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책에는 눈에 잘 띄지 않는 작은 존재들이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지렁이, 개구리, 반딧불이… 생각지 못한 존재들의 목소리를 통해 아주 작은 세상의 이야기를 만난다. 그렇게 작고 여린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것. 그건 여러분이 이 세계를 사랑할 수 있는 또 하나의 능력을 지니게 되었다는 말이다. 그렇게 우리를 함께 살아가게 하는 작은 목소리를 들려주려 한다.
폴 플라이시먼 글/에릭 베도스 그림/정지인 옮김|다산어린이
부제에도 쓰여있듯이 이 책은 “두 사람이 함께 낭독하며 읽도록 쓰인 시”가 실려 있다. 한 사람은 왼쪽 부분을 읽고, 다른 한 사람은 오른쪽 부분을 읽으며 낭독한다. 같은 줄에 양쪽 모두 행이 있는 부분을 읽으면 두 사람의 목소리가 합쳐지게 된다. (이때 내용은 같을 수도 있고 다를 수도 있다) 두 사람이 낭송해야 비로소 완성되는 ‘즐거운 소음’은 독자에게 독특하고 새로운 시적 경험을 선사한다. 대체로 시는 하나의 목소리와 화자를 갖는데, 이 시집은 두 개의 목소리를 제시하는 동시에 목소리를 내는 참여자(독자)의 역할을 중요하게 부여한다.
어린이책은 종종 생각지 못한 존재를 주인공으로 삼으면서, 과감하게 어떠한 ‘되기’를 제안한다. 이 시집은 그중에서도 작고 작은 곤충들의 목소리를 한데 모았다. 그러니까 세상의 가장 작은 목소리일지도 모른다. 마치 어린이의 목소리처럼. 소금쟁이, 반딧불이, 책다듬이벌레, 나방 등 지나쳤거나 눈에 띄지 않아 느낄 수 없었던 존재들을 기꺼이 호명한다. 자연의 세계 속에서 그런 ‘되기’의 감각을 ‘시’를 통해 아름답게 경험할 수 있게 된다.
“너의 한순간
하루살이의 한 달
너의 한 시간
하루살이의 일 년
너의 사소한 하루
우리의 일평생
우리는 하루살이
우리는 하루살이”
시간이 단 하루뿐인 하루살이는, 낭비 없이 죽는 순간까지 사랑하고, 움직이고, 알을 낳는다. 시를 낭송하며 우리는 이렇게 세상에서 가장 작은 존재가 되어본다. 하루라는 시간 동안 생의 삶과 죽음을 함께 경험하는 감각은 우리를 얼마나 겸허하게 만드는지. 수많은 생명이, 존재가 이 세계를 이루고 있다는 사실이 새삼 경이롭다. 낭독의 형식으로 발화되는 목소리, 시는 삶을 향해 뻗어나가는 찬미의 소음처럼 느껴진다.
이렇게 함께 살고 있다는 감각. 때때로 어떤 ‘되기’와 경험은 삶과 태도를 변화시킨다. 보이지 않는 생명을, 그들의 움직임과 소리에 귀 기울인다. 이렇게 작고 약한 목소리를 우리는 언제나 발견할 수 있다.
제레미 모로 저/박재연 옮김|웅진주니어
책의 제목이자 주인공인 ‘알리트’는 길을 건너다 로드킬 당한 산파개구리의 알 중에서 유일하게 살아남은 개체다. 수컷 개구리가 연못에 겨우 다다르며 죽는 순간 태어난 알리트는 올챙이가 되고, 개구리로 성장한다. 삶에 홀로 내던져진 작은 개구리에게 이웃들은 언제나 기꺼이 자신의 등을 내어준다. 그런 보살핌과 돌봄은 알리트가 강과 육지 모두에서 살아갈 수 있도록 성장시킨다. 자신의 존재를 인식하게 된 알리트는 비로소 ‘개굴’하고 운다.
‘풀리지 않는 매듭’이라는 의미를 가진 이름처럼 자그마한 산파 개구리 알리트의 여정은 쉽지 않다. 대자연 속 생태계의 법칙은 이 세상이 삶과 죽음으로 이루어져 있다는 걸 직설적으로 보여준다. 더불어 우리는 홀로 살아갈 수 없다는 진실 또한. 우리는 모두 거대한 생명력에 기대 살아가는 작은 존재라는 걸 깨닫는다. 도처에 놓인 죽음을 딛고 생존한 알리트는 산파개구리의 역할을 이어간다. 삶을 이어가고자 ‘레탈리트’와 맞서고자 한다. ‘레탈리트’는 모든 것을 파괴하는 존재, 인간들의 편의를 위해 자연을 거스르고 절단시켜 만든 도로다. 그곳에는 삶이 존재하지 않는다. 수많은 생명이 죽음을 맞이한 무덤이다. 알리트를 비롯한 늑대, 사슴, 산새, 멧돼지, 다람쥐, 지렁이, 쇠똥구리 등 작은 생명들이 생존을 위해 연대하며 저항군으로 나선다. 생명의 담요를 찢는 위험한 칼날 ‘레탈리트’를 물리치려는 그들의 저항은 성공하게 될까?
자연을 파괴하고, 손상하고, 돌이킬 수 없는 모든 문제는 인간이 자초한 결과겠지만 이 이야기 속에 인간의 목소리는 등장하지 않는다. 오로지 삶과 죽음을 가르는 거대한 자연의 목소리들 가운데 우리는 기꺼이 겸허해진다. 등 위에 “내일의 세계”를 얹은 작은 산파개구리가 그저 무사히 도로를 건너갈 수 있기를 바랄 뿐이다. 그런 마음이 부풀어 오를 때, 세상은 조금씩 달라질 수 있지 않을까?
“우리의 생명은 언젠가 멈추지만, 그 메아리는 세상 어딘가에서 반드시 울려 퍼진다.”
세계가 멸망하는 순간에도, 이토록 작은 목소리들은 말한다. 우리는 함께 살아가고 있어. 이 용기와 연대의 이야기가, 세계를 회복하고자 하는 희망의 단서가 될 수 있길 바라본다.
* AI 학습 데이터 활용 금지
즐거운 소음
출판사 | 다산어린이
알리트: 어느 작은 개구리 이야기
출판사 | 웅진주니어
유지현
어린이청소년문학서점 ‘책방 사춘기’를 운영하며, 그림책과 동화, 청소년 소설을 소개한다. 본명보다 '춘기' 혹은 '춘기 이모'라 불리는 게 더 익숙한 사람. 앤솔러지 에세이 『좋아한다고 말할 수 없었어』에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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