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회적 참사의 아픔을 통해 기억의 의미와 진정한 애도란 무엇인가를 그린 『왝왝이가 그곳에 있었다』를 펴낸 이로아 작가의 신작 『귀신 붙게 해 주세요』가 출간됐다. 성적 경쟁과 규율 강화가 일상이 된 학교를 배경으로, 청소년이 감당해야 하는 선택의 무게를 판타지적 설정을 통해 날카롭게 드러낸 작품이다.
소설 『귀신 붙게 해 주세요』는 재이를 따라 기순고등학교에 간 윤나의 이야기로 시작된다. 그 시기 학교에 새 교장이 오며 아이들을 단속하고 야자를 부활시켰다. 윤나가 택한 건 공부 대신 강령술이었다. 20년 전 죽은 전교 1등 귀신 순지가 나타났다. 순지는 지금의 여러 일이 오래전에도 벌어졌다는데…….
작가님, 안녕하세요. 문학동네청소년문학상 『왝왝이가 그곳에 있었다』에 이은 두 번째 청소년 소설 『귀신 붙게 해 주세요』가 출간됐습니다. 제목부터 흥미로워 이야기가 궁금해지는데요. 간단한 책 소개와 쓰시게 된 계기를 들려주세요.
안녕하세요! 이로아입니다. 딱 1년 만에 새로운 청소년 소설로 인사드리게 되었네요. 이렇게 인사드릴 수 있어서 기뻐요.
『귀신 붙게 해 주세요』는 여자아이 셋과 귀신 하나가 펼치는 우정과 사랑과 치정과 투쟁 이야기입니다. 제목은 아주 오래전에 지어 두었던 것인데요. 다음에 쓸 이야기를 찾으려고 노트북 폴더를 뒤적이다가, 몇 년 전 써 둔 시놉시스의 제목이 눈에 띄길래 제목만 쏙 빼 왔습니다. 내용은 아예 다시 썼고요. 당시 한창 학생인권조례 폐지를 두고 말이 오가던 시기였는데요. 관련 뉴스들을 보며 쓰고 싶은 이야기가 구체화된 것 같습니다.
20년 전 죽은 전교 1등 순지가 나타납니다. 흔한 귀신 이야기가 아닌 새로운 발견이라 생각했어요. 작가님께서 소재를 얻으시는 방법이 궁금해요.
대학교 때, 십 분 정도의 짧은 영화를 찍는 과제가 주어진 적이 있었는데요. 왠지 모르겠는데 당시의 저는 사람을 모으고 장비를 빌리고 하는 과정이 너무 하기 싫은 거예요. 그래서 핸드폰으로 브이로그 형식의 영상을 찍어 제출했습니다. 자신이 다니는 학교를 너무너무 싫어하는 고등학생이, 학교에서 학생 여러 명이 자살하면 학교가 폐교될 수도 있다는 소문을 어디에서 주워듣고, 내가 스타트를 끊어 이 학교를 폐교하겠다! 하면서 한밤중에 학교에 갔다가 결국 경비에게 들켜서 도망친 뒤 다음을 기약하는 내용이었는데요. 생각해 보면 그 과제가 이 이야기의 전신이었던 것 같아요.
그런 영상을 찍었었다는 사실 자체를 완전히 잊어버리고 살다가, 한창 <귀신 붙게 해주세요>를 집필하던 중에 문득 생각이 났어요. 새삼 오랫동안 쓰고 싶어 했던 이야기구나 싶어서 놀랐습니다. 한번 마음에 담아둔 주제는 의식했든 의식하지 않았든 언젠가는 꺼내 쓰게 되는 것 같아요. (행운이 따르면 그렇게 되는 것이겠죠. 그런 의미에서 다시 한번 출판에 도움을 주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등장인물마다 자신의 목소리가 선명하고, 세밀한 감정이 고스란히 느껴졌어요. 각각의 인물로 이야기를 구성한 특별한 이유가 있을까요?
이번 소설을 쓰면서는 첫 번째 목표가 속도감 있고 재미있게 써 보자는 거였거든요. 진짜 무조건 재미있게 쓰고 싶은 욕심이 강했어요. 처음에 윤나 시점으로 쓰기 시작했는데, 생각보다 늘어지는 기분이 드는 거예요. 그래서 시점도 바꿔 보고 챕터도 나누고 하다가 지금과 같은 형태가 되었습니다.
인물이 여러 명 등장하는 작품에서는 늘 인물 각각의 성격이나 특징을 어떻게 드러낼 수 있을지 고민을 많이 하는데요. 이로아 A, 이로아 B, 이로아 C처럼 보이지는 않을까 하는 의심과 걱정을 늘 품고 있어서요. 인물마다의 목소리가 선명하게 느껴졌다면 정말 천만다행이고 감사한 말씀입니다.
작가님이 생각하시는 가장 마음이 가는 장면과 그 이유를 알고 싶어요.
곱씹을수록 하나하나 마음이 가서 딱 하나를 꼽기가 어려웠는데요. 가장 곱씹게 되는 장면은 중학생 시절 윤나와 재이의 복장 검사 장면인 것 같아요. 윤나가 재이를 신경 쓰기 시작한 계기가 되었던 순간이요. 복장 검사 도중에 같은 반 아이가 울음을 터트렸던 일은 제가 고등학교 시절에 실제로 있었던 일이에요. 중학생 때는 압수한 틴트로 틴트 주인인 학생의 얼굴에 낙서하는 선생님도 계셨어요. 굉장히 젊은 분이셨는데 지금은 어떻게 지내고 계실지 궁금하네요. 개인적으로 근황이 궁금한 선생님이 많습니다. 하하.
선생님마다 방식도 제각각이었던 게 기억나요. 제가 고등학생 때 가수 산다라박의 투 블록 스타일에 꽂혀서 머리카락 안쪽을 밀고 다녔던 적이 있었는데요. 어느 날 담임 선생님이 교무실에서 조심스러운 말투로 “로아는 사회에 불만이 있니?”라고 물어보셨던 것이 기억납니다. 그냥 멋 부린 거였는데….
또 좋아하는 장면은 현서가 담임선생님한테 받은 통가발을 과학실 인체 모형에 씌웠다가 교무실로 불려 가는 장면입니다. 쓰면서 혼자 음침하게 히죽히죽 웃었는데요. 쓸 때도 만족스러웠고 지금도 만족하고 있습니다.
책 띠지에 적힌 ‘아픈 과거가 되돌아와 우리에게 묻는 안녕’처럼 메시지가 선명한 소설이라고 다시 한번 느껴요. 작가님께서 생각하시기에 이러한 안녕을 묻는 일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건 어떤 걸까요?
저도 띠지 문구를 굉장히 느낌 있게 써 주셨다고 생각했어요. (하하) 안녕을 묻는 일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 무엇이든 속단하지 않는 게 중요하지 않을까요? 요즘은 이렇다던데, 요즘은 아니라던데, 같은 말을 쉽게 하지 않는 것이요. 과거와 현재를 섣불리 비교하거나 판단하지 않는 것? 현재를 현재로 바라보는 것. 섣불리 ‘나아졌다’라며 안도하거나 ‘나빠졌다’라며 동정하지 않는 것. 어렵네요.
학교의 교칙, 과거, 선택 등 현실적인 문제 지점들이 고스란히 담겨 있습니다. 책을 읽다 보면 여러 부분에서 공감이 가서 놀랐어요. 청소년 독자에게 이러한 주제를 전달할 때 신경 쓴 부분은 무엇일까요.
소설에서 묘사하는 학교의 풍경에 공감이 되는 독자분도 계시고 공감이 되지 않는 독자분도 계실 것 같아요. 열 개의 학교가 있으면 열 곳의 규정과 분위기가 다 다를 테고요. 같은 학교에서도 작년의 분위기와 올해의 분위기는 다르겠지요. 당장 재학 중인 학생이 아닌 이상 내부 사정은 아무도 모르는 일이잖아요.
그런 만큼 특정한 학교를 모델로 삼는다든가, ‘요즘 학교들’의 ‘사실적인’ 모습을 묘사하려고 하지는 않았고요. 단지 어딘가에 있어도 이상하지 않을 학교의 모습을 그려 보고자 했어요. ‘실제로 지금 이런 학교가 있는가, 없는가’에 집중하기보다는 어떤 규정이 사라지거나 생겨날 때 달라지는 풍경을 그리고 싶었습니다. 공동체 구성원의 일상이 규정의 변화에 영향받는 모습도요.
『귀신 붙게 해 주세요』를 다 읽으면 끝이 아닌 다음을 향해 나아가는 이야기라고 느껴졌습니다. 이 책이 독자분들에게 어떻게 닿았으면 좋겠나요. 또한 독자분들에게 전하고 싶으신 말도 남겨 주세요.
우선은 진짜 재미있게 쓰고 싶은 욕심이 컸으니까, 바람을 말하자면 몰입해서 후루룩 읽어 주시면 좋겠고요. 그렇게까지 재미있지 않았다면 다음번에 더 노력해 보겠습니다. 세상의 많고 많은 책 중에 제 책을 골라 주셔서, 심지어는 인터뷰까지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정말로 대단한 인연이라고 생각해요. 다음에도 그다음에도 저는 분명히 어딘가에서 인사를 드리고 있을 테니, 부디 또 찾아와 주시기를 바랍니다. 또 만나요!
* AI 학습 데이터 활용 금지
귀신 붙게 해 주세요
출판사 | 미래인
왝왝이가 그곳에 있었다
출판사 | 문학동네
출판사 제공
출판사에서 제공한 자료로 작성한 기사입니다. <채널예스>에만 보내주시는 자료를 토대로 합니다.
[김선형 칼럼] 파국을 낙관하는 하얀 마녀 ─ 마거릿 애트우드 | 예스24
2026.08.18
[젊은 작가 특집] 함윤이 “몇 년 전 하노이에 방문했을 때의 일입니다” | 예스24
2026.05.11
[리뷰] 이야기의 박동이 다시 뛸 때까지, 두 손을 포개고 하나, 둘, 셋 | 예스24
2026.04.23
[리뷰] 질문은 고통의 형식, 그럼에도 계속 묻는 것은
2026.03.26
[이다혜 칼럼] 끝 다음에 오는 것들 | 예스24
2026.01.19
[김해인의 만화절경] 올해의 만화
2025.12.08
[큐레이션] 서로의 손을 잡고 나아갈 수 있다면
2025.12.02
은유 작가의 책장
2025.09.01
[김미래의 만화절경] 몸과 몸뚱이와 몸짓
2025.08.25
[우리 슬픔의 거울] 웃기는 동시에 기가 막히는 스토리
2023.04.0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