 때문에 먹는 문제에 관해서는 다루지 않았습니다.
때문에 저는 욕구 이론 단계의 가장 아래에 있는 식욕의 포기에 대해 써야겠다고 생각하고 『미식가들』을 집필했습니다. 현재 우리는 내가 속한 국가, 계층, 종교에 따라 먹을 수 있는 음식이 다릅니다. 저는 거기서 더 나아가, ‘먹는 행위’ 자체와 내가 느끼는 감각의 종류가 계층에 따라 차별화된다면 사람의 삶이 어떻게 변하게 될지를 그리고자 했습니다.
주인공은 화재 사고로 육신을 잃고 의체로 살아갑니다. 감각을 상실한 존재를 중심에 둔 이유는 무엇인가요? 육체와 감각, 그리고 정체성의 관계에 대해 어떤 질문을 던지고 싶으셨는지도 궁금합니다.
저는 예민한 몸을 갖고 태어난 탓에 각종 자극에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편입니다. 그래서 몸 없이 정신으로만 살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자주 하고요. 그렇다 보니 신경과학과 인지과학에 관심이 많은 편인데, 사실 앞서 언급된 문제의식은 작품을 쓰면서 자연스럽게 녹아든 것이고, 처음에는 다음과 같은 생각에서 이 소설을 쓰게 됐습니다.
‘나’라는 존재를 규정하는 것은 나의 뇌에 깃들어 있는 것일까, 몸에 깃들어 있는 것일까? 몸은 그대로인데 뇌를 바꾸면 그건 당연히 내가 아닐 것이다. 하지만 뇌는 그대로 둔 채 몸을 바꾸면 어떨까? 나의 자의식은 그대로이므로 예전의 나와 완전히 같은 사람이라고 볼 수 있을까? 아니면 몸을 통해 뇌에 입력되는 정보가 달라지므로 다른 사람이 되었다고 봐야 할까? 그런 질문을 던지고 싶었습니다.
이 작품에서 ‘먹는다’는 행위는 생존이자 폭력이며, 동시에 동화(同化)의 과정처럼 읽힙니다. 작가님에게 ‘먹는 행위’는 어떤 의미를 지니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또, ‘미각’이란 무엇이며, 인간다움과 어떤 관계를 맺고 있다고 보셨나요?
저는 ‘먹는 행위’에 대해서 양가감정을 갖고 있습니다. 맛있는 걸 먹을 때는 기분 좋지만, 먹는 행위 자체는 귀찮기만 합니다. 제가 음식을 준비해야 하는 입장이 되면 더욱 그렇습니다. 고기를 먹을 때는 죄책감을 느끼고 환경을 걱정하기도 하고요. 하지만 살기 위해서는 먹지 않을 수가 없죠. 그것도 하루에 세 번이나 먹어야 합니다. 저는 이게 시지프스의 돌 굴리기 같은 형벌처럼 느껴집니다. 그래서 몸 없이 정신으로만 존재했으면 좋겠다, 밥을 대신하는 알약이 발명됐으면 좋겠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삽니다. 하지만 맛있는 음식이 사람을 행복하게 만드는 건 사실이죠. 그건 본질적으로 진화적인 이유에서이겠지만, 먹는 행위가 사람 간의 관계를 이어주고 우리 삶과 문화를 풍요롭게 만드는 것도 사실입니다. 반대로 사람 간의 관계를 갈라놓거나 전쟁을 유발하기도 하고요. 이는 음식이 생존에 중요할 뿐만 아니라, 우리의 정체성을 규정하는 데에 한 몫을 하기 때문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작품 속 ‘그로톤인’은 인간의 감각과 쾌락을 ‘공유’하고 ‘소비’합니다. 이 설정은 단순한 SF적 상상이라기보다, 현대 사회의 소비 구조를 떠올리게 합니다. 작가님은 이 세계를 통해 무엇을 비추고 싶으셨나요?
사실 처음부터 사회의 소비 구조를 떠올리고 쓴 건 아니었습니다. 이왕 SF적 상상력으로 글을 쓰기 시작했으니 그 상상을 극단까지 확장해 보자고 생각하고 외계인을 끌어들인 거죠. 제 단편 중에 주인공이 지구인과 완전히 다른 신체구조를 가진 외계인과 정신감응으로 소통하며 지구의 음식 맛을 느끼게 해주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미각 공유는 이질적인 두 사람이 서로를 알아가는 소통 방법 중 하나였던 거죠. 그 작품에서는 그 과정이 하나의 에피소드에 불과하고 아주 낭만적으로 그려지지만, 이 작품에서 저는 감각의 공유를 심층적으로 다루는 한편 그 일이 폭력적으로 일어날 수도 있다는 걸 그리고 싶었습니다.
만약 인터스텔라 개스트로노미의 미식 중개 프로그램에 참여하신다면, 그로톤인을 위해 어떤 음식을 가장 먼저 드시고 싶으신가요?
두유 노우 김취? 그들에겐 매운 맛을, 나에게는 유산균과 식이섬유를. 하지만 그들은 그걸 달게 느낄지도 모르고, 애초에 그들이 김치를 먹고 싶었던 건지도 모르죠.
이 작품은 잔혹한 세계를 배경으로 하지만, 한편으로는 분명한 성장 서사이기도 합니다. 주인공의 변화는 처음부터 계획된 궤적이었나요, 아니면 집필 과정에서 달라진 것인가요?
저는 대부분의 소설이 성장 서사라고 생각합니다. 소설의 시작에 등장한 주인공과 결말의 주인공은 완전히 다른 사람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그건 작가가 그를 마구 굴렸, 아니, 주인공이 많은 일을 겪었기 때문이고요. 처음에 『미식가들』은 주인공이 도서관에서 친구를 기다리는 장면에서 시작해 특별 미식 탐험의 마지막 식재료를 눈앞에 두고 고민하는 장면에서 끝나는 300매짜리 중편이었습니다. 저는 이것을 모 출판사의 어느 편집자에게 보여드렸고 감사히도 어떤 의견을 받아 이야기의 앞뒤에 살을 붙였습니다.
뒷부분을 확장한 이유는, 해당 중편의 결말이 무책임하다는 생각 때문이었습니다. 주인공은 내적, 외적 갈등이 절정으로 치달은 그 순간에 자신의 행동을 결정 내려야 하고 그로 인해 성장하든 파멸하든 해야 합니다. 그래서 저는 여러 경우를 고민한 끝에 주인공이 그러한 행동을 할 수밖에 없겠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한편으론 그로톤인들도 가만 놔둘 수가 없었습니다. 주인공을 괴롭히는 장치로만 남기기에는 아까웠기에 그들에게도 서사를 부여하되 그로 인해 주인공에게 새로운 갈등과 고민을 안겨주고자 했습니다. 덕분에 현재와 같은 결말이 탄생하게 되었습니다. 앞부분에 어린 시절 이야기를 덧붙인 것은 주인공이 몸이 바뀐 뒤 무엇을 잃어버리게 되었는지를 함께 느끼고 탐구하고 싶어서였습니다. 중후반부의 주인공이 그런 사람인 것은 어린 시절의 경험 때문이니까요.
마지막으로, 독자들이 이 작품을 읽으며 스스로에게 어떤 질문을 던지길 바라시나요?
이 작가의 다른 작품은 무엇이 있나, 라는 질문. 농담입니다. 그 어떤 질문도 저는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저는 어떤 주장을 하기 위해 작품을 쓴 게 아니고, 신소민이라는 한 인간이 사는 세상과 그의 삶을 내가 들여다봤더니 이렇더라, 하는 이야기를 써내려갔을 뿐입니다. 따라서 독자는 이 작품을 읽으며 그 어떠한 질문도 던질 수 있을 것입니다. 제가 이 작품을 쓰며 상상의 나래를 맘껏 펼친 것과 마찬가지로요.

* AI 학습 데이터 활용 금지
출판사 제공
출판사에서 제공한 자료로 작성한 기사입니다. <채널예스>에만 보내주시는 자료를 토대로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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