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김소연 국장, “호지차에 도전을 응원하는 마음을 담아보세요” | 예스24
차(茶)라는 렌즈를 통해 본 세상과 차 한 잔에 담긴 영화 예술 문화 역사 이야기를 소개합니다.
글: 박소미 사진: 표기식
2026.0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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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인생은 자신만의 렌즈를 찾아나가는 과정이 아닐까요?”(305쪽)

 

여기 ‘차(茶)’라는 렌즈를 통해 세상을 보고 이해하고 경험하게 된 이가 있습니다. 스스로를 ‘차덕후’라고 말하는 김소연 국장입니다. 30년간 기자로 활동하며 매경이코노미의 편집장을 역임하고 국장이 된 그는 10년 전 차를 만난 뒤 “덕후 기질이 농후해 뭔가에 하나 꽂히면 끝장을 보는 성정”이 발휘되어 차에 푹 빠져들게 됩니다. 그리고 차를 통해 알게 된 세계를, 차 한 잔에 담긴 영화 예술 문화 역사 스토리를 칼럼 ‘김소연 기자의 영화로 보는 차 이야기’로 연재하기 시작합니다. 차라는 기쁨과 인문학적 사유의 즐거움을 다른 이들과 함께 나누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혹시 녹차와 홍차를 포함해 6대 다류가 모두 같은 차나무 잎으로 만들어진다는 사실을 알고 계신가요? 혹은 아편전쟁이나 보스턴 차 사건처럼 세계 패권이 이동했던 역사에 차가 깊이 관여되었다는 점은요? 한편 차라는 렌즈로 수많은 영화를 다시 읽어볼 수도 있습니다. <비긴 어게인>, <애프터 양>, <비포 선 라이즈>, <벌새> 등에 등장하는 차 장면에 얽힌 이야기를 알고 나면 영화의 풍미를 더욱 깊게 즐길 수 있을 것입니다. 차를 좋아하게 된 지 10년, 차에 관한 글을 쓴 지 5년. 『차가일상』을 펴내며 김소연 국장은 “이 책이 독자 여러분이 자신만의 렌즈를 찾는 여정에 작은 점 하나가 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합니다.

 


나를 울린 영화 속 말차 이야기
 

단독 저서로는 『차가일상』이 세 번째 책이에요. 

사실 마지막 단독 저서를 출간한 지 10년 정도 됐어요. 또 이전 책들이 기자로 일하면서 취재한 내용을 바탕으로 쓴 것이라면, 이번에는 취재 영역과 전혀 상관없는 분야를 다룬 거라 혼자서 정말 공부를 많이 했어요. 그래서 어떤 의미에서는 차가일상이 진정한 첫 책 같아요.

 

10여 년 전 차에 관심을 갖게 되면서 일과 외에 많은 시간을 투자해 한국에 나와 있는 차 관련 책들을 다 읽었어요. 차를 공부할 수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 찾아다니며 공부했고요. 차를 공부하다 보니 차 안에 재미있는 영화, 문화, 예술 스토리가 담겨있다는 걸 알게 됐어요. 그런데 그런 걸 재미있게 정리한 책이 없더라고요. 왜 한국에는 좀 더 쉽고 재밌게 읽을 만한 차 책이 없을까 하는 아쉬움이 생겼죠. 차에 관해 관심 있는 분들이 아니라 할지라도, 일반 독자분들도 쉽게 다가갈 수 있는 책을 꼭 한번 써보고 싶었어요. 5년 정도 계획을 세워 차근차근히 준비해서 낸 책이라 저한테는 사실 굉장히 뜻깊은 책이에요. 차가 너무 좋아 지금도 정인오 세계차연합회 회장에게 품평제다를 배우고 있어요. 

 

매경이코노미에서 발간하는 월간지 럭스맨에 4년간 ‘김소연 기자의 영화로 보는 차 이야기’를 연재한 게 이 책의 시작이었죠. 

제가 원래 영화를 굉장히 좋아해서 어렸을 때 대학원에서 영화 공부를 하고 싶었어요. 그런데 그게 잘 안됐고, 기자 생활을 시작하게 된 것도 영화 기자를 하고 싶어서였거든요. 입사했을 때 문화부에 가고 싶었는데 매경이코노미에 배치가 된 거죠.(웃음) 물론 30년간 경제 분야 기자로 일해온 것도 정말 보람되고 재밌었어요.

 

기자가 된 뒤에도 영화를 많이 보긴 했지만 더 이상 제 인생에 영화와의 인연은 없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차를 좋아하게 된 뒤로 자꾸만 영화 속에서 차와 관련된 에피소드들이 눈에 띄는 거예요. 감독이나 각본가는 결코 영화에 의미 없는 장면을 넣지 않거든요. 분명히 차 장면을 넣은 이유가 있을 거라 생각해 궁금증이 생긴 장면을 하나씩 정리하다 보니 의외로 그런 영화가 많다는 걸 알게 됐어요. 영화와 차를 함께 다루는 글을 써보고 싶어 그때부터 준비하게 됐어요. 

 

실제로 <애프터 양>, <비포 선 라이즈>, <상견니>, <벌새> 등 다양한 장르의 영화에서 차의 의미를 읽어내 주신 게 무척 인상적이었어요. 그중 가장 기억에 남은 영화를 소개해 주실 수 있을까요?

누군가 저에게 “책에 언급한 영화 중 단 한 편의 영화를 선택한다면?”이라고 묻는다면 존 카니 감독의 <비긴 어게인>을 꼽고 싶어요. <비긴 어게인> 편을 쓸 당시에 리움 미술관에서 필립 파레노의 《보이스(VOCIES)》전을 봤어요. 필립 파레노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설치 작가인데, 어느 한 작품 앞에서 당황스러울 정도로 눈물이 많이 나더라고요. 그게 뭐였냐면 <아이스 맨 인 리얼리티 파크(Iceman in Reality Park)>였어요. 아침에 눈사람을 만들어서 얼굴에 진흙 칠을 한 뒤 그냥 하루 종일 전시를 하는 거예요. 실제로 저녁쯤에 가면 눈사람이 거의 녹아 있어요. 아이스 맨 앞에서 너 지금 이만큼 녹고 있구나, 나도 녹고 있어. 너 진흙 칠을 하고 있구나, 나도 그래. 그런 감정이 너무 강하게 밀려오면서 정말 발을 못 떼겠더라고요.

 

<비긴 어게인>에 말차 에피소드가 나오는데 감독이 그 장면에서 말하고 싶은 것도 결국은 그게 아니었을까 싶었어요. 중요한 녹음을 앞둔 데이브가 말차를 마시면서 연인인 그레타와 이런 대화를 하거든요. 데이브가 “사무라이들은 전쟁을 나갈 때 말차를 마셨대.”라고 말하면 그레타가 “당신은 송라이터지 사무라이가 아니잖아”라고 답해요. 이때 데이브가 “그것도 일종의 사무라이거든”이라고 하거든요. 이 장면에서 저는 일생일대의 녹음을 앞두고 어마어마한 부담감을 갖고 있을 데이브한테 너무 감정이입이 되더라고요. 영화에서 그레타가 약간 천재적인 캐릭터로 나온다면 데이브는 노력형으로 나오잖아요. 우리가 30년을 일한 직장인이든 이제 3년 차가 된 직장인이든 각자의 무게를 매일매일 어깨에 지고 살아가는데, 그런 삶의 무게가 그 장면에서 굉장히 진하게 느껴졌어요. 

 

그래서 필립 파레노의 아이스 맨 앞에서 <비긴 어게인>의 말차 장면이 겹치면서 정말 눈물이 펑펑 났어요. 결국은 존 카니 감독은 말차를 통해, 필립 파레노는 아이스 맨을 통해 인생이라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겠구나 그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주전자와 머그잔이면 충분합니다”


영화가 첫사랑이었다면 차는 그다음에 찾아온 새로운 사랑이었네요. 차를 좋아하게 된 계기가 궁금해요.

사실 저는 차가 아니라 사람에서 시작하게 됐어요. 지금은 돌아가셨는데 조선일보 기자셨고 시사저널 국장을 오래 하신 선배가 있었어요. 제가 어린 기자였던 시절에 그 선배를 포함해 기자 셋이 이탈리아로 출장을 간 적이 있어요. 당연히 타국에서 굉장히 친해졌을 거 아니에요. 근데 그 선배가 정말 박학다식했어요. 무협지에도 정통하고 역사도 막힘없이 줄줄줄 이야기하고 심지어 당시 출장 나온 중국 기자들이랑 간체로 필담을 나누더라고요. 그때 문화적 충격을 받았어요. 저는 번체도 모르는데 어떻게 한국인 중에 간체를 쓸 줄 아는 사람이 있지 하면서, 너무 신기해서 제가 선배 이야기를 열심히 들었거든요. 그때부터 선배랑 인연이 이어졌죠.

 

그런데 알고 보니 선배가 보이차 애호가였어요. 저한테도 차를 마시면 좋겠다고 권하더라고요. 그때는 제가 커피 맛도 모르는 사람한테 왜 자꾸 관심도 없는 차를 권하냐고 했죠.(웃음) 그랬더니 어느 날 진짜 저를 인사동 보이차 집에 데려가신 거예요. 30분 정도 차를 마시고 막상 본인은 일이 있어서 가야 된다며 어떻게 하겠냐고 묻길래, 저는 이왕 왔으니 더 마셔보겠다고 했죠. 혼자 남아서 찻집 주인분하고 차를 3~4시간 정도 마셨어요. 아무것도 모르는데 그냥 재밌는 거예요. 나오면서 아주 간단한 기물을 구입해 집에서 차를 마셔봐야겠다 했죠. 그게 시작이었어요. 

 

저는 차에 전혀 관심이 없었던 사람인데 선배가 몇 년간 차 이야기를 하면서 “너 지금 차를 마시면 나중에 나한테 정말 고마워할 거야.”라고 하셨거든요. 제가 요즘 선배 말이 정말 맞았다는 생각을 많이 해요. 선배 덕분에 내가 정말 행복하구나 하고요. 저도 선배 같은 역할을 하고 싶다, 누군가 이 책을 통해 차라는 세계를 알고 행복했으면 좋겠다, 그런 마음이 커요. 


그런데 차라고 하면 왠지 다구를 갖추고 차를 우리는 방법도 잘 알아야 할 것 같아 선뜻 시작하기가 쉽지는 않아요.

모든 취미는 사실 사치재예요. 차와 관련된 다양한 기물들이 있는데 사실 다 없어도 되거든요. 결국 진짜 필요한 건 차를 우릴 수 있는 다관 ㅡ쉽게 말하면 주전자인데ㅡ, 주전자하고 잔만 있으면 돼요. 나머지는 모두 근사하게 보이기 위한 일종의 장식이죠. 물론 다른 기물들도 다 용도가 있어요. 하지만 없어도 무방하죠. 가장 대표적인 주전자 브랜드로는 사마도요가 있는데, 1-2만 원 정도 하는 거름망이 있는 유리 주전자예요. 검색해 보면 아마 많이 보셨을 주전자예요. 거기에 차를 넣고 우려서 그냥 머그컵에 따라 드시면 돼요. 

 

그렇게 시작하고 나중에 차를 더 알고 싶어지면, 그 다음엔 흔히 중국 드라마나 영화에 나오는 개완이나 다관이라는 기물을 사용해 우리시면 돼요. 하지만 그게 꼭 정석은 아니니 처음 말씀드린 것처럼 유리 주전자에 일반적인 입차를 사서 시작해도 충분해요. 제 주변에 저 때문에 차에 입문한 친구가 있는데, 그 친구가 진짜 맨날 사무실에서 그렇게 마시거든요. 
 

혹시 차도 추천해 주실 수 있을까요?

개인적으로 가장 많이 선물하는 차 중의 하나가 호지차예요. 글로벌 말차 열풍은 많이 들어 보셨을 텐데요. 지금은 말차 열풍이 살짝 꺾이는 초입이고 다음 타자로 호지차가 떠오르고 있어요. 한국에서도 요즘 호지차 라떼나 호지차 빙수를 파는 곳이 많아졌거든요. 

 

혹시 호지차가 무슨 차인지 아세요? 대부분 호지차라고 하면 호지로 만든 차라고 생각하세요. 그게 아니라 녹차를 볶은 거예요. 그런데 녹차는 사실 푸릇푸릇한 신선한 맛을 즐기기 위한 차거든요. 볶으면 신선한 맛이 사라지는데 왜 녹차를 볶을까요? 저는 차와 음식의 역사라는 게 결국은 값싼 재료를 맛있게 만들어서 먹고 싶은 욕망으로 발전해 왔다고 생각하거든요. 전생이 있다면 저를 포함한 대부분의 사람들은 아가씨나 도련님이 아니라 삼월이나 돌쇠였을 거예요. 그런데 삼월이나 돌쇠는 비싸고 좋은 식재료를 구할 수 없잖아요. 값싼 재료를 맛있게 먹고 싶으니 끓여서 곰탕도 만들어 보고 설렁탕도 생각해 내고 하는 거잖아요. 그런 노력의 대표적인 사례 중 하나가 호지차예요. 정말 신선하고 푸릇푸릇한 녹차 원료는 비싸서 구할 순 없는데, 그렇다고 싸구려 녹차를 우리면 떫고 쓰기만 하거든요. 그걸 어느 날 볶아봤더니 구수하고 맛있는 거죠. 그렇게 호지차가 탄생한거죠.

 

아놀드 토인비가 역사는 도전과 응전의 연속이라고 말했어요. 모든 문명은 계속해서 도전을 맞게 되는데 거기에 잘 응전하면 살아남는 것이고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면 소멸한다는 뜻이. 결국 차와 음식의 역사도 값싼 재료라는 도전에 어떻게 응전했냐의 결과인 것 같아요. 그래서 호지차를 선물하면서 이런 서사를 담아 “당신이 올해 어떤 도전을 하든 당신의 도전을 응원합니다”라는 마음을 전해보시면 좋겠어요. 교토에 가면 잇포도라고 호지차로 유명한 곳이 있어 저는 거기서 호지차를 많이 사와요. 개당 1만 원도 안 하거든요. 비싼 선물이 꼭 좋은 게 아니라 마음을 담은 선물이 의미가 있는 거라고 생각해요. 

 



차를 경유해 만난 세계 


차와 관련된 여행을 많이 하셨어요. 보이차의 성지이자 현지 차농이 한 명이라도 동행해야 진입 가능한 중국 포랑산 노반장이나 3만 5천 점의 자기가 있어 차와 다구에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꼭 한번은 가보고 싶어 하는 독일 드레스덴 이야기가 인상적이었어요. 혹시 또 가보고 싶은 곳이 있을까요.
아직 가보지 못한 곳 중에서는 인도 다즐링에 가보고 싶어요. 세계에서 가장 좋은 홍차 중 하나는 다즐링에서 나오거든요. 인도의 다즐링에 가면 80여 개 다원이 있다고 해요. 와인으로 치면 부르고뉴 와이너리의 와인들처럼, 80여 개의 다원에서 각자의 떼루아를 자랑하는 차가 생산돼요. 다즐링에 가서 직접 다원을 보고 차를 마셔보고 싶다는 소망이 있어요. 

 

여행할 때 차와 관련된 루틴이 있을까요?

일단 현지 찻집을 많이 찾아봐요. 정형화된 찻집이라기보다는 차를 팔면서 시음도 할 수 있는 공간을 주로 가요. 또 아무래도 차를 좋아하면 차 기물에도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잖아요. 그래서 기물과 관련된 공간도 찾게 되죠. 

 

최근에 대만에 갔을 때 타이베이에서 열린 옥시장에 들렸어요. 평일에는 주차장으로 활용되는 공간인데 주말에만 옥시장으로 변신해서 300개 부스가 쫙 펼쳐져요. 일종의 옥 벼룩시장인 거죠. 중화권에서는 기본적으로 옥이 굉장히 귀하거든요. 옥이 은처럼 해독 작용이 있다고 믿고 몸에 좋은 기운을 준다고 보기 때문이죠. 앞에서 차 취미와 관련된 기물은 많은 것이 사치재라고 했잖아요. 차 기물이 종류가 많은 데 없어도 상관없지만 아름다운 게 있으면 또 그것대로 좋으니까요.(웃음) 옥시장에 한국에서는 당연히 구할 수 없는 옥으로 된 기물들이 어마어마하게 널려 있더라고요. 예를 들면 차를 하다 보면 향을 안 할 수가 없거든요. 옥으로 된 향로가 있었는데 그런 건 한국에서는 구할 수 없어요. 그런 게 널려 있으니까 너무 재밌고 신났었죠. 

 

차를 마실 때 향을 피우는 건 어떤 이유에서인가요?

차랑 함께 이야기되는 게 명상이에요. 찻집에 가면 말도 조용조용하게 되고 분위기도 고요하잖아요. 차에서 비롯되는 어떤 차분함이 있거든요. 그래서 명상이랑 얽히는 건데, 예를 들면 물이 보글보글 끓는 소리를 듣고 차를 정갈하게 우리는 과정 자체가 일종의 명상이 될 수도 있다는 거죠. 향은 직접 경험해봐야 하는데, 향로의 형태에 따라 연기가 뿜어져 나가는 모양이 달라져요. 연기의 흩어지는 모습을 가만히 보는 거죠. 불멍한다고 하잖아요. 그렇게 차멍 향멍 하는 거죠. 그래서 코로나 전부터 실리콘밸리의 IT 전문가들이 보이차, 명상, 요가를 많이 한다는 얘기가 들렸어요. 끊임없이 바쁘게 흘러가는 현대인의 시간 속에서 고요한 시간이 절실하게 필요해진 거죠. 

 

옥시장에서 만난 향로처럼 구하기 힘든 차들도 많았을 것 같아요. 

어려울 때가 많죠. 한국이 차 관세가 진짜 높아요. 한국이 녹차를 생산하잖아요. 그래서 쌀 개방을 하지 않는 것처럼 녹차 수입 관세가 거의 500%가 넘어요. 사실 그건 차를 수입하지 말라는 거거든요. 그래서 말차도 수입을 못 해요. 다른 차들도 관세가 50~60% 정도 하기 때문에 한국에 차가 많이 못 들어와요. 그러다 보니 알음알음 차를 들여오는 찻집들이 폭리를 취해서 팔기도 하죠. 지금은 그나마 괜찮아진 게 예를 들어 타오바오 같은 데서도 차를 구입할 수 있어요. 짝퉁을 염려하실 수도 있는데 타오바오에 기함점이라고 있어요. 쉽게 말하면 각 브랜드 본사가 직접 대리점을 연 거예요. 기함점에서 사면 짝퉁일 수가 없으니 그렇게도 차를 살 수 있는 길이 생긴 거죠. 

 

오늘 가져온 차가 대만의 대표적인 차인 동방미인인데 동방미인 중에서도 비새차는 구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대만은 전체 산업에서 농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1.5%예요. 1.5%의 대만 농업에서 차 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다시 또 1%예요. 전체 산업의 관점에서 보면 무척 작은 비중인데도 대만은 국가적으로 차 산업을 열심히 육성하고 있습니다. 부러운 일이죠. 대표적인 게 비새인데요, 각 차 산지별로 우리로 치면 농협 같은 곳에서 비새라는 시합을 열어요. 동방미인은 세 지역에서 비새가 1년에 두 번 열려요. 대부분 차농이 비새에 출품을 하는데 그중 2.5%만 1등 개념인 두등장을 받아요. 두등장을 받으면 두등장이라고 표기된 통에 해당 차를 넣어 팔 수 있는데 두등장 통에 들어가는 순간 차 가격이 75g에 7,500대만달러(한화 약 35만원 정도)로 뜁니다. 두등장은 대부분이 중국과 러시아 부호에게 팔려나간다고 해요. 우리가 구하기 무척 어렵다는 의미죠. 가끔 한국에서 두등장을 판매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5년여 전엔 80만원쯤에 팔았는데 요즘은 얼마에 파는지 모르겠네요. 차 관세가 꽤 높은데 80만원이면 싸네 하실 수 있지만, 이런 차들은 사실 공식 통관이 아니라 알음알음 보따리로 가져오기 때문에 세금을 안 내고 가져오는 경우가 대부분일 거예요. 가끔은 통도 없이 두등장이라면서 비싸게 판매하는 경우도 봤어요. 두등장 차라면 반드시 두등장 통에 들어있는 것을 확인해야 해요. 그냥 차상이 두등장이라니 그런가 보다 하고 비싸게 사시면 절대 안 됩니다. 


해금서가 북토크 ⓒ매경이코노미 제공 


차와 인문학이라는 렌즈


이 책을 통해 어떤 독자분들을 만나고 싶으셨나요? 
물론 많은 분들이 읽어 주셨으면 좋겠어요.(웃음) 제가 92학번 영어영문학 전공인데 그때는 인문학이 융성하던 시절이라 인문학을 한다는 데 자부심이 컸죠. 그런데 지금은 인문학의 가치가 땅에 떨어진 시대잖아요. 하지만 저는 여전히 인문학의 힘이 있다고 보고, 그래서 사실 어떤 독자분들을 생각했다기보다 젊은 분들이 봐주셨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이 책을 함께 작업해 주신 편집자님도 2030이세요. 편집자님은 이 책을 차를 좋아하시는 분들도 좋지만, 콘텐츠를 만들고 싶어 하는 분들이 봤으면 좋겠다고 말씀하시더라고요. K-콘텐츠에서는 차가 그냥 피상적으로만 그려지는 경우가 많아요. 다른 문화권에서 만든 콘텐츠처럼 차와 관련된 상징을 절묘하게 사용하거나 에피소드에 잘 녹여낸 그런 K-콘텐츠를 보고싶은 마음이랄까? 편집자님도 저도 젊은 분들이 자연스러운 글로벌 교양으로 차에 관한 책들을 접하고, 인문학적 시야를 넓히는 데 도움이 되면 좋겠다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저자 소개에서도 “차 한 잔에 얽힌, 이렇게나 재밌는지 몰랐을 인문학 이야기를 들려줌으로써 인문학에 관심 갖는 청년이 늘어나기를 바라는 꿈”이 있다고 말씀하셨어요. 오늘날 인문학이 왜 필요한지에 관해 좀 더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이제 AI 시대가 도래했잖아요. 저도 요즘 AI에 관한 기사를 많이 작성하는데, AI 시대에 결국 다시 인문학의 중요성이 주목받고 있어요. 실제 미국에서는 AI 시대에 개발자보다 스토리텔러가 뜨고 있다는 소식도 전해지고 있고요. 모든 분야에서 AI를 어떻게 잘 활용하느냐, 그렇지 못하냐에 따라 앞으로 디지털 격차가 어마어마해질 텐데, 결국 AI를 잘 활용한다는 건 질문을 어떻게 하냐에 달렸어요. 우리가 거기까지는 다 알고 있어요. 질문은 누구나 다 할 수 있는 거 아니야 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각자 쌓아 온 인풋에 따라 질문의 깊이가 달라질 수밖에 없어요. 또 난 경제 분야니까 금융이나 경제에 관한 인풋만 있으면 되는 거 아니야 라고 생각할 수도 있죠. 하지만 인문학적으로 넓고 다양한 지식을 바탕으로 할 때, 같은 경제 현상을 보고도 깊이가 다른 질문을 할 수 있거든요. 실제로 지금 전 세계적으로 인문학에 대한 인식이 바뀌고 있어요. 우리도 정말 인문학에 대한 성찰을 다시 한번 해야 할 때가 온 거죠.

 

책에서도 차를 경유해 정치, 경제, 역사 이야기를 하셨죠. 아편 전쟁, 보스턴 티 파티와 미국의 독립처럼 굵직한 역사적 사건에 차가 깊이 관여된 줄 몰랐어요. 

대한민국이 심할 정도로 커피 공화국이에요. 전 세계적으로 봤을 때 우리나라처럼 커피만 많이 마시는 국가도 별로 없어요. 지도에서 차를 더 많이 마시는 국가와 커피를 더 많이 마시는 국가를 표시해 보면, 실제로는 차를 더 많이 마시는 국가의 비율이 살짝 더 높거든요. 커피를 많이 마시는 국가일지라도 6:4 이런 비율이죠. 한국이 차를 너무 안 마시기 때문에 차가 생소한 것이지, 실질적으로 차가 세계사에 미친 영향은 정말 크죠.  


해금서가 북토크 ⓒ매경이코노미 제공 


리들의 티타임


인터뷰를 시작할 때 일생일대의 프로젝트 같은 책이라고 하셨죠. 무언가를 열렬하게 좋아하는 건 드물고 귀한 경험이라고 생각해요. 어디서 그런 동력이 나온 것 같나요? 

저는 사실 차를 만나기 전까지 정말 일과 가정 외에는 아무것도 없었어요. 영화를 좋아했던 건 대학생 때니까, 그 이후로는 그런 게 없었어요. 언젠가 어떤 선배 한 명이 그런 얘기를 하시더라고요. “그렇게 회사 일만 하면서 살면 은퇴했을 때 되게 힘들 거야” 라고. 저는 “선배, 저는 내일을 생각해 본 적이 없어요.”라고 답했죠. 사실 대부분 직장인이 그러지 않을까요? 그런데 차에 관심이 생기면서 저의 내일이 아주 궁금해졌어요. 

 

저의 이런 모습을 보면서 제 주변에 저처럼 정말 취미라고는 하나도 없던 분들이 나도 뭘 하고 싶다고 하면서 시작하신 분들이 있어요. 기자로서 사회에 어떤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었기 때문에 30년 간 일을 해온 것인데, 이런 식으로도 메시지를 전할 수 있구나 싶었어요.

 

영화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의 대사 “멋진 꿈이었다. 이루진 못했지만 가지고 있었다는 게 기쁘다”는 대사를 인용하신 게 인상적이었어요. 실현 가능성 여부를 떠나 차를 통해 갖게 된 꿈이 있을까요.

사실 차를 시작하고 정말 좋았던 것 중의 하나가 취향을 공유하는 많은 사람을 만나게 된 거였어요. 함께 차를 즐기는 젊은 친구들도 생겼고요.(웃음) 시간을 들여 사람을 만나는 데는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저는 어떤 재미가 있기 때문에 만나는 거라고도 생각하거든요. 차에 관심 있는 친구들과 차에 관해 이야기하는 게 재밌으니까. 『차가일상』에서는 한국 차에 대해 다루지 못했는데 앞으로 젊은 친구들과 한국 차의 이야기를 좀 더 탐구하고 정리해보는 게 저의 꿈이에요. 


마지막으로 책에 실리지 않았지만 다루어 보고 싶은 영화가 있을까요.

<여배우들의 티타임>이요. <노팅힐>을 만든 로저 미첼 감독의 다큐멘터리 영화인데, 영국에서 기사 작위를 받은 여배우 4명이 나와요. 주디 덴치, 매기 스미스, 에일린 앗킨스, 조안 플로라이트죠. 중간에 감독이 네 명의 배우에게 “20대의 당신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는지 물어요. 저는 그 질문이 되게 좋았어요. 답변을 떠나서 한 번도 생각해 본 적이 없는 질문이었거든요. 그래서 영화를 보며 지금의 내가 20대의 나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무엇일까 생각해봤는데 별로 없더라고요. 그냥 “너 지금 진짜 발 동동거리면서 고생하고 있구나” 하면서 위로를 좀 해주고 싶었어요. 그러면서 이런 질문을 많은 사람이 스스로에게 던져보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이 질문을 독자분들과 나누고 싶습니다.

 



* AI 학습 데이터 활용 금지

2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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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흰곰

2026.04.06

매력적인 인터뷰에 차가일상 책을 구매할 수밖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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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uchma

2026.03.15

차가일상 저자는 매경이코노미 편집장을 역임하면서 데이터에 기반한 알기 쉬운 컨텐츠로 2030 세대의 압도적인 지지를 받으며 경제주간지 1위 자리를 수성하는데 결정적인 기여를 분으로 알고 있습니다. K팝, K드라마가 그랬듯 AI 시대의 테크니털 혁신으로 일본의 닛케이 비즈니스나 주간 다이아몬드 같은 세계적인 경제주간지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시대로 가고 있습니다. 영국의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지는 1월 17일자 기사에서 미국의 군함 자본주의가 세상을 빈곤하게 만들고 있다면서 각성을 촉구하고 있지만 앵글로 아메리카 시대는 서서히 저물고 한중일 중심의 아시아 시대로 가는 느낌입니다. 중국차와 일본차에 관심이 많은 해외 거주 한인으로 언젠가는 이북이 출간되기를 바래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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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소미

뒷모습이 담긴 사진이나 그림을 보면 쉽게 눈을 떼지 못하고 저장해 둡니다. 그 사람들...어떤 얼굴 하고 있을까요? 그래서 읽고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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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기식

사진 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