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이야기장수 이연실, 김도윤 “재미가 없다면 세계에 내놓지 않습니다” | 예스24
우정, 열정, 꿈으로 가득한 출판사 이야기장수가 좋아하는 힘으로 지어 올린 세계. 서로를 닮아가는 편집자와 마케터의 경계 없는 협업이 빚은 찬란한 시차(時差).
글: 염은영 사진: 표기식
2026.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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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라는 속담을 자주 생각합니다. 하늘의 도움을 받고 싶어서겠지요. 그렇다면, 선행해야 할 일은 스스로 돕는 자가 되는 일인데, 그 일은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닙니다. 하늘이 탄복할 만큼 내 일을 묵묵히 해내는 건, 누구에게나 주어진 재능이 아니기 때문이지요. 이 속담을 생각하면, 언제나 가장 먼저 떠오르는 얼굴이 있습니다. 아주 오랫동안 이분의 얼굴과 이 속담을 연결 짓곤 했어요. 그분은 바로 이야기장수 이연실 대표입니다. 아이코닉한 안경, 근사한 레이어드 패션, 단정한 단발머리에 함박 웃음을 짓는 그분이 편집자로서 20년 동안 만든 책, 출연한 방송, 참여한 인터뷰, 쌓아 올린 SNS 기록을 보면, 그 성실함과 열정에 감탄이 절로 터져 나오기 때문입니다.

 

그는 지난 2022년 자신의 출판 브랜드 이야기장수를 시작했습니다. 문학동네 임프린트로 출발한 지 2년 만에 어엿한 독립 법인이 되어 지금은 편집부와 마케팅부를 꾸린 ‘팀 이야기장수’로 성장했지요. 이야기장수 대표 이연실 편집자와 마케팅부를 이끄는 김도윤 부장은 “경계 없는 협업”으로 호흡을 맞춥니다. “마케터를 닮고 싶은 편집자”와 “원고를 잘 읽는 마케터”로서 한 권의 책이 독자 한 명을 더 만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일을 도모하지요. 그런 이야기장수는 올해 큰 경사로 한 해를 시작했습니다.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이하 『여둘살』)의 영미권 출간으로 한국 출판계의 자랑이 된 것인데요. 이 일로써 이야기장수는 “재미가 없으면, 세계에 내놓지 않습니다”라는 슬로건을 품게 되었다고 말합니다. 현재 ‘팀 이야기장수’는 이탈리아 피렌체에서 이슬아 작가님의 『가녀장의 시대』 초청 행사를 준비 중입니다. 해외 판권 수출이 활발하다는 것은 “작가의 세계가 커지는 사건”이라고 말하는 팀 이야기장수. 작가의 모든 걸음마다 함께하며 “작가가 계속 쓸 힘을 발명하고, 작가의 행복을 같이 만들어가고 싶다”라는 이 팀의 소망은 이미 다 이뤄진 것만 같습니다.

 


 

제가 만들겠습니다로 시작된 이야기장수

 

『여둘살』의 영국미국 출간 소식으로 대리 자랑스러움을 느끼는 요즘입니다이 책의 본가라 할 수 있는 이야기장수의 새해 시작이 특히 남달랐을 것 같아요.

이연실: 이루 말할 수 없이 기쁩니다. 영미권 시장은 출간 전에 가제본을 매체에 보내서 서평을 먼저 받는데요. 그 단계에서 이미 반응이 심상치 않다는 이야기를 전해 들었어요. 잘될 줄은 알았지만, 예상보다 훨씬 더 좋은 분위기였고, 실제로 그렇게 됐고요. 무엇보다 좋아해주시고 자랑스러워해주시는 독자분들이 계셔서 더 기쁩니다.

 

그래서 궁금했던 것이 『여둘살』과 이야기장수의 만남입니다『여둘살』 초판본은 타 출판사에서 출간되었고지금의 개정증보판은 이야기장수라는 새로운 둥지에서 탄생한 것이니까요어떻게 성사된 계약인지요.

이연실: 두 분께서 먼저 제안을 주셨어요. 황선우, 김혼비 작가님의 서간 에세이 『최선을 다하면 죽는다』로 황선우 작가님과 함께 일했던 시간이 있었고, 그때의 호흡이 지금의 이야기장수가 시작하는 데 가장 큰 힘이 되었어요. 그때는 몰랐던 지금의 복이고요. 제가 곧 제 브랜드를 만들 거라는 걸 두 분이 알고 계실 때쯤, 『여둘살』 재계약 시즌이기도 했는데 두 분께서 먼저 이야기장수와 함께하고 싶다고 하셔서 정말 놀랐어요. 제가 종종 “이야기장수의 기둥뿌리를 세워주신 분들이 바로 김하나, 황선우 작가님이다”라고 하는 그 말은 빈말도 거짓도 아니에요. 두 분의 책과 함께하게 된 것뿐 아니라 실제로 두 분이 이야기장수 출간 타이틀 기획에도 큰 도움을 주고 계시거든요.

 

그런데 이야기장수의 첫 책은 의외로 외서입니다.

이연실: 맞아요. 그때는 말할 수 없었는데요. 저희의 첫 책 『전쟁일기』가 바로 김하나, 황선우 작가님의 기획으로 만들게 된 책이랍니다.(웃음)

 

추천사만 쓰신 게 아니었군요!

이연실: 사실 당시 저는 이야기장수의 첫 책으로 다른 국내 작가의 에세이를 준비하고 있었어요. 그런데 예기치 않은 제안을 받게 된 거예요. 이제야 밝힐 수 있는 비화인데, 김하나, 황선우 선생님 두 분의 연락이었어요. 그때가 우크라이나 전쟁이 일어난 지 정말 얼마 되지 않았을 무렵이었지요. 두 분께서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한 기록이 있다. 우크라이나 현지에서도, 러시아에서도 책을 낼 수 없으니 출판 가능한 제3국을 찾고 있는데 마침 이 작가님 소식을 아는 한국 분이 돕고자 한다. 이분은 우리의 지인이고, 그래서 우리에게 신뢰할 만한 편집자와 출판사를 소개해 달라고 부탁하셨다”라며 저에게 연락을 주신 거예요.

 

하나 선생님께서 어디서, 누가 만들어야 이 중요하고 시의성 있는 이야기를 가장 잘, 그리고 빠르게 알릴 수 있을까 고심하시다가 제게 전화를 주셨고, 저는 그 전화를 받았던 순간을 잊지 못해요. 그러고는 “제가 만들겠습니다” 했지요. 그렇게 만들게 된 『전쟁일기』는 우크라이나의 올가 그레벤니크 작가님이 쓰신 책이에요. 당시 작가님은 아이 둘과 강아지 한 마리와 함께 피난 중이셨어요. 남자는 본국에 남아 있어야 하니 남편 분과는 떨어져 다른 나라로 떠나실 수밖에 없으셨고요. 이 모든 이야기를 듣는데 그냥 이걸 빨리 만들어야겠다는 생각만 들었어요. 사실 원고는 있지만, 번역이 완성된 상태도 아니었고, 이제부터 만들어가야 하는 단계였는데 보름 만에 완성한 책이거든요.

 

보름이요말도 안 돼요.

이연실: 보름 동안 거의 잠을 안 잤던 것 같아요. 작가님, 저, 번역가님에게는 모두 시차가 있었는데, 그 간극을 무시하며 일했어요. 작가님이 요구하신 것도 아닌데 저 혼자 속도를 마구 냈죠. 무엇보다 한 엄마의 이야기잖아요, 전쟁의 한복판에서 가족들과 살아남아야 하는. 그래서 이 이야기를 얼른 알려야겠다는 마음이 앞서 무리했던 것 같아요. 그렇게 보름 만에 편집을 완료하고 출간했더니 치아가 막 빠지는 거예요.(웃음) 치과에 갔더니 의사 선생님께서 잇몸도 근육이라 버틸 힘이 없으면 이를 놓아버린다고 하시더라고요. 그런데 이렇게 만들고 나니 올가 작가님도 고맙다고 하시고, 9시 뉴스에도 소개되고, 나아가 세계적으로도 화제가 되니 보람이 있었어요.

 

그래도 그렇지 이가 빠지도록 일을 했다는 얘기를 들으니 속상한데요편집자만 무리한 일정도 아니었을 것 같고요.

이연실: 맞아요. 감사하게도 모두 단기간 바짝 힘을 모아주셨어요. 전쟁 중에 그린 그림일기인 만큼 제대로 된 스캔본이 있을 리 만무했기에, 휴대폰 사진으로 받은 그림을 우리 디자이너가 하나하나 선을 따는 작업을 해줬어요. 번역가 선생님도 밤낮 없이 우리말로 옮겨 보내주셨고, 이 책과 저를 연결해주신 김하나, 황선우 선생님께서도 하루 만에 추천사를 써서 보내주셨어요. 계약서 검토도 제대로 못 한 상태로, 나중에 번역한 것을 볼 테니 일단 책부터 내자는 마음으로 막 달렸던 것 같아요.

 

빨리 내야 한다는 사명감이 출간을 서두르셨던 이유였던 거죠?

이연실: 작가님 원고를 읽는 내내 보탬이 되고 싶다는 마음뿐이었어요. 우크라이나에 남편, 엄마와 가족들을 남겨두고, 아이 둘과 강아지만 데리고 이 나라 저 나라를 향해가는 작가님의 하루하루를 생각하니 덩달아 절절해졌던 거죠. 또 한편으로는 이 이야기를 빨리 내면, 전쟁도 빨리 끝나지 않을까 그런 소망도 있었는데… 솔직히 지금까지 이 전쟁이 끝나지 않으리라고는 상상도 못 했어요.

 

그렇게 시작한 이야기장수네요첫 책을 이토록 중요하고 의미 깊은 이야기로 길어 올렸고요어떻게 보면 지금의 위상은 한국 작가들을 해외로 널리 알린 출판사인데요시작은 외려 그 반대였네요.

이연실: 『전쟁일기』는 전 세계 최초로 출간된 한국발 외서예요. 에이전시를 통한 계약이 아닌 외국 작가와 출판사가 직접 계약을 맺은 책으로, 출간되자마자 세계 여러 나라로 수출이 많이 됐어요. 의도하지 않았지만, 시작이 그랬던 만큼 ‘세계로 뻗어나가는 이야기와 의미 있는 이야기들을 만들고 싶다!’ 이게 이야기장수의 목표가 되었어요.


 


좋아하는 힘으로 지어 올린 세계팀 이야기장수

 

인터뷰에 앞서 사진 촬영 준비 중에 나눈 이야기의 꼬리를 다시 물어봅니다이 인터뷰그러니까 팀 이야기장수의 인터뷰를 기다리셨다고 하셨어요정말 하고 싶었던 인터뷰라고요.

이연실: 맞아요. “이야기장수” 하면 보통 이연실의 1인 출판사라고 생각하시는데, 어느 순간부터 ‘아, 이거 안 되겠다’ 싶었어요. 우리는 어엿한 '팀 이야기장수’거든요. 이제는 저 혼자 책을 만들고, 팔지 않아요. 우리 팀의 가장 큰 강점은 경계가 없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편집부와 마케팅부가 서로의 일을 오가며 개입해요. 저는 편집자이지만 마케팅에 크게 관여하고 있어요. ‘마케팅은 마케터가 알아서 해’라는 입장은 되어본 적이 없는 것 같아요. 저는 마케터를 닮고 싶은 편집자이지요. 이 자리에 함께한 도윤 부장님에 대해서는 ‘저의 인생 마케터’라고 표현하는데요. 이야기장수의 힘은 ‘좋아하는 힘’이거든요. 저는 출판계에서 저보다 작가와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 있을 줄 몰랐어요.

 

김도윤: 대표님이 이렇게 말씀하시니 부끄럽네요.(웃음) 저는 원래 문학동네 소속 마케터로 오래 일했는데, 그때는 작가님을 직접 만나 일할 기회가 드물었어요. 이야기장수에 와서는 저자 미팅부터 기획과 편집 업무에 깊숙이 개입하게 되어 좋아요. 유명무실한 ‘경계 없음’이 아니라 제 의견이 십분 반영되는 협업이에요. 예를 들어, 표지나 제목, 카피가 별로면 “고쳤으면 좋겠다” 하고 말할 수 있어요. 대표님께서는 정말로 제 의견에 귀 기울이시거든요. “이런 제목으로는 초판도 못 팝니다” 하면 제목도 바꾸시고… 이제는 제목 회의부터 마케팅 회의까지 책 만드는 모든 과정을 함께하고 있어요. 제가 의견을 낸 만큼 책임져야 한다고 생각하기에 더 열심히 하게 되고요.

 

두 분의 호흡이 찰떡같은 만큼얼마나 함께 일하셨는지 궁금합니다같은 회사에 계셨으니 꽤 오랫동안 맞춰온 호흡이려나요?

이연실: 이야기장수가 문학동네 임프린트였던 2022년부터 함께 일했어요. 문학동네 임프린트와 계열사 여러 곳의 마케팅을 담당해주실 때였는데, 올해부터는 이야기장수 전담 마케터가 되셨어요. 도윤 부장님은 빠듯한 출간 일정 속에서도 뭐 하나 놓치는 것 없이 팔로업해주셨고, 성공시켜주신 분이었어요. 동료로서 신뢰가 강했고, 도서마다 협업 만족도가 굉장히 높았기에 저희 전담 마케터로 모시게 됐지요. 사실 이야기장수 2년 차에 접어들 때 같이 일을 못 하게 된 적이 있었는데 그때 정말 서운했거든요. 회사 차원의 인사 발령으로 함께 일할 수 없게 된 건데도 제가 삐지기까지 했어요.(웃음) 제가 그러니까 부장님이 “대표님. 우리 다시 만나서 일하게 될 거예요”라고 하셨는데, 그 말이 진짜가 될 줄 그땐 몰랐어요.

 

김도윤: 대표님이랑 같은 건물에서 10년이 넘도록 동료로 있었는데, 한 번도 같이 일해본 적이 없었어요. 그래도 대표님 존재는 잘 알고 있었어요. 문학동네에서 뛰어다니는 사람이 딱 한 명 있었는데, 대표님이었거든요. 저런 편집자도 있구나 하며 신기해했던 기억이 있어요. 저는 누가 시키지 않아도 열정적으로 일하는 사람이야말로 진짜 뛰어나다고 생각해요. 대표님과 같이 일할 수 없게 됐을 때도, 이게 끝이 아니라는 느낌이 있었어요. 대표님이 계속 그 자리에 계시면 언젠가 또 같이 일하겠구나 하는 그런 느낌이요. 그래도 그때는 저도 마지막이라고 생각하며 인사드린 것이었는데, 이렇게 전담 마케터가 되어 있네요.

 

이연실같이 일하고 나서 알게 된 사실인데, 부장님도 늘 뛰어다니세요. 계단도 두 칸씩 오르시고, 운전도 진짜 빠르시고요.(웃음) 우리 회사 건물에 “도도도” 하는 발소리가 들리곤 했는데 그 소리의 주인공이 부장님이었을 줄이야. 닮은 면이 많다는 생각이 들어요.

 

두 분을 동경하는 후배들이 많으리라 생각합니다편집자나 마케터를 꿈꾸는 분들도 익히 두 분을 생각하면 롤모델로 삼고 싶겠다 싶었는데요두 분의 이야기를 듣고 있으니언감생심 저렇게까진 못하겠는데?’ 할 것 같은 거 있죠열정의 분량은 모두 제각각이겠지만압도적인 크기를 지니고 계신 두 분이어서요.

이연실: 일을 얼마나 좋아하는지, 책을 얼마나 좋아하는지는 가르칠 수 없는 것 같아요. 일을 얼마나 할 것인가 정하는 것도 본인의 몫이고요. 그건 강요하거나 요구할 수 있는 게 아니라고 생각해요. (부장님을 보며) 그런데 저랑 인생에서 일과 책의 비중이 비슷한 사람은 처음 봤어요. 정말로요.

 

김도윤: 대표님이랑 호흡 맞추려면 그렇게 해야 돼요.(웃음) 

 

대표님의 역치에 맞춰주신 거였군요그렇다고 해도 이 정도의 에너지를 맞출 수 있다는 건진심이 아니면 불가능하리라 생각돼요.

이연실: 부장님과 저자 미팅을 같이 나가면, 갈 때마다 성과가 있어요. 이슬아 작가님의 대만 행사에 동행할 때의 일인데요. 그 일정을 함께하면서 기획하게 된 책이 『인생을 바꾸는 이메일 쓰기』였어요. 이 책의 기획은 부장님이 하신 거고요. 저랑 작가님이 “이런 책이 나오면 좋겠다” 정도로 가볍게 나눈 대화를 놓치지 않고, 부장님께서 “그 책을 정말 실제로 보고 싶고, 팔고 싶다”라고 끈질기게 설득하셔서 결국 나오게 된 거예요. 어떤 일이든 맡기면, 기회를 주면, 더 크게 불려서 가져다주세요, 부장님은. 대표로서는 더 많은 기회를 계속 주고 싶을 수밖에요.

 

 


세계로 뻗어나가는 이야기를 판다는 것

 

앞서 잠시 언급했는데, 2026년 이야기장수에도국내 출판 시장에도 큰 경사라 함은 단연 『여둘살』 영미권 출간 소식일 겁니다해외 판권 판매로 이토록 큰 성과를 낸 국내 도서가 또 있을까 싶어요그러니 이 이야기를 더 듣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이연실: 『여둘살』은 2019년도에 출간된 책이에요. 꽤 오래된 책이죠. 그 책의 개정증보판을 이야기장수에서 2024년에 낸 것인데, 그즈음 《뉴욕 타임스》에서 두 분을 인터뷰하고 싶다며 회사로 연락을 했어요. 그것도 직접 한국에 와서 인터뷰를 하겠다는 연락이었어요. 저도, 작가님들도 모두 놀랐지요. 그런데 그렇게 한 인터뷰가 한참이나 기사로 안 나오는 거예요. 가짜 인터뷰였나 하는 염려가 스칠 때쯤, 이 인터뷰가 한국의 가족 구조에 대한 취재와 함께 대서특필이 되어 게재된 거예요. 두 분께서 인터뷰를 너무 잘해주시기도 했지만, 이 기사에 대한 반향이 컸어요. 그때부터 예감이 좋긴 했는데, 그래도 이렇게까지 판권 판매가 이뤄질 줄은 몰랐어요. 판권을 계속 팔아오긴 했어도, 영국과 미국에 에세이를 판 적은 단 한 번도 없었거든요.

 

그렇군요생각해보니 그동안 잘 알려진 판권 판매 사례는 주로 시나 소설이었네요.

이연실: 에세이가 영미권에 팔리는 건 되게 어렵거든요. 일단 문화가 다르니까요. 그런데 『여둘살』이라면? 어쩌면 될 수 있겠구나 싶었어요. 이 이야기가 가진 보편성과 시의성은 시대를 관통하기 때문에, 동시대의 세계인들에게도 통할 것 같았어요. 무엇보다 《뉴욕 타임스》 보도 이후의 분위기가 좋았어요. 그때 좋은 인연들과 닿기도 했고요. 최근 런던에서 『랩 걸』을 번역하신 김희정 선생님을 뵈었어요. 선생님께서 『여둘살』에 대해 “이 이야기는 영어권 독자들도 좋아할 것 같다. 반드시 된다”라고 하시면서 좋은 바이어를 연결해주셨어요. 저는 기적은 한 사람이 강하게 믿는 데서 시작된다고 생각하거든요. 이미 그때 기적이 일어나겠거니 싶었어요.

 

그리고 《뉴욕 타임스》 보도 이후 열린 프랑크푸르트 국제 도서전에서 저희 저작권 팀이 출판사와 에이전시 미팅이 끝나자마자 연락이 오는데, 분위기가 정말 좋다는 거예요. 대형 출판 그룹들이 큰 관심을 표현했고, 계약금도 높은 수준이 될 거라면서요. 그렇게 영국 펭귄랜덤하우스의 임프린트 ‘더블데이’, 미국 하퍼콜린스의 임프린트 ‘에코’와 각각 판권 수출 계약을 맺게 된 거예요.

 

『여둘살』 억대 선인세 영미권 수출이라는 기사가 보도된 것이 지난해 2그리고 올해 영국과 미국에 차례대로 출간이 되었습니다현지 반응도 뜨거운 게 느껴지고요.

이연실: 앞서 출간 전 매체 리뷰가 좋다는 말씀을 드렸는데요. 그뿐만 아니라 미국서점협회에서 이 책을 밀기로 했다는 연락도 받았어요. 이렇게 되면 해당 도서가 주요 서점들에 쫙 깔린다고 하더라고요. 이 소식을 듣고 『여둘살』 미국팀과 서로 축하 인사를 나누는데, 정말로 실제 하이 파이브를 하는 기분이었어요. 게다가 초판도 많이 찍었다고 하고요. 너무 신나는 소식이었어요.

 

이 소식을 국내에서는 어떻게 이야기로 풀고 계신가요?

김도윤: 저희도 신이 나서 오프라인 서점에 “세계가 함께 읽는 한국 작가”라는 광고도 걸고, “《뉴욕 타임스》가 주목한 한국 여성의 혁명적 목소리”라는 새로운 카피를 담은 띠지도 만들고…(웃음) 기대하실 만한 이벤트도 곧 오픈할 계획이에요.

 

이연실『여둘살』의 영미권 수출은 두 분이 진행하시는 팟캐스트 《여자 둘이 토크하고 있습니다》(이하 《여둘톡》)의 영향도 크다고 생각해요. 180개국으로 송출되는 방송인 만큼, 두 분 작가님들이 영향력 있다는 걸 영미권에서도 제대로 인지하고 있더라고요. 두 분이 《여둘톡》을 통해 『여둘살』의 최신 소식을 전해주시는 만큼, 원래도 스테디셀러였던 『여둘살』이 또 한 번 중쇄를 넘겼어요.

 

북 마케터로서 『여둘살』이라는 책은 정말 남다를 것 같아요개인적으로 이 책은 어떤 의미인가요?

김도윤: 부상 투혼을 기꺼이 불사르게 했던 책이었어요.(웃음) 당시 『여둘살』 개정증보판 출간과 함께 이옥선 작가님의 『즐거운 어른』이 나왔거든요. 『여둘살』이라는 빅 타이틀을 준비하는 것만으로도 벅차는데, 또 한 권의 중요한 신간이 동시에 출간된다는 게 여간 힘든 일이 아니었죠. 대표님도 힘드시고, 저도 힘들고요. 제가 그래서 “두 권 중 한 권의 출간 시기를 좀 미루자”라고 했는데 안 된다고 하셔서 강행했죠. 그때 제가 코로나에 걸리기까지 해서 집에서 재택하며 두 권의 마케팅을 준비했어요. 사실 저의 그런 상황을 고려하면, 어느 한쪽은 조금 덜 해도 됐던 것 같아요. 그런데 제 입장에서도 두 권 모두 잘하고 싶게 만드는 책이었고, 어느 한쪽에도 소홀해지고 싶지 않다는 마음에 끝까지 열심히 준비했어요. 그리고 결과는 예상보다 훨씬 웃돌았어요.

 

여담인데요. 『여둘살』도 『여둘살』이지만, 『즐거운 어른』이 터질 것 같다는 예감이 크게 왔어요. 원고를 읽는데 너무 좋았거든요. 아니나 다를까. 출간과 함께 판매 속도가 예사롭지 않아서 대표님께 큰 광고를 하겠다고 말씀드렸는데요. 비용이 비용인지라 대표님이 쉽게 허락을 안 해주셨는데 “결과는 제가 책임지겠다”라며 저도 물러서지 않았거든요. 그 정도로 믿음을 솟게 한 책이었으니까요. 결과는 당연히 좋았고, 그 이후로 『즐거운 어른』도 중쇄를 쭉 찍고 있어요.

 

이연실: 원고를 정말 잘 보는 마케터예요. 그때 정말 많이 아프셨는데, 충분히 쉬지도 못한 상태로도 끝까지 달려주셨어요. 죄송하고 감사한 마음, 또 짠한 마음이었어요. 제가 좋아하는 만화 『중쇄를 찍자』에 이런 대사가 있어요. “우리가 해냈다!” 저도 그렇게 생각해요. “팔린 게 아니다. 우리가 판 거다. 우리가 해냈다”고요.

 

도서 기획의 시작에서부터 판권 수출을 염두에 두시는지도 궁금합니다.

이연실: 해외 판권이나 드라마 판권을 기획 단계부터 고려하진 않아요. 다만 넓은 독자를 만나고 싶다는 생각은 하죠. 『형사 박미옥』, 『가녀장의 시대』의 경우, 영상화가 될 수 있겠다 싶었는데 실제로 그렇게 됐어요. 『형사 박미옥』은 정서경 작가님께서, 『가녀장의 시대』는 원작자이신 이슬아 작가님이 시나리오 작업을 하고 계셔요. 이 두 책은 각각 세계 여러 나라로 뻗어가고 있기도 해요. 이슬아 작가님과는 “뻗어나가는 나라마다 같이 가자”라고 했는데, 지난달엔 이탈리아 피렌체 도서전에 초청받으셔서 저희도 동행했어요. 벌써 4개국째입니다.

 

최근 해외 출판인들이 “『여둘살』처럼 한 줄로 설명 가능한 선명한 이야기를 달라” “세계적인 이야기를 달라”라는 말을 해요. 그게 뭔지 이제 조금 알 것 같아요. 한국에서만 유효한 이야기는 특별히 없는 것 같아요. 이곳에서도 멋지고 재미있다면, 세계 어디에서든 동일한 가치로 인정받는 시대가 된 것 같거든요. 그런 측면에서 요즘 작가님들이 하시는 고민과 닿아 있는 부분이라고 생각하는 게 한국에서의 책 판매량이 너무 저조하잖아요. 해외에 작가님들을 만나고 싶어하는 독자분들이 많이 계시니, 그런 방향을 염두에 두고 책을 만들어도 좋겠다는 이야길 최근 들어 나누기 시작했어요. 이건 한국 시장을 등지겠다는 이야기가 아니에요. 작가님들의 이야기가 그만큼 세계적으로 뻗어나갈 수 있는 힘을 지녔다는 이야기입니다.

 

저는 해외 판권 수출이 단순한 계약 문제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이건 작가의 세계가 커지는 사건이에요. 저는 이야기장수가 작가가 계속 쓸 힘을 발명하고, 작가의 행복을 같이 만들어가고 싶은 회사가 되기를 꿈꿔요. 해외 독자분들을 만나고 돌아온 작가님들을 보면, 정말로 행복해하시거든요. 그래서 저는 이 일을 계속 잘하고 싶어요. 얼마 전엔 이야기장수 슬로건도 만들었어요. “재미가 없다면, 세계에 내놓지 않습니다.”

 



새로운 페이지를 여는 시간

 

곧 이야기장수 올해의 첫 책이 나온다고 들었습니다굉장히 중요한 책이 될 거라는 귀띔과 함께요.

이연실: 올해 저희의 첫 책은 이랑 작가님의 에세이예요. 『엄마와 딸들의 미친년의 역사』라는 굉장히 강렬한 제목의 책이고요. 아마 기억하시는 독자님들도 계실 텐데, 이랑 작가님의 언니분이 돌아가셨을 때 장례식장에서 언니 친구분들이 같이 춤을 추잖아요. 이 책은 그런 이랑 작가님의 가족사이자 본인의 여성사이기도 해요.

 

이 책은 어느 날 작가님이 준이치에 대해 쓰신 포스팅을 보자마자 드린 연락으로부터 시작됐어요. 회신을 주신 작가님께서는 “한국에서는 낼 수 없지만, 대만과 일본에서는 출간될 예정인 원고가 있다”라고 하시며 그 원고를 읽어보겠냐고 하셔서 그러겠노라고 하고 받았는데, 저보다 먼저 원고를 읽은 후배 편집자가 오열하는 거예요. 마음에 와닿는 게 너무 많다면서요. 대체 어떤 내용이기에 그러나 싶어 읽는데, 저도 펑펑 울었어요. 정말 교정 볼 때마다 울었던 것 같아요.

 

이 책은 우리 내면의 많은 부분을 건드리는, 너무 강력한 책이에요. 너무 특별한 책이기에 성경처럼 은장도 했어요.(웃음) 디자인에 공을 많이 들였는데, 디자이너도 지금까지 한 번도 안 써봤던 수입지를 고르면서 “세상에서 가장 곱고 아름다운 상복을 입히고 싶다”라는 말로 작업을 설명하더라고요. 저희도 그동안 해보지 않았던 굉장히 특별한 제작 과정을 거치고 있고, 기대하고 있습니다.

 

김도윤: 저 역시 단숨에 읽어내렸어요. 저는 남성이고, 작가님의 모든 상황을 결코 완벽히 이해할 수 없기에 대표님이나 다른 편집자님처럼 울음이 터지진 않았지만, 가슴이 아팠고, 이랑 작가님의 마음을 알 것만 같았어요. 저에게도 가족이 있으니까요. 읽고 나서는 “많이 팔릴 것 같습니다. 미리 미리 준비하겠습니다” 했어요.

 

보통 한 권의 책을 만들 때 표지 시안을 다섯 가지 정도를 뽑게 되는데요. 대표님은 워낙 자기 취향이 있고, 호불호도 명확하신 편이거든요. 그런데 이번에는 뭘 골라야 할지 모르겠다면서 당황하시더라고요. 제가 봐도 뭘 골라도 다 괜찮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모든 시안이 좋았어요. 마케터 입장에서는 표지가 좋고, 제목이 좋고, 카피까지 좋으면 들뜬 마음이 되거든요. 잘될 것 같다는 확신이 드니까요. 무엇보다 이 책은 독자분들께 가닿기만 하면, 읽어주신 분들이 주위에 알아서 입소문을 내주시리라 믿어졌어요.

 

이연실: 저는 정말 이 책 덕분에 이랑 작가님이 편안하게 사셨으면 좋겠어요. 이랑 작가님이 지금까지 작품을 내놓고 마음껏 기뻐한 적이 없다고 하시더라고요. 항상 자신을 의심하셨다고 해요. 이 책은 4년 동안 쓰셨는데, 저는 한 줄 한 줄을 다 느끼며 읽었어요. 인쇄를 넘기는 날에도 엉엉 울 만큼요. 이랑 작가님은 너무 뛰어난 작가인데 사람들은 잘 모른다고 생각해요. 이 책을 통해 그가 어떤 아티스트인지, 어떤 세계를 갖고 있는지 많은 분께서 알게 될 것 같아요. 저는 너무 좋아하는 책을 세상에 내보내기 전에 약간 무서워요. 사람들이 안 알아주면 어떡하지, 이런 두려움이 생겨요. 그런데 제가 무서울 만큼 사랑하고 있을 때, 자신 있게 세상에 알릴 준비가 된 마케터가 옆에 있다는 게 되게 행복하더라고요.

 

김도윤: 원고에 대한 자신감이 있어서예요.

 

이연실: 이 책은 이야기장수의 또 다른 상징이 될 것 같아요. 『가녀장의 시대』, 『여둘살』이 그랬듯, 이 책도 이야기장수의 새로운 페이지를 열 것 같아요. 저는 무엇보다 이 책을 통해 이랑 작가님이 웃는 일들을 많이 만들고 싶어요. 추천사도 환상의 라인업으로 꾸렸어요. 김하나, 정서경, 정혜윤, 『은중과 상연』의 송혜진 작가님께 부탁드렸어요. 제가 원래 추천사를 많이 받는 편은 아닌데, 이 책은 최고의 책이라고 생각해서 최고의 작가분들의 목소리로 소개하고 싶었어요. 다들 “이 책을 잘 부탁한다”고 하시면서 보내주셨어요. 많은 무게감과 책임감, 그리고 자신감을 갖고 만들었어요.

 

올해 이야기장수의 행보가 더 기대됩니다지난해 서울국제도서전에서도 이야기장수 부스 이야기는 꽤 오랫동안 회자되었는데요사람이 너무 많아 끝내 방문을 포기했다는 이야기도 많이 들려왔습니다올해도 나가시죠?

김도윤: 올해는 더 크게 나갑니다. 지난해 저희 부스가 정말 화제였는데요. 사실 인원이 많지 않고, 출근 전일부터 다 나가 있어야 해서 직원들이 힘든 상태였거든요. 그때 성수동 베르탁에서 『인생을 바꾸는 이메일 쓰기』 출간 기념행사 ‘이슬아 팝업’ 준비도 같이하고 있었고요. 저로서는 이 팝업 행사가 정말 중요해서 서울국제도서전엔 안 나가고 싶었어요. 그런데 대표님께서 너무너무 나가고 싶으시다는 거예요. “그럼, 그렇게 하시죠” 할 수밖에요.

 

이연실: “대표님 하고 싶은 거 다 하세요.” 이 얘기가 힘이 돼요.

 

김도윤: 제가 그 말만 한 건 아니었는데…(웃음) 서울국제도서전을 마치자마자 팝업 준비를 하는데, 정말로 힘들었어요. 그래서 그랬는지 팝업 행사까지 모두 끝나는 날, 팝업 스토어를 위해 설치했던 외벽 간판을 내리고, 행사 물품도 용달로 보내고 집으로 가려는데 갑자기 눈물이 나는 거예요. 가슴이 뭉클해지면서… 이대로 끝내기 아쉽다는 마음을 스스로 확인했죠. 그렇게 마지막 모습을 사진으로 남겼어요.

 

아니책 파는 일이 이렇게 힘들고 뭉클할 일인가요.(웃음)

김도윤: 하고 나면 뿌듯하고… 힘들었던 건 기억이 잘 안 나요. 좋았던 것만 기억나요.(웃음)

 

올해 첫 책은 이랑 작가님 책이고요그 외에 독자분들께 예고해주실 이야기장수의 계획이 있다면요

이연실: 최초 공개인데요. 이야기장수가 오프라인 매장을 내요. 모 기업과의 컬래버레이션으로, 서점이자 향수 가게를 운영합니다. 이야기장수 책과 더불어 저희가 좋아하는 작가분들의 책을 큐레이션해 소개하는 공간이 될 텐데요. 4월에 북촌 매장을 시작으로, 홍대, 성수 매장에 순차적으로 오픈할 예정입니다. 공간의 이름은 솔테 라이브러리(Salté Library), 소금 도서관입니다.

 

이 사업이 고무적인 까닭은 바이럴을 견인하는 젊은 세대와 해외 관광객들이 몰려오는 핫플레이스에 책을 소개하는 공간을 열게 됐다는 것이에요. 책이 먹을 것 팔리듯, 화장품 팔리듯, 생필품처럼 팔리듯 막 팔려나갔으면 좋겠다는 꿈을 꿔왔거든요. 문장과 향을 같이 즐길 수 있는 공간이 될 거고, 작가님들의 ‘작가 향수’도 개발될 거예요.

 

지난해 5월 《씨네21》 인터뷰를 통해대표님의 마음속 예비 저자에 대한 이야기를 읽었습니다이미 출간된 도서 목록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구체적이고선명했습니다그러니 깜짝 놀랄 만한 계획을 품고 계시다면나눠주십시오혹시 한소희 배우님 책이 출간되나요?

이연실: 연락은 드렸는데 아직은…(웃음) 아, 이루고 싶기에 밝히고 싶은 꿈이 있어요. 저는 홍진경 작가님의 책을 만들고 싶어요. 오래전부터 그분의 책을 만들고 싶었어요. 그분은 정말 명문가세요. 저뿐 아니라 에세이를 만드는 많은 편집자의 꿈이 아닐까 해요. 그만큼 출간 제안도 많이 받으셨을 텐데요. 책은 절대 안 쓰실 거라는 이야기가 전해져요. 지난해 『정신과 영수증』을 만들 때, 그분께 추천사를 의뢰하면서 그 말씀을 어떤 의미로 하신 건지 알 것 같았어요. 책을 대하는 마음이 정말 크신 분이더라고요. 추천사를 쓰실 때도 정성스레 말을 다듬어서 보내시고, 더 좋은 말이 있다면 고쳐서 다시 보내주시고… 그 태도에 “이분은 작가다” 싶었어요. 책이 너무 소중하니 안 쓰시겠다는 것 같은데, 저는 너무 소중하니까 같이 해내는 방법도 생각해보자는 말씀을 드리고 싶어요.

 

이렇게까지 이야기해주시니 이야기장수의 새 타이틀로 꼭 만났으면 좋겠네요.

이연실: 문장을 너무 아름답게 쓰시거든요. 저는 언젠가 쓰실 수밖에 없다고 믿어요. 제가 이미 작가라고 부르고 있듯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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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사 박미옥

<박미옥> 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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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은영

읽고 쓰고, 엮고 매만집니다. 만든 책으로 『그만두길 잘한 것들의 목록』, 『다정한 세계가 있는 것처럼』, 『조금 괴로운 당신에게 식물을 추천합니다』, 그리고 『우리 죽은 자들이 깨어날 때』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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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기식

사진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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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옥선

1948년에 진주에서 태어났다. 진주여자고등학교를 졸업하고 한양대학교 사학과를 나왔다. 1948년 진주에서 태어났다. 진주에서 3년 정도 교사 생활을 하다가 2년 6개월 만에 퇴임퇴임하였는데 같은 학교의 교무실에서 마주보고 앉아 있던 국어 선생과 결혼하는 사건이 발생하였기 때문이다. 첫 아이를 낳고 다시 진주중학교에서 근무하였으나 당시로서는 부산으로 발령받은 국어 선생과 주말부부 생활을 이어가기가 힘들었기 때문에, 교사직을 그만두고 거처를 부산으로 옮겼다. 돌 지난 아들을 데리고 남편이 교사 생활을 하는 부산으로 왔다. 둘째를 낳고 이후 쭉 전업주부라는 명칭으로 살아왔다. 이후로 쭉 그때는 있지도 않은 단어인 경단녀라, 그냥 전업주부로 살아왔다. 그게 또 취향에도 맞았다. 비바람 부는 날 식구들은 다 학교에 가고 나는 집에 있어도 되는 게 아주 맘에 들었다. 하지만 전업주부도 만만한 일은 아니다. 유휴 노동력 정도로 생각하는 사람들 덕분에 온갖 데 다 불려 다녔다. 이 책도 그렇게 어느 날 난데없이 불려간 자리에서 시작되었다. 지은 책으로 딸 김하나를 낳은 날부터 다섯 살 생일까지 기록한 육아일기 『빅토리 노트』가 있다. 줄기차게 남들이 만든 책만 읽다가 뜬금없이 75세라는 나이에 첫 책을 내게 되었다. 본시 성격이 좀 시큰둥한 편이라 내 책을 내겠다는 열정 같은 것은 없는 사람인데 어찌어찌 밀려 저자라는 호칭을 듣게 되니 당분간 어디 좀 숨어 있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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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미옥

경북 영덕에서 태어나 순경 공채 시험에 합격하며 경찰 생활을 시작했다. 1991년 서울지방경찰청에서 여자형사기동대를 창설할 때 선발되어, 23세에 한국 경찰 역사상 첫 강력계 여형사가 되었다. 경찰이 된 뒤 익힌 수준급의 유도, 태권도, 검도 솜씨로 사람들을 압도하며 출중한 검거 실적을 쌓아갔다. 순경에서 경위까지 9년 만에 초고속 승진을 했다. 청송교도소 출신 납치범을 검거하며 경사를 달았고, 탈옥수 신창원을 잡는 데 기여한 공로로 경위가 되며 특진을 거듭했다. 2000년 최초로 여성 강력반장이 되었고, 2002년 양천경찰서 최초의 여성 마약범죄수사팀장으로 임명되었다. 2007년부터 서울지방경찰청 과학수사계 행동과학(프로파일링)팀장과 화재감식팀장을 겸임하며 숭례문 방화사건 현장의 화재감식을 총괄지휘했다. 2010년에는 마포경찰서 강력계장으로 발령받아 만삭 의사 부인 살인사건, 한강변 여중생 살인사건 등을 해결했다. 이어서 2011년 강남경찰서 최초의 여성 강력계장을 맡고 본인이 세운 ‘최초’의 기록들을 스스로 갈아치우며 여형사의 새로운 역사를 써나간다. 드라마 〈시그널〉 〈악의 마음을 읽는 자들〉 〈괴물〉 〈히트〉 〈미세스 캅〉 〈너희들은 포위됐다〉, 영화 〈조폭 마누라〉 〈감시자들〉 〈하울링〉 등 수많은 작품에서 형사의 현장과 사건에 대해 자문을 맡고, 극의 모티브가 되었다. 2021년 서귀포경찰서 형사과장을 끝으로 명예퇴직했다. 언론은 그를 ‘여경의 전설’이라 칭했다. 현재 제주에서 후배 여형사와 한 마당에 각자의 집을 짓고서, 마당 한쪽에는 인간의 선악과 마음에 대한 책들을 가득 채운 서재 겸 책방을 열어둔 채 살고 있다. 두 여형사의 집에 온 사람들은 고단하고 복잡한 자신의 마음을 털어놓으며 울고 읽고 쉬어간다.